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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나설이 보기에 저들이 온건한 대화를 나누러 온 것 같진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면 이런 늦은 밤에 처들어 올 리도 없고.

       

       맹의 전력 대부분을 끌고 올 리도 없으니까.

       

       이건 문파간의 전쟁이었다.

       

       유저 문파의 1위가 신생문파를 척살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맹주. 그 치졸한 인간.

       

       지난 대회에서 화령님한테 처발리고 난 후로 앙심을 품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진짜였던 거야?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아저씨가 그따위로 살면 재밌나?!

       

       “할망구! 저 사람들은 손님이 아니라 불청객이야!”

       

       “그렇겠지. 초대도 안 했는데 밤 늦은 시간에 오는 놈들이 정상적인 인간이겠느냐.”

       

       그 말과 함께 바루가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그러자 바루를 중심으로 해서 안개가 퍼져 나간다.

       

       불빛이라고는 밤하늘의 달빛 뿐인 세상에 안개가 모든 빛을 자신의 안에 품어버렸으니.

       

       화산이 완연한 어둠에 물든다.

       

       우리 시험을 칠 때 썼던 그거구나!

       

       저거라면 시간을 끌 수 있을 거야.

       

       어두운 밤에 귀신들이 튀어 나오면 공포에 떨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테니까!

       

       나설은 방금 전까지 투닥거리던 바루가 믿음직스러워보인다고 생각을 했지만 어째서인지 바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왜?

       

       나설이 생각하기에 저 전략에 허점은 없었다.

       

       너무도 생생한 VR세상에서 마주하는 귀신이 얼마나 무서운 지 나설이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를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혼비백산을 할 게 분명했다.

       

       “곤란하구나.”

       “왜요?”

       “상대가 본인에 대한 대비를 해두었다. 쉬이 말해 본인을 엿 먹이기 위하야 철저한 준비를 했단 것이지.”

       

       바루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숲에 흩뿌려졌던 안개가 걷히고 다시 하늘에서 달빛이 내려와 세상을 비춘다.

       

       “저 쪽에도 도술사가 있나 보구나. 그것도 본인에게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이가.”

       “그럼 막을 방법이 없나요?”

       “시간은 끌어보고 있다만 그게 한계일 것 같구나.”

       

       그럼 어떡해야 하지?

       

       지금 화산에 있는 것은 나설과 바루 뿐이다.

       

       학영충은 자기 할 일을 끝나고 다시 돌아오겠다며 자리를 떴고,

       

       다른 화산의 유저들은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고 있을 것이다.

       

       나설은 일단 습격을 눈치 채자마자 화산의 사람들에게 도움 메시지를 보내두긴 했지만 이 늦은 시간에 그들이 접속할 것 같진 않았다.

       

       접속을 하더라도 하나 둘 정도.

       

       그것도 상황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된 후가 아닐까.

       

       나설은 입술을 깨물었다.

       

       둘이서 저들을 막아내야 한다.

       

       도망은 선택지에 없었다.

       

       화령님이 만들어낸 귀중한 장소를 두고 어디로 도망을 치란 말인가.

       

       자신이 쌓은 내공을 내다버리는 한이 있어도 나설은 이 자리를 지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루는?

       

       나설은 도술을 다루기 위해서인지 자꾸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는 바루를 본다.

       

       그녀는 NPC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유저와는 다른 게임 속의 생명이다.

       

       스스로 말하길 신령은 죽지 않는 존재라 했으니 죽어도 언젠가는 다시 살아나겠지만 거기에는 긴 세월이 필요하리라.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문득 나설의 마음속에 어둠이 자리 잡았다.

       

       만일 여기서 바루가 죽는다면?

       

       화령님은 무척이나 화를 내시겠지.

       

       바루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셨으니까.

       

       바꾸어 말하자면 화령님의 옆을 차지한 불경한 암여우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평소에 화령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라 모르고 투정을 부리고 한숨을 내쉬고 투닥거릴 때마다 정말 많이 거슬렸는데.

       

       이 기회에 없애 버릴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

       

       명분도 있잖아.

       

       난 최선을 다해 저들에게 저항을 했지만 패배했다.

       

       그래서 바루가 다칠 수밖에 없었다.

       

       화령님이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지만 눈에 거슬리는 걸 처리하기 위해 희생한다 생각하면…

       

       짝!

       

       나설은 전력을 다해서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미친년아.

       

       지금 그런 걸 고민할 때가 아니잖아.

       

       너는 화령님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야?

       

       자신이 귀여워하는 바루를 구하지 못했단 것에 화령님이 나한테 실망하는 걸 보고 싶어?

       

       그렇진 않잖아.

       

       정신 차려.

       

       “바루님.”

       

       *

       

       “바루님.”

       

       한 쪽 뺨이 시뻘개진 나설이 오늘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진중한 눈으로 바루를 바라 보았다.

       

       “도망치라는 게지?”

       

       바루는 나설이 말을 꺼내자마자 답을 했다.

       

       이 상황에서 외부인 아해가 무언가 각오를 하고서 할 말이라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뒤에 이어질 내용도 뻔했다.

       

       자신들은 죽지 않지만 바루는 다르니 일단 도망을 쳐야 한다.

       

       건물이 무너지더라도 다시 재건을 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대충 그런 말을 준비하고 있었겠지.

       

       “나설아. 민가에게 연락은 해두었느냐?”

       “네.”

       “그거면 됐다. 녀석은 금방 올 테니 이 곳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저 쪽에도 바루만큼 뛰어난 도술사가 있는 한 도주를 택하더라도 완벽한 성공을 할 거란 보장은 없다.

       

       이 곳이 바루가 지키는 돌산이었다면 저들을 가지고 놀 수 있었겠지만 이 곳은 그녀의 산이 아니다.

       

       여기에서 그녀는 전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도주를 할 바에야 이 곳에서 시간을 끄는 편이 훨씬 낫다.

       

       무작정 도망치다 위기에 빠지면 구하러 오기 힘들지만 화산파에서 시간을 끌다 보면 언젠가 민가가 나타날 것이 아닌가.

       

       그럼 모든 것이 해결될 거다.

       

       바루는 도저히 민가가 쓰러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무를 다룬다는 점 하나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 그녀니까.

       

       바루는 아직도 혈술에 빠져 폭주한 화산문주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가 보였던 압도적인 무력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무력을 갓난아기 다루듯이 가볍게 제압한 민가의 모습 또한 기억한다.

       

       그런 모습을 봐왔던 바루는 도저히 민가가 패배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없었다.

       

       “연락을 받았다면 민가는 금방 올 것이다. 그럼 그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바루는 그리 말을 하며 지팡이로 땅을 내리 찍었다.

       

       그러자 화산에 흩어져 있던 혼령들이 속속들이 그녀의 근처로 모여 들었다.

       

       ‘신령이시여. 이번엔 무엇입니까?’

       “화산을 부수려는 이들이 왔구나.”

       ‘허어. 이번엔 진중한 일이군요. 지난 번처럼 아이들을 놀래키는 수준의 일이 좋습니다만.’

       ‘이번엔 왕휘 녀석도 오겠네.’

       ‘영웅적인 일을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바루의 주변에 모여드는 혼령의 모습에 나설이 뒷걸음질을 쳤다.

       

       혼령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나설아. 놀랄 이유가 있느냐? 이번엔 다들 멋진 모습을 하고 있지 않나.”

       “…그래도 귀신은 귀신이잖아요.”

       

       기가 죽어서 투덜거리는 나설을 보고서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생각하던 바루였으나 그럴 틈은 없었다.

       

       침입자가 바로 앞에 와 있었으니까.

       

       화산의 문이 열리고 하나의 무리가 안으로 들어온다.

       

       대개의 사람들은 외부인인 듯 바루를 보고서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한 사람만큼은 바루를 보고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아마도 저 자가 바루의 도술을 방해한 도술가이리라.

       

       “도망쳤을 줄 알았는데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니. 뭡니까. 잡아가 달라는 겁니까 신령님?”

       

       무리의 맨 앞에 서 있는 이는 바루를 보고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을 했다.

       

       말을 하는 것도 행동을 하는 것도 저급한 자였다.

       

       저런 놈이 이끄는 무리라니.

       

       보지 않아도 그 수준이 어떨지 뻔하군.

       

       “도망칠 이유가 없다 생각하지 않으냐?”

       “저희가 만만해 보이십니까?”

       “뭐어. 그래 보이긴 하는구나. 핏덩이들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느냐. 특히 징그럽게 웃고 있는 그대는 관상부터가 허접하니 어찌 만만하지 않을까.”

       

       바루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그녀의 뒤에 뭉쳐 있던 혼령들에게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상대 무리의 장은 바루의 도발에 성이 난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휘말려 주기를 바랐다만 그래도 꼴에 수장이라는 것인가.

       

       “바루님. 저 도술가만 처리하면 일이 편하죠?”

       “그럴 것 같긴 하구나.”

       

       나설은 바루의 대답을 듣고는 앞으로 나섰다.

       

       “맹주. 오랜만이에요.”

       “나설. 얌전히 물러날래? 그 쪽도 죽어서 내공이 깎이는 건 싫잖아.”

       “그래서 이제 막 들어간 문파를 배신하라고요? 절 얼마나 쓰레기로 보시는 건가요?”

       “싸울 거…”

       

       나설은 맹주에게 대답을 하는 대신 앞으로 내달렸다.

       

       전조도 없이 벌어진 기습.

       

       단번에 도술가를 전투불능으로 만들기 위한 수였지만 그는 맹주를 비롯한 외부인 셋이 그녀를 가로 막았다.

       

       “이야긴 끝까지 하지?”

       “기습하러 온 사람들이 한 말이에요?”

       “그건 아니긴 해.”

       

       그를 기점으로 다른 외부인들이 바루와 혼령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바루가 보기에 그렇게까지 막강한 자는 없다.

       

       기껏해야 다들 화산의 일원이 된 이들보다 약간 더 강한 수준일까.

       

       본래라면 지금의 바루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도술사였다.

       

       혼령들이 무인들과 다투는 동안에 바루가 도술로 지원을 해야 하거늘 도술사가 바루가 하는 모든 행동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바루가 주변의 자연물을 이용하려 들면 거기에 간섭해 통제를 빼앗는다.

       

       바루가 무언가 현상을 일으키려하면 거기에 끼어들어서 무마를 시킨다.

       

       그렇다고 혼령들을 강화시켜 주기 위한 술법을 펼치면 바로 약화의 술이 따라 붙으니 의미가 없다.

       

       “신령님과 대결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넌 뭐하는 놈이더냐?”

       “보시다시피 별 대단찮은 술사 중 하나입니다.”

       

       헛소리를 하는 군. 본인과 대적을 하는 술사가 가벼운 놈 일리가 있나.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군.

       

       곤란하게 되었구나.

       

       화산에 머무르는 혼령들은 생전에도 강자라 분류되던 이들. 이 곳에 쳐들어 온 외부인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는 건 분명하다.

       

       허나 문제는 지금 화산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혼령은 본디 화산의 생기에 의존해 존재를 유지하는 이들이다.

       

       허나 지금 화산은 이전 혈술에 휘말려 제대로 된 형상을 되찾지 못한 상황.

       

       당연 생기 또한 없다시피하다.

       

       그러니 거기에 의존하는 혼령들이 제 힘을 발휘할 수가 있나.

       

       지금에서야 그들이 생전에 지녔던 실력으로 힘의 격차를 극복하고 있으나 거기에도 한계가 있을 터.

       

       도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서서히 밀려나게 될 것이다.

       

       쯧.

       

       어떻게든 저 도술사 놈부터 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를 고민하던 때에 상대 술사가 처음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사냥을 위해 달려드는 호랑이 모양의 불꽃.

       

       바루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불꽃을 지팡으로 후려쳐서 걷어냈지만 그 뒤에 따라 붙은 비수는 알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바루가 다급히 고개를 돌린 덕에 비수는 그녀의 피부만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루의 뺨에서 피가 흘러 내린다.

       

       허나 비수가 준 상처는 단순히 상처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일순이 지나고 바루는 머리가 핑하고 도는 것을 느꼈다.

       

       독인가?!

       

       다급히 신령의 기운을 이용해 독을 밀어내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순간 집중을 잃은 것은 사실.

       

       바루의 지원을 받아 버티고 있던 혼령들이 하나 둘 상대들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큰일났…

       

       “죽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을 본 순간 바루는 다급히 자신의 지팡이를 움직였다.

       

       검과 지팡이가 부딪히고 바루의 몸이 힘에 밀려 무너진다.

       

       지팡이를 놓치고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향해 습격자가 달려든다.

       

       곤란하게 되었구나.

       

       민가에게 자신이 있다 말을 해두었거늘 이래서야 면목이 없지 않나.

       

       “실로 시건방진 아해들이구나.”

       

       그 때였다.

       

       살기가 서린 날 선 목소리와 함께 바루에게 달려들던 이의 머리가 사라졌다.

       

       무언가에 맞았다거나 터졌다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게 사라져 버린 듯한 광경이었다.

       

       머리를 잃은 무인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짐과 동시에 바루의 옆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본인이 그리 만만한 사람으로 보였는가.”

       

       바루는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달빛의 아래에 곰방대를 문 여인이 서 있었다.

       

       “바루. 어지간한 녀석들은 다 쓰러트릴 수 있다 하지 않았느냐?”

       “민가야.”

       

       민가가 그 곳에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등장보단 마왕 등장이 어울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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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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