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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난데없이 도둑으로 오해받는 상황에도 엘라는 침착했다.

         

       우선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짓이 그렇게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조 공정이나 배합된 재료를 훔쳤으면 모르지만, 그녀가 모자에 넣은 과자들은 곧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걸 가져가는 게 그렇게 큰 죄는 아닌 것 같았다.

         

       거기다 노인이 정말 화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의 입가는 미소를 참으려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깃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던진 말!

         

       그건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연극에 나오는 대사였다.

         

       엘라는 노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가 놀랄 정도로 재빨리 태도를 바꿨다.

         

       “참 나, 엉뚱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세우시네? 늙어서 국자 들 힘도 없어 보이는 영감탱이가.”

         

       엘라는 탁자에 삐딱하게 걸터앉아 못마땅한 목소리로 노래하듯 속삭였다.

         

       노인을 부축하던 비서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안색이 굳어졌다.

         

       “이봐! 이분이 누구신 줄 아는…….”

       “가만히 있게.”

         

       빌헬름이 그를 제지했다.

       새로 들어온 젊은 비서는 열정도 넘치고 능력도 있었지만, 눈치가 모자랐다.

         

       “이곳은 신성한 왕실의 주방이다. 너는 누구냐!”

       “왕녀님을 모시는 시녀인데요?”

         

       그제야 비서는 공작 각하가 가끔 희곡에 나오는 구절을 상황에 맞춰 읊어댄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지금 하는 것은 그러한 것의 연장인 것이다.

         

       두 사람은 극작가 크리스티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과자 굽는 왕녀님’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왕실에서 무시 받고 사는 어린 왕녀가 배고픔에 몰래 주방에 내려왔다가 왕실 파티시에의 조수로 얼떨결에 채용돼 벌어지는 일을 담은 크리스티앙의 대표적인 희극이었다.

         

       둘의 연기는 이제 장면의 마지막으로 치달았다.

         

       엘라는 허리에 척 손을 올리고 노인 앞에 섰다.

         

       “그럼 직접 보면 되잖아요. 내가 도둑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나요?”

         

       그녀는 모자를 뒤집어 보였다.

         

       후두둑.

       과자들이 탁자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크게 당황해서 그것들을 바라봤다.

       인스피라 때문에 사라져야 할 과자들이 모자 안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물론 진짜 대본에서는 그녀가 맡은 배역이 실수하는 장면이 맞았다.

         

       파티시에는 그녀가 자기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의 청탁을 받고 온 것으로 의심하고 경비병에게 신고하려 했다. 가뜩이나 왕실에서 찬밥 대접받던 왕녀였다. 그녀는 더 우스갯거리가 될 수 없어 파티시에에게 뭐든지 하겠다고 사정했고, 그는 그녀를 일과시간 후에 불러내어 잡일을 마구 시켰다.

         

       파티시에는 처음에는 그녀를 믿지 못했지만, 제과에 관심을 가지고 재능을 보이는 그녀에게 흥미가 생겼고, 그녀의 주인인 왕녀의 허락을 받아-물론 허락을 내리는 것이 그녀 자신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그녀를 조수로 삼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제국의 사신단 대표로 온 황태자에게 과자를 대접해 그의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활약을 담고 있었다.

         

       엘라는 파티시에와 왕녀가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이 장면의 마지막에 변주를 줄 생각이었다.

       모자를 벗으며 ‘짠, 아무것도 없죠?’라는 식으로 상대를 놀라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인스피라가 발동하지 않았다.

       과자가 원더스타인의 모자 쪽으로 사라졌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그대로 남아 있었다.

         

       캔디맨은 엘라의 어리벙벙한 표정이 만족스러운지 박장대소를 했다.

         

       “하하, 잘했네. 순발력도, 암기력도, 연기력도 모두 훌륭하군!”

         

       엘라는 표정을 재빨리 고치고는 원래 의도한 것처럼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흠흠……저야 말로요. 설마 즉석에서 이렇게 연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할아버지도 되게 잘하시던걸요?”

         

       할아버지라는 말에 빌헬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평생 들을 수 없었고 앞으로 듣지 못할 호칭이었다.

       이렇게 가끔 지나가는 아이에게 듣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내가 누군지는 알겠나?”

         

       빌헬름이 비서의 부축을 받아 앞으로 걸어왔다.

         

       “음, 공장의 높으신 분으로 보이는데……. 눈이 불편하시신 데다가, 크리스티앙의 대본을 줄줄 암기하고 계시는 걸 보니 상당한 팬이시네요. 역시……슬라그보르트 공작 각하?”

         

       그녀의 대답에 빌헬름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렇다네. 내가 바로 빌헬름 슬라그보르트일세. 아니, 번거로운 것은 생략하지.”

         

       그는 그녀가 어젯밤에 열심히 외운 대로 격식 차린 인사를 하려 하자 제지했다.

         

       “그래. 황금 카니발에서 왔지? 아가씨의 이름은 어떻게 되나?”

       “황금 카니발에서 온 것은 맞지만 단원은 아니에요. 이름은 엘라라고 해요.”

       “아하, 아가씨가 레카체프 입학시험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던 그 엘라인가?”

         

       그녀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팔에 맨 붕대를 보여주었다.

         

       “팔 빠진 게 활약이라면 확실히 그렇긴 하죠.”

         

       그때, 사무실 뒤편의 문이 열리며 황금색 망토를 걸친 콧수염의 남자가 들어왔다.

       먼저 떠난 줄 알았던 로드 판타스틱이었다.

         

       그는 자신을 보며 당황해하는 엘라를 보며 미소지었다.

         

       “자네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네.”

       “에고고, 이쪽 사람들은 만만치가 않단 말이야.”

         

       지몬은 공작 앞에 서더니 그가 제지하기도 전에 완벽한 격식을 차려 인사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적절히 호흡을 밀고 당기며 운율을 타고 있어 듣는 재미가 있었다.

         

       빌헬름은 지금까지 수만 번은 들은 인사말이 신선하게 들리는 것을 흥미로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네. 로드 판타스틱.”

       “로드는 빼셔도 됩니다. 공작 각하께 그렇게 불리려니 부담스럽군요.”

       “하하, 그럼 마기어 군이라고 부르겠네. 내가 정말 좋은 손님들을 별장에 두었어. 아까 엘라 양의 솜씨를 봤는데 말이야…….”

         

       그가 이야기에 발동을 걸려던 그때, 젊은 비서가 그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각하, 움직여야 합니다. 일정대로 지금은…….”

         

       빌헬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 눈치가 없기는.

         

       “알았어. 움직이지. 이봐, 자네들은 내 수집관으로 가야 하겠지만, 나와 같이 움직이지 않겠나? 한 군데만 들렀다 나도 거기로 갈 생각이거든.”

         

       누구의 부탁인데 거절하겠는가.

       지몬과 엘라는 흔쾌히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공작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를 한순간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

         

       둘의 호흡이 어찌나 척척 맞는지, 공작은 공장을 가로지르는 동안 몇 번이나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심지어 딱딱한 표정만 짓던 그의 비서조차 입꼬리를 씰룩거릴 정도였다.

         

       “허허, 마기어 군은 별장 관리인에게 듣던 것과는 인상이 다르군. 늘 바짝 날이 서 있다고 들었는데.”

         

       지몬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었죠. 분위기가 변한 건 여기 엘라 양 덕분입니다. 단원들도 그녀가 들어온 게 황금 카니발 창립 이후 최고의 일이라고 말하지요.”

       “에이, 적당히 해야 칭찬이지. 알아요? 그건 사람 욕 먹이는 짓이에요. 할아버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단장님이 손님이라서 빈말하는 거예요.”

         

       아닌 것 같은데?

         

       늙은 공작은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에 담긴 마음은 남들보다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은근한 목소리로 지몬을 한 번 더 찔러보았다.

         

       “허허, 며칠 뒤면 아쉽겠군. 엘라 양이 떠나니까 말이야.”

         

       그의 말에 지몬은 조금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안 그래도 부단장 자리를 제의해서 붙잡을까 생각 중입니다.”

       “엇, 이 아저씨가 무슨 헛소리래. 따님은 어쩌고?”

         

       엘라가 깔깔 웃으며 대꾸했다.

       그녀는 그가 여전히 농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공장 뒤에 마련된 실습실이었다.

       원래 다른 도시에서 연수를 받으러 오는 제과사들을 교육하는 장소였는데, 지금은 견학 중인 방문객들의 활동 장소로 쓰였다.

         

       사람들이 지금 체험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케이크 장식 쌓기였다.

       주어진 수십 종류의 케이크 장식을 하나의 케이크 위에 쌓아서 가장 많이 올리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공작은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때, 무대에 잠시 얼굴을 비추기로 되어있었다.

       그가 무대 뒤에서 방문객들에게 할 인사말을 준비하는 동안, 지몬과 엘라는 방문객들이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과제를 해보기로 했다.

         

       프로그램은 거의 막바지였지만, 뛰어난 곡예사인 두 사람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하나의 케이크를 두고 장식 쌓기 경쟁을 벌였다.

         

       서로 번갈아 가며 장식을 쌓되, 다음 사람은 이전 장식보다 높은 곳에 장식을 쌓아야 한다는 규칙이었다.

         

       “무너뜨리는 쪽이 패배!”

         

       그렇게 엘라와 지몬은 서로 번갈아 가며 손에 든 장식을 케이크 위에 던졌다.

         

       무대 뒤에 있던 직원들은 둘이 벌이는 곡예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심히 올려도 모자랄 판에 저렇게 던져대다니?

         

       거기다 같은 층에 여러 개를 쌓아 밑을 보강하는 것 없이 서로 절묘한 각도로 케이크를 지탱해가며 한층 한층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단하군.”

       “저게 그 황금 카니발의 실력인가?”

       “아까 보니까 방문객 중에도 저런 사람들이 있던데.”

       “그래. 그 사이좋아 보이는…….”

         

       직원들의 속삭임을 들은 엘라가 지몬을 흘끗 바라봤다.

         

       “들었어요?”

       “아, 그래. 레카체프에 입학시험이 있었지 않나. 지금 이 도시는 10대 곡예사들이 제일 많이 몰려있을 거야. 시험을 치러온 김에 겸사겸사 공장 견학까지 하는 모양이지.”

       “어쩌면 레이나와 우리 단장님이 와 있을 지도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은 머릿속에 장면을 떠올려 보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애랑 둘이서 서커스 그랑프리와 관련도 없는 일에 힘을 쓰는 원더스타인.

       처음 보는 사람과 사이좋게 웃으며 케이크 장식을 하는 레이나.

         

       둘 다 너무 낯선 모습이었다.

         

       “하하.”

       “설마.”

         

       막 그들이 마지막 케이크 장식을 던지려고 할 때, 무대 위에서는 경연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자, 할아바지 손에 케이크 드시고! 손녀는 할아버지 업고 무대 한 바퀴!”

       “성공! 여기 경로 우대상! 지팡이 사탕! 하나 드립니다!”

       “무뚝뚝한 아들! 케이크를 든 엄마에게 사랑해요! 3초간 함성 발사!”

       “오옷, 케이크 쓰러지려다 겨우 버텼네요! 이게 아들을 위한 엄마의 힘인가! 여기 다정한 모자상! 모자 모양의 초콜릿입니다! 하하하!”

         

       사회자는 무대 위에 오른 도전자들에 케이크 장식을 떨어트릴지도 모르는 여러 과제를 시켰다. 과제를 완수하고 나면 상을 주었다.

         

       어차피 애들을 위한 행사인데, 엄격하게 평가를 할 건 아니었다.

       물론 대형붕괴를 일으킨 팀에게는 상을 주지 않았다. 대신 선물을 받고 싶으면 다른 과제를 완수하라는 식으로 장난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금발의 두 남녀가 위로 올랐다.

         

       “오옷, 이 두 분은 아까 맨 앞에서 마치 곡예를 하듯 쌓던? 두 분의 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삼촌과 조카? 오빠와 동생?”

       “서커스를 하는…….”

       “아빠와 따, 딸이에요!”

         

       남자 쪽이 답하기도 전에 10대 소녀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사회자는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타오르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이런 캐릭터는 또 어떻게 놀려야 할지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아빠와 딸? 와, 오늘 와서 제일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옆에 있는 잘생긴 형님이 애 딸린 아빠래요. 둘이 곡예사 부녀랍니다!”

         

       관객들이 발을 구르며 왁자하게 웃었다.

       남자는 평온하게 미소를 지었으나, 딸 쪽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사회자는 두 사람이 쌓은 케이크를 바라봤다.

       완벽했다.

         

       레카체프 입학식이 끝나면 항상 이런 사람들이 나타났다.

       입학식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온 김에 이곳까지 들렀다.

         

       “자, 이 케이크를 보면 아무리 봐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하네요. 그럼 간단한 과제 하나 합시다. 딸은 케이크를 손에 드세요! 아빠는 딸을 품에 안고 무대 한 바퀴!”

       “아, 안아요? 아앗, 다, 단, 아니, 아아……!”

         

       금발의 남자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딸이라고 주장한 쪽은 깜짝 놀라서 두 다리와 두 팔로 그의 허리와 목을 감쌌다.

         

       놀랍게도 그 갑작스러운 동작에도 케이크는 그녀의 손에서 조금의 균형도 흐트러지지 않고 서 있었다.

         

       사회자는 둘이 가볍게 과제를 완수할 거라 여겼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곡예사 애들이 다 그랬으니까.

         

       “와우! 놀라운! 곡예사 부녀! 폭발하는 건 케이크가 아니라 딸의 얼굴인 것 같네요!”

         

       그가 건지는 장면은 저 새빨갛게 달아오른 금발 소녀의 표정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이변이 터졌다.

         

       꼿꼿이 균형을 유지하던 케이크가 갑자기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힘이 밀어낸 것처럼 기우뚱하더니 앞으로 쏟아진 것이다.

         

       빵과 크림과 장식들이 무대 위를 뒹굴었다.

       직원들이 달려 나와서 능숙하게 그것들을 걸레로 밀어냈다.

         

       레이나는 단장님과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쓰레기처럼 뭉개진 것을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아…….”

         

       그녀의 눈시울에 눈물이 고였다.

         

       사회자는 당황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 아까도 말씀드렸죠? 여기 있는 케이크들은 뭐다? 버리는 거다! 설탕 하나도 안 들어갔고!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우리가 가지고 놀려고 만든 케이크에요! 자, 울지 마세요. 울지……. 다 큰 숙녀가…….”

         

       그가 그렇게 떠들어대도 레이나는 멍하니 케이크가 쓸려나가는 것만 지켜봤다.

       그때,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괜찮아요. 어차피 먹는 게 아니라잖아요.”

       “죄, 죄송합니다. 제가 또 못난 꼴을…….”

         

       그녀가 갑자기 울음이 터진 이유는 케이크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젯밤 내내 며칠 뒤면 이곳을 떠난다는 생각에 울적해 있었다.

       오늘 아침에 별장을 나올 때까지만 해도 완전히 떨쳐버린 줄 알았는데, 케이크가 무너지는 걸 보자 그 아쉬움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괜찮아요, 괜찮아.”

         

       원더스타인은 난처해하거나 화내는 기색 없이 웃으며 그녀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그러자 비통해 있던 레이나의 감정이 또 금방 밝게 피어올랐다.

       그녀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

         

       사회자는 무대 경력이 높았다.

       매일 보는 애들만 수백 명이었다.

         

       그는 레이나가 겉보기에는 나이가 많았지만, 감성적으로는 아직 10대 초반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힘들고 무서운 일에 금방 울고, 즐거운 반가운 일에 금방 웃는 것이다.

         

       “자,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케이크는 망가져도 선물의 기회는 있습니다. 그럼. 우리 부녀에게는……간단하게 사랑의 입맞춤! 볼에 뽀뽀하면서 아빠보고 사랑한다는 말을 큰소리로 외쳐주세요!”

         

       그 말에 원더스타인은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키예프 식으로는 볼에 입맞춤은 그렇게 대단한 요구가 아니었다.

       가족끼리는 흔하게 했지만, 공공연하게 하라면 살짝 부끄러운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자신들은 키예프 사람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레이나의 성격상 저런 당돌한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마 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아빠, 사랑해요!”

         

       그녀가 그의 뺨에 침이 튈 정도로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몸 안에 있는 모든 용기를 다 짜내었다.

       그리고……

         

       쪽.

       그녀의 입술이 그의 뺨에 닿았다.

         

       “음?”

         

       원더스타인은 2주 전 엘라의 경우에 이어 또 예상치 못하게 당한 기습에 놀랐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입을 맞춘 레이나였다.

         

       “어?”

         

       무대 바로 뒤.

       거기에는 그녀의 아버지가 고개를 내밀고 그녀를 바라보고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허?”

         

       로드 판타스틱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곳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그런 그의 경악도 옆 사람이 표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에엑?”

         

       엘라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뜨며 비명을 내질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더너어너 님, 360코인 후원! 우워! 감사합니다! 정실은…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아나이스로 정해두고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나이스 부분만 유독 억지 밀어주기가 좀 심했었죠. 상황 제시나 감정 묘사로나…. 그런데 그건 제가 뭘 잘 몰랐던 시절이고(챕터6 수정 전까지) 어느 정도 하렘물에 가까워진 지금에서 그렇게 끝내면 안되겠구나 해서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일단 추상적인 목표는 ‘독자님들이 제일 좋아하는 형태로 마무리하는 것’ 입니다. 적어도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한 드리프트는 절대 없습니다!~! 딱히 욕심을 부리겠다는 생각도 없고요. 하렘 엔딩도 좋고, 모두에게 여지를 남기는 엔딩도 좋습니다. 멀티 엔딩도 할 수 있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외전을 동원해서든 뭐든 캐릭터 별로 서사는 모두 납득이 가도록 마무리지을 생각입니다!

    -파페포포 님, 10코인 후원! 어느새 150화군요! 와! 그래도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꾸준한 관심과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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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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