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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결국 나는 아르를 안고 워터 슬라이드를 타기로 했다. 

       

       “블링쿠! 블링쿠!”

       

       아르는 굉장히 급했는지 블링크로 나에게 와서 다시 블링크를 사용해 날 데리고 슬라이드 앞으로 왔다. 

       

       콰아아아아—

       

       여전히 물이 세차게 쏟아지고 있는 워터 슬라이드 원통 안쪽을 보고 있자니, 왜 아르가 무서워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높은 곳에서 쭉 떨어지는데 저런 폭포수 같은 물을 타고 앞길이 보이지도 않는 곳으로 간다는 생각을 하면 무서울 만도 했다. 

       

       ‘나야 뭐, 놀이기구라는 존재 자체가 현대인으로서 익숙하지만…. 아르는 완전히 처음이니.’

       

       내가 아르였어도 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슬라이드 원통 구멍에 뛰어들기 무서웠을 텐데, 원래 쫄보인 아르는 얼마나 무섭겠는가.

       

       “레온…. 나 안구 타 조!”

       

       아르는 오랜만에 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귀여운 말랑콩떡 아르 모습으로 나에게 두 팔을 쭉 내밀었다. 

       

       ‘아휴, 귀여워라.’

       

       누가 키운 해츨링인지 참, 어쩜 저렇게 귀여울꼬.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띄며 아르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쀼!”

       

       아르는 곧바로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하하, 아르야. 그래도 놀이기구 타는 건데 앞은 봐야 하지 않겠니?”

       “히잉. 구런가?”

       

       나는 피식 웃으면서 아르를 뒤집어 나와 같은 방향을 보도록 안았다. 

       

       아르는 침을 꼴깍 삼키며 살짝 불안한 듯 내 팔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아라써, 대신 아르 놓치지 안케 꼭 잡아 조야 대?”

       “물론이지. 걱정 붙들어 매.”

       

       나는 한 팔을 안전바처럼 아르의 겨드랑이 아래로 가슴팍에 둘렀고, 나머지 한 팔로 아르의 두 발을 받쳤다. 

       발이 내 팔에 닿자 아르는 조금 안심한 듯,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발바닥 전체를 팔에 꼬옥 눌러 붙였다. 

       

       “자, 그럼 간다?”

       “레, 레온! 자자잠깐….”

       “응?”

       “심호흡 좀 하구…. 호, 하, 호, 하아….”

       

       아르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더니, 마치 마왕과 일대일 결투라도 할 것처럼 비장한 각오가 담긴 동그란 눈을 부릅떴다. 

       

       “대써! 아르 이제 갠차나!”

       “오케이!”

       

       나는 아르가 다시 타임을 외치기 전에, 곧바로 뛰어들었다. 

       

       촤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앗!”

       “삐유우우우우우우욱!”

       

       내려가는 내내 아르는 내 팔을 있는 힘껏 잡았고, 두 발도 한껏 오므린 채 내 팔에 의지했다. 

       

       촤아아아아아—

       

       풍덩!

       

       “쀼룩!”

       “푸앗! 아, 재밌었다!”

       

       이번엔 360도 회전 구간에서 일부러 콧김을 내뿜어 코에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아르야, 어때. 재밌었어?”

       

       안고 있던 아르를 놔 주자, 아르는 물 위로 얼굴을 쏙 내밀었다. 

       

       ‘과연 아르의 반응은?’

       

       표정은 뭔가 멍해 보여서, 표정만 가지고는 종잡기가 힘들었다. 

       

       아르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 눈을 끔벅끔벅 하더니, 고개를 돌려 워터 슬라이드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으로 자신이 내려온 길을 쭉 훑어 보았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며 팔을 쭉 뻗었다. 

       

       “쀼우우웃! 완젼 재미써써!”

       

       그제야 나도 조금 안심하며 아르를 안아 주었다. 

       

       “아유, 그랬어? 재밌었음 다행이네.”

       

       혹시라도 무섭기만 했다며 울음을 터뜨리면 어쩌지, 하고 잠깐 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아르는 워터 슬라이드를 제대로 즐긴 모양이었다. 

       

       “우응! 완젼 스릴 이써! 레온, 레온. 아르 한 번 더 안고 태워 주면 안 대?”

       

       아르는 물 속에서 꼬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게 물었다. 

       

       “한 번 더? 진짜 재밌었나 보구나. 좋아. 그럼 가 볼까?”

       “야호! 블링쿠!”

       

       아르는 나를 잡으며 블링크를 썼고.

       눈을 감았다 뜨니 나는 아르와 함께 다시 워터 슬라이드 꼭대기에 와 있었다. 

       

       ‘와, 새삼스럽지만 이거 엄청난 혁명인데.’

       

       실제로 가리비안 베이 같은 워터파크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워터 슬라이드를 타려면 성수기 기준으로 기본 대기 시간이 한 시간은 족히 될 터.

       

       요즘에는 놀이기구 탈 때 익스프레스 같은 티켓이 있어서 돈을 내면 횟수별로 빠른 대기열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번 타고 내려오면 다시 타는 곳까지 쭉 걸어 올라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재미있게 워터 슬라이드를 타자마자 블링크로 출발 지점까지 바로 다시 올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책임 없는 무한 쾌락이 아닌가.

       

       “그럼 바로 간다?”

       “쀼웃! 준비 대써!”

       

       촤아아아아아—!!

       

       “끼얏호오오오!”

       “삐얏호오오오!”

       

       이번에는 아르도 조금 적응했는지, 아까처럼 내 팔을 꼬옥 잡고 있는 대신 두 팔을 하늘 위로 쭉 뻗은 채 기분 좋은 비명을 질렀다. 

       

       풍덩!

       

       “푸아! 와, 이렇게 연속으로 타니까 장난 아닌데?”

       “또 타러 가쟈! 블링쿠!”

       

       팟.

       

       “이번엔 아르 혼자 한번 타 볼래?”

       “우음, 아라써! 이제 탈 수 이쓸 거 가타!”

       

       아르는 폴리모프로 몸을 다시 어느 정도 키우고는, 비장한 발걸음으로 워터 슬라이드 앞에 앉았다. 

       

       “쀼우.”

       

       그리고 꼼지락대며 천천히 엉덩이를 앞으로 밀었다. 

       

       “쀼. 가는 고야.”

       

       아르는 마지막으로 결심을 하고는 손으로 바닥을 밀었다. 

       

       촤아아아아아!

       

       “삐유우우우우우우우!”

       

       아르의 비명 소리가 원통 안에 울려 퍼지며 점점 멀어졌다. 

       

       풍덩!

       

       나는 저 아래에서 아르가 튀어나와, 어푸어푸 물장구를 치는 아르의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아르는 곧 나를 올려다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아르 혼자 슬라이드 타써!! 완죤 재미써!!”

       “그래! 나도 곧 간다!”

       

       촤아아아!

       

       그렇게 몇 번이나 연속으로 워터 슬라이드를 탔을까. 

       

       “푸아, 후아…. 와, 진짜 원 없이 탔다.”

       “쀼, 쀼우…. 세상이 핑핑 도는 거 가타….”

       “이제 슬슬 나갈까?”

       “그러쟈!”

       

       과장 좀 보태서 평생 탈 워터 슬라이드를 다 탄 우리는 탕 밖으로 나왔다. 

       

       “쀼! 이제 나가서 우유 마셔야징!”

       “아르야?”

       “우응?”

       

       나는 곧바로 나가려는 아르를 붙잡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 제대로 씻고 나간다고 했었지? 앉으렴.”

       “삐유우우…!”

       

       ***

       

       아르는 순순히 의자에 앉았다. 

       

       나는 나보다 덩치가 큰 아르의 등에 비누 거품을 정성스레 묻혀 주었다. 

       

       ‘진짜 많이도 컸네.’

       

       말랑콩떡이던 때가 참 엊그제 같은데.

       

       아니, 사실 아까도 말랑콩떡 모드를 잠깐 하긴 했지만.

       

       “레온, 나 여기두 뽀득뽀득 해 조.”

       

       얌전히 앉아 있던 아르는 두툼해진 젤리를 내밀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르가 웬일로?’

       

       그동안은 ‘아르 다 커써! 혼자 씻을 수 이써!’라고 해 왔던 아르다.

       

       그런데 갑자기 손을 내밀면서 문질러 달라니.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던 나는, 아르의 눈망울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 해 줄게.”

       

       아르의 얼굴은 거의 성체에 가깝게 성장해 있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망울에는 여전히 순수함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그동안 몸집이 작았을 때에는, 마치 어른 화장을 하고 싶어하는 딸아이 같은 심정으로 씩씩하게 행동하려고 했었을 것이다.

       

       뭔가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강해져야 하고 나를 도와 멋진 용이 되어야겠다고 느낀 것도 있을 거고.

       

       ‘하지만 막상 이렇게 일시적으로나마 평화가 찾아오고, 실제로 몸도 커지고 나니 오히려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거지.’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유복한 환경에서 걱정 없이 자라게 해 주지 못한 게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런 위협도 없이 처음부터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어렸을 때부터 마음껏 어리광 부리면서 자랐을 텐데 말이야.’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었고, 내 목숨 하나 부지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게 부모의 마음인 건지, 괜히 아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뽀득, 뽀득.

       

       그래서 나는 아르의 두툼한 젤리를 정성스레 뽀득뽀득 씻겨 주었다. 

       

       “요렇게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잘 씻어 줘야 해.”

       “헤헤, 먼가 간지럽구 기분 조아.”

       

       두툼해진 손의 사이 사이까지 씻어 주자 아르는 헤벌쭉해진 얼굴로 가만히 내 손길을 즐겼다. 

       

       “쀼히흣! 발바닥은 언제 씻어두 간지러!”

       “하하, 조금만 참아.”

       

       물론 나도 아르의 손바닥과 발바닥 젤리를 마음껏 만지며 즐겼다. 

       

       ‘진짜 왕 크니까 왕 귀여워 죽겠네.’

       

       의자에 앉아 발을 쭉 내밀고 쀼 소리를 내며 웃는 아르를 보면 나도 절로 웃음이 났다. 

       

       그렇게 아르를 뽀득뽀득 씻겨 주고, 나도 아르의 도움을 받아 뽀득뽀득 씻었다. 

       

       “아르도 잘 하네.”

       “히히, 구치?”

       

       아르가 두툼말랑한 젤리로 등을 문질러 줄 때의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웜 윈드(Warm wind)!”

       

       아르가 화염계 마법과 바람계 마법을 조합해서 만든 ‘웜 윈드’ 마법을 쓰자, 헤어 드라이어를 방불케 하는 따뜻한 바람이 몸과 머리를 뽀송뽀송하게 말려 주었다.

       

       거기에다 호텔에 구비되어 있는, 촉촉한 슬라임 액체로 만든 보습 젤까지 바르자 거의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휴우! 상쾌하다.”

       “레온두 우유 마실래?”

       “오오! 좋지!”

       

       나는 아르가 아공간에서 꺼내 내민, 꿀이 든 시원한 우유를 아르와 함께 들이켰다. 

       

       “크으으으!”

       “뀨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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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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