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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153. 가짜 진짜 단장님과 진정한 메시아(5)

       

       

       자만과 방심만큼 위험한 독도 없다.

        

       약팀에게 역전당하는 강팀.

       현역 고등학생에게 패한 영웅왕.

       한 번의 실수로 나락까지 떨어진 유명인.

       

       여러 이야기와 역사에서 증명된 사실 아니던가.

       

       그렇기에 나 또한 언제나 방심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안일한 생각을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갖춰 두려 한 것이다.

       

       적이 10년간 얼마나 강대해졌을지 모른다.

       

       지금의 전력으로는 상대도 되지 못하고 압살당할지 모르니 신중해야 한다고.

       

       허나 지금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적이 이 10년간 강대해지긴 했을지 몰라도, 내가 모은 동료들 또한 적에게 간단히 당할만큼 만만한 놈은 아니라고 말이다.

       

       “대, 대체 왜! 대체 왜 통하질 않는 거야!”

       

       저 멀리서 마법사로 보이는 이가 소리친다.

       

       놈의 앞에 새겨져 있는 술식은 디스펠. 다시 말해 해주마법이다. 완성도도 꽤나 나쁘지 않은 것이 실력은 꽤 있어보인다.

       

       하지만 저 마법사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런 건 지금의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였다.

       

       -딸깍.

       

       기분좋은 감촉.

       그와 함께 미사일이 발사된다.

       

       물론 나는 화약 만드는 법 따윈 모른다.

       내가 무슨 대체역사물 주인공도 아니고. 수상할 정도로 비누 만들기와 화약 제조법을 달달 외우고 있었을 리가 없지 않던가.

       

       하지만 원리는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 작동되고, 대강 어떤 구조로 되어있고, 어떤 지식이 적용되어 있는지.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원리만으로 그런 복잡한 무기를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드워프들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던 모양이다.

       

       상쾌한 파공음.

       마도공학과 현대지식의 결정체는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자유로이 비행한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화재현장의 괴력이란 것일까.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아까보다 더 훌륭한 술식. 저거라면 6서클 마법사의 화염구도 가뿐히 막아낼 수 있을 게 분명하나….

       

       -콰아아아앙!

       

       안타깝게도 전부 헛된 발버둥이다.

       이 시대의 상식으로는 저런 위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체를 마법 이외의 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게 당연하지만.

       

       저건 마법이 아니라 과학이였으니까.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상.

       

       패닉에 빠진 마법사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저 상태면 술식을 구축하는 것도 불가능하겠지.

       

       마탑주라던지 황실 직속의 열두 지팡이라든지.

       

       내가 경계했던 마법사들은, 고작 드워프들이 내게 쥐여준 버튼을 몇 번 딸깍거리는 것만으로도 무력화되었다.

       

       물론 황궁을 지키는 건 마법사들 뿐만이 아니다. 

       

       황실 근위대.

       하나하나가 손꼽히는 천재들만 모아놓은 집단. 검에 선택받은 인간들의 집합체. 그런 괴물같은 조직이 황궁을 수호하러 나섰으니까.

       

       소드마스터처럼 인간을 초월하진 못했어도,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존재들이 떼거지로 몰려왔다는 이야기.

       

       허나, 그것 또한 상관없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 아니던가.

       

       비명이 울려퍼진다.

       

       검은 늑대는 만물의 영장을 고깃덩어리로 전락시켰으며, 눈이 돌아간 살인귀는 사방을 피로 물들인다. 

       

       과오를 참회하는 검사는 그저 묵묵히 적을 베었다. 저주와 악의. 코끝을 찌르는 혈향.

       

       괴물같은 집단이라 하면 이쪽도 마찬가지. 

       아니, 저쪽보다 명백히 한 수 위였으니까 말이다.

       

       황실 근위대가 한명한명 쓰러져간다. 지금에 와서는 죽은 근위대 병사보다 살아있는 근위대 병사를 찾기가 더 힘들 지경. 

       

       핵심 병력이 계속 당해버리니 제국도 다급해진 걸까? 놈들은 어디선가 계속 제국군들을 끌어와서 물량전을 시도했다.

       

       숫자로 밀어붙인다.

       단순무식하지만 단순무식하기에 더 강력한 공격.

       

       거기에 목에 새겨진 자폭각인과 가족들을 인질로 잡아 이루어지는 자살테러 같은 온갖 술수까지 동원되었으니. 확실히 위협적이기는 했으나.

       

       ‘이것도 별 상관없지.’

       

       엘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요소라면 궁술 아니던가. 드워프가 타고난 대장장이라면 엘프는 타고난 궁사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궁사에게 나는 쥐여줬다.

       기술이 발전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는 그야말로 치트기나 다름없는 무기.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살상병기.

       

       다시 말해서 총을.

       

       조준경도 없이 수 킬로미터…. 아니, 수십 킬로미터는 족히 떨어진 곳을 명중시킬 수 있는 정신나간 사격술.

       

       내가 아낌없이 흩뿌려준 세계수의 기운으로 팔팔해진 엘프들이 마력을 탄환에 듬뿍 담아서 발사하면? 

       

       막아낼 상대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자폭을 하려 해도 근처에 접근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가끔 암살자로 보이는 이들이 저격수를 처리하러 오긴 했지만. 그것 또한 아무런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하다.

       

       여기까지 들키지 않고 접근하는 게 무리일 뿐더러. 만약 운 좋게 저격수에게 접근했다 하더라도. 

       

       “자, 잠깐만. 항복, 항복할 테니까…!”

       

       여기 모인 엘프들은 저격수이기 이전에 전사.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다. 근접전으로 싸운다 한들 승산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단 한 명.

       걱정되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힘을 빌려줘. 저 빨간머리 지휘관만 처리하면 형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마력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어쩌면 쉽게 처리할 수…. ”

       

       “너 미쳤어? 저 괴물같은 놈들한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라고?!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니라 숨기고 있는 거겠지!”

       

       “수, 숨기고 있다고?! 6서클 마법사한테 자기 마력을 숨긴다니. 그런 게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가….”

       

       그런 말을 하던 사내가 이내 입을 다문다.

       애초에 지금 마주하는 적에게 상식 같은 건 통용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루비아 씨는 아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치 사냥감을 놓쳐서 아쉽다는 듯한 웃음. 그 남자는 함정에 걸려들어 적의 장난감이 되어버릴 뻔 했다며 공포에 몸을 떨었다.

       

       걱정과는 달리 루비아 씨는 알아서 잘 제 몸을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곁에 호위병력도 붙여놓았으니 문제는 없겠지.

       

       모든 상황이 순조롭다.

       승기는 이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제국을 적으로 돌리기엔 아직 우리의 전력이 불충분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내 오산이였다. 

       

       아주 기분좋은 오산.

       자연스레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지만… 그것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걸까. 저 멀리서 느껴졌으니까.

       

       아주 흉흉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했다. 제국이 보내온 지원군은 하나같이 검을 조금 배운 일반인 수준. 

       

       도저히 제대로 훈련받은 병력이라 보기는 어려웠으니까. 역시 진짜 도움이 될 만한 병력은 따로 끌어모으고 있었다는 거겠지.

       

       하인리히.

       적의 최대 병력도 저곳에 있으리라.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라는 건가.’

       

       바라던 바다.

       나는 그렇게 되뇌이며 긴장을 날려버리고는 수천… 어쩌면 수만의 병력이 밀려오고 있을 전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씨발, 씨발, 씨발.’

       

       당장이라도 입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욕지거리를 어떻게든 억누르면서. 제국군 제 30사단장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운이 나쁜 것에도 정도라는 게 있다.

       

       하필이면 2황자님이 아끼시는 꼬맹이를, 하필이면 멍청한 아랫놈들이 교육이랍시고 건드려서 수모를 겪은 것이 일주일 전의 일인데.

       

       운수 좋게 재능을 타고났을 뿐인 애송이에게 마나의 맹세로 충성을 강요당한 것도 모자라 이번엔 검은 송곳니라고? 

       

       물론 검은 송곳니가 제국을 적대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혁명을 노린다는 것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대체 왜 이 타이밍에 처들어왔단 말인가.

       

       황궁에서 제일 가까운 게 30사단이다.

       

       이러니 검은 송곳니가 습격해오면 빠져나갈 구석이 없다. 제일 먼저 최전선에 끌려갈 운명이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하인리히 놈이 쳐들어왔다.

       검은 송곳니가 황궁을 습격하였으니 그 정신나간 테러리스트를 신속히 처리하라는 모양이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

       그야, 상대가 그 검은 송곳니 아니던가.

       

       제국을 적으로 돌리고도 살아있는 유일한 집단. 

       

       그가 아무리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편이라고 해도, 그 검은 송곳니와 싸워서 이길 수 있냐고 하면 당연히 기겁하며 고개를 저으리라.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다.

       옆에는 하인리히가 떡하니 서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전선 이탈이라니. 그 순간 목이 달아나는 건 확정된 결과 아니던가. 도주는 곧 죽음이였다.

       

       최악의 양자택일.

       어딜 골라도 끔찍하기 그지없는 선택지.

       

       사단장의 얼굴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와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허나, 아무리 현실을 한탄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 전장은 점점 더 가까워져만 갔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망할.’

       

       이판사판.

       도망치는 게 무리라면 이기는 수밖에 더 있겠나. 필사적으로 싸워서 검은 송곳니를 처리하기라도 한다면 출세는 보장된 셈이다.

       

       승산도… 없지는 않다.

       45사단이라던지 38사단도 거의 도착했으니 지원병력도 도착할 것이며. 애초에 그를 비롯한 그의 군대도 절대 약하지는 않으니까.

       

       모두가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인재.

       

       사단장 본인도 전성기엔 소드마스터의 발끝까지는 도달해 본 적이 있다. 

       

       모이면 왕국 정도는 가볍게 멸망시킬 수 있을 수준의 병력이니. 검은 송곳니에게 간단히 당해버릴 정도로 약하지는 않을 거다 아마.

       

       …저 멀리 검은 후드를 걸친 사내가 보인다.

       

       지금 이 상황.

       그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전군, 돌격하라!”

       

       힘껏 소리치며 앞으로 내달린다. 그리고 그 검은 송곳니 소속원으로 보이는 놈에게 검을 휘둘러야 하는데…. 

       

       “……?”

       

       그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도저히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소년이… 지금 사단장의 눈앞에 서 있었으니까. 

       

       이어지는 어색한 눈맞춤.

       식은땀을 흘리는 그를 바라보면서 소년은 아주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운이 좋군.”

       

       *****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군.’

       

       그런 생각을 하며 하인리히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30사단의 부패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놈들이 검은 송곳니 상대로 제대로 싸우기나 할까 걱정이였는데.

       

       역시 검은 최고의 대화수단이였다.

       협박 좀 해줬더니 군기가 아주 바싹 들어서 돌격하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보라. 

       

       저 얼굴에 담긴 결의.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아주 잘 담겨있지 않은가. 투지는 그야말로 최고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하인리히는 웃다가….

       이내 아주 단순하면서도 괴상한 사실을 깨닫는다.

       

       검은 송곳니는 그의 앞에 있다.

       그러니 검은 송곳니를 잡으러 돌격하는 30사단은 앞으로 진격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앞으로 진격했다면….

       

       대체 왜 그놈들의 얼굴이 보이는 거지?

       왜 계속 멀어지기는 커녕 가까워지는 것 같고?

       

       …어?

       어어어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쎄이, 역돌격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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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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