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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나의 계산은 간단하였다.

         

       보데노프 실라의 손에 들린 것은 땅딸막한 단검 한 자루.

         

       그 말은 <암살자> 클래스 특유의, 초 근거리를 바탕으로 적을 유인하여 몰아붙이는 타입의 공격을 주로 사용한다는 소리.

         

       <암살자> 클래스의 특징은, 당연히 다양한 상태 이상과 높은 공격력이다.

         

       하지만 이것도 상대가 맞아줄 때의 이야기다.

         

       거리를 좁혀, 방패와 장검을 이용해 나만의 페이스로 실라를 끌어들인다.

         

       최종적으로 스노우볼을 굴려 쓰러트린다.

         

       대충 그런 생각이었지만…

         

       ‘내가 너무 우습게 여겼나 보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상대도 나와 같은 S급으로 분류된 생도.

       더군다나 조금 전 <B급 헌터>는 될 거라고 그리 평가하였는데…

       

       그저 보이는 게 다일 리가 없지 않은가.

         

       ‘…조심하자.’

         

       언제나 경계심을 잃지 말자.

         

       붕, 붕, 콰직-!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직후 천공에서 떨어지는 낙뢰 같은 일격을 감지하였다.

         

       나는 발목에 회전을 줘, 실라의 공격을 회피하였다.

         

       채찍의 끝단 부위에는 마치 철퇴처럼 날카로운 철공과 수십 개의 칼날이 달려있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기다란 뱀 같은 형태.

         

       흔히, 채찍이라 불리는 무기의 종류라고 볼 수 있었다.

         

       [당신의 혜안은 적의 전술을 빠르게 파악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통찰력’이 발동됩니다. 레어(Rare)등급의 능력입니다.]

       [주변 환경,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나는 심호흡하며, 두 눈에 힘을 주었다.

         

       의지에 맞추어 발동된 스킬은 실라의 특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채찍의 손잡이는 처음 들고 있던 단검의 칼자루와 같았다.

         

       오로지 검날만이 쭈욱 길게 늘어져 물리 법칙 따위 씹어먹고 채찍처럼 변모한 거다.

         

       ‘여기에 도중 도중 형태가 계속해서 변한다.’

         

       카각-!

       

        방패로 요동치는 채찍의 칼날을 막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방금까지 기다란 원형이었던 채찍은 어느새 복사 검처럼 자잘한 칼날을 이루고 있었다.

         

       이따금 한 가닥으로 향하는 채찍의 끝자락은, 최대 3개까지 분열하여 뱀의 머리처럼 쇄도했다.

         

       참으로 다양하고, 위협적이며, 변칙적인 공격의 향현.

         

       마치 보데노프 실라가 펼친 영역 안에 내가 갇힌 느낌이었다.

         

       ‘음, 몇 번 보니 확실히 알 것 같네.’

         

       처음에는 그녀의 [고유 능력]인가 했지만.

       복합으로 응용한 결과물임을 인지했다.

         

       아마…

         

       “[금속 단조], [미약한 염력], [형상 부여], [경랑화], [자력 부여]…그밖에 몇 개를 더 섞은 건가 봐?”

       “……!?”

       

       나의 질문에 여유만만하던 실라가 처음으로 당혹했다.

         

       마치, 절대 못 풀걸? 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를 단숨에 풀어버리자, 얼을 빼는 깐깐미 교수를 보는 것 같았다.

         

       “…미친. 그걸 다 눈치챘다고? 지금까지 단 한 번에 간파한 사람이 없었는데…”

       “뭐 보여서…”

        “대단하네…<염룡> 아가씨도 그렇지만, 우리 리더가 그리 주목할만해.”

       

       응…?

       리더…?

         

       의아한 눈빛에, 실라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사실, 지금 이 대련. 단순히 너랑 친목만 쌓으려고 한 것은 아니거든.”

       “응?”

       “스카웃 제의하러 왔어.”

       “스카웃…?”

       “응, 나 이렇게 보여도 <클랜> 소속이니까. 흔히, 인재 발굴이라는 말씀.”

         

       오, <클랜>이라…

         

       확실히 저만한 실력자가, 입단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긴 했다.

         

       “어디인데? 그리고 리더라니?”

       “말해주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실라는 말을 흘렸다.

       특유의 실눈을 뜨며, 촤륵-! 하고 채찍을 당겼다.

         

       머리 위로 올라간 채찍이 꾸물거렸다.

         

       철퇴로 변하며 내려꽂히듯 다가왔다.

         

       마치 <슬라임>의 [유동하는 몸체]를 보는듯한 공격이었다.

         

       “지금은 대련 중이잖아? 끝나면 알려줄게.”

         

       콰콰쾅-!!!

         

       쉴 새 없이 내리꽂히는 채찍.

       나는 장검으로 쳐내는 것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방패를 응용하였다.

         

       머릿속에 ‘므아아~’하고 꼬물거리는 므냥이를 투영한다.

       마치 그녀가 나의 몸에 빙의된 듯, 똑같은 자세와 흐름으로 채찍을 방어하였다.

         

       카강-!

         

       [방패] 특성과 [방패 올리기]의 결합.

         

       의외로 잘 막자, 실라가 놀란 듯이 바라본다.

         

       아무래도 <메인 딜러>가 탱커가 쓸법한 기술을 응용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

         

       붕, 붕, 붕!

         

       대련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약 1분 정도 대치하며 느낀 감정.

         

       ‘쉽지 않네.’

         

       쉽지 않았다.

         

       사실, [괴력난신]이나 하다못해 내가 가진 스킬 대다수를 사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실라는 분명 강한 <헌터>지만.

       나는 근래 <해룡>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이기고 그 심장을 취함으로써 드높은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묵묵히 방패를 들어, 실라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다.’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우니까.

         

       ‘고스라’에서 채찍이라는 무기를 쓰는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데노프 실라는, 내가 처음으로 보는 채찍술의 달인이었다.

         

       그녀의 기술은 섬세하고, 위협적이었다.

         

       유려하면서도 절대로 거리를 좁히게 두지 않는 기술.

         

       나는 그녀의 기술을 두 눈으로 새겼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들인다.

         

       어느새 실라의 채찍이 들어오는 모든 경로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해가 된다고 해서, 그게 바로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거침없는 질주], [힘 있는 민첩성].

       여기에 [자유로운 돌진]까지 곁들여 단숨에 속도를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별로 좋을 것 같지는 않네.’

         

       나의 머릿속에는, 간파한 실라가 여전히 거리를 주지 않은 결과가 예상되었다.

         

       그녀의 능숙함을 생각하면, 호락호락하게 당해주지는 않을 거다.

         

       찰나의 고민.

         

       촤악-!

         

       “음?”

         

       이내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실라의 채찍은 [금속 단조]를 통한 다양한 유틸 능력을 활용한 컴비네이션이다.

         

       섬세한 운영이지만, 그만큼 약점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불에 말이지.’

         

       화르륵-!

         

       “…어머?”

         

       [타오르는 화염]을 방패에 두르며, 실라의 채찍에 저항한다.

         

       놀랍다는 듯 바라보는 실라.

       곧 진한 미소를 그리며 채찍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코팅되듯 채찍을 감싼 마력이 [타오르는 화염]을 밀어내었다.

         

       “좋은 생각이지만…”

         

       그런 뻔한 약점을 알고도 대비하지 않을 만큼 나는 바보가 아니야.

         

       당당하게 말하는 실라였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흠.’

         

       이거 화력이 조금만 더 높으면 바로 무너트릴 것 같은데?

         

       “후…”

         

       나는 짧게 숨을 골랐다.

         

       방패에 휘감겨 춤을 추듯 [타오르는 화염]에만 정신을 집중하였다.

         

       생각해 보니 처음인 것 같다.

         

       ‘오로지 [타오르는 화염]에만 의식을 집중하는 것은.’

         

       나의 주 전력은. 다양한 효과를 가진 스킬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높은 시너지를 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타오르는 화염]은 그저 불 속성 피해를 주는 기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독으로 사용하니 더욱 또렷해졌다.

         

       몸을 타고 흐르는 마력이 어떻게 ‘불’이라는 원초적인 힘으로 변하는지 절로 이해된다.

         

       ‘후우…’

         

       뭘까?

         

       찰나, 숨을 쉬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 뜨거운 기운이 넘실거리는데, 미지근하다고 느껴졌다.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뜨겁게 타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자, 심장을 타고 미묘한 열감이 용오름 쳤다.

         

       이 감각.

         

       기억에 있었다.

         

       ‘주나용.’

         

       키스를 통해, 브레스를 개방했던 그날.

         

       주나용의 내면에 존재하는 거대한 용의 힘을 목도하고 접촉했던 그날.

         

       나 또한 용이 다루는 불이라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였다.

         

       ‘그렇구나.’

         

       이 감각이구나.

       이거라면…

       더욱더 높게 올라갈 수 있다.

         

       [당신의 오성이 드높은 단계를 바라봅니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운명의 별 중 하나가 당신의 손에 발휘합니다.]

       

    [흉살(凶殺)의 별입니다.]

       [속성에 대한 모든 이해도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화르륵-!

         

       점점 강해지는 화력.

         

       실라가 놀랐는지, 더욱 매섭게 공격해 왔다.

         

       나는 구태여 방패를 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저 가만히 있었다.

         

       다가오는 채찍의 끝자락.

         

       부글부글-!

         

       “…무슨?!”

         

       몸에 직접적으로 닿기 전에 그대로 녹아내려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경악하는 실라의 목소리와 함께 <정보창>이 요란하게 알람을 울렸다.

         

       [맹렬히 타오르는 업화가 당신의 깨달음에 맞추어 그 모습을 변화합니다.]

       [‘타오르는 화염’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마력이 1 상승합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새로운 식견이 깃듭니다.]

       [‘진화의 길’이 발동됩니다. ‘타오르는 화염’의 선택지는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동으로 선택됩니다.]

       [‘불사르는 화마’로 진화합니다. 유니크(Unique) 등급의 스킬입니다.]

       [자체 효과로 마력이+2, 정신이+2, 신성이+2, 불내성+10이 상승합니다.]

       [새로운 <궁극 스킬>이 기록됩니다.]

         

       “오…”

         

       나는 몸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은은한 불길이 아지랑이처럼 휘감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손에 들린 [방패].

         

       웅웅-!

         

       방패의 정중앙.

         

       눈동자 문양이 새겨져 은은한 불길을 내 뿜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파생스킬>의 효과임을 간파하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궁극스킬>이라고?

         

       [패천멸섬] 말고도?

         

       나는 ‘설마…? 그 짧은 시간만에 새로운 힘을 손에 넣은 거야?’라고 경악하는 실라를 뒤로하고 화면을 건드렸다.

         

         

       ―――――――――――――――

       <스킬 정보>

       ◉이름: 불사르는 화마

       ◉등급: 유니크(Unique)

       ◉레벨: 5

         

       ◉특수효과

       : 마력+2, 정신+2, 신성+2, 불내성+10

       : 성체가 된 <적룡>이 뿜을 수 있는 순도 높은 화염을 다룰 수 있게 된다.

       : 화마에 적중당한 대상의 재생력이 대폭 감소한다. 일정 이상 타격 시 <화상> 디버프를 부여한다.

       : 위력과 재생력 감소는 스킬 레벨에 비례해 상승한다.

       : 모든 파생 스킬의 위력, 효과는 스킬 레벨에 비례하여 상승한다.

         

       ◉파생스킬

       [홍염의 눈]

       [플레어 버스터] (궁극스킬)

         

       ◉상세정보

       : 사내의 고백을 받아들인 <적룡왕> 케아리스. 사내 또한 나중에 그녀가 <드래곤 로드>라는 걸 알게 되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자기 아내의 대단함을 칭찬하며 눈꼴사나운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

         

         

       나는 본능적으로 지금 방패에 새겨진 능력이, [홍염의 눈]임을 인지하였다.

         

       ‘효과는 손에 들린 무구의 내구성을 소폭 증가시키고, <고열> 효과 부여라.’

         

       준수했다.

         

       <마검사> 클래스가 사용하는 화염 속성 [인챈트]와 엇비슷한 효과였다.

         

       ‘좋아 그럼…’

         

       이제, 그만 대련을 끝내볼까?

         

       화르륵-!

         

       나는 강렬한 불길을 담으며, 실라를 향해 방패를 내세웠다.

         

       다리에 힘을 주며, 쾅-! 하고 달려 나갔다.

         

       <이동속도 보정> 스킬에 의한 속도 상승.

         

       “…!!”

         

       역시 처음 예상한 대로 능숙하게 간파한 실라가, 채찍을 들어 정면으로 휘둘렀다.

         

       감도는 기운에서 본능적으로 그녀 나름의 회심의 기술임을 간파한다.

         

       부글부글-!

         

       그러나 소용없었다.

         

       방패에 닿자, 버티지 못한 채찍이 녹아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자, 잠깐…잠깐만-!”

       “싸우는 도중에 잠깐만이 어딨어!”

         

       일순, 나의 몸에 붉은빛의 충격파가 휩싸였다.

         

       <염화의 앨리게이터 맨>을 쓰러트리고, 손에 넣었던 [차지 크러쉬]의 발동이었다.

         

       퍽!

         

       살벌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케에엑!”

         

       나는 그대로 실라의 몸통에, 육중한 질량을 꽂아 넣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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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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