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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그 이후로는 별로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클레어 선생님이 교무실에 도착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한숨을 푹 내쉬는 것과, 가끔 시우를 째려본다는 것 외에는.

       

       

       “죄, 죄송합니다···.”

       

       “알면 됐다.”

       

       

       전혀 된 표정이 아닌데.

       

       아무래도 시우는 수업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별로 걱정되지는 않지만.

       

       시우가 고작 2학년 커리큘럼 같은 것 따위에 힘들어할 리가 없으니까.

       

       3학년 학생 중에서도 상위권인 아이들만 갈 수 있는 최전방에서도 무사히 살아 돌아온 시우다.

       

       심지어 그 지옥 같은 장소에서.

       

       선생님이 조금 힘들게 단련시켜도 문제는 없을 터.

       

       눈치는 보일지언정 힘들지는 않겠지.

       

       

       “한동안 또 시끄러워지겠군···.”

       

       

       클레어 선생님이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피임이라도 했어야지. 너희들처럼 유명한 녀석들이 이런 구설수에 오르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단 말이다.”

       

       “···네? 유명하다고요?”

       

       “설마 몰랐던 거냐?”

       

       

       나와 시우는 서로 마주 보며 두 눈을 끔뻑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유명하다니, 우리가?

       

       그런 우리의 반응을 보던 클레어 선생님이 다시 한번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정말 우리가 몰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너희가 최근 일 년간 했던 일들을 떠올려 봐라.”

       

       “일 년 동안 한 일···?”

       

       “아카데미에 잠입한 빌런 제거, 아카데미에 급습한 마수 처치, 위버멘쉬 간부 처치, 최전방 사태 해결의 주역···. 일 년 사이 굵직한 일들을 참 많이도 해결했군.”

       

       “그, 그걸 다 어떻게···.”

       

       

       선생님이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지.

       

       당연히 선생님이니까 아카데미 내부의 사건은 잘 알고 있겠지만···.

       

       최전방에서 있던 일이나 위버멘쉬의 간부를 처치한 것도 알고 있다고?

       

       나와 시우는 선생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인터넷도 보지 않는 거냐?”

       

       “잘 안 보기는 하는데요···.”

       

       

       최전방에 가기 전에는 작가님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바빴다.

       

       이런저런 사건이 터지니까 그걸 해결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 사건이 끝난 이후로는 전자기기를 만질 일은 별로 없었다.

       

       왜 만지지 않았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

       

       우리는 지금 그것 때문에 교무실에 있는 거니까.

       

       

       “이미 다 퍼졌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보는 퍼지기 쉽다고.”

       

       

       아르테 이시스와 유시우.

       

       선생님이 우리에게 보여준 화면에는 우리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나는 다른 놈들에게 에고 서칭을 하지 말라고 자주 말하지만···. 설마 진짜 안 보는 놈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나와 시우의 이름이 적힌 단말기에는 수많은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나와 시우가 누구인지, 최근에는 무슨 일들을 했는지, 능력은 무엇인지 등.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목격담과 사람들의 추측으로 꽤 신빙성 있는 자료들이 이미 퍼져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보는 통제하고 싶어도 통제하기 힘들지. 그런 커다란 사건이 벌어졌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나와 시우는 다급히 내 이름을 검색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아라크네라는 건 들키지 않은 모양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이, 선생님이 나와 시우에 관한 정보를 차곡차곡 모아둔 한 사이트를 보여주었다.

       

       이미 내가 시우의 아이를 뱄다는 소식이 들어왔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뭐가 이렇게 빨라?

       

       

       “아카데미 습격 사건, 그리고 마수의 이상 현상. 둘 다 지금껏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이 환장하더군.”

       

       “아, 그래서···.”

       

       “얼마 되지 않는 정보들을 긁어모으고, 여러 판단 끝에 너희들이 사건을 해결한 것 같다는 평이다. 물론, 아카데미는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선생님이 말하고 싶은 건 알겠다.

       

       아무리 아카데미가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거겠지.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사건들 탓에 우리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갔다는 이야기구나.

       

       

       “어쨌든, 너희들은 너희 생각보다 훨씬 유명하다.”

       

       “···.”

       

       “그리고, 너희들이 자주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너희들의 관계를 의심했었는데···.”

       

       “그게 사실이 되었다, 이건가요?”

       

       “그래.”

       

       

       ···그게 뭐가 문제지?

       

       시우가 내 거고, 내가 시우 거라는 게 세상에 널리 퍼지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쓸데없이 시우에게 꼬리치는 년들이 없을 거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는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게 내 얼굴에 드러났던 걸까.

       

       클레어 선생님이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시민들이 귀찮게 구는 것도 물론 골치 아프지만···. 빌런들을 생각해야지.”

       

       “···빌런들이요?”

       

       “그래. 최근 아라크네라는 조직 탓에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빌런들은 있으니까.”

       

       “그게 왜···?”

       

       “빌런 짓을 하는 놈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거든. 제정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놈들과, 제정신이 아닌 놈들. 내가 걱정하는 건 후자다.”

       

       

       클레어 선생님은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곧 자기 제자가 아니게 될 사람이지만, 선생님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가끔 자기 이름을 드높이고 싶은 멍청이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놈들에게 너는 좋은 먹잇감이니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 배를 슬쩍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에 그제야 선생님이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신으로 인해 약해진 나를 노릴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선생님은 그걸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저는 괜찮을 거예요.”

       

       “그건 아무도 장담하지···.”

       

       “아뇨.”

       

       

       나는 시우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선생님의 걱정은 물론 고마웠지만···.

       

       내게는 시우가 있었으니까.

       

       

       “시우가, 저를 항상 지켜줄 테니까요.”

       

       “···하아, 그래. 부디 좋은 소식만 들리게 해 다오.”

       

       “걱정하지 마세요.”

       

       

       클레어 선생님을 향해, 나는 방긋 웃어 보였다.

       

       역시 좋은 사람이라니까.

       

       ···앞으로 자주 보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결혼하게 된다면 꼭 청첩장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

       

       

       

       아카데미에 자퇴서를 제출한 뒤에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시우의 집이 아닌, 원래 내가 사용하던 아라크네의 거점으로.

       

       클레어 선생님의 이야기도 일리는 있었으니까.

       

       물론 시우가 언제나 나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법.

       

       앞으로 시우가 아카데미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아라크네의 동료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와, 진짜 신기해···.”

       

       “너 뭐하냐?”

       

       “너도 이것 좀 봐, 라이라. 진짜 신기해. 오오···. 여기에 아이가 있는 거구나···.”

       

       

       문질문질.

       

       내 배를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스피라의 손길이 느껴졌다.

       

       진짜 신기한 모양이네.

       

       라이라의 표정이 험악해지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당장 떨어지지 않으면 그 꼬리를 잘라주마.”

       

       “히, 히익! 나 도마뱀 아니야! 자르면 안 자란다고! 떨어지면 되잖아!”

       

       “하아···.”

       

       

       라이라가 고생이 많구나.

       

       전직 위버멘쉬의 간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경박한 동료를 다루는 모습이 무언가 익숙해 보였다.

       

       여러 번 해 봤던 걸까.

       

       

       “고생이 많네.”

       

       “알아줘서 고맙네.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맙기는 한데, 그 정도로 몸이 약하지는 않아.”

       

       

       음.

       

       라이라는 스스로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엄청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스피라가 만지던 내 배 주변으로 자꾸 시선이 모여들고 있었다.

       

       

       “만져볼래?”

       

       “···그래도 돼?”

       

       “당연히 괜찮지.”

       

       

       다른 사람이라면 안 된다고 했겠지만.

       

       이 녀석들이라면 괜찮았다.

       

       절대 내게 해코지하지 않을 사람들이니까.

       

       만져도 괜찮다고 배를 살짝 두드리자, 라이라가 쭈뼛대며 내게 다가왔다.

       

       아닌 척해도 많이 궁금했던 모양이구나.

       

       ···사실, 나도 여전히 신기하긴 하다.

       

       내 배 속에 아이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으니까.

       

       

       “뭔가 부풀어 올랐네···.”

       

       “안에 아이가 있으니까.”

       

       “남자야, 여자야?”

       

       “아마 여자아이. 정확한 건 다음 달에 알 수 있대.”

       

       “헤에···.”

       

       

       라이라가 신기하다는 듯 약간 부푼 배를 쓰다듬더니, 이내 내 배에 귀를 가져다 댔다.

       

       

       “···미안하지만, 아직 소리는 안 들릴걸?”

       

       “아, 그, 그런가···? 미, 미안.”

       

       

       허둥지둥 사과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예전의 그 날카롭던 녀석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유해졌구나.

       

       

       “뭐야, 왜 웃어···!”

       

       “아니, 그냥.”

       

       

       감회가 새로웠다.

       

       작가님은 라이라를 죽이고 싶어 했던가?

       

       하지만 나는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작가님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몰랐는데도.

       

       그건 변덕이었을까, 아니면 내 마지막 남은 일말의 양심이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내 생각보다 훨씬 잘한 일일지도 몰랐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 하율. 수업은 벌써 끝났어요?”

       

       “방금 끝났습니다.”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어느새 아카데미의 수업이 끝나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서 아카데미까지는 빨라도 십 분은 걸릴 텐데.

       

       

       “엄청 빠르네요···.”

       

       “제 능력이 전투 외에는 쓸모없어 보여도, 이런 점은 좋거든요.”

       

       “하하···.”

       

       

       그렇구나.

       

       안개로 변한 뒤에 도착한 거구나.

       

       ···어쩐지 높으신 분인데도 차 같은 걸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사소한 곳에서 효율적으로 능력을 사용하고 있네.

       

       

       “스피라.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준비해.”

       

       “···아, 벌써 일할 시간이야?”

       

       “그래. 하율이 왔잖아. 오늘은 너랑 하율이라고.”

       

       “으엑···.”

       

       

       스피라가 노골적으로 싫은 듯한 소리를 내자, 하율이 슬쩍 그녀를 째려보았다.

       

       ···음, 저건 아무리 봐도 스피라 잘못이지.

       

       아마 하율은 아무 생각 없을 게 분명했다.

       

       

       “그럼, 아르테 님을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 나도 이제 꽤 강하니까.”

       

       “···좋습니다. 그럼, 아르테 님. 회임 축하드립니다.”

       

       “아,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스피라와 하율은 집 밖을 나섰다.

       

       오늘도 빌런 사냥이 시작되는 거겠지.

       

       여느 때와 같은 하루가, 오늘도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리 독자님들이 수상할정도로 보태배를 좋아해서

    지금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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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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