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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새로운 해가 밝았다.

        그리고 그 말은, 오늘의 방송 시간이 되었다는 말과도 비슷하다.

       

        “반갑구나 아이들아.”

       

        – 하요하요.

        – 안냥하세요 라나님!

        – 라하!

        – 용하

        – 라하라하

       

        언제나처럼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는 아이들.

        그들과 반가운 인사를 한 후 입을 열었다.

       

        “본래라면 이것저것 잡담을 하다 본 콘텐츠로 들어갔겠지만…….”

       

        – 빨리!!

        – 뒷이야기!

        – ㅠㅠ

        – 빨리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보다시피 이런 상황이니 시간을 끌 수가 없겠구나.”

       

        나는 어깨를 으쓱거린 후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황량한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성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규모가 큰 마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지성체의 특성 중 하나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대화’를 통해 때로는 분쟁 없이 갈등을 해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화’라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거래’.

       

        이것 좀 먹어봐!

       

        과즙이 가득한 매고 열매다!

       

        이거 어때?

       

        좀 더 얹어 줘!

       

        “호오!”

       

        나는 수많은 오크들이 돌아다니는 마을을 바라보며 두 눈을 빛냈다.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정보 수집을 겸해서 드론을 보내 정찰했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인원이 모여 있는 마을은 처음 본다.

        왜냐하면 ‘마을’이라는 것은 보통 ‘수원지’가 근처에 있어야 하고, 이 사막에서 ‘수원지’는 보통 ‘오아시스’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막의 오아시스들은 보통 규모가 작았다.

       

        게다가 이 사막은 낮이 너무 뜨거웠다.

        아무리 이 행성의 지성체들이 사막의 열기에 저항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하더라도, 어지간해서는 한낮에 활동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행성에는 대규모의 인원이 모여 사는 큰 마을이나 도시가 없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저것 때문인가?’

       

        거대한 모래신(거대한 지렁이를 닮은 생물을 이곳 지성체들이 부르는 단어)과 땅속에서 뿌리를 내린 식생 때문에, 사막의 대부분이 ‘모래사막’인 이곳에서 흔치 않은 커다란 바위산.

        그리고 그 바위산 안쪽에 굴을 파내 만들어 낸 거대한 오크들의 ‘교역 도시’.

        오크들이 말하길, 기적처럼 만들어진 도시라 하여 부르는 그 이름.

       

        “부르투름에 어서 오라고!”

       

        “아하하하!!”

       

        저 앞에서 두 오크가 서로를 얼싸안으며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보였다.

       

        “부르투름이라.”

       

        비록 화폐 경제는 발전하지 않은 탓에 모든 거래가 물물교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흠이지만, 이런 황량한 땅에서 이 정도 규모의 도시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점이었다.

        그것도 거대한 바위산 안쪽을 파내어 태양열을 피하고,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수원을 확보한 것은 확실히 칭찬해 줄 부분이다.

        즉, 드래곤인 내 처지에서 보아도 훌륭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한 도시구나.”

       

        “그래.”

       

        내 옆에 서 있던 크쉬타르가 조용히 말한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란가.”

       

        “왜 그러느냐.”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는 크쉬타르.

        그의 눈동자가 수많은 감정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했다.

       

        “여기까지다.”

       

        “…….”

       

        “여기서… 서로의 길을 가는 거다.”

       

        휙!

       

        그렇게 말한 크쉬타르는 서둘러 몸을 돌려 인파 사이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단호한 듯 보이면서도, 동시에 수많은 감정이 느껴지는 크쉬타르의 등.

        힘없이 굽어진 그의 등이 점점 멀어지더니, 어느새 인파에 섞여 사라졌다.

       

        “흠.”

       

        사라져 버린 크쉬타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 역시 몸을 돌렸다.

       

       

        *            *            *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 잠깐만요!

        – 뭐지? 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 중간 내용은요?

        – 중간에 빠졌어요!

        – 스톱! 스토옵!!

        – 스탑!

        – 중간이 빠졌어요!

        – 할모니! 잠깐만요!

       

        “으음? 갑자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슬슬 이야기의 흐름을 타려고 했는데, 시청자들이 갑자기 말려서 흐름이 끊어져 버렸다.

        뭐, 그렇다고 화가 난 것은 아니고…… 그냥 좀 당황스럽다.

        시청자들이 내 이야기를 이렇게 급하게 끊은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 중간 내용은 어디 갔나요?

        – 왜 갑자기 크쉬타르랑 헤어진 건가요?

        – ?

        – 궁금해요!

        – 빠뜨렸어요!

       

        “아아. 그게 궁금했구나.”

       

        아무래도 내가 어제 진행했던 부분을 잠시 착각했던 모양이다.

        평소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겠지만, 어제 조금 진지한 회의를 했다 보니 실수를 한 모양이다.

       

        – 라나님도 실수를 하시는구나.

        – ㄹㅇㅋㅋ

        – 라나님은 실수 안 하시는 줄 알았음.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신도 실수를 하는데, 나라고 실수를 안 할 리는 없지.”

       

        초월자라고 해서 실수를 안 할거로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실수하지 않는 종류의 초월을 이루어 낸 이라면 모를까, 기본적으로 초월자 역시 한계가 존재하는 ‘생명’이다.

        그렇기에 초월자 역시 실수를 한다.

       

        “물론 그 빈도수는 필멸자에 비하면 적긴 하겠지만……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란다.”

       

        – 그렇구나.

        – 신들도 실수를 한다…… 메모메모.

        – 그런데 신들이 하는 실수는 뭔가요?

       

        “신들이 하는 실수라면…… 내가 알고 있는 사례 하나를 말해 주마.”

       

        천 년 전이었던가?

        어떤 차원에서 머물고 있을 때, 그쪽 신 한 명이 우주에서 작업을 하다 실수로 소행성 하나를 잘못 건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 잘못 건드린 소행성이 행성 하나와 부딪쳤고, 그 행성에 살던 모든 생명들이 사라졌지.”

       

        – ?

        – ??

        – ??????

        – ???

        – ?????

        – 스케일 뭐임?

        – 미친?!

        – ?

       

        다시 말하지만, 초월자들도 실수를 한다.

        다만 초월자들이 하는 실수는 그 규모가 상당히 거대한 경우가 많고, 그 실수로 인해 필멸자들이 큰 고통을 겪는 경우도 존재한다.

       

        “뭐, 자연재해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단다.”

       

        – 아뇨아뇨.

        – 절대로 자연재해라고 생각할 수가 없는뎁쇼?

        – 허미!

        – 라나님! 라나님은 부디 실수하지 말아 주세요!

        – 우리 죽어요 ㅠㅠ

        – ㅠㅠㅠㅠㅠ

       

        어…… 음…….

        갑자기 채팅창이 울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내 이야기가 무서웠나?

       

        나는 잠시 울음을 터뜨리는 시청자들을 달래주어야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간신히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중간에 빠뜨린 내용은 별것 아니었단다.”

       

        크쉬타르는 나의 정체를 물어보았고, 딱히 내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었던 나는 내 정체를 그대로 공개했다.

        머나먼 다른 차원에서 찾아온 초월자이자, 엘더 드래곤이라는 존재라고 말이다.

       

        – 그건 좀 숨기심잌ㅋㅋㅋ

        – 좀 숨기세옄ㅋㅋㅋㅋ

        – 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그러고 보니 이 드래곤, 첫 방송부터 숨기질 않았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내 정체를 들은 크쉬타르는 혼란스러워 보였단다. 그리고 모래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혼자서 고민하고는, 다음 마을에서 헤어지자고 했지.”

       

        그 말에 나 역시 동의했고, 우리는 다시 다음 마을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오크들의 거대 교역 도시, 부르투름에 도착했다.

       

       

        *            *            *

       

       

        크쉬타르와 헤어진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무엇을 할까?’

       

        애초에 아바타의 모습으로 지상에 나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유희’ 때문이었다.

        보통 나는 마그마에 몸을 지지며 잠을 자는데, 이번 행성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그러니 본체의 스트레스가 올라가고, 본체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바로 ‘유희’였다.

        아바타의 모습으로나마 이 행성을 구경하면서 짜증…… 아니, 스트레스를 풀어보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크쉬타르의 안내와 가르침을 받으며 이 세상을 여행했다.

        ……솔직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제 크쉬타르는 없구나.”

       

        이제 혼자서 여행해야 하나?

        과연 내가 혼자서 재미있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음?’

       

        그 순간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히 내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 나를 목표로 달려오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명백히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3명 전부가 말이다.

       

        호기심에 그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자 두 명은 내 주위를 가리고, 다른 한 명은 나를 뒤에서 붙잡더니 뼈로 만든 칼을 내 목에 겨누었다.

       

        “죽기 싫으면 조용히 해!”

       

        “??”

       

        오? 설마 이거, 납치인가?!

        드래곤이 되고, 초월자가 된 이후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일들 중 하나가 바로 납치였다.

        그런데 설마 이곳에서 경험하게 될 줄이야…….

       

        나를 납치한 오크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감탄하는 것을 단순히 겁먹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들은 ‘일부러’ 반항하지 않은 날 끌고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더니, 그대로 내 얼굴을 감싸고 있던 두건을 걷었다.

       

        “헉?!”

       

        “뭐야?!”

       

        “사람이 아니잖아?!”

       

        오크의 녹색 피부, 혹은 코볼트의 털북숭이 피부와는 확연히 다른 하얀 피부.

        ‘인간’의 모습을 한 아바타의 형태에 납치범들이 당황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한 것이, 이쪽 세상에는 ‘인간’이라는 종족이 없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이들 입장에선 ‘외계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두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오히려 비싸게 팔 수 있겠군.”

       

        “희귀 동물인가?!”

       

        “부호에게 비싸게 팔 수 있겠어.”

       

        흐흐흐흐흐……!!

       

        나를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웃기 시작하는 납치범들.

        그들에 의해 얌전히 묶여 있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딱한 아이들이로고.’

       

        자신들이 누구를 붙잡았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딱하게 느껴졌다.

        물론 딱하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다만, 이들의 모습을 보니 희생자가 나 혼자만은 아닌 것 같았다.

        딱히 다른 희생자들을 내가 보살펴 줄 의무는 없지만, 나 혼자서 탈출하는 것보다는, 이들이 붙잡아 둔 다른 희생자들도 함께 탈출시키는 쪽이 더 타격감이 클 터.

        그러니 잠시 얌전히 붙잡힌 척해서 다른 희생자들도 구출하는 것이…….

       

        부우웅!

       

        콰직!

       

        “크악?!!”

       

        “토드!”

       

        “뭐, 뭐야?!”

       

        “음?”

       

        순식간에 납치범 하나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의아해하는 나와, 기겁하는 나머지 두 납치범들.

        그리고 그 사이로 나타난 것은…….

       

        쿵!

       

        “여기서 뭘 하는 거냐! 란가!”

       

        “……크쉬타르?”

       

        피가 묻은 검은색 석재 몽둥이를 든 크쉬타르의 모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츤데레형 무심 남주 ‘크쉬타르’.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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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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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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