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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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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가 굴을 파놓은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속에 흙투성이가 된 공작이 비틀거리며 거친 숨을 삼켰다. 
    ​
    ​
    으득.
    ​
    ​
    그녀는 이를 악문 채 검을 바닥에 박아넣었다. 검을 쥔 손 위로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
    ​
    “감히…”
    ​
    ​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매서운 시선이 드러났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하얀 머리의 여성이 서 있었다. 아이리스가 성인이 되면 이렇게 크지 않을까? 싶은 나이대의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
    ​
    “엄마.”
    “…!”
    ​
    ​
    저 말이 제국 제일 검이라 불리는 공작을 손쉽게 옭아매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품에 안기려는 것처럼 볼을 복숭앗빛으로 물들인 아이리스가 공작에게 달려왔다.
    ​
    ​
    공작은 손에 힘을 줘 검 손잡이를 꽉 잡아 바닥에서 뽑아냈다. 동시에 아이리스가 재차 입을 열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아이리스보다 훨씬 높고 가늘었다. 마친 거기까진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처럼.
    ​
    ​
    “엄마, 보고 싶었어요.”
    ​
    ​
    그녀가 그리도 듣고 싶었던 말을 흘리며 다가온 아이리스를 닮은 그것은 팔을 활짝 벌리며 어서 안아달라는 듯 미소 지었다. 알고 있다. 눈앞에 있는 이것이 제 딸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
    ​
    찰나의 방심은 커다란 상처를 만들었다.
    ​
    ​
    푹!
    ​
    ​
    “큿!”
    ​
    ​
    그것의 손과 팔이 검은색 낫처럼 변하더니 공작의 팔을 베었다. 빠르게 피한 덕분에 상처는 얕았다. 공작은 몇 번이고 깨문 탓에 너덜너덜한 입술을 재차 깨물며 눈을 번뜩였다.
    ​
    ​
    콰직!
    ​
    ​
    공작의 검이 그것의 허리를 베어 넘겼다. 그러자 그것의 형태가 그림자 덩어리처럼 흐물흐물 해지더니 이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
    ​
    “하아..하..”
    ​
    ​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재차 검을 바닥에 박아넣었다. 벌써 며칠째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그것들을 상대해 온 탓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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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윽…”
    ​
    ​
    몇 번이고 보인 빈틈이 뼈아팠다. 특히 이곳에 떨어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벌어진 전투에서 배가 꿰뚫리기까지 한 상태였다. 응급처치는 해뒀지만, 피를 워낙 많이 흘린 탓에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
    ​
    그 외에도 팔과 다리, 옆구리와 허벅지 등. 온갖 곳에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저것들이 제 딸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혹시나’, ‘만약에’라는 말이 머릿속을 끝없이 맴돌았다.
    ​
    ​
    ‘머저리 새끼…’
    ​
    ​
    이성은 멍청한 행동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뱉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상처 탓에 몸이 비틀비틀 흔들렸지만 못 가눌 정도는 아니었다.
    ​
    ​
    “쯧…”
    ​
    ​
    그녀는 흔들리는 시야에 혀를 차며 검을 재차 뽑아 들었다. 그리곤 주변을 휘둘러보았다.
    ​
    ​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천장을 뚫어야 하나?’
    ​
    ​
    이곳이 얼마나 깊은 곳인지 모르는 상황에 함부로 천장을 무너뜨리면 자칫 땅속에 매장당할 수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제국의 제일 검이라고 해도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버티는 건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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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벽을 부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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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범죄자가 땅굴을 파 감옥 밖으로 도망치는 것처럼, 벽을 파내 천천히 위로 올라가려 했었다. 하지만 실행할 수 없었다. 그녀가 딛고 있는 바닥과 벽 삼 분의 이가 전부 흙과 바위, 아펜이 섞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
    ​
    아펜은 정신의 혼란을 만들어내는 광석으로 충격을 가할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을 내보내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다. 환각과 환청을 보게 만들고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
    ​
    그렇다 보니 함부로 벽과 바닥을 파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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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가 파놓은 굴처럼 생겼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없었다. 그녀가 떨어져 내린 아득히 높은 천장만이 밖으로 통하는 입구이자 출구였다.
    ​
    ​
    ‘하아… 방법은 두 가지.. 아니 세 가지인가?’
    ​
    ​
    죽음을 감수하고 천장을 뚫어버리거나 자신을 이따위 곳에 가두고 ‘그것’들로 정신을 흔들어 놓는 범인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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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부의 도움을 기다려야겠지.’
    ​
    ​
    그녀는 신중하게 고민을 하던 중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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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에에에엥!”
   “엄마!”
    “보고 싶었어요!”
    ​
    ​
    쓰러지지 않기 위해 땅에 검을 박아넣었던 탓일까? 아펜이 반응하여 귓가에 환청이 들려왔다. 눈앞에 새하얀 눈처럼 웃음 짓는 제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
    ​
    “하아…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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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이 기울어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갓난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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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아줘야 하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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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시야가 완전히 기울고 눈앞이 검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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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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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카만 어둠 속, 리안과 마검은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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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트너는 여러 의미로 대단하군. 공격이다. ]
    “나도 공격.”
    [ …! 나,나도 공격이다! ]
    “자 공격. 너 차례야.”
   [ 젠장 공격 카드가 더 없잖아…라고 말할 줄 알았나? 후후훗! 이몸에겐 방! 어! 카드가 있다! 가랏! 적을 막아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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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긴 5분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두 사람은 허공에서 원 카드를 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흑마법사들의 마력을 역류시킬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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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검은 채찍 형태로 변한 채 유연한 몸을 움직여 박력 있게 카드를 내려놓았다. 리안은 태연한 표정으로 손에 남은 조커 두 장을 내려놓았다.
    ​
    ​
    [ ….! 다시! 처음부터 다시 한다! ]
    ​
    ​
    파스슷.
    ​
    ​
    마검이 흥분한 듯 유연한 몸을 흔들자 카드들이 저 아래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리안은 따분하다는 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
    ​
    ​
    “이거 언제까지 떨어지는 거야?”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나! 빨리 카드를 섞어라! 한 판 더! 한 판 더! ]
    ​
    ​
    내리 다섯 판을 패배한 마검이 몸을 마구 흐물흐물 흔들며 떼를 썼다. 뱀처럼 흐물거리는 모양이 재미있어 구경하다가 묘하게 바뀐 바람의 흐름에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
    ​
    “어? 도착했나 본데?”
    [ 그럼 떨어지기 전에 딱 한 판만! ]
    “아니, 땅이 저렇게 가까운데 어떻게 한 판을 -…”
    ​
    ​
    쿠우웅!
    ​
    ​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리안의 몸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가 떨어진 모양대로 땅바닥이 움푹 파였다. 동시에 보라색 연기가 스멀스멀 바닥에서 흘러나왔다.
    ​
    ​
    충격을 받은 아펜이 파동을 내보낸 것이다. 아펜의 파동은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정상이지만… 개그 필터 덕분에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연기를 뿜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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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야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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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쩡한 모습으로 구멍에서 빠져나온 리안은 제 주변을 감싼 보라색 연기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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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앗,핫…지각이야!”
    ​
    ​
    연기 너머에서 청초한 목소리와 함께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연기 속에서 나타난 건 -…. 물구나무를 선 채 두 손으로 뛰어오고 있는 소녀였다. 치마와 옷이 중력을 거스르고 있어 굉장히 괴이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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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꺅! 이… 이상한 사람이다!”
    ​
    ​
    갑작스럽게 나타난 소녀는 도리어 리안을 보곤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는 괴상한 것을 보는 듯 리안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혔다.
    ​
    ​
    “세상에… 저렇게 다니면 다들 거기만 바라볼 텐데 어쩌려고…”
    ​
    ​
    그리 말하며 리안의 하반신을 흘긋거리는 모습이 굉장히 변태 같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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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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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 좋은 아침!”
    “얘들아 안녕!”
    ​
    ​
    물구나무를 선 학생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안개 속에서 나타난 이들은 하나같이 리안을 바라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여자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얼굴을 붉혔다.
    ​
    ​
    오랜 시간 개그 세계에서 살아왔던 리안은 직감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렸다!
    ​
    ​
    ‘얼굴이 위치해야 하는 곳에 하반신이 있으니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구나.’
    ​
    ​
    …그가 이해한 건 이 상황이 왜 발생했느냐가 아닌, 이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리안은 곧바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물구나무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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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헉…! 엄청난 미남!”
   “꺄아아악!”
    ​
    ​
    자세를 바꾸기 무섭게 주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보통은 물구나무를 서더라도 어설픈 느낌이 물씬 나는데, 리안은 원래부터 물구나무를 선 채 생활해온 것처럼 자세가 자연스러웠다.
    ​
    ​
    더 이상 안개가 보여주는 환각은 리안을 괴롭힐 수 없었다. 그러자 안개가 도망쳤다. 아니, 안개가 걷혔다.
    ​
    ​
    스스슷.
    ​
    ​
    안개가 걷히자 물구나무를 선 리안과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줍고 있는 채찍 형태의 마검만이 남게 되었다.
    ​
    ​
    [ …? 뭘 하고 있는 거지 파트너? ]
    ​
    ​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검인 이내 “핫!”하는 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
    ​
    [ 새로운 유행인가 보군! ]
    ​
    ​
    그리 소리친 마검이 냅다 채찍 끝으로 일자로 섰다. 서커스에서나 볼법한 묘기에 리안은 흐물흐물 바닥에 주저앉은 채 손뼉을 쳤다.
    ​
    ​
    “오..!”
   [ 훗, 더! 칭찬해라 더! ]
    ​
    ​
    흐물흐물, 흔들흔들.
    ​
    ​
    마검이 뱀 장난감처럼 몸을 마구 요동쳤다. 굉장히 웃긴 모습에 손뼉을 치며 좋아하던 중.
    ​
    ​
    “으윽…”
    “…!”
    ​
    ​
    누군가의 신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리안의 시선이 곧바로 옆으로 휙 돌아갔다.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제가 따로 먹는 약이 있는데.. 이번에 약을 바꿨더니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졸려서 미치겠네요..

다행히 월요일에 약을 바꿀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ㅠㅠ

다음편은 세 시간 안에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개미가 굴을 파놓은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속에 흙투성이가 된 공작이 비틀거리며 거친 숨을 삼켰다.

으득.

그녀는 이를 악문 채 검을 바닥에 박아넣었다. 검을 쥔 손 위로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감히…”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매서운 시선이 드러났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하얀 머리의 여성이 서 있었다. 아이리스가 성인이 되면 이렇게 크지 않을까? 싶은 나이대의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엄마.”

“…!”

저 말이 제국 제일 검이라 불리는 공작을 손쉽게 옭아매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품에 안기려는 것처럼 볼을 복숭앗빛으로 물들인 아이리스가 공작에게 달려왔다.

공작은 손에 힘을 줘 검 손잡이를 꽉 잡아 바닥에서 뽑아냈다. 동시에 아이리스가 재차 입을 열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아이리스보다 훨씬 높고 가늘었다. 마친 거기까진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처럼.

“엄마, 보고 싶었어요.”

그녀가 그리도 듣고 싶었던 말을 흘리며 다가온 아이리스를 닮은 그것은 팔을 활짝 벌리며 어서 안아달라는 듯 미소 지었다. 알고 있다. 눈앞에 있는 이것이 제 딸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찰나의 방심은 커다란 상처를 만들었다.

푹!

“큿!”

그것의 손과 팔이 검은색 낫처럼 변하더니 공작의 팔을 베었다. 빠르게 피한 덕분에 상처는 얕았다. 공작은 몇 번이고 깨문 탓에 너덜너덜한 입술을 재차 깨물며 눈을 번뜩였다.

콰직!

공작의 검이 그것의 허리를 베어 넘겼다. 그러자 그것의 형태가 그림자 덩어리처럼 흐물흐물 해지더니 이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하아..하..”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재차 검을 바닥에 박아넣었다. 벌써 며칠째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그것들을 상대해 온 탓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크윽…”

몇 번이고 보인 빈틈이 뼈아팠다. 특히 이곳에 떨어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벌어진 전투에서 배가 꿰뚫리기까지 한 상태였다. 응급처치는 해뒀지만, 피를 워낙 많이 흘린 탓에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외에도 팔과 다리, 옆구리와 허벅지 등. 온갖 곳에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저것들이 제 딸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혹시나’, ‘만약에’라는 말이 머릿속을 끝없이 맴돌았다.

‘머저리 새끼…’

이성은 멍청한 행동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뱉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상처 탓에 몸이 비틀비틀 흔들렸지만 못 가눌 정도는 아니었다.

“쯧…”

그녀는 흔들리는 시야에 혀를 차며 검을 재차 뽑아 들었다. 그리곤 주변을 휘둘러보았다.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천장을 뚫어야 하나?’

이곳이 얼마나 깊은 곳인지 모르는 상황에 함부로 천장을 무너뜨리면 자칫 땅속에 매장당할 수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제국의 제일 검이라고 해도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버티는 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벽을 부술 순 없어.’

처음에는 범죄자가 땅굴을 파 감옥 밖으로 도망치는 것처럼, 벽을 파내 천천히 위로 올라가려 했었다. 하지만 실행할 수 없었다. 그녀가 딛고 있는 바닥과 벽 삼 분의 이가 전부 흙과 바위, 아펜이 섞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펜은 정신의 혼란을 만들어내는 광석으로 충격을 가할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을 내보내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다. 환각과 환청을 보게 만들고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렇다 보니 함부로 벽과 바닥을 파낼 수 없었다.

개미가 파놓은 굴처럼 생겼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없었다. 그녀가 떨어져 내린 아득히 높은 천장만이 밖으로 통하는 입구이자 출구였다.

‘하아… 방법은 두 가지.. 아니 세 가지인가?’

죽음을 감수하고 천장을 뚫어버리거나 자신을 이따위 곳에 가두고 ‘그것’들로 정신을 흔들어 놓는 범인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외부의 도움을 기다려야겠지.’

그녀는 신중하게 고민을 하던 중 비틀거렸다.

“으에에에엥!”

“엄마!”

“보고 싶었어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땅에 검을 박아넣었던 탓일까? 아펜이 반응하여 귓가에 환청이 들려왔다. 눈앞에 새하얀 눈처럼 웃음 짓는 제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아…하…….”

땅이 기울어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갓난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려 퍼졌다.

‘안아줘야 하는데 -…아.’

그녀의 시야가 완전히 기울고 눈앞이 검게 물들었다.

***

새카만 어둠 속, 리안과 마검은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 파트너는 여러 의미로 대단하군. 공격이다. ]

“나도 공격.”

[ …! 나,나도 공격이다! ]

“자 공격. 너 차례야.”

[ 젠장 공격 카드가 더 없잖아…라고 말할 줄 알았나? 후후훗! 이몸에겐 방! 어! 카드가 있다! 가랏! 적을 막아서라! ]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긴 5분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두 사람은 허공에서 원 카드를 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흑마법사들의 마력을 역류시킬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검은 채찍 형태로 변한 채 유연한 몸을 움직여 박력 있게 카드를 내려놓았다. 리안은 태연한 표정으로 손에 남은 조커 두 장을 내려놓았다.

[ ….! 다시! 처음부터 다시 한다! ]

파스슷.

마검이 흥분한 듯 유연한 몸을 흔들자 카드들이 저 아래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리안은 따분하다는 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거 언제까지 떨어지는 거야?”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나! 빨리 카드를 섞어라! 한 판 더! 한 판 더! ]

내리 다섯 판을 패배한 마검이 몸을 마구 흐물흐물 흔들며 떼를 썼다. 뱀처럼 흐물거리는 모양이 재미있어 구경하다가 묘하게 바뀐 바람의 흐름에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어? 도착했나 본데?”

[ 그럼 떨어지기 전에 딱 한 판만! ]

“아니, 땅이 저렇게 가까운데 어떻게 한 판을 -…”

쿠우웅!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리안의 몸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가 떨어진 모양대로 땅바닥이 움푹 파였다. 동시에 보라색 연기가 스멀스멀 바닥에서 흘러나왔다.

충격을 받은 아펜이 파동을 내보낸 것이다. 아펜의 파동은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정상이지만… 개그 필터 덕분에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연기를 뿜어내게 되었다.

“아야야…응?”

멀쩡한 모습으로 구멍에서 빠져나온 리안은 제 주변을 감싼 보라색 연기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하앗,핫…지각이야!”

연기 너머에서 청초한 목소리와 함께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연기 속에서 나타난 건 -…. 물구나무를 선 채 두 손으로 뛰어오고 있는 소녀였다. 치마와 옷이 중력을 거스르고 있어 굉장히 괴이해 보였다.

“꺅! 이… 이상한 사람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소녀는 도리어 리안을 보곤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는 괴상한 것을 보는 듯 리안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혔다.

“세상에… 저렇게 다니면 다들 거기만 바라볼 텐데 어쩌려고…”

그리 말하며 리안의 하반신을 흘긋거리는 모습이 굉장히 변태 같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타닷!

“유리! 좋은 아침!”

“얘들아 안녕!”

물구나무를 선 학생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안개 속에서 나타난 이들은 하나같이 리안을 바라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여자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얼굴을 붉혔다.

오랜 시간 개그 세계에서 살아왔던 리안은 직감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렸다!

‘얼굴이 위치해야 하는 곳에 하반신이 있으니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구나.’

…그가 이해한 건 이 상황이 왜 발생했느냐가 아닌, 이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리안은 곧바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물구나무를 섰다.

“헉…! 엄청난 미남!”

“꺄아아악!”

자세를 바꾸기 무섭게 주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보통은 물구나무를 서더라도 어설픈 느낌이 물씬 나는데, 리안은 원래부터 물구나무를 선 채 생활해온 것처럼 자세가 자연스러웠다.

더 이상 안개가 보여주는 환각은 리안을 괴롭힐 수 없었다. 그러자 안개가 도망쳤다. 아니, 안개가 걷혔다.

스스슷.

안개가 걷히자 물구나무를 선 리안과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줍고 있는 채찍 형태의 마검만이 남게 되었다.

[ …? 뭘 하고 있는 거지 파트너? ]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검인 이내 “핫!”하는 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 새로운 유행인가 보군! ]

그리 소리친 마검이 냅다 채찍 끝으로 일자로 섰다. 서커스에서나 볼법한 묘기에 리안은 흐물흐물 바닥에 주저앉은 채 손뼉을 쳤다.

“오..!”

[ 훗, 더! 칭찬해라 더! ]

흐물흐물, 흔들흔들.

마검이 뱀 장난감처럼 몸을 마구 요동쳤다. 굉장히 웃긴 모습에 손뼉을 치며 좋아하던 중.

“으윽…”

“…!”

누군가의 신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리안의 시선이 곧바로 옆으로 휙 돌아갔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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