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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루크는 박물관에서 돌아오자 마자 목욕을 하고 편한 복장을 꺼내 입은 뒤, 침대에 올라가 곧바로 예르나가 사주었던 랩탑을 꺼내들었다.

     

    ‘좋아, 마력은 다 닳지 않았군.’

     

     

    전원을 켜니 금세 하얀 빛이 흘러나오며 얇게 펼쳐진 IS패널에 평면 환상이 나타난다.

     

    그 환상마법에 의해 나타난 화면은 ‘검색창’이었다.

     

    루크는 ‘검색’을 이전처럼 완전히 맹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완전히 무시하게 된 것도 아니었다.

     

    평범하게 물어볼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경우 검색창은 꽤 괜찮은 스승인 것이다.

    물론, 완전히 믿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자면, 주점에서 떠도는 소문과 같은 느낌이랄까, 어떤 정보는 정확하고, 어떤 정보는 완전히 허구이기도 하며, 또 어떤 정보는 일부 사실이지만 과장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제 점차 현대의 문명에 익숙해져감에 따라, 어떤 글의 신뢰도가 높은가에 대해서는 슬슬 눈치가 잡혀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오랫동안 주점을 드나들어 보니까, 어떤 사람이 주로 진실을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이 주로 거짓을 이야기하는지 알게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일단 가장 괜찮은 정보원은 ‘아카식 레코드’라는 곳이었다.

    그곳의 검색결과는 보통 사전을 찾아보는 것 처럼 정확한 정의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오늘날 IS패널이라 불리는 것은 바로 ‘Illusion Scroll’.

    현재의 기준으로 가장 높은 가성비로 풍부한 색감과 표현을 담아낼 수 있는 평면 스크롤.

     

    주로 컴퓨터의 화면, 또는 TV에 사용된다.

     

     

    ……라는 식으로, 정확한 사실만을 적어 놓는 곳이었다.

     

    또한 이 정보는 다른 검색창에 집어넣어서 교차검증을 해보면 꽤 정확했다.

     

    루크는 곧바로 검색창을 켜 궁금했던 단어를 검색해 집어넣기 시작했다.

     

    툭, 투둑, 툭.

     

    -월영석-

     

    달의 파편을 마석으로 벼려낸 것.

    최상급의 마석이며, 특히 달의 마력을 담아내는 것에 특출나기 때문에 절단공업에 주로 사용된다.

    일부 최상급품 지팡이에도 극소량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월영석에 대한 간단한 설명.

    하긴, 그 옛적에도 월영석은 마검에 그대로 박기만 해도 예리함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성질을 지녔었다.

    그렇다보니 시대에서도 월영석은 공업에서 뭔가를 베어내는 데에 잘 쓰는 모양.

     

    ‘흠, 그렇군. 모든 대장장이에게 월영석 마검을 건네주었다면, 이 시대의 말도 안될 정도로 섬세한 세공기술도 말이 된다.’

     

    이렇게 또 지식이 늘었다고 생각하며 화면을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화면을 끌어내리며 글자를 훑어나가던 루크는 문득 한 문장에서 손을 멈추게 되었다.

     

     

    -월영석의 가격-

     

    일반적으로 월영석은 그램당 200만~ 400만길에 달하지만, 달의 마력을 품었다면, 그 농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상급품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램당 3000~4000만길로 취급된다.

     

    “……그램당 3000만?”

     

    루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달에서 직접 월영석을 캘 수 없었던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싸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루크의 입장에서 보아도 여전히 싸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다.

     

    “……하아.”

     

    그래도 역시 비쌀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달에 사람을 보내 직접 월영석을 캐기도 하는 현대라면 그래도 그다지 비싸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형편이 좋은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달 그림자를 벼려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10그램 이상의 월영석이 필요할 텐데…….’

     

    그렇다면 최소 3억~4억 길이다.

    그러나 고작 10그램의 최상급 월영석으로 달 그림자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솔직히 자신도 장담할 수 없다.

     

    넉넉하게 잡자면 필요한 월영석은 그 두배.

     

    그렇다면 6~8억길.

     

    “…….”

     

    루크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6억이라면 버스를 120만번 탈 수 있는 금액이 아닌가.

    하루에 두번씩 탄다고 해도 1643년을 탈 수 있는 압도적인 숫자다.

    그렇다면 통조림으로 계산하면 또 얼마인가?

    자주 먹는 1600길짜리 통조림을 기준으로하면 37만5000캔을 살 수 있고, 하루에 6캔씩 먹어도 171년을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물론 월영석엔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는 하다.

    만약 자신의 차원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전제 하에, 6억이라는 숫자는 그야말로 미세한 수준이니까.

     

    차원만 멀쩡하다면.

    빚을 내서라도 어떻게든 월영석을 구해 내부의 재화를 꺼내서 갚기만 하면 그만인 일이다.

     

    하지만.

     

    루크는 자신의 차원공간이 그대로 남았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만약 빚을 내서 월영석을 구했지만 그 빚을 상환할 만한 재화가 차원의 미아가 되어 전혀 남아있지 않다면?

    그도 아니라면, 기억엔 없지만 이미 ‘위대한 루크 이루시’가 다른 공간에 치워버린 상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매일 거리에 나가서 첼로 연주를 해 돈을 번다고 해도, 거리연주의 특성상 그때마다 벌리는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운이 좋다면야 한번에 200만 이상의 금액도 벌 수 있는 것이지만, 여태껏 연주로 벌어들이던 평균적인 금액은 하루에 20만길 정도.

     

    그렇다면 약 3000일은 하루도 빠짐 없이 거리에 나가 첼로를 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약 10년.

     

    솔직히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굳이 차원을 열기보다는 직접 마력을 쌓아 서클을 올리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다.

     

    그리고 파이는 컴퓨터의 화면에 띄워진 그 의미를 도저히 알 수 없는 글자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뿐이었다.

     

    -삼……. 십십십십십십? 에레, 이거 어떻게 읽는 거야?

     

    루크는 화면에서 슬쩍 눈을 돌려 파이의 순진한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그러고 보니 파이는 ‘월영석’이라는 글자도 아직 모르고, 마찬가지로 10 이상의 숫자도 잘 읽을 줄 모른다.

    겨우겨우 시계를 보고 시간을 알아낼 수 있는 정도.

     

    그러니 3000만이라는 숫자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것이다.

     

    “월영석이 3000만길이라는 이야기일세.”

     

    -3000만? 그게 뭐야?

     

    “10이 10개 모이면 백, 백이 열개 모이면 천, 천이 열개 모이면 만이 되는 것일세. 천만은 만이 천개라는 뜻이지. 알겠는가?”

     

    -모르겠어!

     

    “……그런가.”

     

    그래,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을 딱히 정령이 온전히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리라.

     

    —————–

     

    그렇게 루크는 월영석의 생각을 잊기 위해 고양이가 장난감으로 놀고 있는 영상을 틀어 놓고 파이와 함께 시청하고 있었다.

     

    영상 속의 고양이가 깃털 달린 막대를 손으로 잡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그냥 보기에 귀엽기도 하고,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뭔가 고양이가 자신 대신 본능을 발산해 주는 것 같아 가슴속의 욕구도 충족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평소에도 자주 검색해 찾아보고는 한다.

     

    물론 최고는 직접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긴 하지만, 솔직히 살다보면 장난감으로 노는 것 조차 피곤한 경우가 있지 않던가.

     

    오늘은 그런 날인 것이다.

    그렇다고 몸이 지치지는 않았지만, 정신은 지친 상태이니 크게 다를 건 없다.

     

    ‘월영석…….’

     

    그러던 순간이었다.

     

    “루크, 아직도 고양이 영상 봐?”

     

    잠깐 옆방의 친구와 논다며 나갔던 메리가 돌아와 물었다.

     

    “음, 보다시피. 그렇다만.”

     

    그러자, 메리가 짐짓 화난 것 같은 표정과 억양을 지어내며 말했다.

     

    “진짜, 왜 전화를 안 받아!”

     

    “미안하구나, 듣지 못했어.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는 게냐?”

     

    그제서야 루크는 컴퓨터의 화면에서 눈을 떼서 메리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메리는 화난 것처럼 보였던 표정을 금세 풀어내며 말했다.

     

    “우리, 옆방에서 무서운 이야기하면서 놀 건데, 너도 올 거냐고 물어보려고.”

     

    “무서운 이야기? 넌 무서운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아니었느냐?”

     

    “으음, 굳이 따지자면 싫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단 말이야.”

     

    “허허.”

     

    이전에도 생각한 것이지만, 대체 무서운 것이 뭐가 그리 좋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린아이라면 즐거운 일만 보아도 좋지 않나?

     

    무서운 이야기라니,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다.

     

    옛날엔 그저 저쪽 마을에 오우거 무리가 나타나서 마을사람들이 죄다 몰살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무서운 이야기이고 공포스러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아이들 앞에서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딱히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말이다.

     

    이 또한 살기 좋아진 세상 때문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며 루크는 다시 몸을 화면으로 돌렸다.

     

    “미안하지만, 할 이야기가 없는데.”

     

    “그럼 그냥 와서 같이 놀자! 할 얘기가 없으면 듣기만 해도 돼!”

     

    “…….”

     

    “응? 다른 애들도 다 너랑 놀고 싶어해.”

    “…….”

    “제발, 한번만!”

     

    루크는 메리의 계속된 권유에 점차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저 아이의 똘망똘망한 눈초리를 보라, 어찌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래, 월영석 생각을 잊기 위해서는 확실히 그러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윽고, 루크는 컴퓨터의 화면을 닫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 한번 가자꾸나.”

     

    ——-

     

    그렇게 옆방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루크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하며 반겨주었다.

     

    “와! 루크다!”

     

    “안녕!”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네!”

     

    “자, 여기 얼른 앉아!”

     

    “으음, 다들 반갑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반겨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루크였기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메리를 제외하면 이 곳에 딱히 깊은 관계를 가진 아이들은 없었고, 평소에 학교를 잘 오지 않아서 친해질 기회도 많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원래 자주 보아야 친밀감이 생기는 법.

    그러니 자신이 이렇게 환호를 받을 만한 일은 한 적이 없을 텐데, 라고 의문을 품은 순간이었다.

     

    “전에 나눠준 쿠키 맛있었어!”

     

    “빵도!”

     

    “하하, 그래. 다들 맛있게 먹어준 것 같구나.”

     

    과연, 예전에 빵과 쿠키를 나눠주었던 것이 아이들에게 괜찮게 각인된 모양이다.

    그렇다면야 딱히 호의를 거절할 이유도 없지않겠나 싶어서 방석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채, 꼬리를 말아 무릎 위로 올렸다.

     

    루크가 자세를 잡은 것을 확인한 한 아이가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며 불을 껐는데, 이 몸이 되면서 밤눈이 밝아진 루크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불을 끈다고 해서 딱히 방 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이것은 사실 저쪽에 앉아있는 고양이 수인 아이도 비슷할 것이다.

     

    그래도 딱히 별 말은 하지 않는 걸 보니, 단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의식인 모양이다.

     

    그렇게 잠깐 방 안이 고요함에 물든 순간, 루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느냐?”

     

    솔직히 말하자면, 루크는 이제 어린 아이들이 풀어내는 무서운 이야기는 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메리가 잔뜩 분위기를 잡은 목소리로 말했다.

     

    “루크, 우리 아카데미의 기숙사 괴담을 알고 있어?”

     

    “아카데미의 기숙사 괴담? 글쎄…….”

     

    루크가 알 턱이 없다.

    아카데미는 자주 오지도 않는데다, 애당초 기숙사를 이용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역시 모르는구나, 그럼 설명해줄게.”

     

    메리는 잔뜩 숨을 들이켰다가 크게 내뱉으며 긴장을 풀어냈다.

    첫 인상이 중요한 것처럼, 첫 이야기 역시 중요한 것이기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정을 넘은 밤, 한 아이가 복도를 걷고 있었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학여행가서 밤에 무서운 이야기 안할거면 수학여행 왜감?

    근데 생각해보니 전 수학여행을 간 적이 없네요.

    ….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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