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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151화.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 6 )

       

       

       

       

       

       예술은 언제나 부유한 자들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땅 파먹고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도 사람인지라 빵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

       

       이상은 드높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니.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돈을 주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귀족은 예술품과 자신의 교양을 뽐낼 거리가 생겨서 좋고, 예술가들은 든든한 후원가 덕택에 예술에 전념할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관계 아닌가?

       

       누군가는 돈으로 예술을 사는 저열한 행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씀.

       

       미대 입시에 실패한 미대생이 어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이런 후원 관계는 재능있는 미대생을 후원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이름부터 수상하네.’

       

       

       그래서 예술은 언제나 돈에 지배되어 왔다.

       

       귀족의 요청에 의해서, 백만 장자의 후원에 따라서,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자들의 의뢰로서 지배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수상할 정도로 교양 넘치는 후작’은 도대체 어떤 경우일까?

       

       나는 확신한다.

       

       이 후작은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애호가’의 경우라고.

       

       

       ‘애초에 이 후작, 이스칼이 갔던 연회장의 단상에 있던 녀석이잖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게 뒤로 넘긴 회백색의 머리, 단단하게 펴진 허리와 흔들리지 않는 자세, 우아하면서도 품격 있는 걸음걸이.

       

       완벽한 노년 귀족의 교과서 같은 모습은 헷갈릴 수가 없는 특징이다. 

       

       그래서 고민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후작은 내가 이세계에 풀어버린 이상성욕에 깊게 감화된 것이 분명할 텐데. 이 자를 성지로 부르는 게 맞는 걸까? 괜히 드워프들에게 안 좋은 사상을 퍼뜨리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삥뽕ㅡ!

       

       《’수상할 정도로 교양 넘치는 후작’의 성지 방문을 추천합니다!!》

       

       《후작을 성지로 초대하시겠습니까? 대량의 신앙심이 사용됩니다!》

       

       

       케넬름이 추천이라는 글씨에 강조까지 해서 한 번 더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까지 강조하면서 추천한다는 것은, 케넬름 나름대로 무언가 노리는 것이 있다는 뜻이겠지. 케넬름의 생각을 믿고 메시지 창의 ‘YES’를 꾹 누른다.

       

       

       빠밤ㅡ!

       

       《’수상할 정도로 교양 넘치는 후작’을 성지로 초대합니다! 예상 소요 시간은 ㅡㅡ:ㅡㅡ 입니다!》

       

       

       우수수 빠져나가는 신앙심. 좀 많이 줄어들기는 했는데, 이정도는 여유롭다. 

       

       화면에서 반짝이는 별이 뾰로롱하는 이팩트를 만들어내더니, 수상한 후작의 주변으로 향했다. 반짝거리는 반딧불이처럼 깜빡이며 후작의 앞에서 날아다니는 작은 별들.

       

       

       – “어, ㅇ&ㅓ머! 이게 도ㄷ[ㅐ체 뭐죠…?”

       

       – “별빛… ㅇ¥ㄴ가? 그런데 왜 퍼리우스후작W자ㄱ님의 주변에 저렇ㄱ<ㅔ 맴도는 거ㅈ|?”

       

       – “저, 저거+ㄴ! 전에 성지로 향ㅎr는 문이 열₩ㄹㅕ서 신께서 인ㄷ&ㅗ했을 때와 똑가÷ㅌ아!”

       

       – “허어! 후ㅈ*ㅏㄱ님이 신의 부ㄹㅡ심을 받았단 말ㅇ*ㅣㄴ가?”

       

       

       갑자기 생겨난 별빛에 작은 소란이 일어난 연회장. 후작도 잠시 당황하는 듯싶더니 곧 능숙하게 자리를 정리하고는 별빛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저쪽 방향이면… 만신전 앞에 세워진 ‘차원 관문’ 쪽이다.

       

       아마 저대로 두면 성지에 알아서 도착하겠지.

       

       후작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서리비룡 이베르를 구경했다. 이베르는 서리용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따뜻한 곳을 좋아했는데, 온천탕에서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는 했다.

       

       

       ‘…저 뽈록한 배로 어떻게 떠 있는 거지?’

       

       

       작은 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온천을 헤엄치던 이바르가 여기가 극락이라는 듯 삐이이이ㅡ하고 울었다. 저게 드래곤인지 강아지인지.

       

       ㅡ 첨벙 첨벙!

       

       ㅡ “삐이익! 삑, 삐익!”

       

       ㅡ “으, 으악! 이비르 이 노□! 물장구는 ㅎr지 말라ㄴ|까!”

       

       ㅡ “삐이익…”

       

       ㅡ “왜 우리 이ㅂ|르 기를 죽ㅇl고 그래! 애ㄱ¥ㅏ 물장구 좀 할 수도 이$ㅆ지!!”

       

       ㅡ “저 놈 ㅈ€ㅓ거 인정머리 없ㄴㅡ#ㄴ거 봐! 아휴 이비르 괜찮ㄷr! 얼른 가서 수여▪︎ㅇ해! 아니지, 삼촌dㅣ랑 같이 수영 내기할까?”

       

       ㅡ “삐이익!”

       

       

       이베르와 드워프가 첨벙거리며 헤엄치는 걸 구경하다가 문득 수수께끼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 중 하나가 떠올랐다. ‘사랑꾼 오리’라는 이름의 아이템인데 아무리 봐도 목욕탕 장난감처럼 생긴 것이다.

       

       성지에서도 쓸 수 있나 싶어서 슬쩍 드래그 해봤는데 잘 된다.

       

       

       ㅡ “삐익? 삐이이익!”

       

       

       이비르가 뽈뽈거리며 헤엄치다가, 샛노란 오리 장난감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달려들었다. 품에 꼭 안고 볼을 부비는 것이 마음에 드는 모양.

       

       알찬 리액션이 꼭 시골 할머니 댁에 있는 새끼 강아지를 보는 기분이다. 드워프와 이비르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도 후작은 도착하지 않았다.

       

       

       ‘집안일이나 좀 하고 와야겠네.’

       

       

       싹싹 긁어 먹은 콩나물 케찹 무침의 그릇을 설거지하고, 청소기에 빨래까지 돌렸다. 

       

       

       삥뽕ㅡ!

       

       《’수상할 정도로 교양 넘치는 후작’이 성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하고서도 한참 뒤에야 도착한 후작.

       

       케넬름이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 후작을 추천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

       

       

       

       

       

       이번 연회도 완벽하다. 퍼리우스 후작은 가면 너머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얼마나 완벽한 연회란 말인가.

       

       진정한 예술을 아는 자들이 모여서 서로 교류하는 품격의 장. 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저들을 보라. 자신이 만들어낸 교류와 사교의 장소다.

       

       

       “모름지기 가장 보기 좋은 귀라고 하면, 역시 인간의 믿음직한 친구인 강아지가ㅡ”

       

       “하하하. 농이 지나치시군요. 도도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 매력인 고양이야말로 진정한ㅡ”

       

       “저는 개인적으로 말의 귀가…”

       

       

       퍼리우스 후작은 밀려오는 뿌듯함을 만끽했다.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제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림들이 그를 향해 박수치는 듯하다.

       

       이 연회장과 그림들은 제국에서 미련 없이 은퇴하고 성도로 온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의 증명이다.

       

       

       ‘이번 그림도 너무나 아름답군.’

       

       

       한올 한올 솜털까지 살아있는 고양이 귀, 잔뜩 심통이 난 영애의 맑은 눈빛과 단단히 낀 팔짱, 그와 대비되는 새빨간 볼과 새벽의 이슬처럼 맺힌 눈물 한 방울.

       

       그리고 살랑이는 꼬리.

       

       이 모든 것들이 퍼리우스 후작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아직도 기억했다. 우연히 동물귀 그림을 처음 봤을 때의 전율을!

       

       머리에 벼락이 꽂혀 온몸을 타고 흐르고,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눈이 열리는 그 충격이라니. 맹세컨데 그건 운명이었다.

       

       음유시인의 진부한 사랑 노래처럼, 한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면 이러하겠지.

       

       후작은 그날로 미련 없이 황궁에서 은퇴하고 성도로 향했다. 

       

       성도에 도착한 그는 제국에서 가져온 재산을 바탕으로 미친 듯이 그림을 사들였다. 남는 것이 돈이었고 부족한 것은 그림이었다.

       

       그러기를 수개월, 어느새 그와 뜻을 함께하는 자들이 모여 이렇게 큰 연회로 발전했다.

       

       

       ‘다음 그림도 빨리 발견됐으면 좋겠군.’

       

       

       마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이다. 그러한 속마음과는 반대로 후작의 행동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취향이 좀 별나긴 해도 그는 태어나기를 귀족으로 태어났으니, 행동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타인을 압도하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파아앗ㅡ

       

       은은하게 연회장을 채우던 음악이 한순간 멎어 들고, 잔잔하게 들려오던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멈췄다.

       

       

       “저, 저기 뭐예요?”

       

       “별? 별인가…?”

       

       “후작님! 이것도 후작님이 준비하신 겁니까?”

       

       

       반짝이는 보석들이 박힌 샹들리에, 그보다 더 오색찬란한 빛을 흩뿌리는 것들이 연회장의 중심에 나타났다. 반짝거리며 허공을 나는 새처럼 허공을 누빈다.

       

       나비처럼 우아하고 천천히 날아서, 멍하니 별빛을 바라보는 퍼리우스 후작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부드럽게 그의 손을 잡아 이끈다.

       

       마치 따라오라는 것처럼.

       

       이를 알아본 누군가 비명처럼 외쳤다.

       

       

       “아, 아!! 저거! 성지로 향하는 문!! 그 문이 열렸을 때 신께서 저 별들로 순례자들을 인도하셨던 그 빛입니다!!”

       

       “어머어머! 세상에, 그럼 설마 후작님이 신의 부르심을?!”

       

       “허어ㅡ 신께서도 후작님의 심미안을 알아보신 걸까요?”

       

       

       그 외침에 사람들이 수근거리며 후작을 바라보았다.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 없는 상황에 퍼리우스 후작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되찾았다.

       

       쿵ㅡ!

       

       후작이 지팡이를 굴러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먼 길 찾아와주신 여러분, 송구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이만 자리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불의의 사태로 폐를 끼치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꾸벅 허리를 숙여 사과한다. 엄연히 따지자면 후작의 잘못은 아니지만, 연회 주최자로서 그는 사과했다.

       

       다행히 손님들은 별다른 말 없이 그를 이해했다. 오히려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츠팟, 츠파팟ㅡ

       

       별빛이 후작의 옷깃을 쿡쿡 잡아당기며 재촉한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직감한 후작이 집사에게 빠르게 말을 전달했다.

       

       

       “집사, 내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연회장과 저택을 정리하고 사용인들과 함께 별장으로 가 있도록 해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림들을 최우선 순위로 여겨야 하고, 내가 없을 때는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고 손님도 받지 말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집사는 알아들었다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후작이 수집하는 그림들은 말로 꺼내기 민망할 정도의 취향이었고, 후작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최악에는 짐승과 붙어먹는다는 오명이 생길 수도 있다.

       

       비밀리에 모든 손님들을 파악하고 있는 문지기로부터 낯선 손님 한 명이 들어왔다가 방금 나갔다는 보고를 들은 후작은 신중을 가하기로 했다. 

       

       잠시동안 저택을 비우는 거라면 모를까,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니 만약을 대비하고자 저택을 모조리 비우라 명한 것이다.

       

       

       츠파팟ㅡ!

       

       “크흠. 이제 가겠습니다.”

       

       

       옷깃이 찢어져라 잡아당기며 재촉하는 별빛. 후작은 별빛의 힘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성도의 골목길을 지나 대로를 건너, 신앙의 심장이라 불리는 만신전까지. 별빛은 후작을 이끌며 인도하였다.

       

       이윽고 거대한 문에 다다랐다. 크기는 거인의 문과도 같았고, 성인 장정 여럿이 달라붙어야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무겁다.

       

       크그그극ㅡ!

       

       거대한 문의 크기에 압도된 후작이 천천히 발을 옮기며 다가가자, 육중한 문이 스스로 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이 멈추자 성인 다섯 정도가 지나갈 틈이 생겼다. 그 틈 사이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심연과 어둠뿐.

       

       후우ㅡ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작은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긴 후.

       

       지팡이를 탁탁 짚으며 걸어 나갔다. 후작을 문까지 인도한 별빛이 앞에서 날아가며 방향을 알려줬다.

       

       어둠을 헤치며 얼마나 나아갔을까.

       

       솨아아아ㅡ

       

       어느 순간 후작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에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찬란하게 반짝이는 황금 초콜릿 같은 후원!! 감사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때 최선을 발휘하는 법…!!

    – ‘IXDI’님!! 미소 가득한 상냥한 후원!!! 감사합니다!! 아악!! 작가의 심장에 직격한 사랑의 윙크!!! 치명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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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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