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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그때는 비가 엄청 많이 오고, 천둥이 치는 날 밤이었어.

    콰릉! 하는 천둥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깨버린거지.

    그 아이는 특별히 천둥소리를 무서워하지는 않았지만, 짜증이 좀 났다나 봐.

    평소에도 잠을 깊이 못 자는 성격이라서, 중간에 깨자마자 잠은 완전히 달아나버렸다지 뭐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공부나 좀 해야 되겠다, 하고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노트가 보이질 않았어.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그제서야 빨래방에 놓고 온 노트가 떠올랐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복도로 나오게 된 거지.

    평소같았으면 귀찮아서라도 내일 아침에 찾으러 갈텐데, 그땐 시험기간이었거든.

    게다가, 밤의 아카데미는 유령이 나오기 쉽고 말이야.

    그래도 평소에 유령을 쫓는 스크롤도 잘 챙겨다니고, 여차하면 경비선생님을 불러서 해결하면 되니까…….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던거야.

    물론 순찰을 도는 경비선생님한테 들키면 혼나긴 하겠지만, 사정을 잘 설명하면 이해해 즐 거라고 생각했던거지.

    그리고, 그 아이도 원래 겁이 없는 성격이라서 말이지.

    별 생각 없이 손전등을 하나 챙겨서 기숙사를 나왔대.

    그런데 막상 복도로 나와보니까 생각이 조금 달라진거야.

    빗소리도 조금 더 크게 들리고, 물론 천둥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갈까, 생각을 했지만 그랬다간 오늘 밤에 노트를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일단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대.

    억지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보니, 걱정과는 달리 의외로 아무런 일이 없었던 거야.

    점점 무서운 느낌은 사라지고, 갑자기 복도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적응이 되기 시작했어.

    원래 아카데미에는 유령이 잘 없는데다 유령이 나와도 스크롤을 찢어서 쫓아내면 되고, 빗소리하고 천둥소리는 어차피 시끄럽기만 할 뿐이잖아?

    그렇게 막상 익숙해지고 나니까, 그냥 낮에 복도를 걷는거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

    아니, 오히려 그 아무도 없는 복도가 되게 신선해서 괜찮은 느낌이었다고 해.

    가끔 밤에 몰래 복도를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으으, 아무리 그래도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 할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게 세탁실에 도착을 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미뤄뒀던 무서운 느낌이 들기 시작한거야.

    무서운 사람이나 괴물이 세탁기 안쪽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 

    다들 해본 적 있잖아?

    우리 아카데미의 세탁기는 엄청 크니까.

    그 애도 그런 생각이 든 거지.

    아무튼, 그래서 조금 다급하게 노트를 찾아서 세탁실을 빠져나오려던 순간이었어.

    갑자기,

    ‘끼기긱, 끼이익-!’

    그런 소리가 들렸대.

    그건 마치, 누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 같았어.

    갑자기 소름이 막 돋기 시작했지, 곧바로 스크롤을 꺼내서 손에 쥐고는 전속력으로 뛰어서 방으로 돌아온 거야.

    바로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바로 잠금장치를 걸었대.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보니까, 꽤 심각한 일일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든 거야.

    그렇잖아, 여자기숙사에 괴한이 침입한거면 큰일이고.

    그래서 경비선생님한테 이야기했는데, 다행히 딱히 유령이나 침입자는 없었대.

    대신, 왜 밤에 혼자서 돌아다니느냐고 한바탕 혼은 났지만.

    그런데 이상하지, 분명 소리를 들었는걸.

    그렇다면 대체 그 소리는 뭐였을까?

    그 아이는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다음날 아침이 되면 다시 그 자리에 가보기로 했어.

    곧 세탁실에서부터 걸어가면서 소리가 날 만한곳을 찾다보니, 음악실을 발견했어.

    그, 있잖아? 세탁실 옆에 옆에 음악실.

    아, 기숙사 쓰는 애 혹시 나밖에 없어?

    에일라, 기숙사 쓰지 않아? 음, 이제 안 쓰나.

    아 맞아, 맞아. 거기!

    아무튼, 계속 이야기하자면, 그래.

    음악실에서 나는 소리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나니까, 비명소리가 아니라 악기소리 였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대.

    그래서, 오늘 밤에는 그 소리를 낸 범인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고 해.

    경비선생님은 아무도 없었다고밖에 얘기해주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누가 자기를 놀래키고 곧바로 도망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완전히 안 무서웠졌어.

    자, 침입자였다면 굳이 악기로 그런 소리를 내서 자신을 겁줄 이유가 없었겠지? 

    만약 유령이나 괴물, 그런거였다면 경비선생님이 잡았을테고.

    응, 맞아. 그 애는 상당히 똑똑한 애지.

    공부도 잘 했어.

    아무튼, 그래서 오늘 밤에 한번 더 복도를 걸어보고, 같은 소리가 나는 지 들어보려고 한 거야.

    대신,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아는 애들이랑 같이.

    무서운 거리도, 여럿이서 다니면 그렇게 무섭지 않잖아?

    게다가, 장난치는 아이한테 그만두라고 이야기할 때도 혼자인 것보단 여럿인 편이 좋을테니까.

    그런데, 그날 밤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대신, 경비 선생님한테 들켜서 단체로 혼났대.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는 밤.

    문득 다시 그때 생각이 난 거야.

    마침 심심했던 그 아이는, 한번 더 복도를 산책해보기로 했어.

    또 그 소리가 난다면, 이번엔 도망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채로.

    그렇게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그 소리가 났대. 

    끼이익, 끼기긱…….

    그 애는 곧장 음악실로 걸어갔어.

    그렇게 창문으로 확실히 사람이 있었다고 해.

    교복을 입고,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는 거야.

    그 모습을 보고 그 애는 좀 화가 났대.

    예전에 경비한테 혼난 기억도 나고 말야.

    그래서 따지려고 문을 벌컥 열고 외쳤다는거야.

    왜 굳이 한밤중에 연주를 하느냐고, 상당히 민폐니까 그만 두라고.

    그런데…….

    ——–

    “그 애가 돌아보는데…….”

    꿀꺽, 아이들이 일제히 침을 삼켰다.

    메리는 그런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마치 외치듯 속삭였다.

    “눈동자가 없고, 왁!!”

    “꺄아!”

    갑작스런 메리의 큰 소리에,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하는 소리를 지른거야!”

    그러자 아이들의 반응을 즐기듯이, 메리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서운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어째서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메리는 말로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는데?”

    “그 뒤로, 그 아이는 바로 도망을 쳤고, 지금도 비오고 천둥치는 날 밤이면 음악실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린대.”

    “으으, 무섭다.”

    “고스트도 아니고 괴물도 아니라면, 그건 대체 뭘까…….”

    “그거, 유령 퇴치 스크롤은 통하겠지?”

    아이들은 다들 덜덜 떨며 한마디씩 했다.

    그러나 루크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휴우…….”

    되려 오히려 안심한 듯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은 음악실의 유령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파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파이는 유령이 아니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며 악기에 한해 이제는 정령체의 모습으로도 조금정도는 물질계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파이라면 음악실의 유령으로 더할 나위 없는 모델이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파이가 민폐를 끼치게 된 것이니…….

    ‘파이, 그대의 장난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

    파이는 그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그때의 일 이후로 따끔하게 잔소리를 했으니, 다시 허락없이 음악실의 기물에 영향을 주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

    담담한 표정의 루크를 바라본 메리는 역시 루크는 별로 무서워하지 않네, 하고 생각하며 말했다.

    “루크, 역시 안 무서워? 되게 열심히 얘기한 건데…….”

    조금은 시무룩한 표정의 메리, 루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흐음, 딱히 무서울 부분이 없지 않느냐?”

    루크는 이야기에서 미묘하게 현실적인 부분을 캐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얻어낸 일련의 단서를 종합해보면, 음악실의 귀신이 대체 누구인가는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정체는 바로…….

    일시아.

    한밤중의 바이올린 연주자.

    자신에게 바이올린을 제대로 쥐는 법을 가르쳐준 그 아이다.

    루크는 합당한 추론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거, 아마도 일시아의 이야기인 모양이구나. 무서워 할 것 없다.”

    “일시아……?”

    메리는 잊어버린 모양이다. 하긴, 스치듯 한 이야기니 11살짜리 아이는 잊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지.

    “잊어버린 모양이로구나. 예전에 메리, 네 기숙사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날에 밤에 함께 연주를 했다고 이야기한 3학년말이다.”

    “그런 얘기를 했었나……?”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굳이 비오는 날 밤에만 연주를 하는 것은, 음악의 소리를 비와 천둥소리에 묻어, 민폐를 줄이고자 한 노력일테고, 눈동자가 없었다는 부분은 어두운 환경에서 살짝 보게 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구나.

    검은 머리에, 앞머리가 꽤 길어서 내린다면 눈을 가릴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한밤중에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누구든 놀라겠지.

    섬뜩한 비명은 그저 엄청나게 놀라서 지른 것일게다.”

    “휴우, 그렇구나.”

    “다행이네, 귀신같은 게 아니라서…….”

    루크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안심한 듯 굳었던 표정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메리의 반응은 달랐다.

    “……어? 그럴리가 없는데…….”

    메리는 마치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점차 경악으로 물들여간다.

    “왜 그러지? 뭔가 잘못된 것이 있느냐?”

    “당연히 잘못되었지!”

    메리가 버럭 외쳤다.

    “대체 뭐가 문제인 것이냐?”

    “이 얘기는 내가 졸업생인 언니한테, 5년전부터 들은 얘기란 말이야!”

    “응……?”

    5년 전이라……. 시간대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이상한 일이다. 일시아가 5년 전에도 학교에 있었을 리는 없다.

    그는 3학년이니, 5년 전이라면 입학조차 하지 않았을 시기.

    혹시 메리가 무서운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치기에는 메리의 표정이 너무나 생생하다.

    그 말은 즉,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적어도 일시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인데…….

    “음, 그럼 일시아는 아닌 모양이군.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이 생각하기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설마, 그 일시아라는 학생이…….”

    “역시 귀신인거 아니야……?”

    “……헉.”

    ‘이런…….’

    공포를 풀어주려 했다가 도리어 더욱 심한 공포를 집어넣어버린 루크.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루크는 난처한 표정으로 턱선을 긁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경악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한 아이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이런 이야기는 관두고, 이제 카드게임이나 할래……?”

    “응, 그러자……!”

    “나도 좋아!”

    “찬성!”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떻게 쓸까 참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다가 잠들어버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ㅜㅜ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관에서 괴담은 쓰기 어렵네요…!

    일단 종합해보자면 이 세계관에서 유령형 몬스터는 사실 엄청나게 커다란 벌레 비슷한 겁니다.
    대신 잘 보이지 않고 사람을 무는….
    그러니까 보통은 장수말벌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귀신이라고 한다면, 엄청난 거죠…!
    오우 쒯ㅋㅋ 크기 50cm의 장수말벌을 생각해보십시오.
    애들한테는 패닉이 올 수 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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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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