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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오랜만에 아카데미 훈련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고명하신 황실의 기사들은 대부분 검을 사용한다. 총기를 전혀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보조도구라는 인식이 강했다.

        

       애초에 황실 안에는 총기로 무장한 헌병들도 있었고. 이 사람들 기준에서는 오히려 검이 보조도구고, 총이 주 무기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을 위한 훈련장도 있기는 했지만……

        

       음, 솔직히 말해서, 그 훈련장에 나 혼자 가서 훈련하는 건 조금 그랬다.

        

       여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은 남자가 차지한 직종이다. 게다가 황궁 내의 모든 기사와 헌병대는 황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내가 가면 훈련 자체가 마비될 것이 뻔했다.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다.

        

       내가 어린 시절 총으로 훈련할 때 날아가는 새를 맞추거나, 방 안에서 그냥 아무거나 쏴보면서 익혔던 이유도 거기 있었다. 심지어 그때는 어리기까지 했으니 내가 간다고 해도 진지하게 훈련을 시켜주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혼자 차지하고서 마음껏 총알을 갈겨볼 수 있는 훈련장은 나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였다.

        

       “후우…….”

        

       훈련장 끝까지 나와서 총을 점검하며 숨을 내쉬고 있는데, 뒤에서 짝짝짝, 박수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소피아 비앙키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봤더니, 그곳에는 레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박수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니 조금 부끄러웠다.

        

       조금 전 나는 훈련장을 돌면서 시간을 한 번도 돌리지 않았다. 가면녀를 두 번이나 만나면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능력에만 의존하면 그 능력이 사라졌을 때 나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검성이 말했듯 나는 그런 쪽으로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총을 그렇게 많이 쐈으니 솔직히 뭔가 쏴서 맞추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그뿐.

        

       그렇다고 앞으로 능력을 봉인하고 살겠다거나, 여기 절대로 기대지 않겠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능력이 없어졌을 때 적어도 길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보다는 쓸모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만화나 게임을 하면서 도움도 되지 않는 캐릭터들을 보고 쓸모없다고 욕하던 나였다. 내가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그런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하는 것이었다.

        

       “훌륭하십니다.”

        

       “그렇습니까.”

        

       레나의 말에 부끄러운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서 엄청나게 애써야 했다. 만약 내가 시간을 돌려가면서 돌았다면 무덤덤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내가 조정한 결과였으니까.

        

       하지만 한 번도 시간을 돌리지 않은 채 돌아서 이렇게 칭찬을 받았다는 건…… 적어도 레나가 보기에 내 실력이 그렇게 모자라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이미 수백 번은 돌아본 훈련장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제는 함께 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가지고 온 장비가 많아서 점검하느라 그랬던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레나와 이렇게 단둘이 이런 대화를 하고 있으니 어딘가 기묘했다. 두 사람 다 서로에게 극존칭을 쓰고 있어서 그런 건가?

        

       레나의 장비는 어제가 되어서야 다 도착했다고 한다. 제이든이 모니터함으로 적진을 포격했던 것에 자치국이 긴장하고, 군대를 조금 더 군벌 지역 가까이 배치하는 것에 제국이 또 반응해버리는 바람에 그 근처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는 모양이다.

        

       심지어 레나의 무기는 제도, 그것도 제국의 고귀한 핏줄의 자식들이 모이는 아카데미를 향해 운송하는 무기였다. 안 그래도 복잡해진 절차 때문에 한동안 국경지대에 그대로 묶여있었다가 어제 도착한 무기를 하나하나 점검하느라, 어제 우리와 함께 카페에 오지는 못했다.

        

       본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긴 했지만…… 솔직히, 제국이 그런 식으로 국경 인근을 쓸어버리면 아무리 먼저 부탁한 쪽이라고 해도 기겁할만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함포였으니까. 게다가 한 척에 하나씩이라고는 하지만 구경 자체는 론다리움 상공의 드레드노트와 같은 것이다. 함선의 개수를 생각하면 정말로 드레드노트가 직접 가서 포격을 쏟아부은 것과 다름없는 결과였을지 모른다.

        

       그렇게 먼저 일을 저질러두고 자치국에서 군대를 움직이니 제국군이 대응하는 것이 조금 어이없었다.

        

       “훈련하러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무기를 받았으니 겸사겸사 확인해볼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나왔다.

        

       *

        

       레나의 실력은 여전했다.

        

       그 성격에 방학 동안 훈련을 쉴 리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움직임의 세련됨 자체는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음, 어떻게 보면 내 움직임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고.

        

       이전에는 양손에 권총만 들고 사격했다면, 지금은 짧은 기관단총을 등에 메고 있었다.

        

       “훌륭했습니다.”

        

       레나가 훈련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것을 보며 나도 레나가 했던 것처럼 손뼉을 쳐주자. 레나의 얼굴에는 홍조가 떠올랐다. 단순히 뛰어다닌 직후라 그런 것은 아니리라.

        

       “실비아 님의 움직임을 참고했습니다.”

        

       그 말에는 나도 얼굴이 붉어질 뻔했다.

        

       밤이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움직임을 흉내 냈을 뿐이지, 내가 정말로 특수부대였던 적은 없다. 그저 아주 조금 가지고 있던 얼치기 밀덕후의 지식을 최대한 끌어내서 ‘이게 맞겠지’ 하는 대로 막 움직였을 뿐이니까.

        

       그래도 주변에서 보기에 그럭저럭 실용적으로 보였으니 다행이지만.

        

       “그렇습니까…….”

        

       “그래요!”

        

       내가 레나한테 대답하며 그 뒤에 무슨 말을 이어야 할지 고민하는데, 뒤에서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황녀님은 엄청 멋졌습니다!”

        

       …….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는 정말로 소피아 비앙키가 있었다.

        

       “저는 생각도 못 해본 움직임이었어요!”

        

       그렇겠지. 그야 너는 검사잖아.

        

       생각해보니 아제르나 전기는 검사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산업혁명기가 배경인 게임 아니었나? 아니, 전장에 참호 파고 기관총으로 사람을 갈아버리는 시대에 검술이라니. 물론 여기서 검을 휘두르는 놈들은 그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총을 쏘는 놈들한테서 살아남을 괴물들 뿐이긴 했지만.

        

       정작 걔들도 총 맞으면 죽는 건 마찬가지고.

        

       “벨부르에도 총기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두 분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

        

       이야기를 듣는 레나의 얼굴이 조금 멍해졌다.

        

       레나도 소피아 비앙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야 같은 반이었고, 내 주변에서 얼쩡거렸으니까. 레나도 우리 그룹 중 하나였으니 자연스럽게 말을 섞을 기회가 있었다.

        

       소피아 비앙키는 내가 안 되면 내 주변이라도 공략하자는 마음인 모양이다.

        

       “이 훈련장은 여러분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훈련장인가요?”

        

       소피아 비앙키가 그렇게 물어보자, 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다른 학생들도 쓸 수 있지만……”

        

       ……내가 여기 있으니 아무나 쓸 생각을 못하는 거겠지.

        

       총을 다루는 학생은 대부분 평민이니까.

        

       “그런가요?”

        

       소피아 비앙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지금 시간에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잠깐 산책하려다가 소리가 나길래 와 봤어요. 이런 좋은 곳이 있다면 저도 사용해보고 싶은데요, 음…….”

        

       소피아 비앙키는 훈련장 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혹시 제가 이용해봐도 될까요?”

        

       레나도 그녀를 따라서 나를 보았다.

        

       “제가 막을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만.”

        

       “아, 그러면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기 있는 적이 그려진 나무판은 어떻게 해야 다시 올라오나요?”

        

       “…….”

        

       마음 같아서는 ‘네가 가서 직접 하나하나 태엽을 감던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소피아 비앙키는 굉장한 기계치였다. 특히 시계 같은 것은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고장 낼 정도로.

        

       태엽을 너무 세게 감다가 부품을 부러뜨려 먹는다던가, 해석기관 버튼을 눌러봤다가 단번에 먹통으로 만든다던가. 개그성으로 집어넣은 장면이라 게임을 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현실에서는 재앙이 따로 없을 거다.

        

       “……제가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한숨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말했다.

        

       *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나의 안일함이 문제였다.

        

       그래, 솔직히 태엽 정도만 감아주면 될 줄 알았지.

        

       적 표지판을 너무 세게 쳐서 그 반동으로 부품이 반 토막 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훈련장을 한 바퀴 돌고 뿌듯한 표정으로 나오는 소피아 비앙키를 보고, 다시 훈련장을 한 번 봤다가 표지판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는 것을 보고 한 번 확인해봤는데, 역시나 그런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소피아 비앙키는 곧장 그렇게 사과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

        

       나는 얼굴을 쓸어내리지 않기 위해서 진짜 엄청나게 노력해야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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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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