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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 ***

         

       저벅. 저벅.

         

       유경은 떨어지지 않은 걸음을 강제로 옮기며 생각했다.

         

       ‘이래서…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하는구나.’

         

       유경은 한탄했다.

         

       어제의 일을 대신들에게 화풀이 한 대가가 이리 따라 오는구나!

         

       오늘의 국정에 대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딱히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갑자기 생긴 예산안으로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업계획을 구상해 왔고 서로가 자신의 당위성을 주장했을 뿐.

         

       대신들은 열심히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벌을 받는 게야…!’

         

       대신들에게 화풀이 대신 차분한 지적과 함께 국정을 이어나갔다면 지금 이 시간이 한 두 시진은 미루어졌을 일이었다. 그 만큼 대신 사마경휘가 혁기린의 분노를 받아주었을 테고 유경은 좀더 화가 풀린 혁기린을 마주할 수 있을 터였다.

         

       사마경휘를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는 것 자체가 고운 마음과는 먼 거리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사실을 지적할 이는 유경 주위에는 없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되어 궁청전에 도착한 유경.

         

       “폐하, 연무장으로 안내하겠사옵니다.”

         

       “…연무장…말이냐?”

         

       유경의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방이 아니라 연무장이라고?

         

       “꽤애애액!”

         

       우당탕탕탕!!

         

       막 연무장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들리는 단발마와 사람 구르는 소리! 유경을 안내하던 궁녀와 유경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꿀꺽.

         

       궁녀와 유경은 마른침을 한 번 삼킨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경이 연무장에 들어서서 본 것은 오연히 서 있는 혁기린의 뒷모습과 형편없이 구겨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동창제독 사마경휘였다.

         

       선망과 두려움의 시선을 한눈에 받는 검은 동창 제복은 이미 먼지로 절여진 지 오래! 바닥을 한두 번 굴렀음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었다.

         

       “오라버니께서 오셨습니까.”

         

       처음 들어보는 동생의 차디찬 음색에 유경은 몸을 한 번 떨었다.

         

       꿀꺽.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사마경휘가 고개를 들어 유경을 바라보았다.

         

       사마경휘의 눈은 죽어 있었다.

         

       물 위로 끌려 온 생선의 눈을 하고 있는 사마경휘의 입이 열렸다. 입만 벙긋거리는 말 없는 외침. 유경은 독둔술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어쩐지 사마경휘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망…쳐…

         

       마지막 유언을 남긴 사마경휘는 힘이 다 했는지 고개를 떨군 채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사마경휘의 모습을 눈에 담은 유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오늘 난 죽었구나!

         

       “오라버니가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쉬운 날입니다.”

         

       그래 이 오라비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단다. 그러니 주먹을 쥐지 말고 말로 하는 게 어떻겠니?

         

       연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모습에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유경.

         

       “흠씬 땀을 빼고 나면 좀 건강한 정신이 깃들었을 텐데요. 제독은 좀 정신이 맑아졌을 터인데 오라버니께는 그러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몸을 움직인 탓인지 조금은 상쾌해 보이는 혁기린이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유경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유경은 절로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신 겁니까?”

         

       “미, 미안하구나…”

         

       “호 무사님을 함정에 빠트리는 것이 오라버니에게 무슨 이득이 있길래 그런 일을 벌이셨느냔 말입니다! 아무리 오라버니가 이 황궁의 주인이라고 한들 스스로 황궁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일을 하면서 대체…!”

       

       유경은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호천안의 일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

         

       “그날 네가 너무 도박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하더구나. 그래서 도박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 주고 싶다는 마음에…”

         

       “오라버니. 저도 이미 약관이 지난 지 오래입니다. 언제까지 아이 취급을 하실 겁니까.”

         

       “하지만…”

         

       그렇지만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마냥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호천안에게 마음을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유경에게는 근심걱정거리 그 자체였다.

         

       “도대체 내일부터 어찌 호 낭인님의 얼굴을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뭐라 말을 해야 할까요! 저에게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오라버니랑 동창 제독이 나서서 호 낭인님을 패가망신시키려 했다고 말해야 할까요?”

         

       “….”

         

       “그리 국정일이 바쁘시다고 푸념을 하시더니 직접 나서서 호 낭인님을 꼬드길 시간은 있으셨나 봅니다! 거기다가 어젯밤은 뭐라고요? 피로가 쌓여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는 호 낭인님이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직접 관전하러 가셨다고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는 유경. 혁기린은 씩씩대며 화를 내다가도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워도 오라버니는 오라버니였다.

         

       유경이 혁기린을 위하듯이 혁기린 역시 유경을 위하고 있었다. 혁기린이 진심으로 유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황궁이라는 안락한 둥지를 떠나 무림인으로서 살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어젯밤 호 무사님에게 호되기 당하기도 했겠지.’

         

       어제의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안 봐도 훤했고 안 들어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적진 한복판에 들어가서 금자를 뭉텅이로 따오는 이가 호천안이었고 도박에 한해서는 화경 고수도 손쉽게 속여 넘기고 현경 고수랑 맞먹는 것이 호천안이었다.

         

       유경이 나서고 동창이 주관한 도박판이니만큼 대단한 도박판을 준비했겠지만…탈탈 털린 쪽은 유경 측이었을 일이었고 호천안의 성정상 그냥 넘어가지만은 않았으리라.

         

       “오라버니.”

         

       일단 혼 내는 것은 여기까지 할까. 사마경휘와 투닥거리면서 화는 얼추 풀렸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일도 유경 입장에서는 곤욕일 터. 그 정도라면 벌은 충분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은 이 자리를 마무리하려던 혁기린은 반응이 없는 유경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오라버니 듣고 계십니까?”

         

       “나는…아무리 생각해도 어렵구나.”

         

       “뭐가 말입니까?”

         

       “호천안이라는 자를 매제로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혁기린이 팔짱을 낀 채로 굳었다.

         

       지금…오라버니가…뭐라고?

         

       혁기린이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말을 들어 굳어버린 사이에 유경은 고개를 들었다.

         

       이미 모든 일은 혁기린의 귀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굳이 호천안을 몰래몰래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모든 것을 터놓고 혁기린과 이야기하자.

         

       “나는 솔직히 말해서 네 짝으로 저 호천안이라는 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출신도! 무공 경지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심지어 도박을 즐기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어제와 같은 일을 꾸몄다!”

         

       “무슨, 무슨..”

         

       혁기린의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이 오라버니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어제 호천안이라는 자가 도박하는 광경을 직접 보았다. 그 광경을 직접 보니 적어도 이 자를 낭인짓이나 하는 하찮은 자로, 도박이나 하는 한량으로 볼 수가 없더구나. 그래 그래서 오늘부터 그 자의 됨됨이를 보기로 했다!”

         

       “오라버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듣거라! 내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으니!”

       

       “아니..!”

         

       이 오라버니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누굴 좋아해? 그리고 부마? 대체 언제부터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이라고 보고 있었던 거야!

         

       혁기린은 치밀어오르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그런 혁기린의 태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경은 열변을 토했다.

         

       “어제와 같은 일을 꾸민 직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는 것 잘 안다! 그러나 오라비는 너와 그 자가 이어졌을 때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끊이질 않는구나!”

         

       유경은 열변을 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게 맞았다. 결국 호천안을 도박판이라는 함정에 빠뜨리려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호천안이라는 작자와 혁기린이 이어졌을 때 불행해질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판단은 정확했는가? 전혀 아니었다. 그저 동생이 누군가와 이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사람의 흠결을 잡고 그 흠집을 억지로 벌리려 들었을 뿐인 일이었다.

         

       그렇지만 유경도 억울했다.

         

       좀 번듯한 사람을 마음에 품었으면 몰라. 하필이면 사천낭인에 일류무사에 도박중독자, 아니 도박고수란 말인가?

         

       그래, 호천안의 도박술이 진정 천하를 오시할 경지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차라리 천하제일의 농부나 천하제일의 요리사라면 또 몰라. 하필이면 도박에서 천하제일일 건 또 뭐란 말인가!

         

       창피해서 어디다가 밝히지도 못할 일이었다. 유경은 잠시 호천안과 혁기린이 이어지고, 호천안의 재주가 밝혀졌을 때를 상상해 보았다.

         

       [부마님이 천하제일의 손기술을 지니고 계시다지요?]

         

       [말도 마시지요, 백 명의 도박사가 붙어도 상대가 안 된다 합니다! 그야말로 일당백이라 할 수 있지요!]

         

       [패를 바꾸는 것이 기가 막히다는데 언제 한번 그 재주를 견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하!]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대화 내용!

         

       이런 사실을…어떻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혁기린이 마음에 품은 자가 있다는 사실도 유경에게는 충격적인데 혁기린이 마음에 둔 호천안의 정체는 더욱더 충격적이었으니…

       

       “이 오라버니에게도 호천안의 존재를 받아들일 시간과 기회를 다오! 내 이번에는 그자의 심성과 됨됨이를 보고 진정 너와 이어졌을 때 네가 행복할 수 있을지 알고 싶구나! 오라비의 주책일지는 모르나…! 이것이 내 진정한 심정이다!”

         

       호천안이라는 인물을 마음 속에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유경은 불타는 눈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혁기린을 바라보았다.

         

       “미쳤습니까! 오라버니! 저와 호 낭인님은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유경은 잠시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와서…그런 말을 한다고? 그 표정을 보고 혁기린은 발을 쾅쾅 구르며 성질을 냈다.

         

       “그 표정은 뭡니까 지금!”

         

       “아니…지금 제 낭군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사마경휘를 복날 개 패듯이…”

         

       “그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온 손님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요!”

         

       “그러니까 그게 좋아해서…”

         

       얼빠진 어조로 반문하는 유경을 보며 혁기린은 정말 얼굴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심정에 휩싸였다. 그야! 오라버니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잠깐 망상에 호천안이 등장하긴 했지만! 참 애들을 잘 봐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정말 잠깐 지나가는 심정에 불과했다.

         

       “오라버니가 제 뭘 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혁기린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유경을 노려보았다. 생각해보니 호천안을 의식하고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유경이 혼사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었다.

         

       정작 자신을 번뇌에 휩싸이게 한 사람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호천안과 혼인을 기정 사실을 만들어버리다니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오라버니 따위 정말 진짜 싫습니다!”

         

       “뭐…뭐라..?”

         

       “오라버니 따윈 정말 싫다고 했습니다! 오라버니 따위는 꼴도보기 싫습니다!!”

         

       혁기린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유경에게 마무리 타격을 가했다.

         

       “당분간은 궁청전 쪽으로 발걸음도 하지 마십시오!!”

         

       그러고는 휑하니 자리를 떠나 버렸다.

         

       유경은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굳어버렸다.

         

       내가…싫다고..? 다신 보고 싶지 않다고..? 찾아오지 말라고…?

         

       휘이이잉.

         

       한 줄기 바람이 굳어버린 유경과 기절해버린 사마경휘를 휩쓸고 지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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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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