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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부우웅-.

         

       “…….”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하예린은 피곤하다는 듯 잠시 눈을 감았다.

         

       “…….”

         

       “…….”

         

       운전석과 조수석의 상구 오빠와 이김장 변호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기에 차는 침묵만이 맴돌았다.

         

       하지만 곧 이러한 침묵을 깨는 이가 있었으니….

         

       “…예린아.”

         

       “네, 오빠.”

         

       …바로 상구였다.

         

       이번 MS기획 때문에 일이 터지고 나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은 형제기획이었다.

         

       사무실로는 매일 수백 통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인터넷 상에서는 악덕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무엇보다 형제기획 사람들에게는 은인이나 다름없는 강형만이 경찰에게 잡혀 갔다.

         

       그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 강형만이 자기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겠다는 뉘앙스의 말도 하니 형제기획의 주축인 상구로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나서서 MS기획과 예린 부모의 주장을 부정해주지 않는 예린이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상구가 봤을 때도 예린이의 부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악질들이었다.

         

       어린 딸에게 집안일을 모두 맡기고 생활비를 벌게 하고.

         

       예린이가 나아아에서 우승하자마자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예린이의 앞길을 막았다.

         

       그에 반해 형제기획은 어떠했는가.

         

       예린이는 형제기획의 1호 연습생인데다 오랜 기간 얼굴을 봐와서 조직 식구들이 내심 예린이를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형제기획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의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나아아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또한 인간 대 인간으로 정을 주었다.

         

       …누가 봐도 부모 쪽이 아닌 형제기획 쪽에 손을 들어 줘야 하는 상황임에도.

         

       형제기획이 피해를 입는 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던 예린이가 조금 미울 수 밖에.

         

       하지만 상구의 이런 마음은 오늘 루키즈의 숙소에서 예린이를 보자마자 사라지고 말았다.

         

       ‘…상구 오빠.’

         

       …채권 추심을 하러 다니며 이런 얼굴을 많이 보았다.

         

       얼굴에 슬픔도…, 기쁨도…,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

         

       대체로 한계까지 몰린 사람이 그런 표정을 짓고는 한다.

         

       평소 상구는 채무자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그날은 추심을 하지 않곤 했었다.

         

       그런데 그런 얼굴을 지금 예린이가 하고 있다.

         

       이에 상구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은 거니, 예린아?”

         

       “…네?”

         

       “네 표정이…, 썩 좋지 않아 보여서.”

         

       상구의 질문에 예린이는 기계적인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괜찮아요, 오빠. 너무 걱정 마세요. 더 이상 형제기획에 민폐 안 끼치게 할게요.”

         

       “…….”

         

       자신의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역시 상구가 볼 때 예린이는 위태로워 보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잘 마쳐야 형제기획 그리고…, 그의 영원한 큰형님인 강형만이 무사할 수 있었기에….

         

       “…그래, 기자회견장까지 도착하려면 조금 남았으니 눈이라도 불이고 있으렴.”

         

       “네, 그럴게요.”

         

       상구는 예린이에게 손을 뻗어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

         

         

         

       NAS 엔터 측에서 기자회견 장소로 정한 곳은 서울의 한 호텔이었다.

         

       도착했다는 상구 오빠의 말에 차문에서 내리니 휑한 주차장이 나를 반겼다.

         

       “호텔 주차장인데 차가 거의 없네요?”

         

       고급 호텔이고 평일인 것을 감안해도 차가 너무 없는 것 같아 물으니 상구 오빠나 이김장 변호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대신 끼어들어 답해 주었다.

         

       “VIP를 위한 프라이빗 주차장입니다. 지정된 사람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죠.”

         

       “정 실장님.”

         

       그는 바로 정 실장이었다.

         

       내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니 그도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미리 배웅을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그의 말을 듣고 휴대폰을 켜 보니 아직 공식 기자회견까지 시간이 꽤 남은 채였다.

         

       “기자회견 시간까지는 대략 20분 정도 남았는데…. 여기서 시간 좀 보내다 갈까요?”

         

       “아뇨.”

         

       정 실장이 손목 시계를 보며 묻자 내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가능하면 지금 당장 가죠.”

         

       “…예린 양이 원한다면 그리하죠.”

         

       어차피 이미 웬만한 기자들은 전부 기자회견장에 도착해 있을 터.

         

       20분 정도 일찍 간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게 분명했다.

         

       이에 내가 빠르게 올라가자 말하니 정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베이터를 불렀다.

         

       “…….”

         

       “…….”

         

       VIP층이라 그런지 한참 위에 올라가 있던 엘리베이터는 금방 내려왔다.

         

       그 짧은 기다림 사이에 정 실장이 내게 물었다.

         

       “미리 말씀드렸던 것처럼 예린 양이 대본에 써져 있는 것만 기자들 앞에서 말하면 나머지는 저와 형제기획 고문 변호사님께서 모두 처리해 주실 겁니다. 예린 양, 대본은 잘 숙지하셨나요?”

         

       “네.”

         

       “잘하셨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예린 양 자리에 대본을 출력해 올려 놨으니 참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턱.

         

       나는 그리 대답하며 우리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꾹.

         

       정 실장이 기자회견장이 위치한 층을 누르고는 다시 한 번 내게 물었다.

         

       “…지금 기분은 어떠신가요.”

         

       “…….”

         

       …지금 기분이 어떠냐라.

         

       내게 그리 묻는 정 실장의 표정은 그리 편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나는 지금 누군가를 고발하러 기자들에게 가는 길이고 그 고발의 대상은 MS기획 안 대표와 신PD 그리고 내 부모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는 흔히 천륜(天倫)이라 부른다.

         

       나는 지금 천륜을 저버리러 가는 길이었다.

         

       당연히 나를 지켜보는 주변인들 입장에서 그리 보기 편한 일은 아닐 터.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아.’

         

       특성 ‘극마(極魔)’의 영향 때문인지 정작 당사자인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19년간 같이 살았던 부모를 버리러 가는데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진작 이랬어야 됐지.’

         

       드디어 부모와 연을 끊는다는 후련함, 그리고 상황을 이렇게 만든 내 부모를 향한 진한 원망만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뿐이었다.

         

       이에 나는 싱긋 웃으며 정 실장에게 답했다.

         

       “기분이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렇습니까.”

         

       “너무 아무렇지 않으면 좀 그런가요? 우는 연기라도 해야 하나?”

         

       연기력 스탯이 18밖에 안 되는데 내가 눈물 연기를 할 수 있나 진지하게 고민하니 정 실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너튜브 채널을 통해 스트리밍 또한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보게 될 테니 그냥 자연스럽게 해주시지요.”

         

       “자연스럽게…, 알겠습니다.”

         

       “혹여 실수를 하면 제가 도와드릴 테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넵.”

         

       띵.

         

       나와 정 실장이 그 대화를 마치자마자 엘리베이터는 기자회견이 있는 층에서 멈추었다.

         

       웅성웅성.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기자회견이 있는 대연회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저곳에 지금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모여 있다.

         

       어떻게 보면 1만 명의 관중들 앞에서 무대를 했을 때보다 떨리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아무런 긴장도 되지 않았다.

         

       저벅.

         

       그렇게 내가 엘리베이터를 나와 대연회장에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턱.

         

       “…!”

         

       갑작스레 나를 막는 손길에 놀라서 위를 바라보니 상구 오빠가 걱정스럽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린아.”

         

       “왜 그러세요, 상구 오빠.”

         

       “…정말 괜찮겠니?”

         

       “…….”

         

       상구 오빠도 참 마음이 여리다.

         

       내가 갑자기 여기서 기자회견 하기 싫다고 말하면 어쩌려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건가.

         

       “상구 오빠, 저 정말 아무렇지 않아요.”

         

       “…….”

         

       “기자회견 잘하고 올게요.”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상구 오빠에게 작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수 많은 기자들, 수십 대의 카메라로 가득한 대연회장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

       

         

         

         

       “야야, 지금 몇 시냐?”

         

       “회견 시작할 때까지 이제 한 2, 30분 남았나?”

         

       기자회견이 시작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았음에도 대연회장 안은 매우 분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기자회견의 대상이 바로 그 ‘하예린’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아아 시청률의 고공 행진을 이끈 돌풍의 주역이자 우승자.

         

       현재 대중들의 가장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아이돌 중 하나인 그녀가 데뷔 직전에 이런 일에 휘말리다니.

         

       평상시에는 비밀연애 같은 찌라시나 줍고 다니던 연예부 기자들에게 이것은 그야말로 축제나 다름없었다.

         

       “이번에 어떤 내용으로 기자회견 하려나? 자기 부모랑 싸우려나?”

         

       자극적인 소재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기자들은 차라리 하예린이 부모에게 반기를 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사람들의 시선이 기사에 더욱더 집중될 테니까.

         

       “그건 모르겠고 리액션이나 좀 맛있게 해줬으면 좋겠어. 애가 맨날 무표정이니 기삿거리가 잘 안 나와.”

         

       “그건 뭐 별 수 없지. 새로운 ‘얼음공주’인데. 크큭.”

         

       기자들 사이의 은어로 인기는 많지만 리액션이 둔감한 여자 연예인들을 ‘얼음공주’라고 부르곤 했다.

         

       그리고 평소 무표정이 심하기로 유명한…, 심지어는 나아아에서 우승할 때도 살짝 미소 지었을 뿐인 하예린은 ‘얼음공주’라는 칭호를 물려 받기에 자격이 충분했다.

         

       “아…, 흥분해서 소리 지르거나 눈물이라도 한 방울 흘렸으면 여한이 없겠는데….”

         

       “얼음공주가 그러겠냐고~ 그냥 우리가 최대한 자극적으로 그림 그려 봐야지.”

         

       그렇게 기자들끼리 어떤 식으로 기사를 쓸 지 입을 조금 맞추던 그때였다.

         

       “자! 예정 시간보다 20분 먼저 회견 시작하겠습니다!”

         

       “…뭣?”

         

       예정보다 빠르게 기자회견을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저벅.

         

       “엇…!”

         

       찰칵, 찰칵, 찰칵!

         

       …하예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야, 야! 빨리 카메라 켜서 스트리밍 시작해!”

         

       “네, 넵!”

         

       미리 공지해준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시작하는 거였지만 기자들은 불만을 내뱉을 새도 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오, 벌써 기사 하나 나왔네.’

         

       기자들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하예린을 보며 ‘하예린 기자회견룩’이라는 제목을 적었다.

         

       양키스 야구모자에 맨투맨 그리고 츄리닝 바지.

         

       평범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눈이 가는 패션.

         

       곧이어 저 옷들이 하예린 맨투맨과 하예린 츄리닝이라는 이름으로 완판되리라는 사실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다.

         

       “모여 주신 기자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이제 루키즈 하예린 양의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NAS 엔터 정 실장의 말과 함께 기자회견은 시작되었다.

         

       각종 방송사 너튜브 스트리밍으로 도합 십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대형 기자회견이었다.

         

       “이번 MS기획 안민성 대표의 말에 동의 하시나요?”

         

       “형제기획과 MS기획 양쪽 회사에 이중계약한 사실이 정말인가요?”

         

       “자, 질의응답은 가장 마지막에 할 테니 기자 여러분들께서는 조금만 기다려주시지요. 먼저 하예린 양의 입장 표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정 실장이 흥분한 기자들을 진정시키고 하예린의 오른쪽 자리에 앉자….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와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대연회장을 가득 메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아플 정도로 펑펑 터지는 플래시들과 그녀를 물어뜯기 위해 모인 수십 명의 기자들.

         

       누가 봐도 압박감이 심한 상황이었지만….

         

       “…….”

         

       얼음공주 아니랄까 봐 하예린의 표정은 너무나도 침착했다.

         

       이에 대한 불만으로 기자들이 안 들리게 혀를 차니 곧 하예린이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루키즈의 하예린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MS기획 안 대표님과 제 부모님의 주장을 전면 부정하기 위해섭니다.”

         

       “……!!”

         

       타닥, 타닥, 타닥.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하예린의 말에 기자들이 표정을 환희로 바꾸고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제가 형제기획과 MS기획에 이중계약을 했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입니다. 이는 모두 제 소속을 바꾸기 위한 MS기획의 탬퍼링 소행이며 제 부모님은 이 일에 동조했습니다.”

         

       기자들 중 대부분은 곧바로 ‘하예린’ , ‘패륜’ 같은 키워드를 섞어 제목을 적었다.

         

       사람들은 진실 거짓 여부 보다 더욱 자극적인 소재를 원한다.

         

       이번에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데뷔 예정인 아이돌이 부모와 불화가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도 효(孝)를 중시한다.

         

       이유가 어떻든 부모에게 반기를 든 자식은 비판을 받기 마련.

         

       이대로 가면 인터넷 상에서 하예린의 팬들과 그렇지 않은 쪽이 서로 싸우며 활활 불탈 게 분명했고…, 이것은 기자들이 특히 원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제 부모님은….”

         

       이에 기자들은 신나서 하예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기사를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충격! 루키즈의 하예린. 자신을 19년간 키워준 부모와 불화?]

         

       [나아아 우승자의 뒷면 : 패륜아 하예린]

         

       ‘이거는 무조건 뜬다.’

         

       그렇게 기자들이 각자 다양한 표현으로 대중들에게 먹잇감을 던질 준비를 하던 그때였다.

         

       타닥, 탁…?

         

       고개를 처박고 열심히 자판을 두들기던 기자들은 무언가 위화감을 들고 고개를 들었다.

         

       ‘왜 말을 하다 말고….’

         

       그리고….

         

       투둑, 툭.

         

       “…….”

         

       “…….”

         

       눈앞의 광경을 보고 그대로 얼어 붙고 말았다.

         

       툭, 툭.

         

       주륵.

         

       하예린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

         

       얼음공주라는 이명답게 무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던 하예린은 책상을 적시는 눈물 자국들을 보고 그제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듯….

         

       “…죄송합니다. 다시하겠습니다. 제 부모는….”

         

       소매로 눈물을 닦고 다시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투둑, 툭, 툭.

         

       하예린이 눈물을 닦으면 닦을수록 더 많은 눈물이 쏟아져 나왔고….

         

       주르륵.

         

       “…히끅.”

         

       이는 도저히 말을 잇지 못할 수준까지 이어졌다.

         

       “흐…, 제, 제 부모는…, 제 부모는….”

         

       하예린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손을 벌벌 떨면서도 어떻게든 말을 계속하려 했지만 쉽지 않은 듯 보였다.

         

       ‘……아.’

         

       얼음공주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혹한처럼 차갑던 얼음 뒤에는…, 누구보다 작고 여린 소녀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제, 제 부모는….”

         

       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수십 명의 기자들을…, 울컥하게 만들 정도로.

         

         

         

         

       **

       

         

         

         

       이번에 임시 해제된 ‘극마(極魔)’ 특성의 효과 중에는 인간성을 무효화한다는 효과가 있다.

         

       그 말은 즉, 특성이 적용되는 동안 내가 영화 속 사이코패스들처럼 무감정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기자회견 전까지 내 마음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채였고 내 부모, 안 대표, 신PD를 향한 원망과 분노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주륵.

         

       극마라는 히든 특성의 효과를 뚫고…, 해묵은 감정들이 터져 나온다.

         

       ‘사랑해, 예린아.’

         

       당신들이 한 말이 모두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딸.’

         

       한때 내가 당신들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여보, 우리 예린이…, 잘 키워 봐요. 세상에서 제일 귀하게….’

         

       당신들이 그때 했던 말이 진심이 아니었거나.

         

       ‘여,여보…! 이, 이 애가 저희 아기래요…! 저희 아기….’

         

       ‘이런 사랑스러운 아기가 내 배에서 나왔다고….’

         

       그때 당신들의 품이 그토록 따뜻하지 않았다면….

         

       나는 마음껏 당신들을 미워할 수 있었을 텐데.

         

       진작에 당신들을 내칠 수 있었을 텐데.

         

       투둑, 툭.

         

       “흐으…, 흐…, 제, 제 부모는….”

         

       미워하고, 의지하고, 증오하고, …사랑하고.

         

       당신들은 분명 내가 그리도 바라던 내 ‘부모’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제 부모는…, …저를 19년간 갈취하고 학대했습니다.”

         

       그 부모들을 버리고 다시 고아가 되기를 선택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토트넘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100화 때도 축하해주셨는데 150화 때도 이렇게 거금과 함께 축하인사를 해주시니..

    따흐흑…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제나 저를 응원해주시는 토트넘님 덕분에 제가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은 1부 마무리도 잘 마쳐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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