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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파직.

       

       

       하늘에서 붉은빛이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찰나의 순간 번쩍이는 빛은 어두운 밤을 찢어내며 하늘을 갈랐고 바닥에는 깊게 파인 흔적이 살벌하게 남아있었다.

       

       

       무표정하게 마법을 쏘아내는 나를 보는 한스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제가 이걸 맞은 겁니까?”

       

       

       마도서를 받고 나서부터 존대를 시작한 한스. 어색하긴 했지만 존대가 편하다는 한스의 완고한 고집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그때는 강도를 조절해서 이것보다 약할 겁니다.”

       “그게 조절을 한 거라… 하하.”

       

       

       한스는 썩소를 지으며 폐인 바닥을 메꾸기 시작했다. 삽을 들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마당을 메꾸는 한스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나는 마탑에서 한스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삽질을 잘하시네요.”

       “어렸을 때 공사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요.”

       “마탑에서 용돈을 안 주나요?”

       “제 돈도 아닌데, 어떻게 씁니까. 그리고 어릴 때는 마법도 못 써서 눈치 보이기도 했고요.”

       

       

       생각 이상으로 바람직하게 자란 한스. 같은 마탑 출신인 녹조 대가리와 다르게 인성이 잡혀있었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마당 구석을 가리켰다.

       

       

       “저쪽도 채워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기도.”

       “네 알겠습니다.”

       

       

       한스는 생각 이상으로 내 말을 잘 따랐다. 계약에 묶여있다고 하나, 투덜거릴 만도 한데 공손하게 대하는 한스의 모습에 나는 의문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게 원작에서 한스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으니까. 뭔가 반항적이고 흑화한 모범생의 느낌이 났었는데, 눈앞에 한스의 모습은 시험 요약본을 받은 모범생처럼 공손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스에게 물었다. 이럴 때는 확실하게 물어보는 게 마음이 편했으니까. 갑자기 돌변해서 ‘맞춰주기 더럽게 힘드네.’라고 하면 오히려 서로가 곤란할 것 같으니 이쯤 하자는 마음에서 말을 꺼냈다.

       

       

       “왜 이렇게 저 자세로 나오십니까.”

       

       

       한스는 나의 물음에 오히려 의문을 가지고 답했다.

       

       

       “왜 이렇게 저한테 잘 해줍니까?”

       “네?”

       “저한테 주신 마도서.”

       

       

       한스는 가슴에 손을 얹고 뭉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대 마도서지 않습니까. 고대 전쟁에서 제국을 지킨 대마법사의 산물을 저한테 주셨는데… 왜 이렇게 잘해 주시는 건지.”

       “그게요?”

       “교과서에서만 읽었던 마도서를 직접 보는 것도 영광스러운데, 직접 읽게 해주셨으니까…. 크흡.”

       

       

       한스는 보물을 찾은 소년처럼 뭉클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넘겨줄 마도서가 더 있다고 말하면 남정네의 울음을 볼 것 같았기에 나는 속으로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대단한 마도서는 아닌데.’

       

       

       한스에게 넘어간 마도서 ‘검은 장벽’

       

       

       고대의 마법사가 집필한 마도서가 맞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거짓이 많이 들어간 마도서였다.

       

       

       고대에 일어난 전쟁에서 큰 위업을 달성한 사실은 맞았으나, 적국이 제국까지 침공하지 못했고 ‘철벽’이라는 칭호를 가진 대마법사가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자면 나도 저 마도서의 한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더 좋은 마도서도 넘쳐났고.

       

       

       게다가 소설에서 한스가 ‘검은 장벽’이란 마법을 많이 사용하지도 않았었다. 훔친 마법을 주력기로 사용했지, ‘검은 장벽’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스에게 주긴 한 건데…

       

       

       “형님.”

       

       

       뭐, 본인은 만족해서 다행이려나.

       

       

       뭐가 됐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나는 떨떠름한 썩소를 지으며 손목을 풀기 시작했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요.”

       “꿀꺽.”

       

       

       한스는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매일 저녁마다 이루어지는 대련 때문에 긴장하는 한스.

       

       

       나는 티르빙을 한쪽에 내려놓고 한스를 향해 말했다.

       

       

       “이번에도 저는 목검을 사용하고 마법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한스는 알아서 잘해 주시면 됩니다.”

       “잠시 준비를…!”

       

       

       나는 망설일 틈을 주지 않고 한스를 향해 땅을 박차고 달렸다.

       

       

       -쾅.

       

       

       공기를 꿰뚫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굉음에 한스는 서둘러 술식을 읊기 시작했다.

       

       

       “[에리어]”

       

       

       한스의 몸에서 퍼져나오는 검은 마법의 장벽. 공간을 천천히 침식하더니 이내 내 발치까지 다가왔다.

       

       

       나는 빠르게 시야를 회전시켜 한스의 영역에서 발을 뗐다.

       

       

       ‘이런 능력이 있었나…?’

       

       

       소설에서 본 적이 없는 마법을 보여주는 한스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는 나는 의문을 던졌다.

       

       

       “못 보던 마법인 것 같은데요.”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

       “흑마법과 마법의 조화….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마법의 열의를 끌어올린 덕분에…!”

       

       

       한스는 말을 멈춤과 동시에 마법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그림자 속에서 뻗어 나오는 검은 손들. 나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버둥거리는 손짓을 가볍게 피해내는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흥미로움을 느꼈다.

       

       

       ‘재미있어.’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한스를 보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압도적인 무위를 보여줬던 소설만큼은 아니었지만 지금 주인공들에 비하면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해서.

         

         

       키울 맛이 있었다.

       

       

       “궁금하네요.”

       “뭐가 말입니까…!”

       “이다음에 어떤 것을 보여줄지.”

       “네…?”

       

       

       손에서 붉은 오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떨리는 한스의 동공과 함께 자세를 낮추는 나.

       

       

       한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가오는 공격을 대비했다.

       

       

       나는 숨을 마시고 한스에게 말했다.

       

         

         

       “목검은 제약되는 게 많습니다.”

       “…”

       “치명상을 입히기도 어렵고 어디를 때려도 부러지는 것에 그칠 뿐이죠.”

       

       

       “그러니까.”

       

       

       -쩌억!

       

       

       허리가 비틀어지는 한스는 소리 없는 신음을 뱉었다.

       

       

       황당한 듯이 고개를 들어 올리는 한스의 눈앞에는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내가 서 있었다.

       

       

       무너지는 한스의 영역.

       

       

       붉은 안광과 함께 휘둘러지는 목검을 보는 한스의 눈동자는 크게 떨리기 시작했고.

       

       

       “일단 맞으세요.”

       

       

       나는 한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

       

       

       가벼운 대련을 마치고 난 뒤.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한스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경호원으로 쓰기로 충분한 것 같네요.”

       “…콜록 …콜록. 무슨 경호원을 이렇게 팹니까!”

       “그래야 믿고 일을 맡기죠.”

       

       

       한스는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쓸모가 있다는 말에 감동한 모양.

       

       

       생각보다 올바른 인격을 갖춰진 한스의 모습에 나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물병을 내었다.

       

       

       꿀꺽꿀꺽 물을 마시는 한스.

       

       

       나는 한스를 향해 오해하지 말라는 목소리로 흘러가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저택에 찾아왔을 때, 코카트리스의 서식지는 왜 말한 겁니까?”

       “…”

       

       

       코카트리스라는 말에 로봇처럼 몸이 굳어지는 한스를 나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콜록’ 사레가 걸린 한스는 고개를 숙이며 나를 향해 말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는 모르는 게 없답니다.”

       “…”

       “눈치껏 말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한스의 눈동자는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기 바빴다. 완벽범죄라 생각했던 일이 알고 보니 피해자가 알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나는 오해하지 말라는 뜻으로 한스를 향해 한가지 첨언을 하기로 해줬다. 열심히 달려온 한스를 너무 모질 게 대할 수는 없으니까.

       

       

       “저를 묻으려고 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요.”

       “…크흡”

       “그렇게 제가 띠꺼웠습니까?”

       “콜록…!”

       “나름 봐주면서 팼는데. 서운했거든요.”

       “죄송합니다. 그게 사실은…”

       

       

       한스는 내게 많은 정보를 뱉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내게 괴물이라는 덕담을 한 번 해주고 천천히 자신이 세운 계획에 대해 읊어주는 한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음 그렇군요.’라는 반응을 해주며 한스의 표정을 살폈다.

       

       

       코카트리스의 둥지로 몰고 가서 이교도와 함께 묻으려고 했다는 계획을 말할 때, 떨리는 한스의 목소리는 일품이었다.

       

       

       특히나 더 잘못 한 거 없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올리비아를 납치하려고 했다.’라는 속마음을 말해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만약, 끝까지 숨기려고 했다면 나는 한스를 죽을 때까지 몰아붙이려고 했으니까.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가지고 속 좁게 이야기를 꺼내냐는 말을 할 수 있지만, 내가 그 속 좁은 사람이라서 말이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짚고 넘어가는 게 서로에게 편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한스의 입에서 아가씨의 납치를 생각했던 일에 대한 사과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한스에게 던졌다.

       

       

       “이교도의 계획 중에 아가씨의 안전과 관련된 계획이 있습니까?”

       

       

       내가 모르는 게 있을 테니까.

       

       

       의도치 않게 부딪치는 관계 속에서 이교도의 개입이 있을 거란 생각에 나는 한스에게 물었다.

       

       

       “없…”

       

       

       말을 멈춘 한스는 입을 열어 자신의 혓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교도에 소속되면서 금제가 걸려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손짓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빼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한스의 얼빵한 얼굴이 나를 보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며 중얼거리는 한스.

       

       

       “어떻게 푼 겁니까?”

       “비밀입니다.”

       

       

       내 말에 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모았다. ‘확실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뱉는 한스의 모습에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티르빙 덕분이지만, 비밀로 해야겠지.’

       

       

       귀찮은 설명을 제쳐두고 나는 한스를 바라봤고 허탈한 웃음을 짓던 한스는 정신을 차리고 내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뱉어냈다.

       

       

       “없습니다.”

       “그런가요?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이교도 안에서는 형님에 대한 정보와 올리비아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형님이 워낙 증거 인멸을 잘하기도 하셨고 저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죠.”

       “생각보다 입이 무거운데요?”

       “제가 이래 보여도 이교도에서 나름 높은 자리에 있어서 말이죠…. 실패했다고 보고하기는 좀 그랬습니다.”

       “확실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스의 입장을 이해했다.

       

       

       잠깐의 침묵이 있고 난 뒤.

       

       

       한스는 뒤늦게 생각이 났다는 듯이 ‘아!’라는 탄식과 함께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교도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

       “일?”

       “네.”

       

       

       한스는 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미하일.”

       

       

       “이교도에서 미하일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한스의 말에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가벼운 반응을 보이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 그건 알고 있습니다.”

       “네?”

       “그냥 그럴 것 같아서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한스를 뒤로하고 나는 저택으로 걸어갔다.

       

       

       소설의 에피소드.

       

       

       ‘살인.’

       

       

       미하일이 본격적으로 이교도에 대한 자비가 사라지는 에피소드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오늘은 맛이 떨어져서…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동안 맛없는 것만 드려서… 죄송한 요정이랍니다!
    앞으로 아가씨와 꽁냥거리는 일상을 쓰고 난 뒤, 다음 파트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닷!
    아마도 미하일과 리카르도와의 대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닷!

    독자님에게 급격히 변하는 기온차를 극복할 수 있는 체온의 요정…! 이불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헤엄치는새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독자님을 봅니닷!
    이 요정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익숙한 닉네임에 반응을 하는 요정이랍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더욱 발전하도록 하겠습니닷!

    독자님에게 24년의 2월이 끝나가는 지금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요정! 건강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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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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