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1

   설산의 숲속.

   크라슈를 포함해 네 명의 인물이 달려 나가고 있었다.

     

   “……소년, 그러니까 지금 황색의 하늘을 펼친 게 그 광도제라고? 독왕님을 중상 입힌 인물도 광도제고?”

   “예, 8호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달려 나가는 와중 크라슈는 세나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한 설명의 출저는 일단 8호라고 해두었다.

     

   다행히 8호 쪽도 말을 잘 맞춰 주었다.

   그녀는 크림슨가든을 이미 알고 있으니 크라슈가 크림슨가든을 통해 정보를 들었다고 판단했다.

     

   “광도제에 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크라슈가 세나에게 질문하자 그녀는 뒷머리를 손으로 거칠게 쓸었다.

     

   “대충은, 나도 제국 출신인 건 알고 있지?”

   “예, 시즐리가 황녀로서 단에 참가하는 걸 허락받는데 교수님의 동행이 필요했다는 걸 들었습니다.”

   “그래, 소년의 말대로야. 거기에 우리 가문은 라그렌과도 연이 있어. 그러니 라그렌 사건 때 가문의 협조 겸 독왕님과 함께 황색 하늘을 일으킨 세계 침식자를 조사했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하링 쪽을 돌아보았다.

   하링이 이 이야기를 듣는 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슈도 하링을 돌아보았다.

     

   “괜찮냐.”

     

   하지만 하링의 표정은 처음과 변함없었다.

   이야기에 흥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까처럼 폭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괜찮아. 크라슈가 있으니까.”

     

   크라슈를 바라보는 하링의 눈동자가 아까보다 더 강한 신뢰를 지니고 있었다.

   크라슈가 있다면 그녀는 황색의 하늘 아래에서도 안정적일 수 있었다.

     

   크라슈는 불안정한 하링의 마음속에서 안정제 역할을 해주었다.

   자신에게 새겨진 흉터를 유일하게 덮어줄 수 있는 붕대.

     

   그게 크라슈였다.

     

   “흐음, 소년 꽤 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세나는 무척이나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이야기를 계속해 주시죠.”

     

   크라슈가 눈치를 주자 세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말을 마저 이었다.

     

   “어쨌든 그래서 알아낸 것이, 바로 그 광도제. 라그렌 사건을 일으킨 세계 침식자야. 문제는 이 세계 침식자가 땅으로 꺼진 건지 하늘로 솟은 건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단 거야.”

     

   세계 침식자는 금역마저도 자유롭게 다니는 인물이 많아 원래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독왕과 귀주가 직접 쫓고 있는데도 찾지 못했다면 이유는 단 하나다.

     

   ‘흑마녀가 데려갔겠지.’

     

   고유의 차원을 지닌 흑마녀는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 여자가 자기 차원으로 광도제를 데려간 게 분명했다.

     

   “문제는 광도제가 훔쳐 갔다고 생각한 책 한 권, 독혈전(毒血典).”

     

   라그렌 가문의 보물이라는 책, 독혈전.

   거기에는 독과 관련된 수많은 지식이 설립되어 있고, 더불어 모든 독의 극의라 불리는 무형지독(無形至毒)이 서술되어 있다고 한다.

     

   “이게 제국 뒷세계 거래에서 다시 발견되었다는 점이야.”

   “그건…….”

   “물론 광도제가 뒷세계에 넘겼을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전황들이 묘하게 수상했어. 세계 침식자보다는 사람의 손을 탄 느낌이란 말이지.”

     

   세나는 꺼림칙함을 느끼듯 눈살을 찌푸렸다.

     

   “라그렌 사건은 세계 침식자만 연관된 일이 아닐 수도 있단 거야.”

     

   세나는 하링을 돌아보았다.

   당연하지만 하링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세계 침식자를 향한 복수심과 함께 성장해온 그녀다.

   그런데 웬걸 다른 인물이 또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니 그녀의 머리가 복잡해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독왕님께서는 그 뒤로도 개인적으로 줄곧 광도제를 쫓고 있었어. 당연하지만 황궁도 그걸 모르지는 않아.”

     

   크라슈는 왜 세나가 이 말을 꺼냈는지 눈치챘다.

     

   “……아무리 황궁이라고 해도 독왕님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 중상 입힌 광도제를 밤까마귀단 수장으로 바꾸는 건 이상하단 말이군요.”

   “그래, 그래서 이 말을 꺼낸 거야. 독왕님이 임무로 밤까마귀단 수장을 쫓고 있던 건 사실이겠지만 그래도 이상하거든. 라그렌 쪽의 입단속까지 하면서 말이야. 전후 사정이 있는 만큼 차라리 둘 다 엮어도 나쁘지는 않을 텐데.”

   “광도제가 잡히지 않게 하고 싶은 이유가 황가에 있다. 이 말씀입니까.”

     

   세나는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억측이라면 가장 좋겠지.”

     

   억측.

   그 말대로 억측이면 좋겠지만 황가의 비밀을 일부 알고 있는 크라슈에게는 마냥 억측이라 할 수 없었다.

     

   그 황가의 비밀을 발설한 제 2황자 때문에 멸문당한 게 하덴하르츠였으니까.

     

   ‘결국 아주 오래전부터 얽히고설켜 있었다. 이 소리냐.’

     

   크라슈는 혀를 차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럼 간단하군요.”

     

   크라슈의 몸에서 한차례 흑염이 들끓었다.

     

   “광도제를 잡으면 됩니다.”

     

   깔끔한 해답을 듣고, 세나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크라슈의 이야기가 해답임을 그녀도 모르지 않았다.

     

   “자신 있니?”

   “세상사 자신 있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크라슈의 눈에는 확고한 의지가 차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어봤자 해결되는 일도 없지 않습니까.”

     

   결국 부딪쳐보겠다, 이 소리였다.

     

   “무데뽀구나.”

     

   그렇게 말하는 세나도 반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녀도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보다 나서는 파였기 때문이었다.

     

   “소년이랑 좀 통할지도 모르겠어.”

   “무데뽀를 선호하십니까?”

   “멍하니 있는 건 딱 질색이거든.”

     

   그녀의 키득거림이 울려 퍼졌을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저 멀리 산 너머 새 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며 거센 소음이 울려 퍼졌다.

   상당히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땅에 네 사람의 눈이 동시에 마주했다.

     

   “이 울림은.”

   “라이 짓이네.”

     

   크라슈가 혀를 차자 세나가 바로 알아차렸다.

     

   “라이면 검왕님?”

     

   하링이 놀란 얼굴로 산 너머를 바라보았다.

   방금전 충격이 검왕이 한 짓이라면 그가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모두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크라슈 소년, 광도제는 강자와 싸울수록 펼친 세계 침식이 더 강해진다고 했었지.”

   “……예.”

     

   세나가 편치 않은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본 채 물었다.

   그 물음의 크라슈가 솔직하게 그렇다 답하자 그녀는 앞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럼 라이랑 광도제랑 맞붙으면 몇 성 정도일 거 같아.”

     

   크라슈가 잠시동안 침묵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또다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산이 무너질 정도의 거센 폭음이었다.

     

   산 너머 저릿저릿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다.

     

   “……못해도 8성, 어쩌면 더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8성급 세계 침식.

   못해도 세계 침식의 주인이 아가레스 수준은 될 거라는 소리였다.

     

   하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얼마 전 데카라비아를 상대해본 그녀다.

     

   불완전한 7성급 데카라비아조차 죽을힘을 다해 짜내어 겨우 죽였다.

     

   그런데 8성급 세계 침식이라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 이거 참.”

     

   세나 조차 편치 못한 표정이 되었다.

   그야, 8성급이면 하덴하르츠가 쑥대밭이 되고도 남을 테니까 말이다.

     

   현재 하덴하르츠에는 제국의 4황녀와 스타론의 1왕자까지 있다.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잘못되어 책임 전가로 삐끗하는 순간 정말 그대로 전쟁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절대 둘 다 오지 못하게 막았을 테지만.

   일이 이렇게 될 거로 생각한 인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광도제의 존재를 숨긴 건 다름 아닌 제국이었으니까.

     

   “더 빨리 달릴 거야. 무리 좀 하자.”

     

   속도를 더 높이는 세나의 눈이 서서히 찌푸려졌다.

   설마하니 제국에서 이번 일은 은근슬쩍 노린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광도제도 그렇고, 독혈전도 그렇고, 무언가 수상쩍은 전황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황실은 뭘 원하고 있는 거지?’

     

   그녀는 제국 사정을 깊숙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야, 마이어 가문의 가주 자리를 그냥 박차고 나왔으니 말이다.

     

   어디에 묶여 있는 건 딱 질색인 그녀였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녀는 잡히지 않는 감을 쫓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래서 정치 관련으로는 딱 질색이다.

     

   이번 일로 제국이 얻을 만한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하물며 4황녀가 이곳에 있는데 그렇게까지 할까 싶기도 했다.

     

   ‘생각하는 건 내 특기가 아닌데.’

     

   이쪽은 무투 파지 머리 쓰는 쪽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는 순간이었다.

   세나의 귀의라는 또 다른 감각이 무언가를 텁하니 붙잡았다.

     

   그녀의 눈이 그대로 찌푸려졌다.

   동시에 몇 초 뒤 크라슈 또한 눈을 찌푸렸다.

     

   세나는 그것을 보고 꽤나 놀랐다.

   크라슈에게 자신과 비슷한 다른 감각이 있다는 건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실전에서는 고작 몇 초의 텀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만큼 세나의 귀의와 크라슈의 제 육감은 무척이나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라헬른 아카데미 교수로 초청은 물론 별호까지 있는 실력자다.

   당연히 세상을 살아온 기간도 수련해온 기간도 크라슈보다 길다.

     

   반면에 크라슈는 15살.

   하물며 감지계보다는 무투에 가까운 크라슈다.

     

   그런 크라슈가 세나와 엇비슷하게나마 상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라이도 터무니없는 괴물이었고, 샬롯 소녀는 이게 진짜 천재구나 싶었는데.’

     

   막내인 크라슈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당장 15살 같지 않은 판단력과 담력 때문에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위에 둘을 생각해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나.’

     

   이걸, 발하임의 집안 내력이라 해야 할지.

   다른 가문에서는 한 명만 나와도 가문의 평생토록 남을 천재일 텐데.

   같은 세대에 이렇게나 많은 불세출의 천재들이 나오니 과연 발하임인가 싶기도 했다.

     

   ‘정말 다시 봐도 괴물 같은 집안이네.’

     

   이렇게 보니 어쩌면 이번 세대는 발하임이 가장 빛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러니 제국이 자꾸만 스타론을 견제하고자 하는 거겠지.

     

   제국이라는 거대한 집단마저 발하임의 움직임은 두려움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발하임을 지닌 스타론을 자꾸만 건드리는 방향으로 번지고 말았다.

     

   ‘제국 내에서도 자꾸 거슬리는 움직임이 많았는데.’

     

   이번 일까지 겹치니 세나의 눈은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이대로 정말 까닥하는 순간 스타론과 제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어렴풋이 든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이었다.

     

   ‘……잠깐, 그럼 설마?’

     

   세나가 무심코 크라슈를 돌아보았다.

     

   “세나 마이어 교수님도 느끼셨죠.”

     

   그 이유로 돌아본 건 아니었던 세나가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묘한 눈동자로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샬롯이 이끄는 사자단에 들어가고.

   황녀와 명분을 지닌 하링을 단에 가입시켰으며.

   스타론 왕가가 직접 임무까지 내린 것까지.

     

   전부 단 한 명과 관련되어 있음을 그녀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거지만.’

     

   이번 일이 제국과 스타론 사이에 전쟁의 발단이 될 수도 있다 판단하여 그걸 막기 위해 움직인 건가?

   그것도 고작해야 15살의 소년이?

     

   아무리 발하임의 막내라고 할지라도 그게 가능한 걸까?

     

   ‘이런 건 무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 지략과 정치, 인맥까지 그 모든 것들이 하나라도 비는 순간 무너지는 탑인데.’

     

   크라슈는 지금 그것을 해내고 있다.

   마치, 세계 전체의 흐름을 읽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오싹-

     

   순간적으로 세나는 소름 돋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라이와 샬롯을 보며 발하임은 정말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그녀는 그 두 사람이 문제가 아님을 느꼈다.

     

   두 사람은 밝게 빛나는 별이다.

   모두가 알 수 있는 환한 별.

     

   그러나 남들이 모르는 뒷면에서 서서히 거대한 흐름을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제 막 성인이 된 한 소년이었다.

     

   ‘발하임이 마굴이라더니.’

     

   마굴에서 진짜가 태어나고 말았다.

     

   세나는 속으로 크라슈의 평가를 이전과 달리 하기로 했다.

     

   왜인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먼 미래, 크라슈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이끌고 가장 선두에 서서 나아가는 모습이 말이다.

     

   ‘이런 신기가 도는 느낌인데.’

     

   가끔씩 무언가 보일 때가 있는 그녀는 고개를 흔들어 털어 내었다.

   그건 어찌 되었든 이어져야만 존재할 수 있는 미래.

     

   지금은 당장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크라슈 소년, 밤까마귀 단 수장은 아군이랬지.”

     

   그녀의 말이 이어진 순간 크라슈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넘어야 할 산 위.

   뼈로 된 괴물 수만 마리가 산을 뒤덮으며 이쪽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환영 인사로는 조금 과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녀가 조금 질린 표정으로 말하자 크라슈가 우뢰성을 뽑아 들었다.

     

   “예, 저를 좀 많이 좋아하거든요.”

     

   좋아해 주는 만큼 좀 혼내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피소드 이야기 줄기가 많아서 전개가 조금 더딘 점 양해 바랍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