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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푸화아아악!

         

       늪지대에서 촉수들이 솟구치며 올리비아의 앞길을 막아섰다.

         

       촉수들은 빨랐다. 올리비아의 블링크가 끝나는 자리에, 갑자기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았다.

         

       올리비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마력을 역추적하는건가.’

         

       이 늪지대는 아우렐리아의 영역. 늪지대 자체를 지워버린다면 모를까, 추적을 방지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올리비아는 제 형상을 본딴 마력 덩어리들을 수백 개 만들어냈다.

         

       암주가 만들어낸 분신보다는 훨씬 뒤떨어졌다. 올리비아가 만들어낸 것들은 일체의 물리력조차 갖고 있지 않은 더미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더미가 수백 개에 도달한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차피 이것들은 공격용으로 쓰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올리비아는 그 더미들의 좌표를 일일이 계산한 다음, 무작위의 위치로 쏘아보냈다.

         

       대마법사라도 불가능할 기행이었지만, 압도적인 연산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스킬,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스킬, ‘블링크’를-]

       .

       .

       .

         

       촤아아아악!

         

       동시에 늪지대 바닥에서 솟구치는 수백 개의 촉수들.

         

       하지만 촉수들은 방금처럼 대응이 빠르지는 못했다.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버벅거렸다. 무엇이 진짜 올리비아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당연히 그러겠지.’

         

       올리비아가 만들어낸 더미들은 고작 블링크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촉수들이 솟아오르기 무섭게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촤좌좌좌좍!

       

       올리비아를 포함한 수백 개의 더미들이 찰나의 순간 공간을 수백 번 가르며 이동하는 모습은 착시를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그리고, 아우렐리아는 오두막 창 너머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

         

       연보라색으로 빛났던 그녀의 눈에는 색이 없었다. 회색 빛으로 죽어버린 동공은, 맹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불길한 기운을 뿜었다.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아우렐리아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어미의 뱃속을 나와, 탯줄을 끊고 영혼을 엿보았던 그 갓난아기 때부터.

         

       그녀에게는 능력이 있었다. 부모조차 알지 못했던 아주 특별한 능력이.

         

       전생의 기억을 계승하는 것.

         

       아우렐리아는 제 능력을 사용했고, 머릿속을 파고드는 방대한 정보량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 정보의 파도 앞에서는 정신을 잃을 것이다. 수십, 수백, 수천 번의 아득한 생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자신은, 한 번도 빠짐없이 대마녀가 되었다.

         

       – 흐으, 흐아, 흐아아아!

         

       뇌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알아서는 안될 것을 알았고, 알고 싶지 않았던 세계의 비밀을 깨달았다.

         

       사실 이전 회차의 자신들도 그런 조짐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은 유독 그 여파가 거셌다.

         

       도무지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과거인지, 그도 아니라면 미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오지 마!”

       

       아우렐리아가 손을 뻗었다. 동시에 거신의 손가락이 굽혀지며 땅을 거머쥐었다.

         

       드드드드드……!

         

       아우렐리아의 손짓에 맞춰 땅이 터져나간다. 그 강대한 주력을 견뎌내지 못한 올리비아의 더미들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오지……말라고!”

         

       아우렐리아는 반대쪽 손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허공에서 거신의 손아귀가 나타나 그대로 내리찍혔다. 양손에 맞닿은 대지가 가루로 화해 소멸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파괴력.

         

       하지만 그 당사자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쪽에 눈짓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기에.

         

       “끄읍, 끄으윽……!”

       

       눈이 멀어버린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과거의 망령들은 끊임없이 머릿속을 갉아먹었고,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그녀는 그것에 저항할 힘이 없었다.

         

       심지어 오늘은 만월.

         

       전능할 정도로 흘러넘치는 주력에, ‘대마녀’였던 자신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 이번이 몇 번째였지?

       – 팔백 번 이후로 안 세봐서 몰라.

       – 머리 아파!

       – 어디 절륜한 남자 없나?

       – 죽여, 죽이라고!

       – 침입자가 널 죽일거야! 죽기 전에 먼저 죽여!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수백 개의 목소리. 아우렐리아는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통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하나 뿐.

         

       “끄아아아아악!”

         

       과거의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 뿐이다.

         

       그아아아아아……!

       

       조디악의 상체가 덮쳐왔다. 하체를 잃은 채 땅을 기는 거신. 온 몸에서 풍기는 끔찍한 위압감.

         

       올리비아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늪지대를 뒤덮고 있던 나무들이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영혼들은 광기에 침식되기 시작했고, 조디악 또한 살점과 체액을 질질 흘리며 기어오고 있었다.

         

       주술은, 절대 이렇게 더럽지 않다.

         

       기묘하긴 할지라도, 꺼려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주술이 아니다.

         

       ‘……마녀.’

         

       올리비아는 아우렐리아의 상태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악마를 혐오하는 그녀가 마녀로서의 힘을 사용할 때는, 악마를 죽일 때 뿐.

         

       ‘나를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힘이 마력이라는 건 인지했을텐데.’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 뒤집어줬으면 오두막 바깥으로 나와볼 생각이라도 할텐데, 그러지 않고 있다는 뜻은.

         

       “아프구나.”

       

       화아아악! 시퍼런 마력이 검붉은 마기를 밀어냈다. 올리비아의 주변에서 자그마한 빛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뇌전을 극한까지 정제하여, 빛의 성질을 강화한 마법.

         

       우우우우웅……!

       

       빛들이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점들은 점차 선을 이루었고, 어느 순간 거대한 헤일로를 만들어냈다.

         

       밀어낸다.

         

       오염된 마력을, 걷어낸다.

         

       입에 고인 피가 비렸다. 올리비아는 침을 뱉지 못했다. 신성 마법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잠시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져서는 안된다.

         

       ‘가까워지지가 않아.’

         

       블링크를 수백 번은 사용한 것 같은데, 오두막과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공간 자체에 진을 새겨 놓은 것 같았다.

         

       [대마법사 님.]

         

       록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간진, 파훼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록파의 주변에서는 폭발음이 끊임없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연쇄살인마가 망령들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부술 방법 말해.”

        [잠시, 시야를 빌려도 되겠습니까?]

       “내가 말했지. 그런 건 물어보지 말고 그냥 하라고.”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신체를 두꺼운 얼음 입방체로 보호했다. 망령들은 입방체에 다가오기 무섭게 주변을 배회하던 헤일로에 꿰뚫려 소멸했다.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시야가 록파에게로 넘어갔다.

         

       [저 쪽에, 나무 보이십니까? 까마귀 세마리가 꽂혀 있는 나무 말입니다.]

       “보여.”

        [터뜨려버리십시오. 뇌전으로는 안됩니다.]

         

       올리비아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마력을 한데 모아, 혹한의 기운을 내뿜는 창을 만들어냈다. 올리비아는 뇌전을 부여해 창을 순식간에 가속시킨 다음, 그대로 나무를 터뜨렸다.

         

       수천 마리의 까마귀가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동시에 오두막의 형상이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일그러지다 소멸했다. 진을 유지하던 매개가 부숴진 탓이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올리비아의 시야가 되돌아왔다.

         

       이제, 오두막의 위치가 정확히 보였다. 여전히 뒤에서는 조디악의 상체가 손을 뻗으며 기어오고 있고, 망령들이 쉴새없이 입방체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보였다.

         

       고통어린 비명을 지르며, 온 몸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는 아우렐리아가 보였다.

         

       꿈틀.

         

       가슴 깊은 곳이 다시금 끓어오른다. 올리비아는 입술을 피가 날 듯이 깨물었다. 아우렐리아는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니다. 죽여서는 안된다.

         

       올리비아는 그 분노와 증오를, 어떻게든 제 자신에게로 돌렸다.

         

       콰르르르르!

         

       빛의 헤일로가 미친듯이 회전했다. 그것은 더 이상 올리비아의 주변을 수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우렐리아가 있는 오두막을 향해 쏘아졌다.

         

       촤자자자자작!

       

       촉수를 가른다. 망령을 부수고, 조디악의 양 팔을 분쇄한다.

         

       나아간다.

         

       주력이 마력에 밀려난다.

         

       쿠우우웅……!

         

       헤일로는 오두막의 닿기 직전에 소멸했다. 올리비아는 당황하지 않고, 문을 그대로 부숴버렸다.

         

       “아, 아아아……아아아아……!”

         

       아우렐리아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올리비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주력이 모여들기 전, 올리비아는 이미 아우렐리아를 밀쳐 눕히고 있었다.

         

       콰앙!

       

       바닥에 내려찍힌 아우렐리아가 커헉, 피를 토해낸다. 시커멓게 죽은 그녀의 눈동자를 본 올리비아가 탄식을 내뱉었다.

         

       “젠장할……!”

       

       올리비아는 이를 악물었다. 주술이 몸을 파고들어, 다리를 강하게 옭아매고 있었다. 온 몸이 뜯어먹히는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올리비아가 외쳤다.

         

       “정신 차려. 이 빌어먹을 년아!”

         

       꽈드드드득……!

         

       주술은 이제 허리까지 도달해 있었다. 아득한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 올리비아가 비명을 질렀다.

         

       [스승님은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북부의 대마녀만이, 이 저주를 치료할 수 있다고.]

         

       그런 방법 따위, 모른다. 알고 있을리가 없었다.

         

       아우렐리아가 이렇게 된 이유는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기억을 계승했기 때문에.

         

       하지만 ‘현재’에서 아무리 발악한들, 아우렐리아의 저주를 치료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기억을 계승하기로 결정한건, 세계선 너머의 과거에 벌어진 일이니까.

         

       이미 새겨진 과거를 바꿀 수는-.

         

       ‘……과거?’

         

       올리비아의 움직임이 뚝 굳었다.

         

       있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방법.’

         

       올리비아는 아우렐리아의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따끔할거다.”

       

        오두막 내부가 환한 빛으로 빛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위에 쌓인 회차들은 놀랍게도 비축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비축이 맞기는 하지만요.

    갑자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4일간 연재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4일 연속 휴재는 너무 길더군요.

    그래서 지난 이주간 짬이 날때마다 한 편 이상씩 썼고, 그게 저 비축분입니다.

    저도 당연히 인간인지라 연참을 하고 싶기는 한데, 안타깝게도 제가 숙련도가 적어 공장처럼 글을 찍어내지 못합니다. 한 편을 쓰는 데도 꽤나 오래걸리는 편이고요.

    그래도 하루에 한 편씩 써올리겠다는 약속은 지키고자 했고, 저게 그 결과입니다.

    이번주는 거의 주 70시간은 글만 쓴 것 같네요.

    ‘대’마녀 아우렐리아 일러스트로 용서해주십시오 독자님…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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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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