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3

       

       

       

       

       드드드드….

       

       “쀼우….”

       

       아르도 파워 마사지의 힘을 느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다시 기본 모드로 바꾸었다. 

       

       “푸흣…. 아르야, 괜찮아?”

       “쀼, 쀼우! 갠차나. 궁그매서 한번 해 밨는데 완존 세게 주물러 조서 놀라써….”

       

       아르는 안마 의자 안에 파묻힌 채, 다시 기본 모드로 돌아온 마사지를 즐기며 표정을 풀었다. 

       

       “헤헤, 다시 적당히 씨원해.”

       “잘 즐기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네.”

       

       나는 행복해 보이는 아르의 표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용 폼으로 해도 문제 없어서 다행이네.’

       

       일단 한번 시켜 보고 꼬리가 배기거나 몸에 안 맞으면 그냥 인간 폼으로 폴리모프를 해서 쓰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렇진 않은 모양.

       

       사용자의 몸에 맞게 저절로 최적화되는 기능이 꽤나 제대로 작동을 하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의자에 파묻히다시피 누워 있는 아르의 팔다리 쪽을 보니 아르의 팔다리 길이와 두께에 맞게 정확하게 조절이 되어 있었다. 

       

       ‘저게 되네.’

       

       심지어 다리 구조가 꽤나 달라 발 마사지는 현실적으로 받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기우였다. 

       

       위잉. 위잉.

       

       “뀨우웅….”

       

       마사기 기기는 아르의 발바닥에 밀착된 상태로 위잉 소리를 내며 커다랗고 두툼한 발바닥 젤리를 꾹꾹 롤링하여 마사지해 주고 있었다. 

       

       꼼지락, 꼼지락.

       

       발바닥 마사지가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지, 아르는 헤벌쭉 풀어진 표정으로 이따금씩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귀여워라….’

       

       예전에 온천에서 마사지 받을 때도 좋아하더니, 안마 의자도 저렇게 좋아하네.

       

       ‘평소에도 생각 나면 가끔씩 가볍게라도 마사지를 좀 해 줘야겠어.’

       

       아르의 발바닥, 손바닥 젤리를 꾹꾹 누르면서 마사지를 하고 그걸 받는 아르가 뀨 소리를 내며 좋아할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나도 아르한테 마사지를 해 달라고 하는 거지.’

       

       아마 아르라면 내가 마사지를 해 주면 자기도 나한테 해 주겠다고 나설 것이다. 

       

       ‘딸내미한테 안마 받는 아빠라니, 이거 완전 로망 그 자체잖아.’

       

       물론 아르가 완전히 말랑콩떡일 때도 가끔씩 꾹꾹이를 해 주긴 했지만, 그건 안마라기보단 말 그대로 일반적인 꾹꾹이였다. 

       

       엎드리거나 앉은 상태에서 아르의 두툼한 손으로 등허리 마사지를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았다. 

       

       굳이 용 폼이 아니더라도 인간 모습으로 변해서 조그만 손으로 어깨를 조물조물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어느 쪽이든 환영이지.’

       

       나는 아르가 행복한 얼굴로 마사지를 받는 모습을 조금 더 바라보다가 다시 내 안마 의자에 누웠다. 

       

       위잉….

       

       내가 다시 눕자 신체를 인식해 최적화된 안마 의자가 마사지를 시작했다. 

       

       수면 모드로 미리 맞춰 두었기 때문에 마사지는 기본 모드보다는 느렸고, 강도도 줄어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엄청 시원해….’

       

       기본 모드는 뭐랄까, 20분에서 30분 정도 앉아서 집중적으로 뭉친 부위를 풀어 주고 사용자는 그 시원함을 적극적으로 느끼면서 감탄사를 뱉게 되는 모드라면.

       

       수면 모드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깊고 낮은 숨을 편안하게 들이쉬고 내쉬고 있으면 은은하게 몸을 받치고 근육을 천천히, 그리고 적절하게 만져 주어 얼마든지 편하게 휴식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모드였다. 

       

       ‘좋다….’

       

       아주 천천히, 마치 마사지사가 직접 세심하게 발바닥을 누르고 밀어 주는 듯한 느낌과 함께 혈이 쫘악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곳보다 민감해서 자칫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부위는 기가 막히게 완급 조절을 통해 스무스하게 넘어가고, 등 쪽의 큰 근육이나 어깨 근육은 진득하지만 느릿느릿 시원하게 쫙 풀어 주었다. 

       

       ‘진짜 잠이 솔솔 오네.’

       

       이 기분 좋은 은은한 마사지를 더 잘 즐기기 위해 눈을 감자, 금방이라도 곯아 떨어질 것 같….

       

       ***

       

       음냐.

       

       ‘와, 진짜 그냥 잠들어 버렸네.’

       

       위잉….

       

       여전히 안마 의자는 작동하고 있었지만, 굉장히 천천히 부드럽게 작동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용자가 잠들면 그걸 인식해서 더욱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는 모양이었다. 

       

       “으음…. 아, 잃어나기 싫다….”

       

       한겨울에 전기 장판을 튼 이불 속에서 나가기 싫은 것과 거의 동급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기분이었다. 

       

       ‘몸이 그냥 쫘악 풀렸네.’

       

       마치 오징어를 스팀 다리미로 편 것처럼 내 전신은 완전히 빤빤하게 풀어져 있었다. 

       

       ‘그래도 일어나긴 해야지.’

       

       막상 잠에서 깨어나니 안마 의자가 내 움직임을 인식했는지 위잉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웅.

       

       ‘오, 뭐야. 몸 스트레칭까지 시켜 주나?’

       

       무중력 모드가 살짝 해제되면서, 전신을 한 번 쫘악 훑듯이 롤링 마사지가 들어왔다. 

       

       “끄응차.”

       

       특히 허리 부근부터 어깨까지 오는 구간에서는 내 허리를 꾸욱 눌러 활처럼 스트레칭을 시켜 주기까지 했다. 

       

       ‘몸이 확실히 가뿐해졌네.’

       

       수면 모드는 스트레칭이 끝나고 해제되었다. 

       

       다시 작동시키고 누울까 생각도 했지만, 슬슬 점심 시간이기도 하니 일어나기로 했다. 

       

       의자에서 일어나서도 몇 번 완전히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걸음걸이부터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좋았다.’

       

       아르랑 내가 목욕을 하고 워터 슬라이드까지 타고 나올 동안 실비아 씨가 계속 여기 앉아 있던 이유를 이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솔직히 만약 지금이 점심 시간이 아니고,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 은은하게 수면 모드를 즐기고 있었다면 몇 시간이고 이러고 있었을 것 같았다. 

       

       “으음, 일어나셨네요?”

       

       실비아도 내가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는 기척에 깬 모양.

       

       “뀨우…. 레온, 히히….”

       

       아르도 어느새 수면 모드로 바꿨었는지, 아직 누워서 세상 모르고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일단 아르는 좀 자게 내버려 둘까.’

       

       미리 나가서 뭐 먹을지 고민이나 좀 해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방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으잉, 레온…. 안 대…. 아르 노코 가지 마….”

       “……?”

       

       뒤에서 들려온 아르의 목소리에 뒤돌아 봤지만, 아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래도 꿈 내용이 바뀐 듯했다. 

       

       “우잉…. 레온….”

       

       손을 뻗고 싶은데 안마 중이라 뻗을 수가 없는 아르는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별안간 눈을 번쩍 떴다.

       

       “…레온?”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안마 의자에 다가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아르의 볼을 손바닥으로 감싸 주었다. 

       

       “나 여깄어, 아르야.”

       “레온…!”

       

       빠르게 안마 의자를 끈 아르는 나를 향해 손을 쭉 내밀었다. 

       

       “그래, 그래. 나 어디 안 가. 괜찮아.”

       

       나는 아르의 겨드랑이 쪽에 손을 넣고 아르를 번쩍 의자에서 들어 내려 주었다. 

       

       덩치가 작아졌다고는 해도 말랑콩떡 모드까지는 아니었기에 꽤나 무거웠지만, 나도 이제 힘 스탯이 무려 73이었기에 힘을 좀 쓰면 무리 없이 아르를 들 수 있었다. 

       

       아르는 의자에서 내려주자마자 다시 원래대로 폴리모프를 해 커다래진 덩치로 나를 껴안았다. 

       

       “히잉! 꿈에서 레온이 나 마사지해 주다가 갑자기 말두 없이 가 버려써…. 그전까지는 조았었는데….”

       “말도 없이 가다니 내가 아르를 두고 그럴 리가 없잖아.”

       

       타이밍이 절묘한 걸 보니 내가 곁에 있다가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진 게 감지되어 꿈에서 나타난 것 같았다. 

       

       ‘평소에는 이 정도까지 예민하진 않았는데, 몸과 마음이 많이 풀어져 있는 상태였어서 그런가?’

       

       「신뢰의 계약」 덕분에 아르의 감정 상태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지만, 이렇게 예민하게 전달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구치? 헤헤, 레온이 아르 버리구 갈 리 업써.”

       “그럼, 그럼.”

       

       나는 덩치가 큰 아르를 마주 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엉덩이까지 손이 안 닿는 게 좀 아쉽네.’

       

       이럴 때 엉덩이 토닥여 주는 게 직빵인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토닥, 토닥.

       

       실비아가 나 대신 아르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후후, 저도 해 보고 싶었거든요.”

       

       실비아가 빙긋 웃으며 아르에게 장난스레 말했다.

       

       “나는 안 보고 싶었어, 아르야?”

       “…구, 구게. 당여니 온니도 보구 시펐지!”

       

       아르는 당황하며 얼른 실비아도 껴안았다. 

       

       “푸흐흣. 귀여워.”

       

       나도 얼른 아르가 실비아를 껴안은 사이에 아르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아르는 뀨 소리를 내며 꼬리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자, 그럼 다들 꿀잠 잔 것 같으니 점심을 먹으러 가 볼까요?”

       “쀼우! 점심! 점심!”

       “좋죠. 또 뭐 시켜 먹을까요?”

       “흐음. 안에만 있었으니 이번엔 밖에서 바람 쐬며 외식이나 하러 나갈까요? 어차피 오늘 나가서 정보 길드도 가야 하는데.”

       “아아, 그러고 보니…. 좋아요. 그럼 밖으로 나가요.”

       

       우리는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침 어느 가게 앞에 줄이 쫘악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긴 뭐죠?”

       “그러게요. 잠깐 보고 올까요?”

       

       실비아는 금세 앞쪽으로 가 보더니, 곧 돌아와서 말해 주었다. 

       

       “밥집은 아니고 케이크 가게네요. 보니까 개인 당 구매할 수 있는 개수까지 제한이 있는 모양이던데요?”

       “케이쿠? 마싰겠다! 아빠, 저거 사면 안 대?”

       

       케이크라는 말에 딸내미 모드로 내 손을 잡고 걷던 아르의 눈에 총기가 돌았다. 

       

       “하하, 아르야.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줄이 너무 기네. 케이크는 나중에….”

       

       그렇게 말하려던 나는, 앞쪽에서 케이크를 사 가지고 나오는 사람의 손에 들린 봉투를 자세히 보았다. 

       

       ‘잠깐, 저거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딸기 케이크 하나 더 없나? 스티브! 접시가 비어 간다!

       -저, 이거 일부러 줄 서서 두 개 사 온… 금방 갖다 드리겠습니다! 줄은 또 서면 되죠!

       

       ‘아!’

       

       나는 아르를 보며 말했다. 

       

       “아르야, 정보 길드 먼저 들렀다 갈까? 왠지 거기 케이크가 있을 것 같거든.”

       

       스티브 씨, 미안합니다.

       케이크 값은 열 배로 쳐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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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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