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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세기말.

        

       한 시즌이 마무리되어가는 시기.

        

       누군가는 어떻게든 시즌이 끝나기 전에 최고 랭크를 달성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누군가는 눈앞으로 훌쩍 다가온 다음 시즌을 바라보며, 또 누군가는 이번 생은 망했으니 남들도 망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려드니…… 랭크 게임에 혼돈이 찾아오는 나날들이다.

        

       아마, 포스트 아포칼립스 사태가 일어나면 이런 분위기겠지.

        

       그리 혼란스러운 와중에 모두가 공유하는 생각이 있다면, ‘이 세상은 이미 끝났어’ 아닐까.

        

       그렇기에 내게는 몹시, 몹시 친숙한 분위기다.

        

       시즌 7부터는 매일매일이 구 시즌의 세기말 느낌이었다. 이미 망한 게임으로 대하는 사람과, 그 와중에도 승리에 목숨을 바친 사람, 티배깅을 할 기회를 위해 게임을 하는 사람과, 절묘한 순간에 교묘하게 던지는 것만을 게임의 목표로 삼던 사람까지.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문득 고향에 돌아온 듯한……그리운 느낌마저 조금 들었다. 조금은.

        

       월드시리즈 결승 사흘 전.

        

       다시 말해, 시즌 종료 일주일 전.

        

       [오소이(성기사): 응~ 이거 부캐야~ 걍 져~]

       [오소이(성기사): 니네 아무도 마스터 못가~]

        

       [빨초파(사제): 가정교육을 독학했나 진짜]

        

       [워치(마법사): 아 진짜]

       [워치(마법사): 제발 $%*@하지 말고 게임 좀 하자고]

        

       [오소이(성기사): 포션이 대가리 박고 인간 흉내 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생각은 해봄]

        

       [워치(마법사): 내가 대신 사과할게]

       [워치(마법사): 미안하다 게임 하자 제발]

        

       [빨초파(사제): *을 까세요 @$!#1련아]

       [빨초파(사제): 마스터 대리 얼마 들었냐?]

       [빨초파(사제): 느그 부모가 뼛골빠지게 번 돈 대리기사한테 상납해서]

       [빨초파(사제): 한다는 게 게임에서 꺼드럭거리는 거임?]

        

       [오소이(성기사): (마스터 미만은 볼 수 없는 채팅입니다)]

       [오소이(성기사): (마스터 미만은 볼 수 없는 채팅입니다)]

        

       오랜만에 시작한 랭크 게임에서는 익숙한 구린내가 풍겨나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채팅은 그다지 그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 시절엔 그래도 다들 말은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그 시절 상위 티어에서는 항상 서로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탓에 서로에게 도가 지나친 욕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퍼부었는데, 다음 날 다시 같은 팀으로 만나는 일이 한두번이어야지.

        

       정말 망겜이긴 망겜이었던 그 나오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치 인기가 늘어난 만큼, 악성 유저들도 그에 비례하여 폭증했을 터다. 인구가 충분히 많아졌으니 익명성이 강화되기도 했고.

        

       어쩌면 지금의 이……야생에 가까운 상태가, 더욱 자연스러운 세기말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인데 바른말 고운말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미니맵과 스코어를 확인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지금부터라도 다들 합심하여 어떻게 어떻게 잘 하면 이길 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무리겠지.

        

       게임은 뒷전으로 한 채 다채로운 욕설을 주고받고 있는 성기사와 사제는 그렇다 치고, 2 명의 궁수조차도 이미 아군 성채 안에 틀어 박힌지 오래였다.

        

       한 번씩 팀킬 메시지가 뜨는 게, 서로에게 화살을 쏘며 노는 중인가 본데.

        

       마지막까지 포기를 하지 못하던 마법사는 어떻게든 트롤들을 달래는 한편,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고 날뛰고 있었지만……될 리가 있나.

        

       [워치(마법사)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워치(마법사): 개 * 같은 @$*!들아]

       [워치(마법사): 아 진짜 왜 맨날 이딴 @$*!들이 팀에 걸리지]

       [워치(마법사): * 망겜 진짜 씨1발거]

       [워치(마법사): 걍 접는다 씨1발]

        

       [워치(마법사)님이 게임을 종료하였습니다]

        

       흔한 마무리였다.

        

       그러면, 이제 게임을 이기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나도 포기해도 되겠지. 한 명이라도 의지가 있다면 나도 최선을 다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혼자 남아서야 할 수 있는 게 없다. 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니.

        

       -흐으으……

        

       마우스를 놓고, 어깨를 빙빙 돌려가며 스트레칭했다. 뻐근하네.

        

       싸우는 와중에도 항복은 꾸준히 반대하는 몇 명 덕분에, 정작 게임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고.

        

       이럴 땐 오목이나 두면 딱인데.

        

       적군이 성문을 돌파하고 들어오는 순간에, 조용히 오목을 두고 있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마무리다. 상대가 잠시 흠칫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고.

        

       [따아먹(도적): 오목두실 분 구합니다]

       [따아먹(도적): 선수 양보해드림]

        

       성채에 격자무늬로 쌓인 벽돌 앞에서 외쳐보았지만- 안타깝게도, 호응은 없었다.

        

       낭만을 모르는 사람들이네.

        

       “아쉽네요.”

        

       『세기말 랭겜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사가 걍 씹 버러지였는데』

       『시참이나 할까요』

       『이거 보고 큐 잡힌 거 바로 닷지했습니다』

       『입맛이 싹 가신다 진짜』

       『진짜 개 쓰레기 같은 게임이야』

       『마법사 6연패네 개불쌍함 ㄹㅇ』

       『나오나 삭제하고 현생살러 갑니다』

        

       확실히, 랭겜을 하기 좋은 시기는 아니다.

        

       애초에 나오나 류 대전 게임의 재미는, 서로의 실력을 부딪혀 우열을 가리는 것에서 오는 건데.

        

       누구 팀에 티어를 올리고 싶은 사람이 걸리고, 누구 팀에 수문장 놀이를 하고 싶은 트롤이 걸리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건 영……취향이 아니다.

       

       점수에 욕심이 나는 것도 아니고.

        

       “……솔랭은, 여기까지 할까요.”

        

       스윽, 확인해본 채팅창에서는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내 제안을 이 정도로 반기는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쏟아지는 채팅을 잠시 구경하고 있자니, 다음 컨텐츠에 대한 의견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신작 게임을 추천하는 이들과, 시청자 참여를 하자는 이들……시청자 참여는 알아서 하면 될 텐데.

        

       원래 진정한 시청자 참여는 직접 쟁취해내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딱히 큐를 가리고 돌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티어가 안 맞는 사람들 중에서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테니. 시청자들 중에서 마스터~챌린저 큐가 잡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시청자 참여……다음에 준비해서 한 번 해볼게요. 지금은 랭크 게임 돌리기 좀 그래서.”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월즈 결승은 혹시 중계하실 건가요? 제발요… 마지막이잖아요】

        

       ……결승이라.

        

       얼마 전 있었던 4강전의 결과는 확인했다. 결국 GP가 결승 진출까지 성공했었지. 내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임 하이라이트를 봤는데……당연하다는 듯이, 12명의 선수들 중 도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소독스에게 한 마디를 보내고 싶어졌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결승을 앞둔 선수를 함부로 추궁할 정도로 몰상식한 사람은 아니다. 혹시 비밀병기로 아껴 둔 걸지도 모르고.

        

       그래.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렇게 연습해놓고 한 번을 안 꺼내겠어.

        

       그렇게 생각하면……결승만큼은 실시간으로 보고 싶기는 하다. 프로경기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지만, 이건 좀 특별하잖아. 내가 직접 고안해서 펑고까지 해준 전략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리고 기왕 본다면, 다 함께 채팅치며 보는 편이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시청자들에게도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 아닐까.

        

       “음……중계, 좋네요. 그럴까요.”

        

       『캬』

       『ㄹㅇ??』

       『극』

       『락』

       『진짜?』

       『??기대도 안 했는데』

       『ㄹㅇ?』

        

       오늘따라 무슨 일인지. 던지는 제안마다 이렇게나 다들 기뻐해주니, 조금은 뿌듯하다.

        

       스트리머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징표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월드시리즈 결승은, 방송을 켜고 시청자들과 같이 보기로 결심했으나-

        

       “어떻게 하면 되는지 좀 알아볼게요. 신청을 따로 해야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

       『아니 진짜 신청도 안 해뒀어?』

       『오해하지 마세요~ 더 로그 스트리머여서 그렇습니다~』

       『신청을 왜 지금 알아봐요』

       『결승이 내일모렌데』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중계 허가 신청기간 끝난지 3주 됐습니다】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씨1팔 지난 달부터 제발 신청 좀 하라고 갤에 도배를 얼마나 했는데】

        

       『그걸 왜 갤에 도배를 하는데』

       『이메일보다는 갤을 자주 확인하는 거 같기는 해』

       『니들이 선택한 스트리머다…』

       『드립이지? 진짜 안 함?』

       『이딴 게 나오나 스트리머…?』

        

       사소한 문제가 있더라.

        

       검색해보니, 과연 시청자들의 지적대로였다. 트위트 방송으로 중계를 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허가 신청을……그렇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모처럼 훈훈하던 채팅창의 민심은 빠른 속도로 흉흉해지고 있었다. 차라리 중계를 언급도 하지 않았으면 다들 별 생각 없었을 것 같은데.

        

       음……뭔가 방법이…….

        

       아.

        

       이거, 허가가 사람이 아니라 방송 기준이네.

        

       “허가 받은 사람 방송에서 합방하면 되지 않을까요.”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어느덧 우리의 첫 캠핑이 겨우 2주 남았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들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특히 레반님은 텐트를 혼자 써야 하니 준비 잘 하셔야 해요]

        

       [레반: 안 간다니까요]

       [레반: 여자 셋이랑 캠핑갔다가 대체 무슨 소리를 들으라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동료들을 여자로 보고 계셨던 건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실망이 커요]

        

       [레반: 아니]

       [레반: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별포크: 네네네!! 저 머시맬로 굽는 전용 스틱 샀어요!!]

       [별포크: (사진)]

       [별포크: 이거 짱귀엽지않나옄ㅋㅋㅋㅋㅋ]

       [별포크: 안에 다 익으면 스틱 색이 변한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신기하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무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준비 중에 궁금한 거 있으면 말씀 주시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혹시 이번에 월드 시리즈 결승 방송으로 중계하시는 분 계신가요?]

        

       [별포크: 저요!]

       [별포크: 중계라고 하긴 좀 그렇곻ㅎㅎㅎ 그냥 시청자들이랑 같이 보려고요]

        

       [아크: 응응 나도 중계는 할 예정! 시훈 오빠도 할 걸?]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러면 혹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같이 보실 분도 계실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오늘 보니 중계 신청기간이 아슬아슬하게 지나서요]

        

       [별포크: 저요!!]

        

       [아크: ?? 아슬아슬……?]

       [아크: 그럼 다같이 보면 어때? 고라박스님이랑 궁탁님까지 해서 중계해도 재밌을 거 같은데]

       [아크: 아 근데 사람 여럿이면 캠은 켜야 될 거라……좀 위험하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캠 켜도 괜찮아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사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이거 살 거라]

        

       [별포크: ……?저게 뭐예요?]

        

       [레반: 제발 정상적인 방법으로 얼굴을 가려요]

       [레반: 은행강도 코스프레 하지 말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강도라니요. 스키 마스크예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효율적이고 좋지 않나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보온도 뛰어나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명군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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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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