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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그런데 저희가 왜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어야 하는 겁니까?”

        

       내가 그렇게 되물어보자, 안 그래도 어색하던 분위기가 확 얼어붙어 버렸다.

        

       “아, 그…….”

        

       소피아 비앙키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다시 내 쪽을 향했다.

        

       “싫으신가요?”

        

       당연히 저건 연기다. 게임에서도 그랬으니까. 진짜 성격을 드러낼 때까지 진짜 성격을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 연기력도 굉장히 좋은 편이었을 것이고.

        

       어쩌면 진심이 조금은 섞여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나한테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거고,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 게 곤란하긴 할 테니까.

        

       “크로우필드 영애.”

        

       나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카페 테이블에 같이 앉아있는 미아 크로우필드를 불렀다.

        

       어깨를 움찔 떤 그녀가 조심스럽게 나를 보았다.

        

       “제가 당신을 이름으로 편하게 부른 적이 있습니까?”

        

       “아, 아뇨?”

        

       내 질문에 미아 크로우필드는 고개를 좌우로 열심히 저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소피아 쪽으로 돌렸다.

        

       “제가 크로우필드 영애와 만난 지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크로우필드 영애에게는 이름을 부른 적이 없습니다. 이건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얼마나 친근한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 그룹에서 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미아 크로우필드를 이름으로 불렀다. 심지어 앨리스도, 지난번 방학 때의 일이 있었던 뒤에도 고집스럽게 미아 크로우필드를 부르는 호칭을 바꾸지 않았으니까.

        

       설명을 끝낸 나는 다시 스푼을 들어 파르페를 먹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걸 먹기에는 날씨가 꽤 쌀쌀해졌고, 이 테이블에 있는 사람도 대부분 따뜻한 커피를 시킨 것을 보면 내가 특이한 거겠지.

        

       그런데 어쩌겠는가. 맛있는걸.

        

       “그런가요……?”

        

       내가 딱 잘라서 그렇게 말해버리니 소피아 비앙키는 황망한 표정이 되었다. 대단히 실망했다거나 속상하다는 표정보다는 ‘멍한 표정’에 가까우리라.

        

       아마 저건 조금은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

        

       “실비아.”

        

       그렇게 묘하게 불편한 자리였지만 나는 파르페를 먹는 것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컵 제일 아래쪽, 스푼이 닿는 곳까지 착실하게 긁어먹은 나는 친구들과 헤어져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을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찾아온 사람이 앨리스였다.

        

       “혹시, 소피아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어?”

        

       앨리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소피아 비앙키는 법국에서 보낸 첩자입니다.”

        

       “첩자?”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성당기사단 소속입니다.”

        

       내 말에 앨리스의 표정이 한순간 멍해졌다.

        

       입술을 달싹이며 서 있던 앨리스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뭐, 좋아. 어떻게 거기까지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게.”

        

       그건 고마운 일이었다. 이건 시간을 돌리더라도 찾기 어려운 정보였고, 그래서 설명하려면 내가 다른 세상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해줄 방법이 없었으니까.

        

       내가 억지로 숨기는 것보다는 상대가 알아서 물어보지 않는 쪽이 더 마음이 편하다.

        

       앨리스는 방 안의 손님맞이용 테이블의 의자에 앉았다. 내가 앉은 자리와 마주 보는 자리였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할 수 있겠어?”

        

       “소피아 비앙키에 한해서는 꽤 많은 것을 대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좋아.”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소피아는 자기가 벨부르 사람이고, 루테티아의 기사 가문의 딸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법국의 사람이 될 수 있어? 신분을 속이는 것부터가 중범죄고, 거기에 기사 작위까지 사칭한다면 외교 문제가 될 수 있잖아. 심지어 황실의 인가까지 받아서 아카데미에 들어오다니, 말이 안 되지 않아?”

        

       “법국과 벨부르는 협력관계입니다. 법국이 벨부르로부터 독립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큰 마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국이 자치하는 곳은 영지 하나 수준의 작은 영토고, 그곳으로 벨부르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도 자유니까요. 벨부르 내에도 여신교도가 많으니, 양국의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벨부르쪽에서 협력하여 가짜 신분을 만들어주었다는 말이야?”

        

       앨리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가짜 신분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진짜 신분일 겁니다.”

        

       기사 가문의 딸이라는 관계 자체는 가짜라고 할 수 있다. 가문 자체는 실제로 있는 곳이다. 원작에서도 그랬으니 여기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러니 작위 자체도 진짜고, ‘딸’이라는 것도 법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게 친딸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인정된 진짜 딸이라는 지위도,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얼마든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두 나라가 동맹인 걸까?”

        

       “본격적인 동맹관계는 아닐 겁니다.”

        

       내가 작년에 쳐놓은 깽판이 있으니까. 그곳에서도 겉으로는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뒤로는 손을 잡을 생각이었으면서. 원래도 겉으로는 마찰하면서 뒤로는 협력관계였으니, 내가 깽판을 친다고 해서 그 관계를 아주 포기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더 은밀해지긴 했겠지. 겉으로 보기에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하지만…… 그러면 너무 이상하잖아.”

        

       앨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네가 소피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거야 저쪽이 전혀 예견하지 못한 일이라고 치더라도, 그렇게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두 나라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뭐야?”

        

       “급하기 때문일 겁니다.”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래, 몸이 달았다고 해야겠지. 법국에서 사고를 몇 번이나 쳤으니까.

        

       아직도 의식을 제대로 되찾지 못한 베라티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법국에 튀어나와 한바탕 휘저은 뒤 중요한 물건을 들고 도망가버린 황제의 자식까지.

        

       법국에서는 아예 제국 자체를 의심하고 있을지 모른다. 루카스의 행동이 죄다 제국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어쨌거나 벨부르나 법국의 눈으로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으니까. 전쟁이라는 것은 수년에서 십수 년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겨우 한번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제국과 전쟁을 할 준비가 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이제야 산업화하기 시작한 국가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래서, 우리랑 친교라도 다지겠다고 생각했다고? 황녀들이랑 친해지면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

        

       음,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원작에서는 2편에서 전쟁이 격화될 때쯤에 나타나는 캐릭터니까. 애초에 아카데미에서 만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목적에 대해서는 아직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하고? 대체 무슨— 아.”

        

       응?

        

       내가 뭘 가르쳐주기도 전에, 앨리스는 혼자 뭔가 이해한 것 같은 표정을 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졌다.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으십니까?”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어? 아, 어, 응……. 있긴 한데.”

        

       하지만 앨리스는 제대로 대답하지는 못했다.

        

       “만약 의견이 있으시다면 제게도 들려주시는 것이—”

        

       “아, 아냐.”

        

       앨리스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덕분에 의문이 많이 풀렸어. 고마워. 나도 소피아를 어느 정도 경계하도록 할게.”

        

       “네…….”

        

       내가 일어난 앨리스를 멍하니 올려다보자, 앨리스는 “그럼 내일 보자!” 하는 말만 남기고 얼른 방을 나가버렸다.

        

       ……아니, 뭐지?

        

       *

        

       실비아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어쩌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시간이라는 것은 여신조차 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때 들었던 설명대로, 단순히 물건의 위치를 바꾸어놓듯 세상의 위치를 재수정할 수 있는 거라면, 그거야말로 신의 힘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걸 의식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의식하지 않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실비아의 표정만 봐서는 본인도 ‘여신의 힘일 거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실비아의 능력에 처음으로 이상이 생겼던 건, ‘지보’가 있던 곳에 갔을 때였다.

        

       불가사의한 힘을 휘두르던 그 존재를 만났던 시점. 그 존재가 사라진 뒤, 그러니까 지보를 가지고 사라진 뒤에 실비아는 다시 능력이 원래대로 돌아왔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을 하면서 당황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황궁에서 다시……

        

       능력, 여신, 지보, 법국.

        

       네 개의 키워드를 토대로 생각하면—

        

       “설마.”

        

       앨리스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쩌면 법국에서는…….

        

       …….

        

       아니, 아니지.

        

       고개를 좌우로 세게 저어서 잡념을 떨쳐낸다. 여전히 두뇌 한구석 깊이 박혀서 진득하게 남아있는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긴 했다.

        

       진짜로 여신의 힘이라기에는 능력 자체는 너무 한정되어있다. 무엇보다 실비아는 법국의 사제들처럼 남을 치유하거나 보호하는 법을 알지는 못했으니까.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법국이 온 이유 정도는 알 것 같았다.

        

       “그렇단 말이지.”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노려보며 앨리스는 중얼거렸다.

        

       ……이야기를 조금 더 확실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소피아 본인에게 이야기를 듣건, 아니면 그 배후에게 이야기를 듣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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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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