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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현대 마법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은, 때때로 간과하고는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마법기술의 이면에, 어떤 역사가 잠들어있는지.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경쟁’에서 이루어지곤 한다.

    상대보다 더욱 뛰어나고자 하는 욕망, 더 앞서나가고자 하는 갈망, 더 많이 갖겠다는 탐욕.

    그리고, 그 경쟁의 극단에 존재하는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

    상대보다 강한 힘을, 더욱 많은 정보를, 더욱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술은 발전해왔다.

    그 당연한 사실을 루크도 잘 알고 있었다.

    5000년 전의 과거에도 그랬듯, 사람은 죽더라도 마법만은 전쟁을 거치며 큰 발전을 이뤘지.

    전쟁은 분명 좋은 일이 아니지만, 인간의 역사라는 것이 그렇다.

    전쟁은 평소라면 용납할 수 없는 행위, 또는 절대 지지받을 수 없는 짓일지라도 단지, ‘승리’를 위해서라면 받아들여지게 되는 특수한 상황.

    누군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으니까.

    적어도, 마법사들은 그랬다.

    본래 감정적인 능력에 결여가 있는 마법사라는 존재는, 사실 전장마저 자신의 실험장으로 여기기에 충분한 것이다.

    전쟁을 겪고, 이용하여 서클을 키워낸 전투적인 마법사.

    사람들은 그들을 이렇게 불렀다.

    워 메이지.

    다만, 이 시대에서 그 말은 사람을 칭하는 것이 아니지만.

    ‘워 메이지, M-190.’

    ‘훌륭한 기동성과 강력한 공격주문으로 무장한 이 전차는 세계대전초기부터 생산되어 다방면으로 활용되었다.’

    과거 전쟁에 사용된 코끼리 형태의 병기를 보며 루크는 턱을 쓸었다.

    현대 마법관은 현대의 마법 발전사를 디오라마와 연대표로 나열해둔 곳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인류의 발전사는 경쟁의 역사다.

    그리고, 경쟁이 곧 과열되어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대전이라…….’

    마계의 침략 말고도, 온 대륙이 전쟁터가 되어버린 적이 있었다. 300년 전이었던가.

    엘프와 드워프, 수인족과 인간.

    평소부터 적대적이던 두 종족간의 전쟁이 거의 동시에 발발한다.

    그리고 두 전쟁은 곧 합쳐져 세계로 퍼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세계대전이다.

    역사서에서도 이미 읽은 바 있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디오라마로 제작된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어느 시대든, 전쟁은 똑같이 전쟁이로구나.”

    루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차이점은 그 피해의 규모에 있다.

    전쟁이 심화되고 길어지자 베리튼은 기어코, 앱솔루트 디스트럭션 필드, 이하 ADF라는 대 마법을 제작해버린 것이다.

    세계수의 일부, ‘위그드라실의 가지’를 무려 ‘일회용’으로 사용해야 겨우 시전되는 마법.

    그것은 지정된 영역내 모든 마나를 태워버리고, 그 에너지를 그대로 폭발로 전환하여 물질을 그 마나구조부터 소멸시켜버리는 막강한 대마법이다.

    그 폭발의 범위는 웬만한 도시 하나에 달하며, 한번 사용하면 ‘반 마나’까지 생성되어 그 일대를 죽음의 지대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한다.

    마나 그 자체를 태워버려 마법을 완전히 무효화시켜버리기에 반격불가능하며, 방어불가능.

    전술, 전략, 병력, 그 모든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압도적인 마법.

    과거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그런 최악의 무기가 탄생하고 만 것이었다.

    그 후, 모든 나라는 어떻게든 ADF를 흉내내고자 마법기술을 발전시키기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수 재배기술과 마법기술력도 덩달아 발전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현대에 와서는, 강대국들이 모두 제 나름대로 제작한 인공세계수를 이용해 ADF를 각각 보유한 시대가 되었으며, 이전같은 세계대전은 다시 일어나지 않게 된다.

    모든것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대마법사가 모든 국가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분쟁은 있을지 몰라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전쟁도 남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이지 않은가.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든 서로에게 완벽한 파괴와 학살이 가능하기에 세계는 이토록 평화로워 진 것이다.

    “…….”

    반면, 시루드는 디오라마를 봐도 그닥 감흥이 없었다.

    뭐, 직접 전쟁을 겪은 세대도 아니고, 이제는 종족간의 싸움이나 편견도 없어진 시대이니, 전쟁이 그렇게까지 피부에 와닿는 무언가가 있을 리 없는데다, 전쟁의 공포를 알기에 11살은 너무나도 어렸다.

    그저, 디오라마가 멋지다고 생각할 뿐.

    “뭐, 멋있긴 하네.”

    솔직히 워 메이지는 멋있지.

    거대한 코끼리 모양의 전차는 남자아이라면 다들 한번씩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부모님께 간단한 움직임이 가능한 골렘형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보지 않은 남자아이들은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은데.

    시루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루크를 살짝 흘겨보았는데, 루크의 시선은 디오라마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은 채 꽤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이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볼 만한 건가?

    하긴, 여자아이들은 원래 이런 전차나 전투기같은거 별로 안 좋아하겠지.

    그렇게보니, 여기는 루크한테 별로 어울리지 않는 곳인 것 같다.

    전쟁이라니, 확실히 10살짜리 여자아이가 즐길 만 한 곳은 아니네.

    시루드는 루크의 팔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말했다.

    “루크, 여긴 별로 재미 없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건 어때?”

    그러자, 루크는 그제서야 표정을 풀어내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이제 전쟁은 충분히 봤으니까.

    ——

    ‘전쟁’이 거세된 경쟁사회에서는 정말 별의 별 방식으로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마법의 발전은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개를 우주로 보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을 보낼 것이다!’

    ‘그럼 우리는 사람을 달로 보낼거다!’

    그래, 여기까지는 순간이동방식의 발전이었다. 

    ‘웃기는군, 그럼 우리는 달에서 ‘마나가 담긴 월영석’을 캐올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익히 알다시피, 마나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존재할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에, 마력이 담긴 월영석을 구하기 위해서는 달에서 떨어져나와 이곳 물질계로 낙하한 운석조각을 줍거나, ‘직접’ 달에서 가져오는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달의 마나가 담긴 월영석’을 캐온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직접적으로, 공간의 도약 없이, 순수한 이동으로 달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비웃었지만…….

    마침내 베리튼은, 인간을 ‘물리적으로’ 달에 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것이 불과 50년 전의 일이던가?

    그리고, 여기에는 그 50년 전의 증거품이 보란듯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것이 그……!”

    짙은 푸른빛으로 빛나는 마석, 그것은 바로 달의 마석, 월영석이었다.

    ‘달에서 직접 캐온’ 월영석은 이전에 운석의 형태로 땅에 떨어진 월영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순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달과 해와 별자리.

    바로 마법을 이루는 삼요소이다.

    이전에서도 말했다만, 마법에서 3은 상당히 중요한 숫자다.

    그렇기에 천체를 구성하는 이 세가지는 특별히 취급되는데, 이 세가지가 각각 의미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해, 이 세상을 낮과 밤으로 나누는 것. 시간을 상징한다.

    별, 세상이 이토록 넓고 멀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것은 공간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달은 무엇을 상징하느냐?

    바로 물질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달의 노래는 강력한 물질제어의 권능이었고, 달의 그림자는 물질을 베어냄에 있어서 가장 날카로운 검이었으니.

    달의 마력이 깃든 물질은 자연히 강력한 마법소재다.

    “너무나 아름다워!”

    그러니 어찌 루크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월영석만 있다면, 지금의 내 능력만으로도 달 그림자를 벼려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리 할 수만 있다면야 별자리를 베어 내 개인차원을 다시 열 수 있을지도…….’

    이전에도 만들었던 ‘차원의 그림자/열쇠/검’, 그것을 새로이 제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공간을 베어 그 틈을 벌릴 수 있는 공간절단의 열쇠를 말이다!

    그렇게, 루크의 머릿속은 온통 월영석의 생각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시루드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여자애라 그런지, 보석을 되게 좋아하나 보다.’

    그런데, 루크의 기행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루크는 안내원을 발견하고는 지체없이 다가가 묻는다.

    “저, 묻고 싶은 게 있네만.”

    “뭐니, 꼬마야?”

    “저 보석은 얼마면 살 수 있지?”

    아이의 손가락을 따라 이동한 곳에는 최초로 달에서 직접 캐온 ‘월영석’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저건 파는 물건이 아니다.

    그리 대답하기 위해 다시 시선을 내려 아이를 바라보자, 기대감에 차서 눈을 반짝거리는 모습에 말을 잇기가 곤란할 지경이다.

    “저, 꼬마야, 저게 예쁜 건 알겠지만, 저건 파는 게 아닌데…….”

    “역시 그런가……. 그래도, 어떻게 방법이 없는가?”

    “미안한데, 저건 국보라서…….”

    아무리 박물관이 현재 전시하는 물건이라지만, 국가적인 보물을 판매하는 것은 할 수 없다.

    루크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의 흥정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국보……. 국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러자 눈에띄게 시무룩해진 표정의 아이, 귀까지 추욱 늘어져서 마치 나쁜 짓이라도 한 것 같다.

    안내원으로서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므로 억울할 따름이지만, 어쩌겠는가.

    게다가, 루크는 그런 안내원의 감정따윈 딱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루크는 힘없이 몸을 돌려 다시 월영석의 앞에 섰다.

    어차피 못 얻는 것이라면 미련없이 털어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휴우…….”

    아쉽다.

    만약 이 월영석으로 아직 무너지지 않은 개인차원을 열 수 있다면, 만약에 이전의 내가 남겨둔 아티팩트나 마도서, 또는 재화들을 일부라도 찾을 수 있다면 대마법사가 되는 것도 순식간일텐데.

    루크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월영석의 주변을 훑었다.

    월영석의 주변을 감싼 보안마법의 취약점은 이미 파악했다.

    이대로 손톱에 마력을 담아 살짝 긁어내기만 해도 월영석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거기에 전시장에 환영마법을 인챈트하면 당분간 사라진 줄도 모를테지.

    그렇다면…….

    멈칫.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안되지 안돼. 도둑질은 안 될 일이야.’

    루크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충동적이라지만 범죄 행위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다니……!

    아아, 과연. 

    이것은 드래곤의 탐욕이 틀림없다.

    그래, 예로부터 드래곤의 탐욕은 전쟁을 부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시루드가 묻는다.

    “그게 그렇게 맘에 들었어? 가격까지 물어볼 정도로?”

    “아, 그게…….”

    루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마음에 드는 것이 사실이니까.

    마법사가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루크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간신히 몸을 돌렸다.

    “시루드, 다 봤으면 이제 돌아가도록 하자꾸나.”

    “……그래.”

    월영석을 뒤로하고 자리를 떠나는 루크의 표정은 상당히 고통스러워보였다.

    그렇게 보석이 좋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응애… 역시 역사는 쓰기가 너무 어렵네요.
    제가 학창시절부터 역사에는 강하질 못해서요.

    막 대충 설정 짤때는 재밌었는데 소설로 쓰기엔 다듬어야 하는 게 너무 많아서 피곤하군요…

    결국은 그냥 많이 쳐냈습니다.
    여백의 미….ㅎ
    대충 세세한건 현실의 역사랑 비슷한 거라고 치자구요.

    처음부터 꼼꼼히 설정을 짰다면 좋았을 텐데, 사실 처음부터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해서….ㅠㅠ

    아무튼, 루크는 현재 인피니티스톤을 두고 떠나가야하는 타노스의 심정이라고 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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