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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반쯤 탈진한 연쇄살인마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주변에는 파편으로 찢어진 혼들이 마구 널브러져 있었다. 아우렐리아가 소환했던 거대한 사신도,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최상급 사역마를…….’

         

       록파는 혀를 내둘렀다. 올리비아와 같이 다니기에 강할 거라고 예상은 했다마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치신 곳은……없으시군요.”

         

       록파는 놀랍다는 얼굴을 했다. 망령에게 물어뜯겼던 상처들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신성 마법과 비슷한 종류는 아니었다. 이건……악마들의 재생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마는 아니다. 록파의 스승은 악마를 혐오했고, 그것은 록파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확언할 수 있었다.

         

       ‘마기를 오러로 체화한건가.’

         

       악마적이기는 하지만, 악마는 아니다.

         

       “올리비아는?”

       “아, 오두막에 들어가 계십니다.”

         

       연쇄살인마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털부덕 주저앉았다. 왼쪽 발목이 완전히 반대로 꺾여 있었다.

         

       “음, 저기. 이것 좀 돌려줄래?”

       “……예.”

         

       록파는 연쇄살인마의 발목을 붙잡고, 꺾인 반대 방향으로 관절을 비틀었다.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연쇄살인마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강인한 전사라고 해도, 뼈를 강제로 맞출 때 고통 어린 비명을 지을지언정, 탄성을 내지르지는 않는다.

         

       즉, 연쇄살인마는 고통보다 제 뼈가 맞춰지는 그 광경이 신기했던 것이다. 록파는 답지 않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인간이 맞기는 하십니까?”

        “아핫. 일단은?”

         

       그대로 오두막으로 들어가려던 연쇄살인마가 허공에 머리를 부딪혔다. 오두막을 감싸고 있는 이질적인 기운을 눈치챈 록파가 말했다.

         

       “이건……결계군요.”

         

       그 잠깐 사이에 결계를 만들어놓은 모양이다.

         

       “아무것도 안 보여.”

         

       까치발로 창문 너머를 쳐다보던 연쇄살인마가 툴툴댔다. 마음 같아서는 결계고 뭐고 그냥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됐다가는 저번 생에 그랬던 것처럼 ‘종말’을 보기 전에 올리비아의 손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그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

         

       “뭘 하길래 이렇게 꽁꽁 싸매놨을까?”

       “주술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치료를 하고 계시는 중이실겁니다.”

        “치료?”

         

       올리비아가 다른 누군가를 치료한다니. 적어도 연쇄살인마가 아는 올리비아는 파괴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조금만 찢으면 괜찮지 않을까?’

         

       연쇄살인마는 손끝에 오러를 날카롭게 응축시킨 다음, 슬며시 결계를 향해 내리그었다. 동시에 생겨난 약간의 틈. 손가락 집어넣기도 벅찬 크기였지만, 오두막 내부를 살피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옆에서 록파가 뭐라 하던 말던, 연쇄살인마는 틈에 눈을 가져다 대고 내부를 관찰했다.

         

       올리비아는 등을 보인 상태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연보라색 머리결을 가진 여인이 누워 있었다.

         

       낯이 익었다.

         

       ‘꿈에서 봤었던…….’

         

       연쇄살인마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그의 시선은 다시 올리비아를 향했다. 올리비아는 잠이 든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연쇄살인마가 무지하다지만, 적어도 가만히 앉아 환자를 구경하는 것이 ‘치료’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았다.

         

       ‘도대체 뭘 하는…….’

         

       그 순간 올리비아가 고개를 돌렸다. 서늘한 벽안과 눈을 마주한 연쇄살인마가 몸을 움찔 떨며 뒤로 물러났다.

         

       “흐악!”

       “왜 그러십니까?”

         

       연쇄살인마는 대답하는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 방금 보았던 그 표정. 그건 마치…….

         

       – 다 죽여버려.

         

       모두를 멸하기로 결정했던 그 날.

         

       바로 그 때의 올리비아를 닮아 있었다.

         

         

       *****

         

         

       올리비아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의식이 잠시 끊어졌다 연결되는 듯한 이 감각.

         

       단서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올리비아는 가장 먼저, 남은 시간부터 확인했다.

         

       [제국력 997년]

       – 남은 시간 : 82시간 49분

         

       에스티 때 그랬듯이, 남은 제한시간을 모두 끌어모아 한 번에 사용한 결과였다.

         

       올리비아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풍경. 방금 전까지 ‘현실’에서 보았던 늪지대였다.

         

       다만 방금 전과 같은 사나운 주력이 느껴지진 않았다.

         

       평온했으며, 또한 고요했다.

         

       자연 그대로의 늪지대였다.

         

       올리비아는 발자국이 이어진 곳을 따라 걸으며 기억을 되새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우렐리아가 머무는 오두막이 어디였는지 알 것만 같았다.

         

       화면 너머에서 보는 것과, 직접 걷는 것은 분명 다를텐데.

         

       하지만 기억한다. 계속 걷다가, 거대한 고무나무가 나오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탓에 더 이상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지만, 올리비아는 이쪽이라고 확신했다.

         

       수풀이 끝나는 곳에는 거무죽죽한 늪이 있었다. 거대한 악어들이 진흙틈 사이에서 노란 눈동자를 드러내고 있었다.

         

       저벅. 하지만 무시하고 걷는다. 어차피 이건 전부 환영이니까.

         

       사아아아…….

         

       올리비아가 걸음을 딛기 무섭게 늪이 다시 수풀로 변한다.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띄워냈다. 아우렐리아가 무슨 심정으로 저런 환영을 만들어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골탕이나 먹어보라는 건가.

         

       올리비아는 계속 걸었다. 아우렐리아의 질나쁜 장난은 계속 이어졌다.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 거미가 떨어진다던지, 유령이 발을 붙잡는다던지.

         

       ‘……여전하네.’

         

       본래 아우렐리아는 제 쾌락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마녀일 때도 기루에 살다시피 했고, 그건 마신을 죽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사람이 이런 늪지대에 처박혀 있으니 얼마나 좀이 쑤시겠나.

         

       그러니 이 정도 수준의 화풀이는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화풀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했다. ‘현실’의 아우렐리아가 그렇게 된 건, 전생의 기억을 계승하도록 자신이 강요했기 때문이니까.

         

       [현재가 과거에 영향을 끼친다.]

         

       올리비아는 그런 복잡한 시간선의 법칙에 대하여 굳이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현재에서 과거로 갈 수 있다. 과거를 바꿀 수 있고, 그건 현재에 다시 영향을 끼친다.

         

       그거면 되었다.

         

       올리비아의 걸음이 멈췄다. 눈 앞에 익숙한 오두막이 보였다. 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진득한 알코올 냄새. 올리비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열려 있으니까 들어와.”

         

       문은 저절로 열렸다. 아우렐리아는 허름한 나무 의자에 앉아있었다. 방금 딴 듯한 술병에서는 독한 술 특유의 냄새가 풍겨왔다.

         

       “왜 왔어? 연락도 없이.”

        “할 말이 있어서.”

         

       멈칫, 아우렐리아가 잔에 술을 따르다 말고 올리비아를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렐리아는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았다. 따르던 술을 마저 따르고, 단번에 들이킨 다음 탄성을 뱉어냈다.

         

       자세를 다잡은 아우렐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답지 않게 평온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래, 드디어 방법을 찾아낸거니?”

       “……무슨 방법?”

       “……응?”

         

       아우렐리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한참동안 눈을 깜빡이다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아우렐리아는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마신의 잔재를 소멸시키는 방법. 알아냈다고 말해주려 온 거 아니었니……?”

       “…….”

         

       침묵이 곧 답이었다.

         

       아우렐리아는.

         

       이 날이 오기를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렸다. 그녀가 지금까지 전생의 기억을 계승해 왔던 것은, 전부 이날을 위해서였다.

         

       ‘마신의 잔재.’

         

       올리비아는 마신을 물리친다. 그리고 마신의 잔재는 올리비아의 영혼에 새겨진다. 그리고 그런 올리비아를 연쇄살인마가 죽이는-.

         

       그 끔찍한 굴레를 끊어내는 순간을 목도하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 올리비아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마신의 잔재를 소멸시킬 방법을 알아낸 얼굴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이 개지랄을 계속해야 된다고?

         

       800번. 딱 800번까지는 셌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세기를 포기했다. 기억을 계승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깨질 것 같았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우렐리아는 이제 자신이 없었다.

         

       ‘X발. X발. X발…….’

         

       그럼에도 불평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보다 더 오랜 세월을 직접 ‘살아온’ 사람이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가 어지럽다. 더 독한 술이 필요했다. 아우렐리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독주를 꺼냈다. 말만 독주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주(毒酒)였다.

         

       “아우렐리아.”

        “……왜.”

       “할 말, 이제 해도 되는거지?”

        “……하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

         

       아우렐리아는 뾰루퉁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또다시 이 개지랄을 반복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그러면 자신같이 착하고 성실한 인간은 거절하지 못할 것이고, 다시금 후회하겠지.

         

       “또 같은 말을-.”

       “이제 그만해도 돼.”

       “……뭐?”

        “기억 계승,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말했어.”

         

       아우렐리아가 뚝 굳었다. 쨍그랑! 술병이 깨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술병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 말 하려고 왔어.”

       “……야.”

         

       아우렐리아의 미간이 거하게 일그러졌다.

         

       “너 지금 누구 동정하냐?”

         

       포기하고 싶었다.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그만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따위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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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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