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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세계 침식자.

   그들은 여러 이유를 통해 이 세계에 도달한 이방인들이다.

     

   그들에게도 한 때는 저마다 세계가 존재했고, 그들은 분명 그곳에서 행복을 찾았다.

     

   그러나 세계라는 건 언제나 유한하기 그지없었다.

     

   에벨아스크 베나포치.

   그녀가 살았던 세계 또한 그러했다.

     

   그녀가 살던 세계는 다이록스라 불리던 곳이었다.

   그녀가 태어났을 적에는 다이록스는 이미 수명이 다한 세계였다.

     

   하늘에서는 항상 산성비가 쏟아졌고, 땅의 토양은 어떠한 생물들도 꽃피우지 않았다.

     

   그러니 생물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악랄해졌다.

     

   산성비가 닿지 않는 지하 아래.

   수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도시를 건국했다.

   에벨아스크는 그런 도시의 부랑아였다.

     

   하루하루, 겨우 연명하는 인생.

   그런 그녀의 꿈은 언제나 바깥 구경이었다.

   그녀는 태어나고 단 한 번도 바깥세상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매일 같이 먹는 돈도 아껴 모아 골동품 가게에서 책을 샀다.

   그 책에는 오래전 지상에 관한 여러 이야기와 그림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보는 것만이 그녀에게 인생의 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골동품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네크로맨서 학.

     

   오래전에 소실된 학문이라던 책을 든 그녀는 신기해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곧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자신은 네크로맨서 학 쪽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다.

   오죽하면 하루 만에 얼마 전에 먹었던 쥐의 남은 뼈를 이용해 백골 괴물을 만들었겠는가.

     

   백골의 시체가 자기 뜻을 따라 움직이는 광경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날로 그녀는 매일 같이 네크로맨서 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관련된 책이란 책은 다 모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남몰래 하루하루 네크로맨서 학을 연구하건 도중.

     

   「에벨아스크!」

     

   그녀가 살던 판잣집 문을 부술 듯 들어온 한 소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연구하던 에벨아스크가 깜짝 놀라 재료들을 숨겼다.

     

   「아, 아이미, 깜짝이야. 무슨 일이야.」

     

   그러고는 천연덕스럽게 모르는 척하며 들어온 이를 반겼다.

     

   거기에는 갈색의 땋은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밝고 명랑하게 생긴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자신의 오랜 친구였다.

     

   어린 시절,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들 때마저 함께했던 가장 소중하고, 유일한 친구였다.

     

   「왜 이렇게 놀라? 너, 또 야한 거 보고 있었지.」

   「내, 내가 언제 야한 걸 봐!」

     

   에벨아스크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어느 날 샀던 책 내용이 알고 보니 관능 소설이던 걸 깨닫고, 심취해 읽다가 들킨 후.

   늘 저렇게 자신을 놀리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고는 곧 호들갑을 떨며 들어왔다.

     

   「에벨아스크, 최근에 돌던 소문 기억해?」

   「소문?」

   「그래, 지상이 안전해졌다는 그 소문 말이야!」

     

   에벨아스크의 눈이 깜빡여졌다.

   그야, 그녀도 소문으로 지상이 안전해졌다는 말을 듣기는 했었다.

     

   그러나 딱히 큰 흥미는 가지지 않았다.

   그런 희망스러운 소문을 믿기에는 세상이 이러했다.

     

   그야, 지하 도시들 조차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이다.

   추정하기에는 앞으로 3년.

     

   지하의 모든 자원이 떨어지고, 유지 중이던 셀터가 꺼지며 산성비와 함께 지반이 무너질 것이다.

     

   그것이 이 암담한 세계의 미래였다.

     

   그러나 아이미라는 소녀는 늘 밝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아니야. 에벨아스크, 이번에는 진짜야. 다이록스 구원단이라는 이름으로 각 도시에서 지상을 나가볼 이들을 직접 모으기 시작했어.」

     

   에벨아스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시에서 직접 준비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 그냥 정규 조사단 같은 거 아니야?」

   「이번에는 달라. 얼마 전에 돌아온 조사단이 직접 지상이 안전해지는 징조를 발견했다고 해. 도시에서도 직접 내로라 하는 인물들을 모으고 있어.」

     

   아이미의 눈동자는 거세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하 여기저기에 사는 범죄자 집단이나 뒤틀린 괴물들과 싸우는 누커라는 직업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누커 중 손에 꼽힐만한 실력자 중 한 명이었다.

     

   평소에도 상당한 명예욕과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그녀의 눈은 너무나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징조가 발견된 장소에 지하와 이어진 공간 이동 마법진을 건설할 거래.」

   「아, 아이미, 설마 거기에 참가하려고?」

   「응, 그럴 생각이야.」

     

   아이미의 눈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 눈을 본 에벨아스크는 당황했다.

     

   바깥이 안전하다는 징조가 발견되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조사단의 말일 뿐.

   실상은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상 이건 지하 도시의 수명이 3년이 남은 시점에서 도시가 하는 도박이라 봐도 무방했다.

     

   자칫하면 3년조차 채우지 못하고 죽을 운명.

   그 운명에 맞서 아이미는 발버둥 치고 있었다.

     

   「아이미, 너무 위험해.」

     

   에벨아스크가 걱정을 담아 말했다.

   아이미의 말에 의하면 그녀 말고도 여러 이들이 참가한다고 했다.

     

   그러니 아이미가 참가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냐고 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나 이번에 누커의 부단장을 맡게 됐어. 얼마 전에 부단장이 폐에 구멍이 나서 결국 죽었거든.」

     

   지하 도시는 제대로 된 위생 환경과 약품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지하 도시의 이들은 병에 취약했고, 그중 누커가 가장 심했다.

     

   그들은 직접적인 전투를 벌이니 전투 중 병균 침투가 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커는 존재한다.

   그들은 도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기 때문이다.

     

   「부단장이 빠지면 모양 빠지잖아.」

     

   에벨아스크는 그녀가 오늘 온 이유를 눈치챘다.

   그녀는 자신에게 떠난다고 말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아이미.」

   「믿어봐. 네 친구 도시에서 소문난 강자잖아?」

     

   에벨아스크를 본 아이미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 미소를 본 에벨아스크는 그녀의 손을 꾹 잡았다.

     

   「조심히 다녀와.」

   「응, 돌아올 때 책 같은 거 발견하면 다 챙겨 올게. 관능 소설 위주면 괜찮지?」

   「또 그 소리야!」

     

   소리친 에벨아스크를 보며 꺄르륵 웃은 아이미는 그렇게 떠나갔다.

   그리고 구원단이 모두의 기대를 품은 채 파견되었다.

     

   그러기를 1년.

   구원단은 결국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히 거기에 포함된 아이미 또한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미, 약속했었잖아…….」

     

   그녀의 실종 소식을 들은 후 에벨아스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그녀와는 평생 함께 자라왔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때로는 언니 같기도 하고, 때로는 여동생 같기도 했던 아이미.

   그녀의 실종은 에벨아스크의 마음속 한편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거기에 최근 들어 도시의 치안이 더더욱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실력 있는 누커들이 구원단에 잔뜩 파견되었으니 치안을 관리할 손들이 줄었고.

   그 결과 범죄 집단의 침입이 쉬워졌기 때문이었다.

     

   도시의 수명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종말이 바로 앞까지 찾아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불안감과 절망감에 빠졌다.

   어떤 이는 종말을 찬양하며 구원은 죽음뿐이라고 외친 채 여러 가옥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도시가 서서히 멸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

     

   똑똑-

     

   아이미의 실종 소식을 들은 뒤 매일 넋을 놓고 살던 그녀의 집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녀가 흐느적거리는 몸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인 건 과거 그 철사자라는 이름으로 유명했지만 은퇴했던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그는 거의 망가져 있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에벨아스크, 네가 네크로맨서 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물음을 들은 에벨아스크가 흠칫했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네크로맨서 학은 소실된 학문이긴 하나 도시에서 금지된 학문이었다.

   시체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문제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에벨아스크는 도시의 규율을 어긴 것으로 그가 벌을 주러 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 그럴 리가요! 그런 걸 연구할 리가!」

   「네 도움이 필요하다.」

     

   에벨아스크가 멈칫하였다.

   그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자 철사자는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1년 전 구원단으로 갔던 인원들을 기억하나.」

     

   기억하다마다.

   그중에는 가장 소중한 친구 아이미가 있었다.

     

   「얼마 전 연락 마법 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지상은 마력장이 너무 거세서 신호의 뜻은 알 수 없으나 그 신호는 분명 생존 신고다.」

   「뭐, 뭐요?! 정말이에요!?」

     

   에벨아스크가 깜짝 놀라 그에게 외쳤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직접 확인시켜 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그들이 안전한 장소에 도착했고, 모종의 이유로 공간 마법진은 가동 못한채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에벨아스크의 두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그들이 떠나고 지난 1년간 산성비의 폭풍과 마력장이 거세진 시기가 돌아오지 못하도록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신호가 확인된 오늘 폭풍과 마력장이 줄어들었다.」

     

   너무 희망스러운 관측이다.

   하지만 에벨아스크는 그 말을 들은 즉시 심장이 벌렁거렸다.

     

   아이미가 살아 있다.

   그 사실이 그녀의 몸에 활력을 돋구었다.

     

   「도시는 2차 구원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당연히 준비도 그때보다 훨씬 더 잘 되어 있다.」

   「제, 제가 도움 될 수 있는 건가요?」

   「산성비의 폭풍과 마력 장으로 길들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인간이 갈 수 있는 길인지 아닌지를 새롭게 판단해야 한다.」

     

   에벨아스크가 그제야 이해했다.

   자신은 네크로맨서, 시체를 다루는 이다.

     

   길의 테스트를 위해 사전에 시체를 보낸다면 더 안전하게 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에벨아스크의 두 눈에 힘이 차올랐다.

     

   「좋아요. 참가할게요.」

     

   자기 친구, 아이미를 찾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반드시 이번 구원단에 참가할 의사가 있었다.

     

   그녀의 굳은 결심을 보고, 철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은 이틀 뒤다. 준비해 둬라.」

     

   철사자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그리고 이틀 뒤.

   에벨아스크는 구원단에 참가했다.

     

   구원단에 참가한 인원은 총 넷.

     

   철사자와 에벨아스크를 필두로.

   아공간 마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남성 마법사.

   남겨진 누커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낸 외팔이 여성 검사.

     

   총 넷의 소수 인원이 이번 2차 구원단 소속이었다.

     

   1차에 비하면 분명 무척이나 작은 규모.

   그러나 도시는 더 이상 인원을 뺄 수 없을 만큼 한계에 치달아 있었다.

     

   이미 날고 기는 이들은 사실상 전부 1차 구원단 소속이었기 때문이었다.

     

    「출발하지.」

     

   철사자의 말과 함께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에벨아스크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지상.

   그토록 궁금하던 지상을 오르게 되었으니 당연했다.

     

   「어이, 대장님, 1차 구원단 이름이 아발로스였던가? 우리 2차는 뭐야.」

     

   다이록스 어로 날개라는 뜻의 아발로스다.

   외팔이 여성 검사 루즈랑이 물어보자 철사자는 짧게 대답했다.

     

   「베나포치.」

   「엥, 그게 뭐야?」

     

   들어 본 적 없는 어라며 루즈랑이 고개를 기울이자 남성 마법사 무즈캉이 씩하니 웃었다.

     

   「고대어로 희망이라는 뜻입니다.」

   「헹, 참나, 감성적으로 지었네.」

   「그야, 저희가 마지막 희망인 건 사실이니까요. 도시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무즈캉은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힐끗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죽음밖에 남지 않은 지하 도시를 그는 착잡한 눈으로 보았다.

     

   「곧이다.」

     

   둘에게 자중하라는 듯 철사자가 말했을 때였다.

   에벨아스크의 눈에 지상으로 넘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강철과 이런저런 것을 덧대 막아 놓은 입구.

   그 앞에 도착한 철사자는 힘을 주어 원 형태의 문고리를 양손으로 돌렸다.

     

   끼릭, 끼이이이이이익!

     

   한참을 돌린 문이 쿵하니 열렸다.

   그 순간 들어오는 빛에 에벨아스크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도 그럴 게 평생을 지하에서 살아온 그녀였기에 빛에 약했던 탓이다.

     

   그리고 그녀가 서서히 눈을 떴을 때.

   비춘 것은 갈라진 땅과 모래.

   그리고 환하게 빛나고 있는 태양이었다.

     

   태양을 본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난생처음 보는 태양의 온기가 몸에 스며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밖이다.

   이곳이 밖이었다.

     

   「태양이 보이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군.」

     

   그리고 철사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곧 안 좋아지겠어.」

     

   동시에 그의 눈이 저편으로 향했다.

   저 멀리 콰광 소리와 함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산성비를 듬뿍 머금은 먹구름은 또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고자 뿌리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비는 강물을 만들 만큼 거셀 것이었다.

     

   「빠르게 이동하지.」

   

   

   

   

     

   그렇게 넷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 * *

     

     

   그리고 그 여정은 아니나 다를까 험난했다.

     

   「무, 무너집니다!」

     

   매일 같이 쏟아진 산성비 탓에 약한 지반은 걸을 때마다 무너져 지하가 그들을 집어삼키려 했고.

     

   「더럽게 많네. 대장님, 거기 잘 막고 있어! 가슴이는 이쪽부터 도와!」

   「가, 가슴이 아니라니까요! 에벨아스크라고요!」

   「또 옵니다!」

   「다들 그만 떠들고, 집중해라.」

     

   이런 산성비 속에서도 지상을 떠도는 괴물들이 사냥감에 눈이 돌아가 떼거리로 몰려들기도 했다.

     

   덕분에 네 사람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초췌해져 갔다.

     

   산성비를 막는 것도 고역인데 지반은 툭하면 무너지고, 괴물들은 자꾸만 어디선가 튀어나오지, 마력장의 폭풍까지 종종 나타나니.

   지옥이 있으면 이곳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네 사람은 보다 자주 여러 대화를 나눴다.

     

   「이럴 때일수록 대화가 없어지면 서로를 못 믿고, 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실수가 발생하겠지.」

     

   그건 2차 구원단의 대장인 철사자의 지론이었다.

     

   처음에는 세 명 다 그러려니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네 사람은 더더욱 대화가 많아졌다.

     

   그들도 어렴풋이 느낀 것이다.

   이 대화가 끊기는 순간이 자신들에게도 끝이라는 것을 말이다.

     

   「난 범죄자 놈들이 강간한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어. 어머니는 나를 낳자마자 자살했고, 덕분에 뒷거래에 팔려서 노예로 자랐지. 주인은 손에 패티시가 있는 미치광이였어. 그래서 8살이 되던 해 그때가 가장 손이 예쁠 때라며 잘라갔었지. 씹새끼.」

     

   외팔이 여검사 루즈랑은 험난했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하하, 전 그런 어두운 이야기는 없는데 어쩌죠. 아, 그래도 그건 있네요. 제가 재능이 좀 뛰어났는지라 자기 자리가 빼앗길까 두려웠던 스승님이 저를 죽이려 했던 것 정도요.」

     

   거기에 밝은 척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닌 마법사 무즈캉이 자신의 과거를 말했다.

   얼마 뒤에 말해주길 그의 스승이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은퇴 당시, 병이든 내가 누운 동안 딸이 1차 구원단에 참가했었다. 약이 대가였다.」

     

   철사자는 자신이 이번 구원단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1차 구원단을 찾고 싶어 했다.

     

   그곳에 자기 딸이 있을 테니 말이다.

   나중에 듣기로 그의 딸의 이름이 베나포치라 하였다.

     

   「크크,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2차 구원단을 삼아 우리 가문이라도 세울까? 베나포치 가문. 어때? 도시의 귀족이라던 녀석들이 자주 짓잖아. 자기만 아는 그 쓰레기들 말이야.」

   「가문 말입니까? 그렇게 되면 루즈랑 님이랑 같은 가족 관계가 되는 거 아닙니까? 기분 나쁩니다만.」

   「넌 나 좀 그만 좋아해라.」

   「……누가 좋아한다는 겁니까?」

     

   루즈랑과 무즈캉은 자주 티격태격하였다.

   둘은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위험할 때는 서로를 제일 먼저 우선시했다.

     

   「흐윽, 흐, 더럽게 못 하네…….」

   「윽, 시끄러워요. 당신이 거친 겁니다.」

     

   그리고 밤사이에 들려온 소리를 에벨아스크는 애써 못 들은 척했다.

     

   「네 친구와 내 딸은 친구였다고 한다.」

     

   그리고 철사자에게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미와 철사자의 딸 베나포치는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그는 에벨아스크를 데려온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자기 딸과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그녀였기에 딸을 우선시했음에도 줄곧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제 친구들을 찾으러 가는 길이니까요.」

     

   철사자는 의외라는 듯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에벨아스크는 살짝 부끄러운 눈을 했다.

     

   「으흠, 흠, 그도 그럴 게 친구의 친구는 친구인 거잖아요? 그럼 베나포치도 제 친구죠.」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철사자는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렇군. 딸이 좋아하겠어.」

     

   그 웃음은 에벨아스크의 머릿속에 길이길이 남을 기억이었다.

     

   그리고 여정은 계속됐다.

   중간중간 길을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다.

     

   지난 시간 동안 워낙 많이 길이 바뀐 탓에 찾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네 명은 신호를 따라 꼬박꼬박 이동했다.

     

   그리고 결국 첫 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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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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