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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 ***

         

       황제는 자신의 처소에서 멍하니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라버니 따윈 정말 진짜 싫습니다!]

         

       “한 잔 받으시지요.”

         

       깨어난 사마경휘가 황제의 잔에 술을 채웠다. 황제는 잔 안에 비치는 달을 바라보며 술잔을 흔들었다.

         

       “내가…잘못한 것일까.”

         

       “어찌 동생을 위하는 오라버니의 마음에 잘잘못이 있겠습니까.”

         

       황제는 말없이 술잔에 입을 대었다.

         

       [오라버니 따위는 꼴도보기 싫습니다!]

         

       “허허, 유야가 내가 꼴도 보기 싫다는군. 꼴도 보기 싫다 하였어…”

         

       후회.

         

       유경의 가슴을 가득 메우는 것은 후회였다. 이리 미움받을 줄 알았다면 그냥 호천안이라는 자를 건드리지 않은 것이었는데.

         

       [당분간은 궁청전 쪽으로 발걸음도 하지 마십시오!]

         

       혁기린의 성난 표정과 그런 혁기린의 노성이 떠오르자 유경은 또 가슴이 아팠다. 찾아오지도 말란다. 그렇다면 사과는 어떻게 하고 화해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유경의 얼굴이 우울함으로 물들었다.

         

       “그 아이가 그리 싫어할 줄 알았다면 이런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을…”

         

       사마경휘는 청승을 떨고 있는 유경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라버니 진짜 싫어! 정도에 이렇게 심신미약 상태에 빠지다니.

         

       평소의 영민한 황제의 모습은 다 어디 가고 동생과 얽히니 성가신 주군만이 남았다.

         

       “저에게도 연이라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유경의 힘없는 눈동자가 사마경휘의 쪽으로 돌아갔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동생과 엄청나게 치고 받으며 살았지요. 하는 짓이 어찌나 얄밉던지 부모님 몰래 쥐어 박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손톱을 세우며 달려들었지요. 서로 너같은 건 시집 장가도 못 갈 거라느니 꼴도 보기 싫다느니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리 싸웠나 싶더군요.”

         

       그때를 떠올렸는지 사마경휘의 미간은 찡그려져 있었다.

         

       “분명 남이었다면 아마 다시 보지 않을 기세로 서로를 헐뜯었지요.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얼굴을 마주하고 어울리다가 또 싸우고 돕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밉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쪼르르.

         

       사마경휘는 빈 잔에 술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희 남매만 그런 것이 아니더군요. 다들 그렇게 죽고 못 살더랍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남매는 날 때부터 서로 싸우도록 되어 있다고요. 어쩐지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다 그렇게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이지요.”

         

       “그것과 이것은 다르지 않은가… 어찌 어린 시절의 치기와 지금의 사태를 동급으로 볼 수 있겠느냐. 자신의 짝을 건드렸으니 유야는 나를 진심으로 미워하겠지.”

         

       말을 하다보니 우울해진 황제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유야…유야가 그렇게 화를 내다니. 앞으로 평생 보지 말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사마경휘는 갑자기 얼굴을 가리고 몸을 말며 콩벌레가 되어버린 유경의 청승에 그냥 다 집어치우고 싶어졌지만 일단은 한 번 꾹 눌러 참았다.

         

       “유야 공주님을 십이 년 만에 만나신 것 아닙니까. 만약 다른 사람을 십이 년 만에 만났다면 이리 반갑게 해후할 수 있으며 이리 애틋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혈육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것은 유야 공주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까? 그렇겠지? 유야도 내가 싫다고, 꼴도보고 싶지 않다고, 평생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한 건 진심이 아니었겠지?”

         

       언제 평생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했냐고.

         

       사마경휘는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른 말을 가까스로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폐하. 하나씩 성의를 보이다 보면 유야 공주님의 화도 풀리실 겁니다.”

         

       “그래…알았다.”

         

       유경의 상심은 여전했다.

         

       사실 사마경휘의 위로는 딱히 유경에게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아무리 사마경휘가 자신의 누이동생인 사마연과 크게 치고 받았다고 할지라도 ‘오라버니 정말 싫어!’ 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따위의 말을 들은 적은 없었으리라.

         

       다시 말하지만 혁기린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따위의 발언을 한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유경도 사마경휘의 말에 깨닫는 바가 있기는 했다.

         

       실수를 했으면 만회를 해야 한다는 것.

         

       “날이 밝으면 호천안 그 자를 찾아가도록 하자꾸나.”

         

       “예. 페하.”

         

       그러니 유경은 우선 호천안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 ***

         

       초상집.

         

       그래 궁청전의 분위기는 딱 그거였다. 궁녀들이 시들시들한 것이 어제 점심에 나온 나물이 지금까지 내 밥상에 남아 있어도 지금 궁녀들보다는 싱싱할 것 같군.

         

       아무래도 궁녀들의 협력 없이 두 사람이 나에게 접촉할 수는 없었을 테니 궁녀들 역시 혁기린에게 혼이 난 모양이다.

         

       솔직히 궁녀들이 뭔 죄가 있겠냐. 황족이 나와서 까라고 하면 까야지.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진 궁녀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불쌍하긴 했지만 나도 살아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시들시들한 궁녀들과는 달리 싱싱한 재료들로 이루어진 탕 요리를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궁녀들과 알현절차를 몇 번 연습한 뒤 자유시간.

         

       “흐음.”

         

       혁기린을 만날까 고민해 보았지만 이내 관두기로 했다. 궁녀를 기가 팍 죽은 것도 그렇고 두 내관의 일을 처리하느라고 바쁠 테니까.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두작이 황족 중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유추 정도는 해볼 수 있었다.

         

       우선 확실한 점은 두작은 황실의 직계 혈통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두작 나이대의 직계 혈통이라면 황제 유경밖에 없는데 이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

         

       황제가 그런 짓을 왜 하냐고.

         

       결국 방계라는 결론이고 방계라면 혁기린이 나선 이상 깔끔하게 정리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혁기린은 황족 서열상 2인자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현 황제인 유경 때문에 2위인거지 단순하게 계승권만 따지면 1위다.

         

       혁기린은 제 1황후의 소생이고 유경은 제 2황후의 소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혁기린이 무림에 나왔다 할 수 있었다. 1황후의 지지자들이 득세하고 있었으며 2황후가 먼저 아이를 유경을 출산하며 권력구도에 지각변동이 있었다. 그렇게 6년이 지나고 유야공주, 그러니까 혁기린이 태어났다.

         

       그 당시 황제이자 전 황제인 유서는 후계를 생산하는 것을 어려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병약한 인물이었다. 황권이 미약한 시기였고 황후나 황후 가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하들이 편을 갈라 싸움을 벌였다.

         

       혁기린이 무림으로 뛰쳐 나온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미약한 황권과 유서가 늦은 나이까지 후계를 생산하지 못한 점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무튼 혁기린의 무림행은 중앙이 두 파벌로 나뉘어 격돌하는 일을 막았고 유경이 빠르게 제위에 오를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현 황제인 유경이 아주 강력한 황권을 지닐 수 있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황제의 힘은 한미하고 차기 황제를 손에 넣고 권력을 주무르겠다는 두 파벌이 충돌하는 상황. 혁기린 지지파는 혁기린의 무림행에 구심점을 잃고 와해되었고 유경 지지파는 또 유경이 황제가 되는데 있어 제대로 된 공을 올리지 못했다.

         

       유경 지지파에게도 혁기린의 움직임은 재난이라 할 수 있었다. 유경이 황제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정쟁을 치르며 공적을 취해 유경을 조종하려 했는데 갑자기 적수가 와해되어 버렸다.

         

       유경 지지파는 별 고난 없이 황제의 위에 오른 유경에게 고삐를 채울 수 없었다.

         

       혁기린을 지지하던 파벌은 갑자기 중심이 사라져 와해되었고 유경을 지지하던 세력들도 유경의 행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황을 이용해 유경은 자유롭게 날아올라 동창과 금의위 세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며 황권 강화를 성공시켰다.

         

       즉 혁기린은 현 황제인 유경이 강력한 황권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겠지.

         

       이러니 황제와 우애가 깊을 수밖에.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본제로 돌아와서 혁기린이 헛기침 한번만 해도 두작은 벌벌 떨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지은 죄까지 있으니 뭐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

         

       두작이 아무리 망나니라고 해도 결국 본신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에 불과했다. 결국 권력이 무기라는 뜻.

         

       혁기린이 나선 이상 두작은 나에게 더 이상 무슨 수작을 부리지 못한다. 아무리 내관이나 궁녀들이 황족의 명령에 철저하게 복종한다 해도 혁기린 측이 두작보다 상급자인 만큼 명령이 먹힐 리가 없는 셈이다.

         

       궁녀들이 이리 시들시들한 것을 보니 혁기린이 전방위적으로 뒤엎은 모양인데 이 정도면 그 두작이라는 놈도 무사할 리 없었다.

         

       뭐 하는 짓이 워낙 망나니 같아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데…이번 일로 손발이 다 잘려나갔으니 큰일은 못 벌이겠지.

         

       “호천안 무사님. 혁기린 대협께서 다과 시간을 가지자 청하셨습니다.”

         

       “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지요.”

         

       안 그래도 두작에 관한 건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중이었는데 잘 되었군.

         

       혁기린의 안색은 편치 않아 보였다. 뭐 황궁에서 망둥이가 물을 흐리고 있었으니 안색이 밝은 편이 이상할까.

         

       “자세히는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일이 잘 처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혁기린 대협께서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아닙니다. 범인은 따끔하게 혼이 났다…합니다.”

       

       혁기린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입술을 꾹 깨물고 부들부들 떠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아서 놀랐다.

         

       저 순둥순둥한 혁기린이 이렇게 격렬한 감정 표현을 할 줄이야. 곱씹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격해질 사건이라니.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로 궁금해졌다.

         

       그 두작이라는 망둥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망나니였던 모양이다.

         

       “하하하. 뭐 잘 마무리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런데 그 말에 혁기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후우…아닙니다.”

         

       혁기린의 표정이 매우 신경 쓰였다. 내가 황실의 일에 휘말려 버린 것은 맞다. 혁기린이 이번 일을 처리해 준 것은 황실의 문제를 황실의 일원이 처리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 부탁을 혁기린이 들어 주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혁기린의 얼굴에 근심걱정이 깃든 것은 아마 어제의 일 때문이겠지.

         

       “하소연이라도 해보시지요.”

         

       “하소연…말입니까?”

         

       “예. 푸념만으로도 근심이 덜어지기 마련입니다. 혹여 민감한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은 굳이 말씀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혁기린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어제의 건으로….오라버니와 크게 다투었습니다.”

         

       “그렇군요.”

         

       두작이라는 녀석이 꽤 중요 인물이었나? 아무래도 두작의 향방을 두고 황제와 충돌한 모양이다.

         

       혁기린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어제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모양인지 나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나는 혁기린의 이상 행동을 딱히 지적하지 않으며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으음…오해…혼인…하아…”

         

       한참이나 무언가를 되뇌이던 혁기린은 간신히 진정하고 말을 이었다.

         

       “그래요. 그 부분은 제가 결정한 문제겠지요. 결국 제가 마음에 걸린 부분은…오라버니에게 폭언을 퍼부었다는 점입니다.”

         

       “그러셨군요.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단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일단 혁기린의 말을 다 받아들였다. 사실 이게 무슨 고민인가 싶기도 했다. 혁기린의 성정상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정말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할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제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이렇게 상심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말씀을 하셨길래…?”

         

       “그…오라버니에게 제 뭘 아느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래 전형적인 말싸움의 포문을 여는 문구였다. 나는 가볍게 혁기린을 위로했다.

         

       “하하, 그 정도야 오라버니도 귀여운 투정 정도로 받아 들이셨겠지요. 하루가 지났으니 이미 다 잊으셨을 겁니다.”

         

       “그, 그렇지 않습니다…오라버니 따위 정말 싫다고 소리를 질러 버렸거든요.”

         

       사실 나는 남매간의 감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남매가 있어 봐야 알지. 그렇지만 살다보면 남매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경험하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놀았던 친구들과 여동생들의 사이가 어땠더라… 견공이라는 비난이나 서로의 능지와 얼굴을 해산물에 비유하거나 구구단 2단의 마지막 단수 언급이 섞이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듯한 격렬한 언어의 주고받음이 기억났다.

         

       남매 싸움에 저 정도면 귀여운 것 아닐까?

         

       “하하, 그 정도라면 오라버니도 이해해 주지 않으실까요?”

         

       혁기린은 우물쭈물하더니 결국에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혁기린의 모습에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혁기린의 태도가 심상치 않은 것이 정말 범상치 않은 폭언을 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깜짝 놀라거나 나도 모르게 혁기린을 타박해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

         

       “오라버니에게 당분간은 찾아 오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혹여나 오라버니가 절 찾아 오지도 않으시면 어쩌지요…?”

         

       아.

         

       그러셨구나. 오빠한테 꼴도보기 싫으니까 찾아오지 말라고 하셨구나. 그것도 그냥 평생도 아니고 당분간 찾아오지 말라고 하셨구나.

         

       죄책감에 찌든 혁기린의 얼굴을 보며 나는 허허 웃었다.

         

       거 참 사이좋은 남매일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무리 웹소설이라지만…

    여동생이 있는 인생을 살아온 입장에서, 우애깊은 남매라니 너무 개연성 없는 설정인 것 같아서 걱정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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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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