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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한 손을 허리에 얹고 고개를 들며 동시에 우유를 꿀꺽꿀꺽 들이켠 우리는 더할 나위 없는 충족감을 느꼈다. 

       

       ‘이게 행복이지.’

       

       크으.

       

       나와 아르는 우유를 다 마신 후 기지개를 쭉 켰다. 

       

       “아, 노곤하다.”

       “아르두 노고내….”

       

       워터 슬라이드를 질리도록 타서 그런지, 뭔가 목욕을 개운하게 하고 나오긴 했는데 그만큼 기력도 같이 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긴 몇 번을 탔는데 쌩쌩한 게 이상하지.’

       

       나는 우유병을 내려놓고 시계를 보았다. 

       

       ‘와, 아직도 열한 시야?’

       

       알람도 없이 느지막이 들어오는 햇빛에 일어나,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모닝 목욕에 워터 슬라이드까지 즐기고 나왔는데 열한 시라니.

       

       ‘벌써 하루가 알차네.’

       

       오늘은 수련 같은 건 안 하기로 마음도 먹었으니, 남은 시간도 알차게 쉬어 볼까.

       

       ‘그러고 보니 실비아 씨는 어디 갔지?’

       

       아까 뭘 하고 있을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럼 레온 씨는 아르랑 목욕 하고 계세요. 전 직원 불러서 치워 달라고 하고 저기서 좀 쉬고 있을게요.

       -저것도 무슨 아티팩트를 심어 놓은 신제품이라고 하더라고요. 마력을 흘려 보내면 자동으로 마사지를 해 준다는 모양이에요.

       

       ‘맞다. 안마 의자!’

       

       목욕 하고 나와서 노곤한 몸으로 안마 의자에 누워 정신줄을 놓고 있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찾기 힘들지.

       

       “아르야, 실비아 씨 있는 데로 가서 같이 쉴까?”

       “우응, 조아!”

       

       나는 아르를 데리고 실비아가 가리켰던 커다란 방으로 갔다. 

       

       “와…. 여긴 휴게실 같은 곳인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왠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풀 내음 같은 일종의 자연 향이 코끝을 은은하게 건드렸다. 

       

       “우아, 냄새 조아…!”

       

       또 문에 낑길 뻔했던 아르는 몸을 살짝 옆으로 해서 내 손을 잡고 쑥 들어왔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좋은 냄새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 자연 향의 정체는 바로 입구 기준 오른쪽 벽에 늘어서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었다. 

       

       ‘혹시 디퓨저 같은 건가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럴 리가 없지. 페룬 대륙에서 무슨 디퓨저야, 디퓨저는.’

       

       …아니, 생각해 보면 안마 의자도 있는데 디퓨저 정돈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특정 향을 담아 저장해 두고 천천히 발산시키는 아티팩트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해.’

       

       어쨌든, 휴게실 안쪽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편안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한쪽 테이블에는 모락모락 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차가 올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실비아가 끓여 마신 것 같았다. 

       

       ‘실비아 씨는…. 저깄구나.’

       

       입구 맞은편에 쭉 늘어서 있는 안마 의자에 앉아, 원활한 휴식 및 수면을 위한 빛 가리개까지 내린 상태로 조용히 안마를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가리개 밑으로 나와 있는 실비아의 다리를, 안마 의자가 감싼 채 가볍게 롤링해 풀어 주는 모습이 보였다.

       

       위잉.

       

       우리가 들어온 걸 알았는지 가리개가 잠깐 위로 올라갔다. 

       

       “목욕을 굉장히 오래 하셨네요.”

       

       실비아는 굉장히 행복하고 나른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안마 의자에 앉아 계신 실비아 씨가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자 실비아가 푸흣,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편한 걸 어떡해요. 수면 모드로 맞춰 놓으니까 진짜 잠이 솔솔 오더라구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 꿀잠 잤어요.”

       “자고 일어나신 거였군요. 그럼 저쪽에 김 모락모락 나는 차는 뭐예요? 끓인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아아, 저건 그냥 장식용이던데요. 차 아니에요. 진짜 차는 저쪽에서 끓여 먹을 수 있어요.”

       “…….”

       

       연출이었어?

       

       실비아는 누운 채로 아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르도 목욕 잘 하고 왔어?”

       “우응! 완젼 조아써! 몸도 담그구 레온이랑 가치 오우터 슬라이드 엄청 마니 타써.”

       “오, 아르도…아니. 워터 슬라이드도 탔구나. 재밌었겠네.”

       

       …방금 아르‘도’라고 한 것 같은데.

       

       “실비아 씨도 목욕 좀 오래 하고 나왔다 싶었는데…. 워터 슬라이드 타다 나온 거였어요?”

       “앗…! 맞아요, 사실 저도 탔어요….”

       

       실비아는 들키면 안 되는 거라도 들킨 사람처럼 시선을 피했다.

       

       “뭐, 좋아할 수도 있죠. 다음엔 같이 타요. 아, 물론 수영복은 입고….”

       

       평소에 이런 거엔 전혀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좋아하시는구나.

       

       의외로 같이 오래 산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막상 이야기를 해 보면 가족이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아직 나랑 실비아 씨는 그 정도로 오래 같이 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건 좋은 일이다. 

       

       “마쟈! 온니두 다음에 가치 타자! 히히.”

       “그, 그래.”

       

       실비아는 부끄러웠는지 가림막을 내리며 말했다. 

       

       “안마 의자 되게 좋으니까 아르도 한번 써 봐.”

       “우응!”

       

       아르는 꼬리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더니, 얼른 자신의 앞에 있는 안마 의자에 앉으려 했다. 

       

       “…히잉. 또 폴리모프 해야 대?”

       

       물론 엉덩이가 들어가지 않아서 몸집을 줄였다. 

       

       ***

       

       몸집을 줄인 아르가 의자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걸 확인한 나도 곧 안마 의자에 앉았다. 

       

       안마 의자의 구조는 지구에서 써 봤던 것과 대동소이했다. 

       

       몸이 푹 들어갈 정도의 커다란 의자, 그리고 팔과 손을 넣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다리 및 발 마사지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작동은…. 이렇게 하는 건가.’

       

       자연스럽게 구조에 맞춰 팔을 넣은 나는 손바닥 쪽에 있는 스위치에 마력을 흘려 보냈다. 

       

       위잉—

       

       “오.”

       

       그러자 내 팔과 다리가 가볍게 조여지며, 의자가 자동으로 뒤로 젖혀졌다. 

       

       ‘이야, 바로 무중력 모드네.’

       

       머리 쪽으로 피가 쏠릴 정도로 누운 자세는 아니면서도, 앉아 있다는 느낌보다는 공중에 누워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 주는 모드.

       

       그렇게 포지션 세팅이 끝나자, 시야 왼쪽에 웬 불빛이 들어왔다. 

       

       ‘모드를 선택해 주세요?’

       

       글씨가 쓰여 있는 투명한 유리 안쪽에서 불빛을 비추는 식이었다. 

       

       ‘기본 모드, 수면 모드, 파워 마사지 모드….’

       

       이외에도 팔다리 집중, 등 어깨 집중 등 모드가 더 있었지만.

       

       ‘일단 기본 모드로 해 볼까.’

       

       처음 가는 음식점에서는 그 음식점의 기본이 되는 메인 메뉴를 시키는 것이 국룰인 것처럼, 이런 모드 선택이 있으면 일단 기본부터 하는 게 좋다.

       

       바로 손바닥에 있는 스위치를 딸깍, 누르자 기본 모드가 선택되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안마가 시작되었다. 

       

       우우웅.

       

       “오오….”

       

       처음에는 가볍게 손발을 꾹꾹 눌러 주는 듯하더니, 점점 팔과 다리 쪽으로 옮겨 왔고, 곧 허벅지를 넘어 둔부의 근육과 허리, 등, 어깨를 순서대로 풀어 주기 시작했다. 

       

       ‘와…. 진짜 시원하네.’

       

       찜질방에서 천 원짜리를 무한 투입해 가며 싸구려 안마 의자를 숱하게 이용해 본 나의 솔직한 평가였다. 

       

       ‘일반적인 안마 의자랑 퀄리티 자체가 다른데?’

       

       평범한 안마 의자는, 까놓고 말해 진짜 시원하게 결리는 곳을 풀고 싶고 뭉친 곳을 풀고 싶으면 내가 직접 몸을 비틀어 가며 작동하는 기계에 해당 부위를 구겨 넣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애초에 내 몸에 맞춰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하지만 이 안마 의자는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 건지, 내 몸에 딱 맞는 형태로 최적화가 되어 밀착된 상태에서 정확하게 근육을 마사지해 풀어 주었다. 

       

       “와….”

       

       발바닥 마사지는 정확히 내 발의 크기를 인식이라도 한 것처럼 혈자리를 꾹꾹 누르고 오래 걸어 피로가 쌓이기 쉬운 부위를 둥글게 밀며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단검술 훈련을 하며 긴장되고 경직되기 쉬운 종아리 근육도 롤링 방식, 두드리기 방식 등으로 차근차근 풀었고.

       

       ‘특히 둔부랑 등허리, 어깨 콤보가 진짜 최고네.’

       

       마사지를 별로 받아 보지 않았다면 생소할 수도 있는 엉덩이 뒤쪽을 쫘악 풀어 주자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특히 엉덩이 위쪽과 허리의 사이 부분을 여러 번 꾹 눌러 마사지하다가 쫘악 위로 밀고 올라갔을 때에는 몇 년 묵은 뭉친 근육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허리 안쪽과 바깥쪽, 그리고 날개뼈, 광배로 이어지는 꼼꼼한 마사지에 나는 완전히 풀어져 안마 의자에 온몸을 의탁했다. 

       

       ‘…근데 기본 모드가 이 정도면 파워 마사지는 도대체 얼마나 시원하다는 걸까.’

       

       마사지를 받던 나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기본 모드로도 충분히 시원하긴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원래 끝이 없는 법.

       이보다 더 시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슬쩍 스위치를 조작해 파워 모드 칸으로 조정해 스위치를 눌렀다. 

       

       “…으왓!”

       

       스위치를 누른 나는 즉시 눈을 번쩍 뜰 수밖에 없었다. 

       

       마사지 자체의 강도가 올라간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모든 부위 마사지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데에 있었다. 

       

       ‘뭐야 이건?’

       

       발바닥 마사지, 종아리 마사지, 둔부, 등허리, 어깨, 심지어 두피 마사지까지 강하고 빠른 박자로 마사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억, 읏. 읍….”

       

       저 세상급 시원함에 편안히 쉬고 있던 숨이 절로 가쁘게 뱉어졌다. 

       

       ‘아니, 이건 좀 소리가 민망한데.’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실비아의 웃음 참는 소리가 들렸다.

       

       “푸흡….”

       “…….”

       

       나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참으며 황급히 기본 모드로 다시 변경했다. 

       

       “후우…. 파워 모드가 확실히 대단하긴 하네요.”

       “그렇죠? 저도 아까 써 봤다가 3분 만에 껐어요.”

       “실비아 씨도 써 보셨군요.”

       “네. 그냥 수면 모드가 제일 편하더라고요. 뭔가 편안하면서도 은은하게 계속 시원해요.”

       “그럼 저도….”

       

       딸깍.

       

       바로 수면 모드로 변경하자, 압력이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정확한 부위를 터치하는 마사지 자체는 변하지 않아 굉장히 편하게 힘을 풀고 마사지를 즐길 수 있었다. 

       

       ‘아, 좋다….’

       

       몸도 노곤하겠다, 이대로 정신만 놓으면 바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아르는 시원하게 잘 즐기고 있으려나?’

       

       내 감각에 신경 쓰느라 아르 쪽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르야, 여기 보면 모드가 여러 개 있어서….”

       

       혹시나 모드 변경 등의 기능을 잘 모를까 봐 설명해 주려고 고개를 들어 아르 쪽으로 돌린 순간, 옆쪽의 기계음이 별안간 커졌다.

       

       위이이잉!

       

       “삑! 쀽! 쀼욱! 삐꾹! 쀽!”

       “…….”

       

       아무래도 조작법을 따로 설명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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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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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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