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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주변에서 쏘아지는 물을 창으로 흩어버리기 무섭게 검이 나를 노리고 쏘아졌다.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마법에 비해 상대가 휘두르는 검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추측하기로는 게임의 보정이 존재하는 것과 보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그래도 마법과 검술의 연계만큼은 봐줄만 했다.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나를 노리는 마법에는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었으니.

       

       상대가 지닌 마법의 숙련도가 얼마나 높은 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여태 내가 만나 본 전투마법사 중에서 내 이상향에 가장 가까운 녀석이구나.

       

       저 정도 수준에 이르려면 얼마나 마법의 언어에 익숙해져야 하는 걸까.

       

       흠. 궁금해졌다.

       

       이 자가 수세에 몰렸을 때 어떤 식으로 나를 막아설지. 죽음이 자신의 옆을 스쳐가는 상황 속에서도 마법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여태까지는 이 자가 사용하는 마법과 검술의 조화를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수세에 몰려주었지만 슬슬 방향성을 바꾸어 볼까.

       

       내 시야를 가리는 파도 너머로 상대의 기척을 감지했다.

       

       물을 밟는 소리. 긴장이 가득한 호흡. 나를 향하는 투쟁심.

       

       상대의 위치를 특정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정보였다.

       

       그 곳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시야를 가리는 물보라를 뚫고서 내질러진 창에 상대는 반응해 보였다.

       

       파도 사이로 난 구멍에서 뺨에 상처를 입은 상대의 얼굴이 보였다.

       

       “공격 하는 건 반칙이잖아요!”

       “내 언제 공격하지 않겠다 말을 했느냐?”

       

       그랬던 기억은 없다만.

       

       한순간에 승부의 흐름이 뒤집혔음에도 상대는 어떻게든 대처를 해보였다.

       

       본인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움직이던 물들이 방향을 바꿔 본인의 창을 방해하려 들었다.

       

       전환도 빠르구나. 나쁘지 않아.

       

       검을 휘두르는 실력만 좀 더 괜찮았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내 욕심이겠지.

       

       아직 본실력을 모두 이끌어내지는 못한 것 같으니 조금만 더 몰아 붙여.

       

       [경기 종료]

       [남은 hp를 계산하여…]

       

       허. 이제 좀 흥을 내보려던 찰나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쩌자는 것이냐.

       

       내가 미간을 찌푸리는 동안 상대는 지쳤다는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직 제대로 된 공세는 하지도 않았거늘.

       

       마법사라서 체력이 약한 것이냐?

       

       “고생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그대가 하는 것을 보고서 내 전투마법사의 꿈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욕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치킨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도전해 보거라.”

       “다음에도 하실 건가요?”

       “기분이 내키면.”

       

       그렇게 말은 했으나 다신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정도 했으면 처음 화산에 지원한 이들의 명예는 지켜진 셈 아니겠느냐.

       

       방송을 보는 아해들도 나를 상대한 이들을 욕하기보다는 나라는 인간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으니까.

       

       굳이 다시 할 이유는 없겠지. 설령 다음번에 시청자들을 직접 만날 일이 있더라도 다른 방식이 아닐까.

       

       “오늘의 시청자 참여는 여기까지 하자꾸나.”

       

       – 결국 아무도 치킨 못 먹은 거야?

       – 저 사람 상대로 어케 치킨을 먹냐.

       – 화령 발 떼는 거 보다 알바해서 치킨 먹는 게 더 쉬울 듯?

       – ㅋㅋㅋㅋ. 맞네. 일해서 버는 게 더 빠르겠다.

       

       “그래도 치킨을 아무도 못 받아가면 억울할 터이니 시청자 중에서 스무 명을 뽑아 선물을 해주겠다.”

       

       내 여태까지 그대들에게 받은 게 너무도 많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

       

       방송을 하며 그대들이 선물해준 돈이 현대를 살면서 그동안 사용했던 돈보다도 더 많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내가 현대에 오고 나서 그리 긴 시간이 흐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아끼며 살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통장 잔고가 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간은 부담스럽다는 마음도 들어서 이런 식으로라도 베풀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채팅창에서 미친 듯이 – 손. – 손. – 손. 거리는 채팅이 올라왔다.

       

       녀석들 공짜가 그리도 좋더냐?

       

       기다려 보거라. 내 지금 추첨을 할 터이니.

       

       시청자 중에서 사람을 어찌 뽑는지는 알고 있다.

       

       방송의 기능 중에서 추첨을 하는 기능이 있을 것이다.

       

       내 엔리의 방송을 보던 중에 그녀가 이 기능을 사용하는 걸 보았으니 분명하다.

       

       문제는 그게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눌러볼까 생각을 하다가 이전에 저질렀던 실수가 떠올라 멈칫했다.

       

       엔리의 방송에서 배팅을 열려다가 실수로 몇 명을 방송에서 내쫓았을 때 엔리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모르면 건드리지 말고 먼저 물어보고 하라고 그랬었지.

       

       “여기 지금 엔리 있는가?”

       

       – 엔리 지금 죽어가는 중입니다.

       – 옆 방에서 억텐 중이에요.

       

       – 리어카창조자엔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우리 엔리 조때써요. 어떠케요.]

       

       “내 알기로 오늘 무슨 팀을 뽑는다 했던 것 같다만 무슨 일이 생겼느냐?”

       

       – ㅠㅠㅠㅠ

       – 벼락이 내리쳤음.

       – 엔리 방 어지러워서 도망쳤는데 여기서 또 엔리 이야기를 듣네.

       – 개판났음?

        – 이모티콘 챗으로 바꿨음.

       – 난리났네.

       

       도대체 엔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들의 반응이 이런 것인가.

       

       나는 시청자들이 떠드는 것을 보면서 엔리의 방송을 켰다.

       

       그러자 그래플러를 상대로 필사적으로 창을 휘두르고 있는 엔리의 모습이 보였다.

       

       “좀 뒤져요!”

       “일부러 질 순 없잖습니까!”

       “일부러 져줘요! 어차피 스크림인데 한 번은 괜찮잖아!”

       “같은 다이아잖아요. 이겨 보시죠.”

       “같은 다이야는 무슨 다이아야! 이 미친 인간아!”

       

       대충 보기에도 엔리의 앞에 선 그래플러는 그녀보다 뛰어난 실력은 지니고 있었다.

       

       내 보기에 마스터 권에 살짝 들어갈까 말까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마는.

       

       엔리는 금강의 자리에도 간신히 오른 사람.

       

       그런 그녀가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일 것이다.

       

       솔직히 말을 하여 지금 분전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상대가 안정적으로 싸우고 있어서였다.

       

       만일 상대가 정색을 하고 달려든다면 엔리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으리라.

       

       그 때였다.

       

       엔리의 뒤편에서 기습이 날아들었다.

       

       저 대회라는 것은 5:5를 기반으로 한다 했었지.

       

       한 사람을 상대할 때도 서서히 밀리는 중이었던 엔리가 두 사람의 협공을 버틸 수 있을 리 없었고 그녀는 얼마 안 가 죽음을 맞이했다.

       

       다시 살아난 그녀는 자신이 나가지 못하도록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아니. 씨! 어떻게 이기라는 건데?!”

       

       정확하게 상황이 어찌 흘러가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엔리가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것만큼은 알겠군.

       

       엔리가 부활한 방에는 그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마도 그녀와 같은 팀이 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표정도 그리 밝지는 않았다.

       

       “음. 누구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사람이 있느냐?”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아쓰대.

       

       그러니까 전 ‘아피스 쓰레기 대회’ 현 ‘아피스 스트리머 대회’는 처음부터 팀을 짜서 시작을 하는 게 아니라 참가자만 받고서 대회를 시작한 후 감독으로

       출전한 이들이 경매를 통해 팀원을 구성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팀이 짜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원하는 대로 팀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고.

       

       매 회차마다 경매가 잘 된 팀과 경매가 망한 팀이 나온다는 모양.

       

       그리고 이번에 엔리는 경매가 망한 팀에 속하게 되었다.

       

       그것도 단순히 망한 게 아니라 대회 역사를 통틀어 봐도 심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하게 망한 팀에.

       

       내 엔리에게 듣기로 팀이 한 번 잘못 정해지면 방송을 하는 내내 고생을 한다 들었다만 진짜로 그리 된 것이냐?

       

       …허어. 내일 엔리를 보면 달달한 것이라도 사서 먹여야겠구나.

       

       상황이 저러니 엔리의 도움을 구할 순 없겠구나.

       

       엔리의 방송을 끈 나는 팔짱을 낀 채 시청자들에게 당당히 이렇게 말했다.

       

       “자. 빨리 내게 추첨을 하는 방법을 알려다오.”

       

       – 이럴 줄 알았다.

       – 그거 기능창 열고 아래로 내려봐.

        – 거기 시청자 추첨하기 있잖아. 거기서 시간 설정하고.

       – 그게 아니라.

       

       *

       

       민가가 평소에 사용하던 방에서 잠을 청하던 바루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잠에서 깨어났다.

       

       이 밤중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건 도대체 누구야?

       

       바루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귀를 쫑긋거리다 네 발로 일어나서 기지개를 폈다.

       

       돌아오는 길에 민가가 사 준 방석에서 기분 좋게 자고 있었거늘.

       

       실로 경우 없는 작자이지 않은가.

       

       바루는 속으로 툴툴 거리다가 폴짝 뛰어서는 다시 인간의 형상을 취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탓인지 머리에 귀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만사가 귀찮았던 바루는 그냥 이대로 다니기로 결심했다.

       

       민가의 말에 따르면 이 화산에 속한 이들은 다들 내가 신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하니 굳이 숨길 이유도 없겠지.

       

       비틀거리며 창문을 연 바루가 보게 된 것은 연무장의 한 가운데에서 혼자서 수련을 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분명 저 아해의 이름이 나설이라 했던가.

       

       참으로 열심히구나.

       

       오늘 낮에 화산에 들렸을 적부터 계속해서 저러고 있더라니.

       

       턱을 괸 채 멀뚱히 무공수련을 하는 이들을 구경하던 바루는 자신이 사람들과 많이 가까워졌음을 깨달았다.

       

       바루는 신령으로써 아득히 긴 삶을 살았다.

       

       그들은 생명이 아닌 개념 속의 존재다.

       

       산에 생명이 머무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태어났으며 날 때부터 산을 지키라는 사명을 받았던 이들이다.

       

       바루도 처음엔 다른 신령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명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에 지남에 따라 회의가 생겼다.

       

       바루가 머무르는 돌산은 지루한 곳이다. 산세가 거칠어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지킬 만한 진귀한 기물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바위뿐인 곳.

       

       그 곳을 지키며 외로움 속에 살던 바루는 점차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꼈다.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내가 여기에 있을 이유가 있나?

       

       그런 회의감은 시간이 지나고 다른 이들을 만나며 더더욱 커졌다.

       

       다른 신령들은 바루를 만나면 자신의 산이 얼마나 활기찬 곳인지 자랑했다.

       

       아니면 귀물이 너무도 많아 산을 지키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고 한탄했다.

       

       바루는 그 어느 쪽이라도 부러웠다.

       

       내 산엔 아무것도 없는데.

       

       우연한 기회에 마주하게 된 사람들은 항상 활기찬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바루에게 세상이 얼마나 넓고 대단한 지에 대해 알려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루는 부러움을 느꼈다.

       

       나는 여기서 박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

       

       일 년.

       

       십 년.

       

       그보다도 더 아득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 바루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기회가 생긴다면 이 산 밖으로 나가자.

       

       그래서 더 넓은 세상을 둘러보도록 하자.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가 있는 돌산과 머잖은 곳에 있는 화산에 변고가 생겼다.

       

       화산의 신령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제발 화산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대부분의 신령은 그에 무관심했다.

       

       그들의 최우선은 언제나 자신의 산.

       

       다른 산에 위험이 생겼더라도 자신의 산을 비우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루는 달랐다.

       

       언제라도 산을 떠나고 싶다 생각을 하던 그녀는, 화산의 신령과 교류가 잦았던 그녀는 그 연락을 받은 즉시 화산으로 갈 것이라 마음을 먹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화산의 신령은 신령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한다.

       

       그런 그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라면 바루가 간다 해도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뿐이다.

       

       그러니 조력자가 필요했다.

       

       재앙을 해치워 줄 수 있을 만큼 강한 조력자가.

       

       그리 생각을 했으나 조력자를 구하는 일은 실로 막막한 일이었다.

       

       몇몇 신령과 아는 것을 빼면 외톨이나 다름 없는 그녀에게 그런 조력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깊은 고민에 빠진 바루가 그 끝에 일단 가서 부딪혀 보자는 결론에 도달했을 무렵 아무것도 없는 돌산에서 신선의 기운이 느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채팅에서 언급된 벼락이란 팀원을 뽑는 감독 중 하나가 거하게 트롤링을 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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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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