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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한빛예고의 축제는 첫날이 반 단위로 활동한다면, 둘째 날은 동아리 단위로 활동하게 된다.

         

       그중에서 축제의 꽃이라고 불리는, 무대 공연에 오르는 동아리를 제외하곤 각 동아리는 이벤트라는 것을 준비한다.

         

       예를 들면 음식을 팔거나, 방 탈출 카페를 운영하거나, 메이크업을 해주는 것 등등.

         

       특히 올해는 탕후루를 판매하는 쪽이 엄청난 인기몰이 중인 것 같다.

         

         

       ‘좀 많이 다네.’

         

         

       물론 호기심에 나도 한번 가서 먹어봤는데 딱히 인기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일단 확실한 건 어떤 의미에서 치과의사들이 상당히 좋아할 거라는 것 정도.

         

         

       “나쁘지 않네.”

       “그러게. 이게 얼마만의 당이야.”

         

         

       한편.

         

       내 앞에서 설소영과 이다혜가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며 탕후루를 먹고 있었으며, 이다혜는 활동 때문에 한동안 식단 관리를 빡빡하게 한 모양인지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3명에서 함께 다니는 것은 정말 오랜만 아닌가?

         

       하긴, 나를 포함해서 셋 다 워낙 본업 때문에 바쁜 사람들이니까 뭐…….

         

       물론 영화 촬영이 끝난 이 시점에는 나보다 저 둘이 더 바쁘긴 하다.

       

         

       “근데 원래라면 둘 다 오늘 같은 일정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파리… 뭐였더라.”

       “파리 패션위크요.”

       “그래. 그거 말이야.”

         

         

       파리 패션위크는 말 그대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명한 패션 행사다.

         

       설소영과 이다혜, 둘 다 각자의 명품 브랜드 국내 앰버서더(홍보대사)라는 입장에서 그곳에 정식으로 초청받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결국 파리 패션위크에 참여하지 않고, 지금 나와 함께 한빛예고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야 고등학교 축제는 인생에서 단, 3번뿐이잖아. 어차피 패션위크 행사는 매년 열리는 행사고. 근데 왜? 설마 우리랑 있기 싫어?”

         

         

       이다혜가 조금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런 이유는 당연히 아니었기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패션위크면 둘 다 잔뜩 차려입고 갈 거잖아? 그냥 그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서.”

       “그래? 그럼 내년에 우리랑 같이 가면 되겠다. 참고로 내년에는 뉴욕 패션위크니까 미리 여권 준비해둬.”

       “아니, 잠깐만. 갑자기 왜 얘기가 그쪽으로 가는 건데?”

       “좋은데요? 패션위크도 같이 참여하고 이왕이면 관광도 하고 와요. 어차피 그쪽도 927 작가님의 참여를 원하는 눈치였거든요.”

         

         

       하?

         

       그쪽에서 나를 원한다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둘과는 다르게 나는 패션 쪽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근에는 데이트라든가, 대외선상에서 자주 모습을 보였기에 주변에 자문을 구해 패션에 조금씩 신경을 쓰고 있긴 한데…….

         

       그렇다면 내가 생각했을 때 가능성은 두 가지다.

         

       내 이름값을 빌려 화제 몰이를 하거나, 아니면 내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의류를 홍보하거나.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이제 어디 가볼래?”

         

         

       어쨌거나 나는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여기서 끊지 않으면 당장 계획부터 세울 기세였으니까.

         

       사실 아침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동아리 부스가 돌아가기 때문에 남아 있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이제 한두 군데 정도밖에 못 갈 것 같긴 했다.

         

       어차피 방 탈출 카페나 사진 촬영 부스, 다트 게임 등등 이미 많은 곳을 다녀온 상태였기에 이제 갈 만한 곳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향할 곳이 정해졌다.

         

         

       “그… 유명 인사들이 다 함께 점을 보러오니까 조금 긴장되네요. 그것도 마지막 손님으로요. 하하.”

         

         

       바로 타로 부스였다.

         

       당연히 학생이 직접 점을 봐주는 거고, 신빙성은 딱히 없다.

         

       그냥 단순하게 재미로 하는 느낌인데 의외로 점을 보기 위한 대기자가 많았다.

         

       덕분에 대기 시간만 대충 30분 걸려서 이걸 끝으로 오전의 부스 체험이 모두 끝날 것 같았다.

         

         

         

       “혹시 점을 보는 건 따로 배우신 건가요?”

       “아니요. 취미 삼아 열심히 독학했죠. 그렇다고 얕보시다간 큰일 납니다. 제가 나름 족집게거든요. 근데 시간상 세 분 모두 봐 드리는 건 조금 무리인 것 같고, 죄송하지만 딱 한 분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설소영과 이다혜의 시선이 내 쪽으로 집중되었다.

         

       쓰으읍…….

         

       부담스럽게 말이야.

         

       누가 봐도 내 점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타로를 봐주는 남학생과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그리고 남학생이 내게 물었다.

         

         

       “어떤 걸 봐 드릴까요?”

         

         

       남학색의 질문에 잠시 고민이 되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궁금한 당연히 이번 영화의 결과가 대충 어떻게 되는지였다.

         

       딱히 그 이상으로 생각나는 질문도 없긴 해서 그대로 말하려고 했건만…….

         

         

       “연애운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저희 세 명 모두 흥미롭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설소영이 불쑥 끼어들며 대답했다.

         

       이다혜 역시 설소영의 생각이 상당히 좋은 생각이라는 듯 옆에서 호응했고, 나는 딱히 별생각이 없었기에 그대로 내 연애운을 보기로 결정 났다.

         

       이어서 나는 책상에 뒤집힌 수많은 카드 중에서 순서대로 3장의 카드를 뽑게 되었다.

         

         

       “오, 상당히 내용이 재밌네요.”

         

         

       그리고 점을 봐주는 남학생은 뒤집힌 카드의 그림을 보고 상당히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우선 처음으로 뽑으신 두 개의 물 잔을 들고 있는 천사 카드는 말 그대로 ‘절제’를 의미해요. 즉, 본인은 지금 연애에 있어서 무언가를 엄청 참고 계신다는 거죠. 특히 욕구 쪽으로요.”

       “예?”

         

         

       너무나도 뜬금없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탄식이 튀어나왔다.

         

       이 사람 진짜 열심히 독학한 거 맞는 거겠지?

         

         

       “그리고 두 번째 카드로 그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죠.”

         

         

       두 번째 카드는 태양 밑에 서 있는 사람이 미소와 함께 손가락으로 흔히 쉿이라고 불리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태양은 세상 모든 걸 밝게 비추는 빛. 즉, 태양 아래에서 절대 거짓은 존재할 수 없죠.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은 그런 태양 밑에서도 당당히 거짓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

       “요점은 본인에게는 태양의 빛으로도 밝힐 수 없는 자신만의 절대적인 비밀이 있고, 그 비밀로 인해 욕구를 온전히 절제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뭐지.

         

       첫 번째 카드만을 보고 얘기를 들었을 때는 대놓고 의심스러웠는데 두 번째 카드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솔직히 조금 소름 돋긴 했다.

         

       아마 여기서 말하는 절대적인 비밀이라는 것은 이 세상이 드라마 속 세상이라는 것과 내 전생을 얘기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내가 욕구를 절제하고 있다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된다.

         

       설소영과 이다혜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물론 서은우로서 보면 양심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진 않지만, 20대 중반이었던 전생을 기준으로 본다면 충분히 양심에 찔리고도 남는다.

         

         

       “어쩐지 그런 쪽으로는 계속 선을 지키더니…….”

         

         

       반면 그 말을 듣고 내 뒤쪽에 서 있던 이다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설소영 역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타, 타로는 그저 재미로 보는 거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죠?”

       “휴~ 표정이나 말투를 보니까 적어도 찔리는 부분이 있으신가 보군요. 역시 제가 용하다니까요. 하하.”

         

         

       어느 정도 눈치를 줘 봤는데 태평하게 그리 말하는 남학생을 보니 당장 점을 보는 것을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최대한 평정이라는 것을 유지해야만 했고, 이미 돌이키기에는 어느 정도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카드는 그러한 비밀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본인 사이에서 생기는 결과가 어떤지를 암시해주죠.”

         

         

       그 말과 함께 우리 모두의 시선이 3번째 카드로 향했다.

         

       왕관을 쓴 여성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어딘가로 바라보고 있는 카드였다.

         

         

       “마지막은 여왕 카드를 뽑으셨네요? 감성적이며, 미덕과 섬세함을 지닌 따뜻하고 맹목적인 사랑.”

       “그게 카드의 의미인가요?”

       “정확하게는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 어떠한 대단한 비밀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물론 바람 같은 무거운 죄는 자애로운 여왕도 용납하기 힘들답니다. 그 점 꼭 주의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타로 부스의 체험은 모두 끝났다.

         

       듣기로는 방금 내 점을 봐준 사람이 실용음악과의 학생이라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음악 말고 점집을 차리면 더 대박을 칠 것 같기도?

         

       어느 순간부터 나 역시 과몰입을 하며 얘기를 듣고 있었다.

         

       물론 방금 일 때문에 나와 설소영, 이다혜 사이에 조금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색한 기류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설소영이었다.

         

       그녀가 옅은 미소와 함께 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작가님. 실제로 저희한테 숨기고 있는 엄청난 비밀이 있으시죠?”

       “음… 방금 들었던 점의 내용을 믿는 거 아니야?”

       “믿고 말고요. 애초에 저는 저 얘기를 듣기 전부터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딱히 중요한 사실이 아니에요. 그지 다혜야?”

       “조금 궁금한 건 사실이지만, 네가 우리한테 말해주지 않을 정도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그리고 원래 사랑이라는 건 더 좋아하는 쪽이 무조건 지는 법이니까.”

         

         

       나는 이다혜의 그 말에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서 ‘그러면 내 사랑이 더 약하다는 거냐?’라는 느낌의 대답을 하면 대충 어떻게 될지 그림이 그려진다.

         

       아마 곧바로 이유를 물어보겠지.

         

       왜 자신들을 두고 ‘절제’라는 걸 하는지를.

         

       지금 당장은 조금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그래도…….

       

       

       언젠가는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천천히 고대하던 동아리 공연 시간이 다가왔고, 슬슬 축제의 끝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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