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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글은 대형마트에서 나를 목격했다는 내용으로 시작되었다.

       

       ───

       【오늘 마트에서 겨울이 봄 ㅋㅋ】

       작성자 : 칭찬해주

       

       오늘 겨울이 혼자서 마트 돌아다니더라.

       고양이 사료 사는데, 가게 직원이 겨울이가 직접 먹는 걸로 착각함 ㅋㅋ

       ───

       

       [채강뿔토끼 : 겨울이 고양이도 키움?]

         [└ 수인조아 : ㅇㅇ 겨울이랑 똑같이 생긴 하얀 고양이.]

          [└ 루루나나 : 고양이가 고양이를 키우다니ㄷㄷ]

       

       [살아남자 : 솔직히 착각할만하다 ㅇㅈ?]

        [└ 무너진호랑이 : ㅇㅈ]

       

       [지글지글 : 겨울이 진짜 너무 귀여워…]

       

       평범한 댓글도 있었고, 이상한 댓글도 있었다.

       그중 가장 이해 불가능한 댓글은 내가 귀엽다는 댓글이었다.

       

       “이상한 댓글이 있네요.”

       

       “응? 악플이 있나요?”

       

       “아뇨, 악플까진 아니고 그냥 이상한 사람인 거 같아요.”

       

       유상아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내가 귀엽다는 글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낯간지러웠다.

       

       “이거 귀엽다는 댓글 말하는 건가요?”

       

       “네. 놀리려고 그렇게 썼나 봐요.”

       

       인터넷엔 참 질 나쁜 사람들이 많단 말이지.

       그렇지 않냐며 유상아를 올려다보는데, 어째선지 그녀의 반응은 나와 달랐다.

       

       “이게 왜요? 겨울님 귀엽지 않나요···?”

       

       “제, 제가요?”

       

       “네. 설마 모르고 있었어요?”

       

       설마 모르고 있었냐니.

       유상아도 나를 귀여운 사람으로 여겼다는 뜻이었다.

       

       “제 어디가요···?”

       

       “그냥 전부 다요. 작고, 목소리도 상냥하고.”

       

       “그, 그런···”

       

       작아서 귀엽다는 건 외모를 말하는 건가.

       나도 지금의 외모가 나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려 보이는 외모는 충분히 귀여움을 느낄만했으니까.

       문제는 내가 진짜 아이가 아니라는 거였다.

       

       나는 성인이었고, 주위엔 정말로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있었다.

       외형만 작을 뿐인 나는, 레비나스와 새벽이의 진짜 귀여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괴롭힘 따위가 아니라면, 정말로 귀여운 아이들 사이에서 나를 콕 집어서 언급할 이유는 없었다.

       

       “뭔가 당황스럽네요.”

       

       “왜요? 귀엽다는 말 자주 듣지 않나요?”

       

       “아뇨··· 살면서 처음 들어 봤어요···”

       

       “아이고.”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꼬리를 붙잡았다.

       손 위로 살짝 빠져나온 꼬리 끝이 축 늘어져 있었다.

       유상아가 안타깝다는 눈빛을 보내며, 손등으로 내 뺨을 쓸어내렸다.

       

       “사람들이 제 겉모습에 속았나 봐요. 수인족은 흔치 않으니까요.”

       

       “아뇨, 그건 아닐 거예요. 겨울님은 성격도 천사 같으니까.”

       

       “그, 그게···”

       

       입만 열면 낯부끄러운 칭찬이 나온다.

       유상아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주제는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나는 서둘러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저기, 근데 여기 댓글에 있는 그림은 뭐예요?”

       

       나와 비슷하게 생긴 수인족 아이가 펀치를 날리는 그림.

       이와 비슷한 그림이 댓글 한가득 달려있었다.

       

       “이거 겨울님 이모티콘이에요.”

       

       “저, 저요?”

       

       “네. 누가 만들었나 봐요.”

       

       상당한 퀄리티의 이모티콘이었다.

       이 이모티콘이 전부 나라니,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 밧줄에 꽁꽁 묶여서 매달린 건···?”

       

       “재밌으라고 그린 걸 거예요. 너무 의미부여 할 필요는 없어요.”

       

       “아···”

       

       유명한 모험가는 세간의 관심을 받는 법이었다.

       한여름의 SNS만 해도 하루에 수백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나 또한 모험가이니,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물론 모험가로서 관심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내가 희귀한 수인족이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얻고 싶어도 못 얻는 게 유명세니까.

       모든 관심에서 배제되었던 나인지라, 긍정적인 관심을 받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끄는 순간.

       연못 근처에서 놀던 레비나스가 나를 향해 꼬챙이를 흔들었다.

       

       “왕아! 레비나스랑 놀자!”

       

       “응. 잠깐만.”

       

       옆에있는 유상아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후후 웃으며 벤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저도 이만 가봐야겠네요.”

       

       “네. 같이 대화 나눠서 즐거웠어요.”

       

       “저도 즐거웠답니다.”

       

       유상아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미뤄두었던 ‘그것’을 해볼 생각이었다.

       

       

       **

       

       

       설이는 짐승이었다.

       착한 아이긴 했지만, 짐승이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모두와 다툼없이 지내기 위해선 설이를 훈련해야만 했다.

       

       ‘기다려’를 할 줄 아는 짐승과 그렇지 않은 짐승은 차이가 컸으니까.

       

       “자, 설이야.”

       

       “먕?”

       

       “손.”

       

       잔디밭에 앉아 설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가장 기초적인 훈련인 ‘손’이었다.

       

       강아지는 되던데, 고양이도 이게 되려나?

       기대와 걱정이 섞인 마음으로 설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내 손위에 손을 얹은 건 설이가 아닌 레비나스였다.

       

       “레비나스가 제일 빨랐다!”

       

       “으, 응. 잘했어.”

       

       이걸 놀이 정도로 생각한 건가.

       

       슥슥-

       잘했다며 레비나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단순한 쓰다듬이 기뻤는지, 레비나스가 몸을 들썩였다.

       

       “먕?”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설이가 내 손위에 손을 얹었다.

       레비나스의 행동을 보고 학습한 건가?

       아직 어린 고양이인데 지능이 상당했다.

       

       “이걸 단번에 하네?”

       

       기쁜 마음에 꼬리가 흔들린다.

       설이도 내 꼬리를 보며 따라 흔들었다.

       빨리 쓰다듬어 달라는 설이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의사가 전해지긴 하네.’

       

       손을 뻗어 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설이가 행복해하고 있음이 전해져 왔다.

       

       “음··· 다른 것도 해볼까?”

       

       “응! 다른 것도 하자!”

       

       이번에도 레비나스가 먼저 답했다.

       어쩐지 새벽이도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번엔 뭐 하지? 누워 해볼까?”

       

       “응!”

       

       레비나스가 잔디밭 위에 드러누웠다.

       편안해 보이는 자세에 배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먕?!”

       

       레비나스를 본 설이가 다급히 잔디밭 위에 드러누웠다.

       사람처럼 대자로 눕는 신기한 자세였다.

       

       “와···”

       

       설이가 진짜로 보고 배우는구나.

       살면서 본 고양이 중 가장 똑똑했다.

       

       톡톡-

       잘했다며 설이의 배를 두드려주는 순간에 새벽이가 발라당 드러누웠다.

       

       “나도 배 통통 해줘.”

       

       “응.”

       

       새벽이의 배를 통통 두드려 주었다.

       무표정한 새벽이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좋은 장난감을 사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우리 애들은 어떤 놀이든 재미있게 해 주는구나.

       항상 착하게만 있는 아이들이 고맙기만 할 따름이었다.

       

       “다음에는 뭐 할까?”

       

       “다음에는···!”

       

       그렇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설이를 훈련하며 놀았다.

       꽤나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순서대로 손발을 씻었다.

       설이가 가장 처음이었고, 겨울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겨울이 손발을 씻고 있는 그 시각.

       아이들은 거실에서 설이와 함께 놀았다.

       때마침 일을 마친 한여름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여름이 왔냐?!”

       

       “응. 언니 왔어.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

       

       “오늘은 손하고 놀았다!”

       

       “손?”

       

       “응! 손 하면 설이가 손준다!”

       

       강아지도 아니고 고양이가 그런 게 가능하다고?

       사람 말 안 듣기로 유명한 고양이인데?

       

       한여름이 설이를 들고 있는 레비나스를 향해 다가섰다.

       곧장 손을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소···”

       

       문자-!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진동한다.

       중요한 일일수도 있기에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뻗은 손은 그대로 둔 상태로.

       

       ‘스팸 문자네···’

       

       쩝.

       입맛을 다신 한여름이 주머니속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자, 손주세요.”

       

       못다 한 말을 중얼거리며 다시금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앞에 있는 건 설이를 들고 있는 레비나스가 아닌, 겨울이었다.

       짧은 시간에 자리를 바꿔버린 것이었다.

       

       “손이요···?”

       

       겨울이 한여름의 손위에 손을 얹는다.

       아무런 의심도 불만도 없이 얹기만 했다.

       

       “어, 어라?”

       

       잠깐 신경 안쓰는 사이에 자리를 바꿨네.

       한여름이 뺨을 긁적이며 겨울을 내려다보았다.

       

       “손은 왜요?”

       

       “그냥 언니가 겨울이랑 손잡고 싶어서.”

       

       겨울의 손을 꼭 붙잡는다.

       작고 말랑거리는 손이 한 손에 들어왔다.

       

       “네. 그럼 우리 손잡고 있어요.”

       

       “그, 그럴까?”

       

       “네.”

       

       손을 잡고 있는 게 딱히 힘든 일도 아니니까.

       한여름이 그러고 싶다면, 잡고 있을 뿐이었다.

       

       꼬옥-

       따듯한 온기에 겨울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한여름의 눈엔 겨울이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만 보였다.

       

       매일 보는 데에도 질리지가 않는다.

       한여름은 자신에게 꼬리가 있었더라면 겨울이보다 빠르게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피식.

       한여름이 웃음을 터트리며 겨울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겨울아, 오늘은 뭐 재밌는 거 없었어?”

       

       “음··· 오늘 설이 훈련하고··· 아. 신기한 거 하나 봤어요.”

       

       “신기한 거?”

       

       “네. 인터넷에 제 이모티콘이 돌아 다니더라구요.”

       

       겨울이 이모티콘.

       한여름도 뭔지 알고 있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모티콘이었다.

       여러 파생의 패러디 이모티콘이 나올 정도였다.

       

       “어떤 이모티콘이었어?”

       

       “그게···”

       

       겨울이 소파에 앉아 눈만 깜빡거렸다.

       난 인터넷 잘 모르는데, 이모티콘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겨울이 주먹을 앙 말아쥐었다.

       

       “이런···?”

       

       겨울이 어설프게 주먹을 내뻗었다.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흉내 내면서.

       한여름이 살면서 본 가장 귀여운 주먹질이었다.

       

       “크억!”

       

       주먹에 닿지도 않은 한여름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헉?”

       

       쓰러진 한여름을 본 겨울의 꼬리가 쭈뼛 솟아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용!!

    네! 그 이모티콘 맞아요!!
    겨울 펀치!!
    ───

    딩딩딩님 4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비공개회원[ㅁㄹㄸ]님(01-16)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Prologue P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뎀멜이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비공개회원[ㅁㄹㄸ]님 귀여운 겨울이 팬아트 감사합니다!
    은하다방님 귀여운 겨울이 팬아트 감사합니다!
    금방 정리해서 공지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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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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