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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자, 일단 대략적인 신들의 세계인 만신전과 바알의 신전인 하늘의 신전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뭐하지.

       

       내 신전이 될 곳도 일단 만들긴 해야하는데. 조금 귀찮아졌다.

       

       그냥 대충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이곳에 들어오는 신들이 알아서 만들게 할까? 그게 내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할텐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까나~. 일하기 싫어지네~. 이러는 도중에도 다른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텐데.

       

       아아…. 내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네. 그러면 일을 반으로 나누어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텐데.

       

       

       아! 그렇지! 인공지능 같은걸 만드는건 어떨까? 아니,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동응답기 같은거라도!

       

       지금 내가 하는 업무들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다름 아닌 생명의 여신으로서 신도들의 기도에 응답하는 것이니까.

       

       그 부분을 알아서 처리하는 인공지능 또는 자동응답기 같은걸 만든다면…. 내 일의 20%, 아니 30% 정도는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걸!

       

       뭐, 인공지능을 만든다고 해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는 아직 감이 잡히지 않지만. 이 세계에 컴퓨터가 있나 계산기가 있나 진공관이 있나. 아무것도 없는데.

       

       일단 그 아이디어는 나중에 머리를 굴려서 좀 더 다듬어 보도록 할까.

       

       

       “와아…. 대단해요….”

       

       

       적당히 마무리된 만신전을 지켜보고 있자니, 등 뒤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음. 그러고보면 계속 등 뒤에 붙어있었구만.

       

       의식하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조용하단 말이지.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정말로 놀라워요….”

       

       

       놀라움이 가득한 닉스의 목소리. 이런 광경은 처음 보았으리라.

       

       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이니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질테지만.

       

       

       “신들이 지낼 세계란다. 구름 위에 만들어져서 쉽사리 드나들지 못하게 만들었지.”

       

       “오오…. 이 세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이름은 만신전이라고 붙였단다.”

       

       “만신전….”

       

       “수많은 신들이 지내는 전당. 그런 의미지. 뭐, 전당이라기 보다는 세계지만.”

       

       “모든 신들이 이곳에서 지내는건가요?”

       

       

       닉스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모든 신들이라…. 그건 무리겠지.

       

       아, 물론 이곳의 크기가 좁다거나, 부족하다거나 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이곳에 오지 못하는 신이 있다는 의미니까.

       

       예를들어, 산의 신이나 강의 신.

       

       그런 신들은 자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자연물에게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어찌 보면 지박령과 비슷한 신세라고 볼 수 있지만…. 아니, 신이니까 지박신인가?

       

       아무튼, 그런 신들은 스스로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이 세계에서 지낼 순 없을 것이다. 해봤자 잠깐 들렀다가 돌아가는 것이 전부겠지.

       

       신이 자신의 본질에서게 멀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위험한 일이기도 하니까. 적당한 산의 신이나 강의 신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지.

       

       사가르마타나 테티스처럼 강대한 힘을 품은 존재라면 모를까. 지금 태어나고 있는 신들은 너무 약해서 무리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 본질의 형태가 자유로운 신들이거나,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본질에서 어느정도 멀어질 수 있는 신들이라면 올 수 있겠지만.

       

       

       “그러면…. 의외로 이곳에 올 신이 적겠네요?”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신들이 태어나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두어야지.”

       

       

       일단 공간 자체는 신들의 숫자와 그들에게 향하는 신앙심에 비례해서 점점 더 넓어지게 하긴 했지만…. 최대 넓이가 제한되어 있어서 좀 걱정이긴 하네.

       

       참고로 최대 넓이는 이 세계의 하늘의 넓이와 동일하게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높이를 따지면 대충 성층권의 상부 정도? 40km 정도일까.

       

       뭐, 온도나 자외선 같은 문제는 애초에 다른 세계로 만들었으니 크게 중요하지 않고 말이지.

       

       

       “그, 그런데…. 이렇게 높은 곳에 만들면 다른 신들은 어떻게 들어오나요?”

       

       “음?”

       

       “모든 신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도 그렇고….”

       

       

       아. 그런가. 그런 문제가 또 있구만.

       

       나와 아이들은 워낙에 큰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것 정도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아서…. 깜빡하고 있었네.

       

       어떻게 하지. 이제와서 이 세계의 높이를 낮출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이곳까지 올라오는 사다리 같은 것을 만들수도 없는데. 아니 만들 수 있긴 한데 귀찮은데.

       

       음…. 하늘 위까지 이어진 사다리…. 계단…. 아.

       

       무지개? 북유럽 신화의 비프로스트 같이?

       

       끄응, 여명과 황혼때 열리는 컨셉을 버려야하나? 그 무지개를 이용해서 올라오게 한다면 확실히 그럴듯한 모양새가 되긴 하겠지만, 여명과 황혼때만 열리는 컨셉은 버리고 싶지 않은데.

       

       거기에 무지개 다리를 놓아서 올라오게 하면, 분명 그것을 타고 올라오는 인간이 있을 것 같단 말야.

       

       흐음….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무지개 다리를 타고 올라오되, 만신전에는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방식으로.

       

       만신전을 들어가기 위한 관문…. 여기서도 관문이네. 씁. 저승에서도 잔뜩 만들었었는데….

       

       아무튼, 만신전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를 구름 위에 만들자. 출입을 관리하는 검문소 같은 느낌으로. 거기에 믿을 수 있는 신을 배치해서 출입 관리를 지시한다면 괜찮겠지.

       

       그렇게 한다면 만에 하나 인간이나 다른 아인종이 올라오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을테니 말야.

       

       무지개가 그렇게 자주 나타나는가 싶지만…. 뭐, 그냥 무지개와는 다르게 만들면 되겠지. 세계 곳곳에 하늘에 오르는 포인트를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무지개 다리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아니, 차라리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무지개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신성을 가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오르지 못하는 제약을 걸어서.

       

       차라리 그게 좋겠네. 신들의 눈에는 보이지만 필멸자들은 볼 수 없고 탈 수 없게 하는게 좋을테니.

       

       그리고…. 음. 무지개 다리라기 보다는 무지개 승강기가 좋을까? 위쪽으로 올라가는 느낌일테니. 높이도 상당한데 그걸 직접 걸어서 올라가면 상당히 오래 걸릴테니까.

       

       정말이지, 모든 신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면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귀찮네 귀찮아.

       

       그렇게 나는 만신전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대기 하는 장소로서 구름 위의 공간을 만들고서 무지개 다리…. 아니, 무지개 승강기를 세계 곳곳에 놓아두어 아랫세계와 만신전을 연결했다.

       

       무지개에 붙어 있는 원통형의 공간으로 완성된 승강기. 그 속도는 상당히 빨라서, 승강기에 올라탄 후 5분 정도면 만신전의 입구에 도착할 정도였다.

       

       거기에 승강기에 올라탄 공간은 외부와 격리해서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도록…. 음…. 조금 과하게 신경쓰고 있는걸까?

       

       대충 만들어도 괜찮을텐데, 하나 하나 너무 신경을 쓰는 느낌이네. 음.

       

       뭐, 기왕 만드는거 잘 만들면 좋을테니까.

       

       그렇게 완성한 승강기의 테스트를 몇번 해보았더니.

       

       

       “굉장해요! 땅이 순식간에 멀어져요!”

       

       

       닉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음. 좋아. 이정도면 충분하겠구만.

       

       어디보자, 그러면….

       

       만신전의 입구를 지킬 신을 데리러 가도록 하자.

       

       

       – – – – – – – – – – – – – – – – – – – –

       

       

       만신전의 입구는….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내가 믿을 수 있는 신에게 맡겨야 할 공간이 될 것이다.

       

       신의 숫자는 인간의 지성이 더욱 발달하기 전까지는 계속 늘어날 것이며, 그렇게 늘어난 신들이 제멋대로 구는 것은 필연적일테니.

       

       개중에는 마음에 든 인간을 만신전으로 데려가려는 신들도, 분명 나올 것이다.

       

       그런고로, 입구를 지키는 신은 다른 신들을 억누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내가 믿을 수 있는 신이어야 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후보는 이미 정해놓은 상태였다.

       

       

       “오랜만이구나.”

       

       

       과거의 전성기에 비하면 상당히 쇠락한 신전. 한때 아르카디아라는 거대한 나라의 신앙을 고스란히 끌어모았던 신의 신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신전.

       

       그 신전의 중앙에 위치한 신좌에, 작은 강아지가 웅크린채 앉아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최초의 짐승. 수인들의 신.

       

       과거, 용사와 함께, 나와 함께 세상을 주유했던 짐승의 신.

       

       그로부터 수백년. 수인의 영향력이 강했던 탓에 국가 단위로 모셔졌던 짐승의 신은, 아르카디아의 주요 신앙이 다른 신들에게 옮겨간 탓에 신앙심을 상당히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끼잉….”

       

       

       나는 내 발치에 기대어 머리를 비벼대는 짐승의 신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리 신앙심을 많이 잃었다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작아지다니.

       

       얼핏 아르카디아의 신앙 상황에 대해서 듣긴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작아질줄은…. 생각치도 못했구나.

       

       참고로 이렇게 된 배경에는 외부 민족의 유입으로 인한 아르카디아의 인구 구성의 변화와, 젊은 수인들의 신앙 변화가 있었다.

       

       과거의 수인들은 다른 아인종에 비해 배척받는 입장이었고, 같은 수인이라도 어떤 동물의 수인인가에 따라 서로 반목하곤 하였기에, 최초의 짐승에 의한 신앙의 통일과 심리적 버팀목이 절실하였었지만.

       

       지금의 수인들의 입지는 과거보다 좋아진 상태이며, 여러 신들을 믿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지금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최초의 짐승을 믿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그로 인해 다른 신들처럼 유의미한 축복을 내려주지 못했던 최초의 짐승은 그 신앙을 점점 잃어갈 뿐이었으니.

       

       

       그 말로의 모습이, 지금 눈 앞의 작은 강아지였다.

       

       

       “내가 너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니, 함께 가자꾸나.”

       

       

       그래도 한때 같이 여행을 했던 사이니까. 그냥 두고볼 순 없지.

       

       

       “끼이잉….”

       

       

       하지만, 최초의 짐승은 그럴 수 없다는듯이 작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마치, 자신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듯이.

       

       다른 신전들에 비해 상당히 낡고 먼지가 내려앉은 신전을 떠날 수 없다는듯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삼자333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별헤는고래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노벨피아는 후원 메시지를 돌려주지 않을 생각인걸까요. 어흒 마이깟…

    (반응이 없다. 평범한 해골인듯 하다.)

    (표지! 교체!!)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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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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