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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무겁다.

         

       아득한 질량에 짓눌려 터져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올리비아의 본능은 그녀로 하여금 더 많은 뇌전을 쏘아보내도록 만들었다. 밀려나면, 죽는다.

         

       그냥 하늘로 도망쳤어야 했나?

         

       때늦은 후회였다. 막기로 결심한 이상, 막아내야 했다.

         

       드드드드드……!

         

       뇌전의 기둥이 지면에서부터 솟구치며, 운석처럼 추락하는 조디악과 충돌했다. 접점 부분이 거세게 타들어가며 소멸하고 있기는 했지만, 조디악의 신체는 빌어먹을 만큼 거대했다. 신체가 소멸하기 전에 땅에 충돌하고야 말 것이다.

         

       ‘하나……더!’

         

       빠득, 빠드득. 주먹에 힘을 몇 번 주자, 심장 주위를 맥동하던 마력의 일부가 손 끝에 모여들었다. 올리비아는 손을 하늘로 뻗어, 그대로 냉기를 쏘아보냈다.

         

       얼린다.

         

       조디악을 얼리는 것이 아니다. 소환수에 불과한 놈을 얼려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다. 올리비아는 대신, ‘속도’를 얼렸다.

         

       중력 자체를 얼려버림으로서 상쇄해낸다. 그건 자연 법칙을 무시하는 행위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걸 막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슈욱……!

         

       그동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빠져나간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건 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심상(心想)에 기인한 마법이니까.

         

       불가능하지만, 진리에 도달한 마법사의 지배력은 그것을 가능케 한다.

         

       얼릴 수 없는 것을 얼린다. 올리비아는 원한다면, 화염을 꺼뜨리지 않고도 얼릴 수도 있었다.

         

       지금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심상이 지팡이를 통해 펼쳐지는 것은 찰나(刹那).

         

       그 순간에 조디악의 신체는 자유낙하를 멈췄다.

         

       그리고 정지했다.

         

       츠츠츠츠츳!

       

       뇌전은 게걸스럽게 조디악의 신체를 파먹고 들어갔다. 상체 없는 거신의 괴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올리비아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 찰나에 자신이 사용한 대마법은 세 개. 그리고 어딨는지도 모르는 아우렐리아가 사용한 대주술은 아직 한 개에 불과했다.

         

       ‘언제 또 이상한게 나타날지 몰라.’

         

       그아아아아아……!

         

       그 의문은 뇌전에 조디악의 신체가 파괴되자마자 해소됐다.

         

       뇌전이 솟아난 탓에 엉망이 되었던 늪지대가, 일순간에 재생됐다. 정확히는, 올리비아가 마법을 사용을 사용하기 전 상황으로 되돌아왔다.

         

       ‘환각?’

         

       아니다. 혹시나 해서 늪지대에 들어온 순간부터 기감을 사방으로 퍼뜨려 놓았었다. 아무리 정교한 주술이라고 해도, 전집중 상태에 도달한 올리비아의 심상을 꿰뚫고 장난질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되돌린건가?

         

       “땅의 기억을 읽고 망가지기 전으로 되돌린겁니다.”

        “……그게 가능해?”

        “하하……그렇기에 스승님께서 대주술사인 것이지요.”

         

       록파의 웃음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기다렸다는 듯 이격(二挌)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촤아악……!

         

       시커먼 늪이 터질듯 솟구치며 일행을 집어삼켰다. 빛을 용납하지 않는 불쾌한 진흙 덩어리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진득한 독기를 뿜어냈다.

         

       ‘……이건!’

         

       마력의 운용을 어지럽히는 독. 암주가 사용했던 히드라의 극독을 연상시켰다.

         

       올리비아는 저 주술을 막아낼 자신은 있었지만, 저걸 막아내면서 동시에 아우렐리아의 위치까지 감지해낼 자신은 없었다.

         

       “너는 빨리 아우렐리아 위치나 찾아내!”

       

       록파는 곧바로 올리비아의 명령에 착수했다. 그의 주변으로 주력이 모여들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원래라면 스승의 주력을 뚫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올리비아가 빈틈을 만들어줬기에 가능했다.

         

       푸확!

         

       올리비아의 마력을 견뎌내지 못한 독기가 터지듯 흩어졌다. 동시에 막혀있던 시야 또한 뻥 뚫렸다.

         

       ‘……주술사.’

         

       올리비아는 그 직업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그녀에게, 아우렐리아는 항상 대마녀였다. 악마에게 붙잡혀 강제로 마녀가 되기 전까지 그녀가 주술사였다는 ‘설정’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아우렐리아가 주술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것은 손에 꼽았다.

         

       키엘이 항상 검성이었던 것처럼, 그녀는 항상 대마녀였고, 그 사실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었다.

         

       ‘……왜 나는 못 느꼈지.’

         

       왜 몰살 회차에서, 그녀가 조용히 늪 속 오두막에 처박힌 것에 대하여 의문을 갖지 않았을까.

         

       사실 알고 있었다.

         

       껄끄러운 상대였던 그녀가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안도감이, 기시감을 덮어버렸던 것이다.

         

       하늘에서 망령들이 쏟아진다. 대악마 벨페고르처럼 인세의 혼들을 강제로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더라면, 주술사들도 흑마법사와 같은 취급을 받았겠지.

         

       주술사들은 망령들과 정당한 계약을 맺는다. 주술사는 망령들이 생전에 가졌던 ‘미련’을 해소해주고, 망령들은 주술사의 명령을 따른다.

         

       올리비아는 차마 저 망령들을 소멸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얼리고, 뇌전의 사슬로 속박하는 선에서 그쳤다.

         

       “매 달마다 이랬었다고?”

       “예.”

       “…….”

         

       올리비아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사람은,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 미쳐버린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엘프를 포함한 장생종들, 심지어는 드래곤까지.

         

       – 영겁을 기억하는 것은 축복이 아니다. 저주다.

         

       세계선을 넘더라도, 매 회차마다 기억을 계승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을 했던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과거 회차에 떨어졌고, 아우렐리아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한 명쯤 더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반쯤 협박까지 하며 맹세를 받아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찾았습니다.”

         

       올리비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서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익숙한 오두막이었다.

         

       – 결국, 이렇게 됐네.

         

       몰살 회차에서 보았던 바로 그 오두막. 직접 본 것도 아닌 화면 너머에서 보았던 것이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곧장 걸어가려는 올리비아를, 록파가 가로막았다.

         

       “지금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스승님께서는 만월이 지기 전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실 겁니다. 가면 진정하시기는 커녕,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주술을 펼치실 겁니다.”

         

       록파의 눈동자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의 경험담이기도 했다.

         

       사형과 사매들도 그렇게 죽었으니까.

         

       그아아아아……!

         

       그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다시금 끔찍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귀혼술.

         

       뇌전의 사슬에 묶여 있던 망령들이 사슬을 끊고 한 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놈들은 한 마리의 거대한 개체로 합쳐졌다.

         

       놈은 조디악보다는 작았지만, 그럼에도 흉흉한 기세 하나만큼은 조디악 이상이었다.

         

       사신.

         

       보기만 해도 오싹한 로브를 쓰고 있는 거대한 사신이 나타났다. 연쇄살인마는 그 사신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나, 나……!”

       

       연쇄살인마는 산책가자고 조르는 듯한 강아지같은 눈길로 올리비아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물론 저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올리비아는 알고 있었다.

         

       저 사신을 죽여보고 싶다는 눈빛.

         

       잠시 고민하던 올리비아가 말했다.

         

       “가. 위험할 것 같으면 얘기하고.”

         

       올리비아는 좋다고 뛰어가는 연쇄살인마에게서 고개를 돌려, 다시 록파를 바라보았다.

         

       “네가 방금 네 입으로 말했잖아. 나한테, 아우렐리아의 저주를 치료할 방법이 있다고.”

        “예. 하지만……아직 깨닫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올리비아가 월의 마경에 왔던 것은 자신의 저주를 해주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였지, 주술사, 아니. 아우렐리아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애초에, 록파를 만나기 전까지는 ‘주술사’의 정체가 아우렐리아인 줄도 알지 못했다.

         

       만월이 지기까지는 앞으로 여섯 시간.

         

       ‘……그렇게까지는 못 버텨.’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이 한 몸 가누기도 벅찬데, 연쇄살인마와 아우렐리아가 휩쓸릴 걱정도 해야 했다.

         

       다행히 아우렐리아가 제정신은 아닌 탓에 공격이 미친듯이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벅찼다.

         

       조디악 같은 거신이 하나 더 소환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들어간다.”

        “예? 지금까지 뭘 들으신……?”

       “다 들었어. 결국 만월이 끝날 때까지 버티면, 아우렐리아의 정신이 돌아올거라고 했잖냐.”

        “예.”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세찬 벽안이 록파를 주시했다. 록파는 입술을 아득 깨물었다. 확신은 없었다. 분명 스승님은 만월이 끝나면 정신을 차리셨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럴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올리비아는 록파의 침묵을 알아들었다.

         

       “방법은 깨달으셨습니까?”

       “아니. 돌파하다보면 떠오르겠지.”

         

       무식하기 그지 없는 답변.

         

       하지만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이 올리비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리비아는 손끝으로 연쇄살인마를 가리켰다. 그는 아우렐리아가 만들어낸 사신과 호각을 이루고 있었다.

         

       “저 놈, 조디악 만큼은 아니어도 그 바로 아래 급까지는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거야. 재생력도 좋으니까 따로 신경쓸 필요도 없을거고.”

        “……소환수는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록파는 곧바로 올리비아의 말뜻을 이해했다.

         

       길을 뚫는 사람이 있다면, 뚫은 길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버텨야 하는 사람 또한 존재해야 하는 법이다.

         

       “가십시오.”

       

       올리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법,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찬란한 마나가, 그녀를 비호하듯 감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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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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