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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 * *

       

       

       

       

       KFC의 회장(서기장) 레프 트로츠키.

       

       그는 대공황이 닥치자, 오흐라나를 피해 레온이란 이름으로 KFC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대공황으로 힘든 사람들을 KFC로 끌어모았다.

       

       피부가 흑색이라는 이유로 대공황에서 더 차별받는 흑인들을 중심으로, 정말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을 전부 끌어모았다.

       

       

       “KFC의 모든 동지는 지금의 현실을 보시오! 그 대단하다는 미합중국은 지금 바람 앞의 촛불이오! 거리에는 수많은 실업자가 굶주려 산 망자가 되어 돌아다니고 있고 농작물은 썩고 있소! 그런데 백악관은 명색이 정부라는 놈들이 이렇다 할 대응책도 준비하지 않았으니 이 얼마나 웃긴 일이오?”

       

       

       트로츠키는 KFC의 깃발아래에 모인 무수히 많은 흑인과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연설을 했다.

       

       백악관은 무능력하다. 국민이 죽어 나가는데, 이 모든 건 국민 책임이고 정부의 뜻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빡빡이 레닌 아래에서 선동하는 법을 배운 트로츠키는 이것을 이용한 것이다. 

       

       

       “레온 동지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보고 알아서 하래요! 저게 어딜 봐서 정부입니까?”

       

       

       러시아의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 신민들을 유혹하던 그 공산주의의 아이돌 빡빡이 레닌의 현란한 혀 놀림은 이어받은 트로츠키의 혓바닥은 미국의 대공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수많은 미국 시민은 트로츠키의 혓바닥에 정신을 못 차리고 현혹되었다.

       

       

       “자, 이제 모두 들고 일어납시다! 이제 우리라도 스스로 바꿔야 합니다! 저 무능력한 대통령 허버트 후버와 앤드루 맬런을 끌어내려 백악관 옥상에 매달아버립시다! 우리 스스로 인종에 구애받지 않고, 대공황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동자의 나라! 새로운 정부를 꾸리는 것입니다!”

       

       

       트로츠키는 미국인들의 가슴에 쌓이고 쌓인 불평불만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

       

       그야 그렇지. 주식시장의 붕괴로 왜 이런 피해를 받아야 하는가.

       

       이 경제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유럽 내에서는 공산주의자가 배후에 있다고 하였으나, 미국 본토의 사정은 달랐다.

       

       일단 트로츠키의 KFC는 인종평등주의을 기반으로 둔 사상이라 지금껏 알려진 벌레 같은 공산주의와는 차원이 달랐다.

       

       

       “경제 위기는 진작에 많은 경제학자와 사회주의자들이 예측한 것이었소! 그러나 백악관은 코웃음 치며 이를 가볍게 보고 대응책도 준비하지 않았소! 그 사태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당신들과 나 같은 노동자들이오! 이제 우리는 이를 더는 좌시해서는 안 되오! 마땅히 들고 일어나야 할 것이오!”

       “KFC! KFC! KFC!”

       

       

       KFC에 세뇌 타락한 미국인들은 KFC를 외치면서 몸에 피를 칠한 것이 아님에도 점점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KFC여 일어나라! 알래스카에서 뉴욕까지! 인종에 구애받지 않는 노동자의 깃발을 높이 들어라!”

       

       

       이전까지만 해도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으로 눈속임하던 KFC는 마침내 치킨이 아닌 노동자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백악관이 대공황으로 한동안 정신이 나가 있을 때, 미국 켄터키주에서는 KFC가 장악을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트로츠키에게서는 고소한 치킨 냄새가 흐르고 있으나,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미국 정부가 삽질할수록 혁명의 날은 다가오리.

       

       처음엔 무력투쟁이 아니었으나, 켄터키주를 중심으로 주지사를 회유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세력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전쟁 이후 영국으로부터 패권을 넘겨받은 그 미합중국이 흔들리고 있었다.

       

       

       * * *

       

       

       대공황이 터지고 나서 러시아는 큰 문제는 없었다.

       

       일단 나에 대한 믿음으로, 내가 하는 일과 국가두마의 지시에 무조건으로 따랐으며, 이것은 대공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국민이 단결된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단결된 러시아인들은 가스테프의 노동자 기계화에 따르듯,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으며, 다른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 공산주의 국가 다음으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국가 두마는 대공황을 겪는 지금 러시아의 상황과 외국의 상황을 자세하게 조사한 것을 나한테 채점해 달라고 올렸다.

       

       예상대로 다른 국가들은 처참하다.

       

       참 신기한 것이, 니콜라이 2세 시절보다 대공황 시대가 더 나은 거 같다.

       

       

       “실업자는 다행히 없군.”

       

       

       그나마 우리 사정은 나쁘지 않다.

       

       대공황 국내 상황에 대해 조사해보니, 실업자는 없어서 그나마 길거리에 나앉아 죽을 사람은 없다는 거지.

       

       적어도 일자리 모자랄 일은 없다.

       

       

       “폐하께서 준비한 개혁 덕이 아니겠습니까? 각지의 젬스트보도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고 있고, 이러한 사회 정책이 러시아를 대공황의 늪에서 구하고 있는 것이죠. 당장 미국은 천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나왔다는데, 역시 폐하는 대단하세요!”

       

       

       이제는 나를 숭배하는 것이 당연한 마리아가 감탄을 했다.

       

       괜히 부끄러워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 그럼, 그 문제는 되었고, 오흐라나 미국 지부에서는 뭐가 올라온 거야?”

       “예, 폐하. 이것이 오흐라나의 보고서입니다.”

       

       

       현재 미국의 상황만이 아니라 KFC도 감시하고 있는데, 그쪽에 뭐가 터졌나?

       

       그래. 트로츠키.

       

       대공황이니 트로츠키도 뭔가 했다고 볼 수 있다.

       

       올라온 보고를 읽어보니 기이하게 돌아간다.

       

       켄터키주를 중심으로 대공황에 대처해야 하는데, 정부는 무능력하다고 뒤집어엎어야 한다며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기 직전이라고.

       

       그보다 대공황이라 그런가. 보고서가 서류더미 수준이잖아.

       

       

       “흠, 그냥 쉽게 말하면 미국이 처참한 거지?”

       “네. 미국이 거의 아작나고 있다고 합니다. 켄터키주를 중심으로 KFC라는 단체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KFC가 반란을 일으킨 건가?”

       

       

       설마 진짜 반란을 일으킨 것인가?

       

       트로츠키가 반란을 지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직 반란 규모까지는 아닌 듯합니다만, KFC에 동조하는 도시가 많다고 합니다. 오흐라나 측에서는 빠르면 3년 내로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3년? 흠, 미국이 대응할 수도 있으니 그 정도로 잡은 건가.”

       

       

       KFC가 들고 일어나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 루스벨트는 원래 역사대로 대통령이 될까?

       

       루스벨트가 무언가로 인해 죽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뉴딜정책이 미뤄지기라도 하면 재미있어질 거 같은데.

       

       러시아가 결국 뉴딜 비슷한 것. 아니, 대공황 이전부터 준비하던 것을 시행했으니, 미국도 결국 우리 방식을 채택할 것이다.

       

       그게 얼마나 걸릴 지가 문제고.

       

       트로츠키가 어떤 식으로 이용하느냐가 문제지.

       

       그러니까. 트로츠키가 대공황의 대책을 내놓는다고 봐라.

       

       그다음 루스벨트가 뉴딜 정책으로 트로츠키의 방식을 채택하기라도 한다면 KFC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어, 이거 생각보다 큰 거 터트린 거 아닌가?

       

       이렇게 되면 정말 외국이 나서야 하는 수도 있다.

       

       

       “예. 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오르던 미국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

       

       하지만 말이야 반란이 빨리 끝나면 미국도 제정신 차릴걸.

       

       트로츠키가 크게 한 방 터트린다고 해서 그 한 방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지지층에 흑인이라는 존재가 있다.

       

       KFC에 백인들이 들어간다고 해도 그 특유의 흑인차별이 남아 있을 텐데 그게 가능할까.

       

       당장 현대에도 흑인에 대한 차별이 있는 것이 미국이다.

       

       아무리 힘들어서 KFC 아래에 들어간다고 해도, 흑인과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인가?

       

       설령 내전이 오래간다고 해도 방장 사기맵을 가졌잖아. 국가 재건은 금방하겠지.

       

       그럼 우린 그동안 할 일을 하면 된다.

       

       미국이 삽질하는 동안 러시아는 많은 자원과 인재 흡수로 날아오르게 하면 된다.

       

       

       “페하.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되었군.”

       

       

       그러고 보니 슬슬 두마로 갈 시간인가.

       

       

       * * *

       

       

       국가두마의 상태는 끔찍했다.

       

       왜냐고?

       

       

       “크! 여기 보드카 한 사발!”

       

       

       국뽕으로 미쳐 날뛰고 있거든.

       

       대공황 중,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오로지 러시아만이 불황에 빠지지 않았다.

       

       당연히 로마국민당을 중심으로 국뽕을 마구 빨았다.

       

       심지어 러시아가 내전기, 그리고 국가재건을 위해 벌인 사업들을 ‘공산주의 국가가 따라 한다.’로 이어져서 사실상 러시아가 대공황의 대비책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고 되어 있다.

       

       

       “대영제국은 대공황의 여파가 식민지까지 퍼져서 고생 중이고, 프랑스는 대전쟁의 피해가 워낙 커서 피해가 작은 것처럼 보이며, 수출 중심으로 호황을 누렸던 일본도 타격이 큽니다. 분열이 된 중국은 나쁘지 않지만 열강도 아니니 논할 것도 없지요.”

       

       

       일본까지 피해가 컸나.

       

       아, 그렇긴 하겠다. 그쪽도 아마 난리가 날걸.

       

       그쪽은 딱히 금본위제 조심하라고 말도 안 했다.

       

       물론 완벽한 뒤통수를 위해 일본 쪽에 조금 더 호감 살 짓을 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 이상 일본에 이것저것 알려주기에는 좀 그래.

       

       역사가 뒤바뀌고 있잖아.

       

       이 와중에 대공황을 조금이라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짓을 해 줄 수는 없지. 어차피 말한다고 듣지도 않을테고, 이미 일본은 대지진 크리로 이전부터 불황이기는 했다.

       

       일본은 원래 역사대로 대공황으로 군국주의가 더욱 판을 쳐야 한다.

       

       그래야 전쟁을 일으킬 것이 아닌가.

       

       그나마 남만주가 있으니 이쪽을 어떻게 해먹으려 하겠지만.

       

       반면에 우리는 자원이 넘쳐나고 농업 생산량 역시 늘렸다.

       

       수출 수입이든 무엇이든 우리는 경제를 국가가 간섭하고 있으니 변할 것도 없다.

       

       

       “대공황에서 오로지 우리 러시아만이 날아오르고 있으니, 러시아의 쌍두독수리가 전유럽을 지배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폐하!”

       

       

       운게른이 좋다고 펄쩍 뛰고 있다.

       

       그래. 저런 모습이 바로 지금의 러시아라고 할 수 있겠지.

       

       

       “프랑스는 피해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덜하지만 코뮌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은 식민지를 더 쥐어짜야 한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

       “폴란드와 튀르키예 같은 우리 영향력에 있는 국가들은 그나마 사정은 낫습니다.”

       

       

       프랑스는 뭐 예상한 부분이고, 영국은 진짜 영국답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해.

       

       지금 상황으로만 보면 러시아는 정말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니까.

       

       

       “뭘 그렇게까지. 하지만 우린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학교, 병원 등등 가득 지어야 합니다. 건설회사 외주도 넣고 중공업도 계속 장려하세요.” 

       

       

       소련도 중공업이 대공황 기간에 5배는 성장했다.

       

       우린 이미 이전부터 계속 밀어붙였고. 러시아의 국력은 나날이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폐하.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니겠습니까?”

       

       

       총리 크리보셰인은 걱정이 많았다.

       

       하긴, 지금 국가두마는 내전 때 쌓은 인기로 지금 쭉 크리보셰인 내각이 유지되는 중이다.

       

       혹시라도 대공황에 실패해서 지지도가 떨어지면 곤란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몰아 붙여야 합니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농작물은 썩는 와중에 실업자들이 길거리에 늘어져 있죠. 우리는 개혁하는 동안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각 지방의 도시도 도시 두마에 의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프라 확장은 당연한 수순이죠.”

       

       

       이건 좀 오버긴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폐하, 그럼 역시 내부 관리에 힘을 써야겠군요.”

       “네. 열강들도 타격을 크게 입었습니다. 졸부국가인 미국은 지금 내부에서 투자자들이 다 죽어 나가고, KFC라는 기형적인 공산주의가 퍼지고 있을 정도죠. 반면 우리는 피해를 최소화하였고, 러시아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이 시기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방심하지 말자.

       

       공공시설 개발 사업은 결코 대공황 중에 정신 나간 행위가 아니다.

       

       국민의 압도적으로 차르의 권위를 따르고 있을 때, 이럴 때야말로 시도 가능한 도박이며 대공황의 해결책이다.

       

       

       “폐하의 말씀대로 우크라이나 동부를 비롯해 러시아의 농민들도 트랙터를 이용해 농업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집단 농장 말아 먹은 주제에 소련처럼 허세 부리면서 곡물을 수출할 생각은 없다.

       

       

       “우린 더 이상 피의 일요일이 터진 러시아 제국 시절이 아닙니다. 지금이야말로 러시아가 다시 날아오를 때입니다.”

       

       

       대공황을 이용해서 다른 나라를 따라잡는다.

       

       미국이 대공황과 KFC로 연달아 정신을 못 차리고, 영국이 대공황과 식민지에 묶이고 프랑스도 코뮌으로 지랄 날 때, 러시아는 승승장구해서 그간 다른 나라에 밀렸던 것을 전부 뒤집는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전쟁에 대비하는 것도 있다.

       

       공산독일도 나와 같은 생각일걸?

       

       애초에 고립된 처지에 공산주의기도 했으니, 이탈리아와 짝짜꿍이 되어 다른 나라가 대공황 신음할 때 자기들끼리 공산주의 선전하고 군사력도 키우겠겠지.

       

       그렇다면 우리도 해야 한다.

       

       코뮌이 날뛰는 프랑스는 적화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하고.

       

       

       “그럼, 다음은 군사력 증강이군요.”

       “공산 독일과 이탈리아도 이 시기에 열심히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 무기 개발 현황은 어떻습니까?”

       

       

       최신 무기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

       

       적어도 공산 독일이나 이탈리아에 지지 않도록. 최신 무기를 계속 개발해야지.

       

       

       “대공황 와중이긴 하지만 잠수함 사령부를 신설하여 U보트를 꽤 생산했습니다.”

       “오 그래요? 그건 좋은 소식이군요.”

       

       

       결국 그럼 잠수함 쪽으로 가는 것인가.

       

       전함이나 항모를 넣어서 대규모 함대를 만드는 건 역시 무리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많이 덥네요.

    선작, 추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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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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