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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신선이란 기나긴 수련의 끝에 인간의 육신에서 초월을 이룩한 이들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평범한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신선의 조력을 구할 수 있다면 화산을 구하러 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리 생각을 한 바루는 한달음에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로 달려갔다.

       

       허나 그 곳에 신선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미약한 기운을 지닌 아해 하나뿐이었다.

       

       바루는 그 사실에 실망을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자리에 있던 아해에게 말을 걸었다.

       

       만일 신선이 방금 전에 떠난 것이라면 뒤늦게라도 그 자를 추적하면 되지 않겠나.

       

       안타깝게도 애초부터 그 자리에 신선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해 하나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그 아해가 신선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었단 것이다.

       

       신선은 고생 끝에 초월을 이룩한 존재답게 오만하고 고고하다.

       

       그런 자가 남을 인정했단 사실은 이 아해에게 그만한 힘이 있단 소리였다.

       

       그래서 바루는 민가에게 술을 권했다.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일단 무언가 은혜를 베풀고 그를 빌미로 삼아야 한다고 다른 신령들에게 이야길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민가는 바루가 내민 술을 보고 웃음을 짓더니 그를 거절했지만 바루가 하는 부탁은 들어주기로 했다.

       

       그 날부터 바루의 삶을 여태 살아왔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가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을 때 바루는 당황했다.

       

       외부인들의 이름이 이상한 건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그녀는 정도가 심했다.

       

       민트초코… 마인애블비자였나?

       

       으으.

       

       여전히 바루는 민가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건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민가는 자신이 살던 외부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곳에 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민가가 이야기하는 음식들은 하나 같이 평생을 산에서 살아온 바루로써는 상상을 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대단해서.

       

       바루는 바깥에 나가면 반드시 저런 음식을 먹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후로도 민가를 만나고 난 후 바루의 삶엔 항상 민가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여우로 변해 민가와 함께 놀았다.

       

       화산으로 가는 길에 민가의 어깨에 업히게 되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경공은 무척이나 뛰어나서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세상의 풍경이 휙휙하고 바뀌었다.

       

       민가가 불청객을 상대로 섬뜩한 모습을 보였다.

       

       민가와 함께 도착한 화산에 악한 무리의 손길이 닿아 있었음을 확인했다.

       

       화산의 신령을 찾아냈다.

       

       사술에 당한 그를 직접 죽여야만 했다.

       

       그 원흉이 된 화산파의 수장에게 민가가 복수를 해주었다.

       

       민가와 계속해서 동행을 하기로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과거 그녀가 구해주었던 아이와 다시 만났다.

       

       화산을 재건하기로 했다.

       

       바루가 도술을 부리자 그녀를 신처럼 모시는 아해들을 만나게 됐다.

       

       숲에서 혼령들과 함께 사람을 놀려주었다.

       

       그리고. 그리고 또.

       

       긴 시간 동안에 바루는 민가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우선 그녀는 무척이나 뛰어난 무인이었다.

       

       바루는 긴 세월을 살아오며 많은 무인들을 만나보았으나 그 중에서 민가만큼이나 뛰어난 무위를 자랑하는 사람은 없었다.

       

       적은 기운으로 그만한 기적을 펼쳐내는 이는 더더욱.

       

       과연 신선의 인정을 받은 무인이었다.

       

       다음으로 그녀는 생각보다 친절한 사람이었다.

       

       처음 바깥 세상에 나온다는 사실에 신이 난 바루가 여러모로 투정을 부렸음에도 그에 잘 어울려 줄 정도로.

       

       이외에도 민가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은 많았다.

       

       맛난 음식을 먹었을 적에 감탄을 하다가 이내 날선 표정으로 음식을 노려보던 민가.

       

       자신이 가게를 박살내놓고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하던 민가.

       

       가끔 가다 멀뚱히 서서 깊게 고민을 하는 민가.

       

       그녀와 함께 보낸 즐거운 나날은 바루의 기나긴 삶 중에선 극히 일부에 불과했지만 그 사이에 민가는 바루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이나 이 짧은 시간동안 겪었던 경험이 바루에게 소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현재진행형으로 점점 더 쌓여가는 중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돌산이 아니라 낮이면 항상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화산에서의 삶은 여태까지 지나온 바루의 삶 중에서 가장 즐거운 나날이라 할 만 했으니.

       

       이런 산에서 살면 하루하루가 즐겁겠구나.

       

       나율 녀석. 이런 경험을 저 혼자 즐기고 있었다니. 실로 괘씸하구나.

       

       니 놈이 돌아올 때까지는 한참이 걸릴 터이니 그 동안은 내가 즐기고 있도록 하겠다.

       

       바루가 긴 공상에서 빠져나왔을 적에도 나설은 여전히 무공의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달빛 아래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나설이라는 아이를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

       

       귀신을 무척이나 무서워해 재밌는 반응을 보여주었던 아이였으니까.

       

       그 때문에 혼령들을 시켜 더 집요하게 괴롭혔을 정도로.

       

       그 날의 반동 때문인지 나설은 바루에게 항상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민가의 앞에서는 항시 웃는 얼굴을 하다가도 바루와 단 둘이 있으면 차가운 표정을 지었으니.

       

       아마 그 날 괴롭힌 원한을 잊을 수 없을 것이겠지.

       

       속이 좁은 아해구나.

       

       본인은 어디까지나 민가가 시킨 대로 했을 뿐이거늘.

       

       물론 어느 정도 즐겼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만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으니 이제 봐줄 만도 하지 않으냐.

       

       민가가 새로이 화산을 건설한 이후로 자신이 지켜야 할 돌산보다 화산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아진 바루는 자신을 미워하는 나설이 불편했다.

       

       으음. 둘이서 대화를 나누며 오해를 풀어보도록 할까?

       

       앞으로도 마주칠 일이 많을 터인데 언제까지고 불편한 사이로 남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뭣보다 본인이 진실되게 사과를 하면 받아줄지도 모르지 않나!

       

       바루는 자신의 희망찬 관측을 믿고 창문 바깥으로 폴짝 뛰어 내렸다.

       

       너무나도 분명한 기척에 나설의 시선이 잠시 바루에게 닿았으나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바루를 무시하려는 기색이 너무도 분명했다.

       

       내가 나쁜 짓을 하긴 했나 보구나.

       

       바루는 쓴웃음을 지으며 나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옆에서 가만 나설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노골적으로 바루를 무시하던 나설이었지만 결국엔 부담스러운 바루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하던 수련을 멈췄다.

       

       “뭔데요.”

       “잠시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느냐?”

       “저는 할 말 없는데요.”

       “곤란하구나. 어쩌면 내 민가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바루가 민가의 이름을 언급하자 나설이 멈칫했다.

       

       이 아해도 참 민가를 좋아하는구나.

       

       분명 그 시험을 준비한 당사자는 민가일 터인데 어찌하야 민가는 사랑을 받고 본인은 미움을 사는 것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구나.

       

       “…물어볼 게 뭔데요?”

       

       여기서 사과를 한다 해도 아. 예. 그렇군요. 하고 넘길 것이 뻔해 보였다.

       

       그래서 바루는 일단 다른 화제부터 꺼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왜 그리 열심히 하느냐?”

       “네?”

       “무공 수련 말이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냐?”

       

       이번에 민가가 뽑은 화산의 외부인들을 모두 다 무공 수련에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유독 나설만큼은 그 정도가 심했다.

       

       다른 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라면 나설은 자신의 생명을 갈아넣고 있는 것 같았다.

       

       무언가에 쫓긴다?

       

       그것과는 달랐다.

       

       바루가 생각하기에 나설은 필사적으로 무언가의 뒤를 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바루의 물음에 나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할 말 따위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내용인게냐?

       

       오냐. 그렇다면.

       

       “다른 걸 물으마. 무공을 수련하는 건 재미있느냐?”

       “그건 또 무슨.”

       “이 정도는 대답해 줄 수 있지 않으냐. 그리 민감한 것도 아니거늘.”

       “…재밌죠. 재미없으면 이렇게 안 했을 거에요.”

       “왜 재밌는 지 이야기 해줄 수 있겠느냐?”

       

       나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늘어놓았다.

       

       시간을 들여 수련을 한만큼 강해질 수 있는 게 좋다.

       

       강해진 힘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 좋다.

       

       평범한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을 실현시켜주어서 좋다.

       

       가만 나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바루는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모두 힘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렇구나. 그대가 중요시 하는 것은 힘이구나.

       

       “그렇다면 그대는 민가의 힘에 매혹되어서 민가를 좋아하는 것이더냐?”

       

       확실히 민가가 강하기는 하지.

       

       무력이라는 부분에서 따진다면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흔치 않을 것이다.

       

       그대가 진정 무를 숭상한다면 민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겠지.

       

       더욱이 무를 숭상하는 이인만큼 도술을 사용하는 나를 배척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구나.

       

       “아니에요! 그거랑은 달라요!”

       

       바루가 슬며시 그리 말하자 나설이 발작하듯 소리를 쳤다.

       

       “제가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님을 좋아하는 건 그 분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단 말이에요!”

       

       나설은 그리 말을 하면서 자신이 왜 민가를 좋아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늘어놓았다.

       

       그는 대개 이 자가 정말 민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과장된 이야기들뿐이었다.

       

       바루는 민가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

       

       그녀는 분명 강하고 멋진 사람이긴 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그건 잠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민가는 무를 펼칠 때는 무결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평소에는 허점이 숭숭 나있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으니.

       

       나설도 화산에서 민가와 만나며 그런 모습들을 보았을 터인데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혹여… 금지된 사랑이라도 품은 것이냐?

       

       콩깍지가 낀 것이야?!

       

       나야 사랑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다른 이들이 이야기하길 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고 하였지.

       

       허어. 그러고 보면 이 아해가 이토록 열심히인 이유도 이해가 되는 구나.

       

       노력을 함으로서 민가의 눈에 들고 싶었던 것이냐?

       

       통재로구나. 통재야.

       

       민가는 그런데에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이 불쌍한 처자를 어찌할꼬.

       

       “내 같은 성을 지닌 자를 사랑하는 걸 돕진 못하겠으나 응원은 하도록 하마.”

       “아니에요!!”

       

       바루가 혀를 차며 그리 이야기를 하자 나설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럼에도 바루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래. 부끄럽겠지. 다 그런 것이라고 들었다.

       

       “아니라니까요?! 저는 남자를 좋아한다고요!”

       “괜찮다.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 말 좀 들어요. 이 여우 할망구!”

       “할망구?! 본인에게 한 소리더냐?”

       “그럼 여기에 당신말고 누가 있는데요!”

       “취소해라! 본인은 신령치고는 그리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럼 뭐해요! 백 년을 넘게 살았는데!”

       “원래 나이란 상대적!… 잠시. 잠시만”

         

       왁왁거리며 다투던 중에 바루가 갑작스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허공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더니 화산으로 들어오는 정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갑자기 왜 그래요?”

       “숲에 머무르는 혼령이 찾아와 이야기를.”

       “혼령이요?! 지금 옆에 있어요?!”

         

       바루가 혼령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나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 주변을 살폈다.

       

       정말로 겁이 많은 아해구나.

         

       “걱정마라. 지금은 물러났으니.”

       “진짜요?! 거짓말이면 화낼거에요!”

       “그래. 진짜다. 어쨌든 손님이 왔다. 준비해라.”

         

       손님?

       

       나설은 놀란 가슴을 달래며 지도를 열어 화산으로 오는 유저를 확인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 무림의 NPC가 문파에 방문할 리 없으니까.

       

       있었다. 화산으로 오고 있는 이들이.

       

       그들은 나설과 친구추가가 되어 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나설은 손님의 이름을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맹주.”

       

       유저 무림맹. 이 사람들이 왜 갑자기 화산에 오고 있는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1.지난 화 맨 마지막 신령의 기운을 신선의 기운으로 수정했습니다.

    2.오늘 바루 시점에서 나온 것처럼 유저가 화령이라고 말을 하면 바루에겐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라고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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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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