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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엔버스는 남궁가의 의약당에서 눈을 떴다. 강시의 독은 멀끔히 해독이 되어 있었으며, 자잘한 생채기도 붕대로 감겨 처치가 끝난 상태였다.

       

       의원의 조수는 독성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한동안 격렬한 움직임을 삼가라 하였다. 엔버스는 대충 알겠다고 대답한 뒤에 의약당으로부터 나왔다.

       

       남궁세가 내부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혹독하고 어수선하였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밤중이라고는 해도, 온갖 손님들이 모인 생일 연회 자리에서 대놓고 습격을 당하지 않았던가. 무사 몇 명도 죽었다.

       

       지나가는 시비를 붙들어 물으니, 남궁가 가주와 그 중진들은 날이 지나도록 회의를 하고 있다 하였다. 

       

       어느 놈인지 기필코 찾아내어 죽여야 한다는 쪽과, 남은 증거가 없으니 신중히 움직여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갈피를 못 잡고 말싸움이 벌어진다는 모양이었다.

       

       엔버스가 몽롱한 채로 가문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으려니, 남궁승아가 담벼락에 등을 붙이고 쭈그려 앉은 모습이 보였다.

       

       조용히 물었다.

       

       “⋯⋯명이는 어떻게 되었소?”

       

       “천만다행히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대요. 그런데⋯⋯.”

       

       단전이 거의 파괴되어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그런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아무리 노력한들 외공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사실상 무인의 길을 걷는 것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며, 남궁승아는 울었다.

       

       왜 우느냐고 물으니.

       

       “명이는⋯⋯ 안 울었어요. 오히려 내가 걱정할까 봐, 안 그래도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다며, 이제는 상인 일을 배워 가문에 보탬이 될 거라 하더군요.”

       

       그 어린 것이 실망을 감추고 울지도 않으니.

       

       “나라도 대신 울어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

       

       그래야겠지.

       

       머리가 안개가 낀 듯 희뿌옇다.

       

       엔버스는 홀린 듯이 헤매다, 남궁명이 입원한 건물을 발견했다. 척 보기에도 무사들이 엄중히 경비를 서고 있었던 데다가, 입구를 지키는 것이 남궁패였으므로 알아챌 수 있었다.

       

       남궁패는 딱딱하게 굳은 낯빛으로 엔버스에게 경고했다.

       

       “돌아가시오. 청휘 도사.”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겠소?”

       

       엔버스의 얼굴에 내려앉은 그늘에 남궁패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깊이 상심해 하는 엔버스의 표정은, 어쩌면 명이의 친척보다도 더욱 슬퍼하는 것 같았다.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슬퍼하는 이에게 축객령을 내리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나, 남궁패는 자신의 일을 해야만 했다. 남궁명에게는 안정이 필요했으니까.

       

       “두 번은 말하지 않겠소. 돌아가시⋯⋯.”

       

       “⋯⋯들어오세요.”

       

       문 너머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궁패는 침중한 표정으로 눈을 아래로 내리깔더니, 한숨과 함께 문에서 비켜섰다. 엔버스는 감사의 표시로 묵례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

       

       짙은 약향이 났다.

       

       복도를 지나, 시종 둘이 지키고 있는 미닫이문을 열면. 새하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운 남궁명이 보였다. 안색이 창백하다.

       

       “⋯⋯청휘 도사님 오셨어요?”

       

       흰 얼굴로 미소를 지으니, 활달하고 건강하다기보다는 귀신이 짓는 것 같았다. 엔버스는 붕대로 둘둘 말린 남궁명의 복부를 보면서 말했다.

       

       “몸은 좀 어떻소.”

       

       “아, 멀쩡해요. 며칠 있으면 말끔하게 낫는다고 합니다. 본가의 의원님은 아주 솜씨가 뛰어나시거든요⋯⋯!”

       

       “⋯⋯이야기는 들었소.”

       

       “아, 들으셨군요. 괜한 거짓말을⋯⋯ 해버렸네요.”

       

       잠깐의 정적.

       

       남궁명은 애써 웃으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버지와, 청휘 도사님, 그리고⋯⋯ 음. 덕분에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소년의 얼버무림에 들어갈 말이 무엇이었던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강시의 습격으로 죽은 남궁가의 무인들을 떠올린 것이리라. 그의 눈동자에 죄책감이 스쳤으니.

       

       눅눅한 감정을 삼키고, 남궁명은 미래에 대해 말했다.

       

       “사지가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내라면,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세상은, 무인보다 무인이 아닌 사람이 더 많으니까요!”

       

       그렇겠지.

       

       “그러니,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배우고 익혀, 가문에 도움이 될 겁니다. 본가에는 사업을 관리하는 어르신이 계신데, 마침 후임이 구해지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니. 제가 잘 배운다면⋯⋯.”

       

       수많은 길이 있으리라. 무공을 갈고 닦는 것보다는, 어쩌면 책상에서 일하는 게 더욱 안전하고 보람찬 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남궁명이 상재를 타고 나서, 그가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공을 세워. 남궁세가의 이름을 사방에 떨칠지도 모른다.

       

       엔버스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

       

       세상은 무력으로만 돌아가지는 않는 법이다. 마력기관도 망가진 마당에 미련하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른 멋지고 좋은 것들에 눈을 돌릴 수도 있었을 테지.

       

       남궁명과 마찬가지로 상인이 되겠다 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정보원이 되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주 다른⋯⋯ 길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엔버스 레드번이 그리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까지 고집을 부린 이유는, 무어냐고 하면.

       

       “⋯⋯형님과 같이 나란히 설 수 없잖소.”

       

       “⋯⋯⋯⋯.”

       

       남궁명은 정곡을 찔린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 

       

       엔버스 또한 눈을 감았다. 이제야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 것 같다.

       

       같이 수련하고 노력한 시간이 그토록 빛났던 것은, 언젠가 등을 맞대고 함께 싸울 미래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투(共鬪).

       

       그까짓 것이 무어라고, 엔버스는 아직까지도 버려내지 못하고 바라고 있었다. 형님에게 날아오는 칼날을 내가 쳐 내고, 내게 날아오는 창날을 형님이 막는. 그런 걸 바랐다.

       

       줄곧 그래왔으니까.

       

       그 빌어먹을 사생아들의 집에서, 다른 아이들의 질투와 악의에 맞서, 힘을 합쳐 싸워왔으니까. 지금도 함께, 대등하게 나란히 서 있고 싶었다.

       

       남궁명은 엔버스의 눈동자로부터 자신의 꿈을 보았다. 엔버스 또한 남궁명을 거울 삼아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단전을 잃어버린 어린 소년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나는 꿈을 꾼 적 없소.’ 라는 말은,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만이 꼭 그렇게 말한다.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형님과 나란히 서는 꿈은, 사실 바란 적도 없었습니다⋯⋯.”

       

       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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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이 어린 소년의 눈동자로부터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공포, 아픔, 혼란, 박살 난 꿈 조각을 밟아서 난 상처들.

       

       당신이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에 능숙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이 감정들은, 거울 너머에서 자주 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익숙했습니다.

       

       꿈이 있습니다. 당신은 가려져 있었던 꿈을 마주했습니다.

       

       [꿈 : 레드번 저택으로 돌아가 실력을 증명하고, 나를 무시하던 이들을 무릎 꿇리고, 가주의 오른팔이 되기⋯⋯?]

       

       아닙니다.

       

       레드번 저택으로 돌아가, 무시하던 시종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고, 레드번 공작의 오른팔이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들.

       

       그 자리에, 온갖 생사고락을 함께 나눈 가족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미로부터 떨어져 내던져진 어둡고 우중충하던 사생아의 집에서, 당신의 유일한 가족은 로데루스라는 형님뿐이었으니.

       

       형제에게 느끼는 경쟁심,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 가족의 울타리, 그의 오른팔이 되겠다는 약속, 이 모든 것들이 꿰매어진 것이 당신의 울퉁불퉁한 꿈이었습니다.

       

       윤곽이 선명하지 않고 제멋대로라, 이 꿈이라 함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제각각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꿈 : 어찌하여 내게 그러셨소, 형님. 이유라도 알려 주시오.]

       

       [꿈 : 내 고생길을 활짝 열어준 것이 형님이니, 내 복수는 해야겠소. 딱 한 대만 맞읍시다.]

       

       [꿈 : 함께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오.]

       

       [꿈 : 목숨줄 잡고 살아만 계시오. 내 언젠가 찾아갈 테니.]

       

       원망도, 복수도, 우정도, 걱정도, 묶어서 하나의 꿈이라 하겠습니다.

       

       허면.

       

       당신은 이제 무엇을 하고 싶나요?

       

       “거울을 봤어.”

       

       당신은 당신과 아주 쏙 빼닮은 거울을 보았습니다.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은, 남궁명이라는 소년입니다.

       

       “내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슬프기도 했고, 이대로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나. 나와 같은 꼴을 맞이하게 하고 싶지 않아.”

       

       같은 꼴이라면?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 위에 헝겊을 덧대는 거.”

       

       흉하게 깨져버린 꿈을 감추기 위해서, 이유를 덮고. 현실을 덮고. 조건을 달고. 단계를 낮추고. 그것을 우리는 타협이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할 거예요. 당신도 그랬죠.

       

       이 모든 사건을 꼬아 놓은 레드번 공작가 자체를 바꾸려 한다든가. 사라진 어머니부터 찾아 나선다든가. 어떻게든 로데루스를 만나려고 해 본다든가.

       

       그런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전부 뒤로 미루어 두었으니까. 그건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닐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가지를 잘라내는 것은 현명한 일이에요.

       

       그럼에도?

       

       “중요한 건⋯⋯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거야. 이제는.”

       

       그렇다면 당신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알고 있겠군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일의 성패는 하늘에 달린 것이니 어쩔 수 없겠으나, 사람이 스스로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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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명료하게는 대답할 수 없다.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해야 하는 일에는 당연히 망설일 거고.

       

       제 마음이 향하는 곳도 몰라서 몇 번이고 헤매겠지만.

       

       적어도, 후회만큼은 남기지 않으리라.

       

       “남궁명.”

       

       “⋯⋯청휘, 도사님?”

       

       “넌 나랑 같이 천경호로 가야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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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세가의 대전에 사람들이 모였다. 세가를 끌어나가는 중진들이 뺴곡히 모인 채,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논의하였다.

       

       분위기는 어둡고 우울하며, 다분히 신경질적이다. 남궁채공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가만히 듣고 있었으며, 그 좌우로 여러 고함이 오갔다.

       

       앞장서서 주장하는 것은 남궁소였다.

       

       “본가의 평판이 좋지 않으니, 들쑤시고 다니는 것은 화를 불러올 겁니다. 저도, 제 동생이 피습당한 것은 무척이나 화가 나지만, 대의를 보아야 합니다! 세가를 위해서는 참아야──”

       

       “그럼 이걸 두고 넘어가자는 거요?!”

       

       그렇게, 아비규환의 강도만 점점 더 올라가고 있을 때.

       

       밖에서 소란이 울린다.

       

       “청휘 도사, 여기서 이러시면⋯⋯ 억!”

       

       “여긴 지나갈 수 없⋯⋯ 악!”

       

       퍽, 빡!

       

       턱주가리 돌아가는 소리가 두 번.

       

       쾅-!!

       

       그리고, 대문의 문짝이 양옆으로 활짝 열렸다. 대전 안의 사람들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엄중한 회의 중에 난입해 온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청휘 도사? 지금, 경비를 때려눕히고 들어온⋯⋯?”

       

       “소리 보면, 대문을 발로 까고 들어온 것 같은데⋯⋯?”

       

       저벅. 저벅.

       

       엔버스는 당당하게 대전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걸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무례라는 말인가?

       

       남궁채공은 이마를 짚으며, 엄중히 경고하였다.

       

       “아무리 은인이라도⋯⋯ 정도가 있다. 가문의 일을 결정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어떻게 외부인이──”

       

       “남궁명은 내가 데려가겠소.”

       

       “⋯⋯⋯⋯??”

       

       “낫게 해서 돌려보낼 거요.”

       

       대뜸 내뱉는 말에 모두가 굳어버렸다. 저 정신 나간 도사가 무어라 지껄이는 것인가? 그중에, 남궁가의 의원이 눈을 껌뻑이다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다, 단전을 고칠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도사?”

       

       “그렇소.”

       

       술렁술렁.

       

       삽시간에 혼란이 퍼져나갔다. 너무나도 달콤한 말이다. 저게 사실이겠느냐, 사실이라면 큰 홍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코쟁이에게 명이를 맡기다니, 저건 필히 거짓일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소란이 커지려 하자, 남궁채공이 손을 들어 올려 팔걸이를 내리찍었다.

       

       쾅!!

       

       와자작!

       

       팔걸이가 으깨지다시피 했고, 덕분에 대전 안은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자세히 설명해 보게, 소도장. 수단은?”

       

       “알려줄 수 없소. 비밀이 퍼져나가면 선수를 빼앗길 가능성이 있으니까.”

       

       “행선지는?”

       

       “그 또한 마찬가지요. 알려줄 수 없소.”

       

       엔버스는 당당하게 가슴을 쭉 펴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남궁채공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간단하게 정리하여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니까⋯⋯ 수단도 방법도, 행선지도 비밀인데. 그냥 내 아들을 내놓으면 알아서 고쳐 주겠다?”

       

       “그렇소.”

       

       “자네 정신 나갔나?”

       

       “아니오.”

       

       “⋯⋯⋯⋯.”

       

       남궁채공은 엔버스의 의중을 읽기 위해서 눈동자를 가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년의 고집을 볼 수 있었다. 푸른 눈은 사기 없이 명정하였고,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있었다.

       

       채애앵!

       

       남궁소가 칼을 뽑으며 일어났다.

       

       “가주님, 제가 저 무뢰배를 쫒아내겠⋯⋯.”

       

       “다시 앉거라. 청휘 도사,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단전을 고칠 정도라면 필히 엄청난 보물을 쓰거나, 대단한 비법을 사용해야 할 것인데.”

       

       “보물을 쓸 거요. 사람을 먹이는 등의 사악한 술수는 아니니 걱정 마시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이라 보수는 필요 없소.”

       

       “허⋯⋯ 허허허.”

       

       남궁채공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마를 몇 번 내려치다가, 푸하하하! 하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는 배를 부여잡고 한참이나 웃어 재끼다가.

       

       “허락 안 해주면?”

       

       “강제로라도 데려가야지.”

       

       “당연히, 나를 꺾어야만 할 거다. 여기 모인 남궁가 일원 전원을 꺾어야 할 테고. 나는 소도장보다 훨씬 세지. 그런데도?”

       

       “그렇소.”

       

       “하하하하하하! 그래, 자네가 드디어 나름의 협(俠)을 찾은 모양이군?”

       

       엔버스는 실제로 전투 자세까지 잡았다. 그저 꾸민 연극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이 소년은 실제로도 싸워서 이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강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남궁채공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전혀 이득도 되지 않아. 당연히 나는 아비로서, 만약 명이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널 찢어버릴 거다.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격이지. 이래도 말이냐?”

       

       “그렇소. 막아설 거면 막고, 아니면 내놓으시오!”

       

       “그래. 좋다. 데려가라!”

       

       “⋯⋯아버지!!”

       

       남궁소가 절규하다시피 소리를 질렀다. 

       

       남궁채공은 진정하라고 손을 휘저으며, 엔버스를 바라보며 똑바로 말했다. 이토록 강직하게 부딪히는 자라면 희망을 걸어볼 만했다.

       

       “보수도 필요 없다는 그 의기가 마음에 든다. 네가 정말로 명이의 단전을 고쳐 오거든,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을 네게 주마!”

       

       “다녀오겠소.”

       

       엔버스는 가주의 허락을 듣자마자 등을 휙 돌리고, 대전을 당당하게도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이, 누가 붙잡아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강단이 있었다. 그 뒤로 가주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엔버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거지가 말했던 정보가 있다.

       

       천경호 호수 아랫바닥에는 동굴이 있는데, 그곳에 아주 귀한 영약이 있다고 들었다. 엔버스는 본래 이것을 실력 상승용으로 쓰려했지만⋯⋯.

       

       ‘영약도 아직 채 자라지 않았고, 이무기가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여 자라는 것 같아 내버려두었다. 10년 정도 묵혀두면 적당할 때가 올 것 같았지.’

       

       ‘무림인은 극상의 영약을 먹으면 가끔 환골탈태를 하기도 하는데, 이세계의 사람에게도 적용될지는 잘 모르겠구나. 내부 근골에서 차이가 있으니⋯⋯.’

       

       이거라면, 남궁명의 환골탈태를 유도해서 단전을 고쳐볼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엔버스는 남궁명의 병실 문을 벌컥 열고 외쳤다.

       

       “가주의 허락을 맡았소!”

       

       “⋯⋯허, 허락을 맡으셨다구요⋯⋯?”

       

       “그렇소. 정양하고 몸이 움직일 정도가 되거든, 함께 천경호로 떠날 것이니 그리 아시오! 기대는 절반만 하고.”

       

       “⋯⋯이렇게 강호에 나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궁명은 희망을 품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린다는 얼굴이었다. 엔버스도 헷갈렸다. 성공률이 100%라고는 자신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쪽이 후회가 남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자, 잠깐! 청휘 도사! 떠난다면 나도 같이 가요. 나도⋯⋯!!”

       

       남궁승아 또한 뛰어들어서 막차를 타며.

       

       이렇게, 우당탕탕 강호행(江湖行)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좋은 아침입니다 마이 프렌즈. 간밤에는 야밤의 도시를 탐험하는 꿈을 꾸었어요.
    으슥한 야산, 허물어져가는 교회의 종루⋯⋯ 어째서 그토록 인적 드문 곳에 교회가 있었는지⋯⋯.
    그럼, 내일 또 뵙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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