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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1

   EP.151

     

   아우우우-!

   케야아아-!

     

   사지를 떨게 하고 심장을 울리는 함성.

   그 위협적인 굉음은 오로지 아르테나의 남문만을 향해 있었다.

     

   “저기……”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던 남문의 수비 병력들.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기사 하나가 진 하트에게 다가가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소문의 찬란한 별이십니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하트의 반문에 기사의 얼굴이 찡그려지기는커녕 오히려 환해졌다.

   그저 ‘그렇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 큰 신뢰를 가져오는 것. 그것은 고심 끝에 입으로 뱉은 상대의 질문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선 저 몬스터들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군요.”

     

   진 하트를 비롯한 길드원들이 고개를 들자 하이에나의 머리를 가지고 이족보행을 하는 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잡한 쇠몽둥이나 날붙이를 들고 성을 향해 진격하는 수천 마리의 괴물들.

   놀의 뒤로 고블린이, 그리고 그 뒤로 개구리를 닮은 괴물과 오크들이 눈깔을 뒤집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들을 마주한 인간들은 할 말을 잃은 채, 전방을 주시했다.

   아직 맞부딪친 것도 아니었지만 그 기세만으로도 죽음에 이를 것 같은 압박감이 있다.

     

   “이거…… 진짜 가능해? 고작해야 고블린이나 놀 정도라고 해도 이 규모면 그냥 눈먼 칼에 맞아서 뒤질 거 같은데.”

   “……그래도 활 든 놈이 없는 게 어디야.”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저 몬스터들에게 원거리로 집중 포화 당할 일은 없다는 것.

   하지만 사방에서 칼침을 한 방씩만 놔도 4번의 공격이었기에 원거리 공격이 없다고 해도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근데 우리 왜 내려가야 하는 거냐? 그냥 위에서 활이나 쏘면 안 되는 거냐?”

   “몰라, 직접 치고받고 싸워야지 극적이라던데……”

   “후우……”

     

   가장 앞에서 몬스터 대군을 바라보고 있던 길드원들이 한숨을 쉬었다.

     

   이 싸움은 승리를 위한 싸움이 아니었다.

   결국에는 아르테나의 사람들에게 새롭게 나타난 찬란한 별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이 목적.

     

   게다가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존재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으니 두려워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 전혀 의외의 곳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우오오오오!!!”

     

   로그 브리트만.

     

   도둑 길드 흑영의 길드장이 미친놈처럼 괴성을 지르며 성벽 아래로 뛰어내린 것이다.

     

   “지, 지금 내가 뭘 본 거야?”

   “저 인간이 미쳤나?!”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경악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 장면을 목격한 아르테나의 경비대원들의 반응 또한 비슷했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 겁나 터프하네.’

     

   사실 길드원들이 너무 불안해 보이기에 로그 브리트만의 등을 살짝 떠밀긴 했다.

   물론 성벽에서 그를 밀어 버렸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가진 ‘강화 계열’의 스킬을 사용했다는 말이었다.

     

   —

   【업데이트】 – 고유 스킬

   보유 성좌 :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

   경험치 : 활성화 (100%)

     

   설명 : 당신의 성향으로 개화한 고유 스킬입니다. 당신은 타인의 성장을 돕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최악을 고의로 선택하는 도전 정신이 있으며 그 결과는 언제나 기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합당한 고유 능력은 ‘진화’와 ‘발전’입니다.

     

   효과 : 희생을 통해 같은 가치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음.

   – 희생이 가능한 재화 예시 : 능력, 수명, 기억, 신체, 코인 등

   —

     

   [고유 스킬 ‘업데이트’를 사용합니다.]

   [스킬 사용에 필요한 재화를 선택하십시오.]

     

   나는 남아 있던 코인의 일부를 사용했다.

   

   사실 코인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분명 있었지만,

    여기 있는 인원들이 겁을 집어먹고 싸우지 않는다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름의 투자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용한 스킬의 결과는 아주 파격적이었다.

     

   [‘로그 브리트만’이 성장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특성 ‘공포 면역(B)’이 생성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이 소폭 강화됩니다.]

     

   지금 그에게 보이는 것은 오직 괴물들과 그의 야망뿐이었다.

     

   ***

     

   츠츠츠츳……

     

   로그 브리트만은 몸속의 뭔가가 일렁거리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고양감. 고무, 고취.

     

   갑작스럽게 공포심이 사라져 버렸으나 전투 직전의 상황에 몸에 이상 반응 발생한 것인지 알 길은 없었다.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거라면 그가 뛰어내리기 직전에 김시인이 슬쩍 그의 등에 손을 올렸었다는 점.

     

   김시인의 손길이 등에 닿는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솟아올랐고 한 번의 도약으로 땅에 내려온 그는 비교적 발이 빨랐던 몬스터들을 향해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쩌어억!

     

   로그의 주먹이 전방에서 달려들던 놀의 머리에 적중했다.

   두개골이 함몰되며 그 자리에서 즉사한 놀.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놈들이 칼을 들고 괴성을 지르자 그는 품에 있던 단검 세 개를 뽑아 직선으로 던졌다.

     

   퍼!퍼!퍽!

     

   터져 나가는 하이에나 대가리에서 리듬이 느껴졌다.

     

   평소와 달리 긴장하지 않으니 전장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유로운 걸음을 걷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체력을 안배한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옆으로 괴물이 아닌 또 다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조금 더 나중에 등장해도 되는데.”

   “주인공이라 먼저 내려온 거예요.”

   “그러기에는 한발 늦었네.”

     

   진 하트가 특유의 붉은 머리를 뒤로 묶으며 가느다란 세검을 뽑아 들었다.

     

   “그게 길드 정보를 팔아서 구한 검이냐?”

   “……죄송해요. 왕실을 상대로 싸우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했거든요.”

   “공녀께서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녀의 마력에 따라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마법검.

     

   여성이 가지는 신체의 한계 때문에 그녀는 마력의 수행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남성보다 더 유연하고 기민한 움직임, 무게의 중심이 상체가 아닌 하체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훨씬 더 정밀하고 안정적인 전투가 가능했다.

     

   파아아앙!

     

   진 하트가 앞으로 달려 나가자 옅은 파공음이 일며 붉은 잔상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몰랐지만 또한 김시인으로부터 업데이트 스킬의 덕을 본 상태.

     

   [‘진 하트’가 성장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특성 ‘끓는 피(C+)’가 생성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하트 가문이 멸문한 이후로 악과 깡으로 살아남았던 그녀는 애초에 두려움이 없었으므로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신체 능력이었다.

     

   그녀가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고블린 한 마리의 목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흑영 길드의 길드장과 그들의 간부였던 두 사람.

     

   그들이 보여주는 아슬아슬하고도 치열한 전투에 길드원들이 감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썅! 아 몰라, 나도 간다!!”

     

   단검을 양손에 역수로 쥔 애꾸눈의 간부가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씨발! 그냥 싸우면 재미없지! 나랑 누가 더 많이 잡는지 내기할 사람 있어?! 금화 하나 걸고 한판 할 사람!”

   “새끼, 남자네! 나랑 뜨자! 머릿수는 알아서 세는 거다?!”

     

   몰아치는 긴장을 어떻게든 풀기 위해 몇몇 길드원들은 돈 내기를 하기도 했고 결국 모든 인원들이 성벽 아래로 내려가는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채채챙!

   콰아아아아!

   깨갱! 케르륵!

     

   아비규환.

     

   괴물과 사람이 덩어리로 뭉친 것처럼 그곳에는 전략도 전술도 없었다.

   그저 살기 위해 싸우고 죽이기 위해 싸우는 콜로세움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승기는 수백 수천의 군세를 이룬 몬스터가 아닌 인간들에게로 넘어오고 있었다.

     

   진격해 오던 기세는 인간들의 광기에 서서히 묻혀갔고 철과 철이 마찰하는 굉음은 점차 괴물들이 썰려 나가는 소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할 만한데?!”

   “그러게! 왜지?!”

     

   그들은 자신이 성좌와 함께 하며 차근차근 격이 상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알게 모르게 성좌의 압박감을 견디고 성좌의 기운을 간접적으로 전해 받으며 정신과 신체가 성장했다.

     

   그렇게 이루어진 결과는 감히 자신이 성벽에서 고의로 추락했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을 정도로 가히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크오오오-!

     

   이 전투를 제대로 끝맺기 위해서는 공포의 대상이 필요했다.

     

   -크아아아아씨바아아!!!

   -크롸아아…나, 나는 왜……

     

   꽉 찬 지상과는 달리 공허하던 하늘을 어둡게 물들이는 두 존재.

   레드 드래곤과 블루 드래곤 크레센도의 등장에 길드원들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러운 인간 놈들! 감히 나의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도 모자라 나의 부하들까지 건드리다니!

   -크와아앙! 맞다!

     

   레드 드래곤의 연기에 크레센도가 어색하게 맞장구를 친다.

     

   -위대한 드래곤의 뜻을 거스르는 자에게 천벌이 있으리!

   -크와아앙! 그것도 맞다!

     

   첫 등장에 불만을 토로하던 것과는 달리 레드 드래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물론 놈도 좋아서 지금의 상황에 어울려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인간이란 정말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위협하는 원수이기도 했을 뿐더러 자신의 비늘이나 심장 같은 몸의 일부를 탐내는 미친 천적들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이 인간들을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젠장…… 지금 저 새끼 주먹 쥐고 있는 건가?’

     

   성벽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음에도 존재감이 폭발하는 인간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레드 드래곤 이그니스가 너희 인간들에게 마땅한 징벌을 내리겠다.

   -나도!

   -아! 넌 좀 닥쳐!

     

   사람들의 시선이 드래곤에게로 향한다.

   두 드래곤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아르테나의 대공포.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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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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