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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세간에서는 그를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 칭하고.

         

       그를 가르친 무림의 명사들은 그를 두고 영락한 독고세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대종사의 자질을 지닌 자라 일컫는다.

         

       영락해버린 가문의 도움 없이 지닌 재능만으로 명가의 자제들을 발아래에 둔 천재(天才) 위의 천재(天災).

         

       독고천(獨孤天).

         

       세기의 천재를 마주하게 된 백우진의 평가는 제법 담백했다.

         

       ‘난놈이네.’

         

       소문이란 건 본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수록 그 크기를 부풀리기 마련인데, 독고천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쪼그라든 듯하다.

         

       정파에는 독고천이 있다면, 사파에는 도경이 있다.

         

       세간에는 각 파벌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엇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말했지만, 글쎄.

         

       ‘지금으로선 대결의 성립 자체가 안 되겠는걸.’

         

       열 번을 싸워도 열 번 모두 도경이 패배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것도 아주 무참하게 말이다.

         

       겉으로 드러난 독고천의 경지는 절정 상입, 그중에서도 초절정으로 향하는 벽에 가로막힌 수준이었다.

         

       그것마저도 다른 후기지수들과 한데 묶일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경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까.

         

       놈의 체내에 밖으로 내보이는 것만큼이나 심후한 기운이 은밀히 잠들어 있다는 것을.

         

       ‘심법인가?’

         

       영기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된 그의 기감으로도 쉬이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은밀한 기운이었다.

         

       자신의 진정한 경지를 숨기기 위해 특수한 심법을 익히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속았겠네.’

         

       그의 진짜 경지를 알아차릴 수 있으려면 적어도 화경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맞잡은 손으로부터 파고든 그의 기운이 단단하게 둘러싸인 가림막을 뚫고 들어갔다.

         

       ‘초절정인가.’

         

       백우진이 파악한 그의 진짜 경지였다.

         

       ‘대단하네.’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저 나이에 초절정에 오른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동시에 일말의 경계심을 느꼈다.

         

       이곳은 그가 존재하는 현실임과 동시에 ‘NovelGod’의 소설 속 세상이기도 했다.

         

       그의 잠재력은 이 세상을 집필한 신의 안배일 터.

         

       그렇다는 것은.

         

       ‘맡은 역할이 상당하다는 거겠지.’

         

       과연 빌어먹을 신은 독고천을 아군으로 설정해 두었을까, 아니면 적으로 설정해 두었을까.

         

       찰나의 고민은 덧없이 흩어졌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작가의 설정이 어떠하든, 그에게는 하등 쓸모없는 이야기다.

         

       왜냐면.

         

       ‘내 걸 건드린 놈은 다 적이야.’

         

       독고천이 제 맑은 눈동자에 제갈연지를 담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는 적으로 인식되었기에.

         

       먼저 손을 놓은 쪽은 백우진이었다.

         

       특별한 심법은 없어도 그 또한 제 기운을 숨기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유치한 힘 싸움에서 이겨 놈에게 쓸데없이 긴장감을 더해주고 싶지 않았다.

         

       “으음.”

         

       독고천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뻗었던 손을 거둬들였다.

         

       백우진은 여전히 언짢은 표정으로 그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선배님들이 여기는 무슨 일로?”

         

       정중한 말투와 그렇지 못한 태도가 뒤섞였다.

         

       표면적으로 독고천은 사 년 차 선배였기에 어느 정도는 대우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감정적으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탓에 태도는 건들거리기 짝이 없었지만.

         

       그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독고천은 여유작작한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가 향한 곳은 백우진의 소매를 살포시 붙잡고 있는 제갈연지가 서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여기 있는 제갈 소저를 보러 왔네.”

         

       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독고천을 보며 백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댁들이 우리 제갈 소저를 왜 보러 오셨냐고요.”

         

       기분이 한층 더러워진 만큼, 그의 말투에 담긴 존중 또한 그 무게를 덜었다.

         

       “아니, 저…!”

         

       참다못한 제갈진이 뭐라 쏘아붙이기 전, 독고천의 손이 제갈진을 가리켰다.

         

       “이 친구 이름이 제갈진일세.”

       “잉?”

         

       백우진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할 때.

         

       제갈진이 콧바람을 씩씩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자신을 소개했다.

         

       “제갈진일세! 자네 옆에 있는 연지의 오라비기도 하지.”

       “어, 음.”

         

       골똘히 생각에 잠긴 백우진.

         

       아내의 오빠를 부르는 호칭이 뭐였더라.

         

       아, 생각났다.

         

       “형님?”

       “누가 자네 형님이란 말인가!”

         

       그가 내뱉은 단어 하나에 두 사람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나는 폭발을 앞둔 화산처럼 노발대발하는 제갈진.

         

       또 하나는 백우진의 뒤에 제 몸을 반쯤 숨긴 제갈연지였다.

         

       “혀, 형님….”

         

       그가 말한 형님이 단순히 나이 차 나는 사내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거론된 형님이란 결국 아내의 오라비를 지칭하는 말일 터.

         

       ‘백 공자가 나, 날….’

         

       요 며칠간 공허했던 그녀의 가슴이 풍족하게 차올랐다.

         

       그녀가 불안했던 것은 단순히 그와 하룻밤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살을 섞는 느낌이 어떤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나, 그녀가 그것을 그토록 원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그것을 일종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백우진과 적잖은 깊이의 관계를 쌓았음은 확신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어제 그토록 좋았다가도 하룻밤 사이에 돌아서는 게 연인이라는데,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보다 단단한 끈으로 그에게 얽매이고 싶었다.

         

       ‘이제 됐어…!’

         

       자연스럽게 나온 한마디 단어에서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전해졌다.

         

       여전히 그와 초야(初夜)를 치르는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눈물로 밤을 지새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수 있을 듯했다.

         

       바람에 찰랑이는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애틋한 시선이 독고천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역시 저 자인가.’

         

       처음 보았을 때부터 반쯤 확신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더욱 확실해졌다.

         

       지난밤, 그녀가 말한 자신에게 손댈 수 있는 유일한 이가 바로 백우진이라는 것을 말이다.

         

       ‘확실히…, 제법이기는 해.’

         

       모두를 제 밑이라 생각하는 그가 보기에도, 백우진은 뛰어난 사내였다.

         

       아마 학관 전체를 뒤져보아도 그와 견줄 만한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자신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녀도 아마 그래서 백우진에게 푹 빠졌을 테지.

         

       뭐, 괜찮다.

         

       자신이 눈앞에 나타난 이상, 그녀의 눈높이 또한 높아질 테니 말이다.

         

       그는 여전히 씩씩거리는 제갈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보게, 진. 슬슬 진정하고 얘기를 좀 진행시키는 게 좋겠네만.”

       “아….”

         

       반쯤 가출했던 이성이 돌아온 제갈진이 침음성을 삼켰다.

         

       친우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추태를 보인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

         

       “미안하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다 이해하네. 누이의 앞날이 걸린 문제이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당연해.”

         

       짐짓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위로하는 독고천.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른 제갈진이 예의 무덤덤한 시선으로 백우진을 최대한 배제하고 뒤에 숨어 있는 제갈연지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이리 나와보거라.”

       “네에….”

         

       쭈뼛거리며 백우진에게서 슬그머니 빠져나오는 제갈연지.

         

       “내가 너를 찾은 것은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 위함이다만, 실은 하나가 더 있다.”

       “어떤…?”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자, 제갈진과 독고천이 시선을 나누었다.

         

       그러더니 독고천이 대신 나서서 백우진과 제갈연지를 향해 말했다.

         

       “제갈 소저를 우리 조에 영입하고 싶소.”

       “에…?”

         

       놀란 제갈연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재 중의 기재 독고천이 이끄는 사 년 차의 신룡조는 가장 뛰어난 인물들로 이루어진 최고 중의 최고.

         

       제갈진만 봐도 그렇다.

         

       그는 용봉비무제에서 빼어난 무공 실력을 선보이며 용의 자리를 거머쥐었으나, 스스로 그 자리를 반납했다.

         

       독고천이 이끌 신룡조의 일원이 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더 놀라운 건 제갈진과 마찬가지로 용이나 봉의 자리를 반납하고 그의 조에 들어가기를 희망한 이가 무려 다섯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그것만 보아도 그가 학관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인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와 함께하면 제갈 소저는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 게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독고천의 확언에 제갈진이 첨언했다.

         

       “따라나서도록 해라. 우리 조에 함께하는 것이 네게 더욱 좋을 것이다.”

         

       독고천의 시선이 백우진에게로 향했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잔뜩 일그러진 표정이 그의 기분을 더없이 좋게 만들었다.

         

       “이보시게, 후배님. 원하는 것은 뭐든 말하게. 제갈 소저를 위해서라면 얼마가 됐든 지불할 용의가 있으니 말일세.”

         

       불난 집에 부채질을 마구 해대자, 그의 얼굴에 기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일그러진 얼굴에 파르르 떨리며 치솟은 입꼬리.

         

       “뭐든 들어주시겠다….”

         

       백우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성격 같아선 곧장 다 두들겨 패고 싶은데, 그랬다간 일이 꼬이게 된다.

         

       자신이 아무리 최근 명성을 좀 얻었다곤 하나, 그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수준.

         

       그런 마당에 자신의 선공으로 인해 싸움이 벌어졌다는 소식이라도 퍼졌다간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독고천의 편을 들어줄 터.

         

       “백 공자….”

         

       그의 귓가로 아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오.’

         

       방법이 떠올랐다.

         

       오로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놈을 한 방 제대로 먹일 수 있는 방법.

         

       잠시 후, 확연히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린 백우진.

         

       그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독고천에게 말했다.

         

       “요구고 뭐고, 중요한 건 당사자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흐음…, 그거야 그렇네만.”

         

       그의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독고천.

         

       “그러니 우리 이렇게 합시다.”

         

       백우진은 놀란 가슴을 좀처럼 진정시키지 못하고 가슴 부근에 손을 얹고 있는 제갈연지를 앞으로 내세웠다.

         

       “제갈 소저가 원하는 대로 합시다. 그녀가 영입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보내드리지.”

       “호오….”

         

       독고천의 입가에 그려져 있던 미소가 조금 지워졌다.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기에.

         

       “그 반대도 있겠군?”

         

       그의 물음에, 백우진의 입가가 더욱 환하게 물들었다.

         

       “만약 제갈 소저가 영입을 거절하면, 선배의 조원 중 한 명을 우리가 영입하겠소.”

         

       독고천의 웃는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이게 내 제안이오. 뭐, 거절해도 상관없소.”

         

       더없이 얄미운 표정으로 코를 후벼파는 백우진.

       그가 나지막하게 읊조린 말 한마디가 두 사람의 심기를 자극했다.

         

       “쫄리면 뒤지셔야지. 별 수 있나.”

         

       낄낄낄!

         

       

       백우진의 고약한 웃음소리가 굳은 얼굴로 선 두 사람의 귀를 요란하게 때려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미 한번 실패한 바 있던 ‘님 쫄?’ 작전은 과연 이번에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내기에서 이기게 된다면 백우진이 영입하고자 하는 조원은 과연,,,?

    다음 편을 기대해주십시오!!

    슬슬 제 주변 분위기가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집필 시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조금 불안정한 터라 오늘도 연재 시각을 살짝 오버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완전히 안정화됐을 때는 연재 관련하여 올린 공지를 지울 테니, 그때까지는 독자님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P.s 후원 감사의 말씀

    아수라파천무 님!

    후원 감사합니다! 판타지 세계에서의 이야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이 은근히 계시는군요. 극의 짜임새를 위해 어느 정도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정해둔 바가 있으므로, 이렇게 요청이 계속 쌓이면 아마 외전 형식이라도 조금 이야기를 풀어볼 생각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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