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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일행이 제부성의 길거리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외지인을 알아보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휘는 어딜 어떻게 봐도 외지인이었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구경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 의미는 조금 달랐다.

       

       이미 남궁세가의 식객으로 잠깐 생활하며 중원의 건축양식에는 적응이 끝난 청휘였다. 새삼스레 놀랄 것도 없었다.

       

       다만 이는 설렘과 탐색의 시선이었다.

       

       천경호.

       

       이름만 아는 호수의 밑바닥에서 수중 동굴을 찾아내야 한다. 아직 영약이 안전하게 잘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 누가 캐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가벼운 불안과.

       

       자신의 뜻을 세우고 처음으로 모험을 떠난 이의 설렘. 

       

       형에게 배신당한 이후로부터 온종일 헤매다가, 이제야 명확한 뜻을 가지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눈을 가로막고 있던 희뿌연 것이 걷힌 듯한 기분에, 몸을 걷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남궁명 또한, 기대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여행길에 마냥 좋아서 들떠 있었다.

       

       반면 개방 방주 희영현은 태연자약했다. 의도된 태연함보다도, 몸에서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태연함이었다.

       

       어쩌면, 여기서 오래 살아보았던 것이 아닐까.

       

       근거가 또 하나 있었다. 일행은 그녀의 도움으로 제부성에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몇 마디 나누고는 일행을 안으로 들인 것을 보아, 아무래도 경비 무사와 연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희영현은 앞서서 걸으며 이들을 안내하였는데, 마을 아낙네처럼 입었으나 그 걸음걸이에는 묘한 색기가 있었다.

       

       엉덩이를 좌우로 살랑이며 걷는, 기생의 움직임이다.

       

       남궁승아는 남궁명의 눈을 조용히 가렸다.

       

       “⋯⋯누님,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뭐가 묻었길래. 가만히 있으렴.”

       

       청휘는 희영현에게 말을 붙였다.

       

       “덕분에 살았소. 하마터면 성에 못 들어가나 했는데⋯⋯ 소저의 말 한마디에 성문이 뚫리는구려.”

       

       희영현의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연이 있었으니 도운 것뿐입니다. 그리고 소저라고 부르지 마세요.”

       

       “소저는 제부성에 어쩐 일이오?”

       

       “당신에게 알려 줄 이유는 없습니다만⋯⋯ 그렇네요. 조사를 위해서 왔다고만 해 두죠. 하오문의 그늘에서 빌붙어 있으려거든, 잡일이라도 해야 하는 법이 아니겠나요.”

       

       현재의 개방은 생존을 위해서 하오문의 아래에 들어간 상황이다. 일종의 고용주-고용인의 관계이니, 하오문 측에서 그녀에게 의뢰를 맡긴 것 같았다.

       

       남궁승아는 무언가 짐작 가는 것이 있었는지, 골똘히 생각하다가 넌지시 물었다.

       

       “조금 전에 경비 무사가 말하길, 성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하였죠?”

       

       “그래서 수상한 사람을 들이지 않겠다고 했지. 이거랑 관련된 일인 거요?”

       

       “⋯⋯그래요. 하지만 당신들은 당신들의 일이 있고, 저는 제 일이 있으니, 서로 불필요한 관심은 가지지 말도록 해요. 성안으로 들여보내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희영현은 새침하게 대답하고는, 이제 여기서 작별이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청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에게는 다른 할 일이 있지 않던가.

       

       남궁명의 단전 수복을 끝내고 시간이 생기면 모를까, 지금 저러한 일에 관여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여지는 남겨 두었다.

       

       그녀에게는 타구봉법도 돌려주어야 하지 않던가.

       

       “혹시 손이 부족하거든 나를 찾으시오. 일이 다 끝난 뒤라면 시간이 날 것 같으니, 돕겠소.”

       

       “빈말이라도 고맙네요. 반대로 충고하자면, 당분간은 성가신 일에 얽히지 마세요. 흑도의 무인과 시비가 붙는다든지, 괜한 오지랖을 부린다든지. 그럼 이만.”

       

       청휘는 희영현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살랑살랑. 고혹적인 움직임에는 시선을 사로잡은 묘한 마력이 있었다.

       

       저러다 괜한 시비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염려되었지만, 희영현은 상당한 고수로 보였으니 괜한 걱정일 터.

       

       그녀가 골목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난 뒤, 남궁승아는 그제야 남궁명의 가린 눈을 풀어주었다. 명은 물리적-검열의 이유가 궁금했던 눈치였다.

       

       “개방 방주님이 최면 안법이라도 쓰셨던 건가요⋯⋯?”

       

       “비슷했소. 우선은 숙소를 잡고, 더러운 몸을 씻은 뒤에, 천경호로 가겠소. 그곳에서 남궁명의 몸을 낫게 할 것이오.”

       

       “물의 힘을 빌어 치르는 의식인가요?! 듣기로, 물과 땅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다 하던데⋯⋯ 아니면 천경호에 산다는 신선님에게 부탁을 드리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하늘에 제를 지내는 걸지도 몰라. 제갈량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기도를 올렸다잖니.”

       

       “⋯⋯⋯⋯.”

       

       남궁 남매가 도사로서의 퍼포먼스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라, 청휘는 살짝 당황했다. 그냥 수중 동굴에서 영약을 집어 오려는 것인데⋯⋯.

       

       그렇다고 낭만 없이 사실을 말하기엔, 두 사람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초롱초롱했다. 청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호수에 도착하기 전까지 적절한 퍼포먼스를 궁리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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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사람은 깔끔하게 씻고 다시금 거리로 나섰다.

       

       청휘 혼자였더라면 지리를 헤맸겠으나, 남궁 남매 덕분에 길을 잃을 걱정은 덜었으니 다행인 일이었다. 여러 건물과 길을 지나, 물 냄새가 맡아지는 곳을 향하여 걸음을 옮기면.

       

       시야가 탁 트이며 넓은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숫가를 따라서 누각이 몇 채 지어져 있었고, 나룻배를 타고 유람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다. 또한, 경비 무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남궁명은 드넓은 자연 경관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벅차올라, 들뜬 목소리로 소개했다.

       

       “이곳이 천경호입니다, 청휘 도사님! 호숫물이 맑고 잔잔하여, 하늘을 비추는 거울 같다고 해서 천경이라 합니다. 저기 풍류를 즐기는 연인과, 낚시꾼들도 보이네요!”

       

       “⋯⋯호수라는 건, 이렇게 좀, 작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었소?”

       

       “네? 하하하! 이 정도는 되어야 호수라고 합니다. 이것보다 더 작으면 물웅덩이가 아니겠어요?”

       

       “⋯⋯⋯⋯.”

       

       반면 청휘는, 호수의 크기에 압도당하여 식은땀 한 방울을 흘렸다. 웃고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넓었다. 무척이나.

       

       이 넓은 호수 안에서, 애매모호한 단서와 함께 어디에 있는지 모를 수중 동굴을 찾아야 한다. 상상만 해도 아찔해지는 일이었다.

       

       분명, 거지 스승이 이르길⋯⋯.

       

       천경호의 가운데로 배를 몰고 나가 낚시를 하다가, 입질이 오지 않아 답답하여 직접 옷을 벗고 잠수하였는데. 봉을 휘둘러 물고기를 잡고 있으려니 호수 밑바닥에서 구멍이 보였다 했다.

       

       근처에 제비 모양의 바위가 있어, 기억하기 쉬웠다고.

       

       처음 들었을 때에는 호수의 가운데만 더듬으면 되는 일이니 금방 찾겠구나 하였는데, 직접 호수를 목도하니 그조차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영약을 누군가가 먼저 발견했을 확률은 지극히 낮을 터이니. 그걸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으음⋯⋯ 내 도술을 부려, 이곳에서 보물을 한번 찾아보겠소.”

       

       “보물! 호수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청휘 도사님?!”

       

       “그렇소. 내가, 음⋯⋯ 어⋯⋯ 달을 보고, 마력의⋯⋯ 흐름을, 읽었는데. 별의 위치와 구름의 모양을 보니⋯⋯ 그래, 점성술적으로. 이 천경호에 보물이 있다는 하늘의 뜻을 읽어냈소.”

       

       “와!”

       

       남궁명은 몹시 신나 했으나, 어딜 어떻게 들어도 어색해 보이는 그 모습에 남궁승아는 표정을 미묘하게 바꾸었다. 

       

       청휘는 품속에서 불빛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이는 던전 탐사용으로 자주 쓰이는 스크롤로, 찢으면 빛을 내뿜는 광원이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마법이었다.

       

       “비, 빛이여⋯⋯ 보물이 있는 곳을 비추시오!”

       

       촤아악-!

       

       파아아앗!

       

       빛의 구가 둥실둥실 떠올랐다. 청휘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척했고, 스크롤의 지속시간이 다 되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천경호의 호수 밑바닥, 제비 모양의 바위 근처에 동굴이 있소. 그곳에는 30년 정도 묵은 영약이 있고, 아마 그걸⋯⋯ 남궁명이 취하면 단전도 나을 것이오.”

       

       “정말 대단한 도술이었습니다! 청휘 도사님이 앉은 자리에서 저 깊은 호수 아래까지 들여다보셨군요! 그건 말로만 듣던 천리안인가요? 아니면-”

       

       “⋯⋯청휘 도사, 도술 쓴 거 맞아요?”

       

       “마, 맞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오. 호수 아래를 뒤져봐야 한다는 것이지.”

       

       이제는 발로 뛸 일만 남았다.

       

       호숫가에서 호수 중앙으로 헤엄쳐 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으니 나룻배 하나를 빌려가면 좋을 터. 청휘는 주변을 휘 둘러보고, 배를 구할 길을 알아보았다.

       

       남궁승아가 손가락으로 어느 선착장을 가리켰다.

       

       “저 건물에서 나룻배를 대여해주는 것 같아요, 청휘.”

       

       “그렇구려. 그러면 일단 저곳으로 가 봅시다⋯⋯ 그런데 도사는 왜 뗀 거요?”

       

       남궁승아는 남궁명의 주의를 돌리고 소곤소곤 조용히 말했다.

       

       “설명서 읽는 것처럼 도술을 쓰잖아요. 빛을 뿜고 하는 건 신기하긴 한데⋯⋯ 쓰는 사람이 워낙 어설프니까. 저한테만 솔직히 말해봐요. 가짜 도사 아니에요?”

       

       “⋯⋯일부러 그렇게 행세하려던 건 아니었소. 주변에서 그렇게 부르길래, 굳이 환상을 깨지 않은 거지. 명이에게는 비밀로 해 주시오.”

       

       “⋯⋯⋯⋯.”

       

       굳이 속일 이유가 없다곤 하더라도, 어린이의 꿈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도술 쓴다고 이렇게 좋아하는데. 

       

       남궁 남매가 챙겨 온 돈주머니가 있어, 나룻배를 대여할 값은 충분했다.

       

       일행은 작은 배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노를 저어 나아갔다. 초행이라고는 하나 무림인 셋이니, 노 젓기에도 문제는 없었다.

       

       “아잇⋯⋯ 씨!”

       

       “누님, 제 생각에는 곡선을 그리며 젓는 것이 보다 부드럽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

       

       동작이 서툴러도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면 어떻게든 배가 나아갔던 것이다.

       

       스르르르륵.

       

       잔잔한 수면에 파문을 만들어가며 도달한 호수의 중심. 청휘는 주변을 쓱 둘러보며 눈치를 보았다. 수상쩍게 잠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보이면, 아무래도 의심을 사지 않겠는가.

       

       다행이도 이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청휘는 겉옷을 벗고 호수를 탐색할 준비를 했다.

       

       “동굴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보고 오겠소. 그리고 나면, 셋이 함께 동굴로 들어갈 것이오.”

       

       “안에 명이의 부상을 낫게 할 무언가가 있는 거라면, 청휘 당신이 갖고 올라오면 되는 게 아닌가요? 우리가 굳이 함께 내려가는 게 아니라.”

       

       “좋은 영약은 뽑은 자리에서 바로 섭취해야만 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들었소.”

       

       “보물의 정체는 영약이었군요⋯⋯ 잠깐만요, 청휘 도사님. 그렇다면, 제가 취할 게 아니라 도사님이 취하시는 게,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잠수하려는 청휘를 남궁명이 붙잡았다. 

       

       “청휘 도사님도 무공에 뜻이 있으시고, 또, 도사에게도 내공은 중요하다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단전이 폐한 제게 영약을 쓰는 것보다는⋯⋯.”

       

       “괜한 말 마시오.”

       

       “하지만, 이상합니다. 청휘 도사님. 당신은 제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셨는데, 이제는 값진 영약까지 먹이려고 하고 계세요. 저는, 혼란스럽습니다. 너무나도 무거운 선의라⋯⋯.”

       

       청휘는 빙긋 웃었다.

       

       단전이 박살 난 상황에 우연히 찾아온 기연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보신을 생각하기보다도 도의를 쫓으니 어찌 기특하지 않으랴.

       

       남궁명은 선한 아이였다. 게다가 뛰어난 재능을 갖추었으니, 올바르게 자라난다면 분명 대단한 협객이 될 터였다.

       

       이러한 성정을 지녔으니, 청휘가 내어 준 도움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도 베푸는 인격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청휘는 문득, 씨앗을 심는 농부를 떠올렸다.

       

       씨를 뿌리고 잘 가꾸어 열매가 맺히거든,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열매를 취할 것이요, 씨앗은 더욱 널리 퍼지게 될 터였다.

       

       그렇게, 저 머나먼 미래에도 남으리라.

       

       알겠다.

       

       “답을 찾은 것 같소. 희영현은 타구봉법을 받아야 하오.”

       

       “⋯⋯⋯⋯?”

       

       “남궁명, 개의치 마시오. 이것이 순수한 선의는 아니오.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일이니까⋯⋯.”

       

       대의가 아니더라도, 청휘는 남궁명이 낫기를 지극히 바라고 있었다.

       

       이 세상에 또 하나의 엔버스 레드번을 남기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내가 겪었던 슬픔을 느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남궁명의 운명을 바꿈으로써, 내 운명 또한 바뀔 수 있다는 위안과 확신을 얻고 싶다.

       

       또한⋯⋯ 이렇게 하면 기분이 무척이나 좋을 것 같지 않은가. 시련의 탑에 묶인 거지가, 굳이 엔버스를 제자로 받아 무공을 전수한 것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다.

       

       청휘는 부드럽지만 강단 있게 말했다. 

       

       “우선은 주는 대로 받아먹으시오. 얼른 나아서, 형님과 함께 가문을 번창시켜야 하지 않겠소?”

       

       “⋯⋯그럼, 염치불고하고⋯⋯ 받겠습니다. 청휘 도사님. 하지만, 언젠가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소.”

       

       풍덩-!

       

       청휘는 남궁명의 손을 부드럽게 풀어내고 정수리를 두드려 준 다음, 호수에 몸을 던졌다. 푸르른 물살을 헤집으며 저어 아래로 하강했다.

       

       보글보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기포를 바라보며, 남궁명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청휘 도사가 자신에게서 무엇을 비춰보는지는 모른다. 이따금 눈빛에 스치우는 회한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모른다. 어째서, 거의 초면이나 다름이 없는 자신을 이토록 아끼는지도.

       

       그러나 강호 무림이란 은혜와 원한만큼은 분명하지 않던가.

       

       언젠가 받은 만큼 보답하리라. 꼭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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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휘는 생각보다 빠르게 수중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 번의 잠수면 족했다.

       

       동굴의 입구는 개구리를 닮은 바위의 옆에 존재하고 있었다.

       

       “⋯⋯⋯⋯.”

       

       제비 모양 바위라며.

       

       바위 모양이 제비가 아니길래 이전의 잠수 시도에서는 일부러 지나쳤건만, 혹시나 해서 조사해 보니 그 옆에 있었다. 묘한 배신감이 느껴졌다.

       

       손으로 조심스럽게 돌멩이들을 치워내며 입구의 크기를 넓혔다. 잠깐 머리를 밀어 넣어 안쪽을 바라보았는데, 사람 두 명은 나란히 지나갈 만했다.

       

       문제가 있다면 호흡이었다.

       

       거지가 동굴의 끝에서 영약을 발견했다 하였으니, 수중동굴의 끝에는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올 터다. 하지만 그곳까지 닿는 것이 문제였다. 폐활량이 아슬아슬하다.

       

       또한, 남궁명도 수중동굴로 데려가야 하지 않던가. 아직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어린 몸이다. 폐활량이 낮겠지.

       

       공기를 통에 담아올 것이 아니라면, 수영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물속에서 속도를 높일 방법이라⋯⋯.

       

       청휘는 우선 나룻배로 올라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 남궁 남매에게 상담했다. 

       

       남궁명은 커다랗고 밀봉된 철제 통에 공기를 한가득 담아서 가져가면 어떻느냐고 제안했으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주변에 소문이 쫙 퍼질 것을 염려하여 기각되었다.

       

       철물점에 가서 산소통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어딜 어떻게 봐도 호수를 탐색하려는 시도로 보이지 않겠는가.

       

       남궁승아는 호수를 내려다보며 가만 생각하다가 말했다.

       

       “천근추, 배워보실래요?”

       

       “천근추가 뭐요?”

       

       “내공을 이용해서 몸을 내리누르는 기예예요. 공중에 뜬 상태에서 빠르게 착지해야 할 때나,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아야 할 때 사용하죠.”

       

       “천근이라⋯⋯ 600Kg쯤 되는구려.”

       

       섬짓.

       

       청휘는 갑자기 문득,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자신에게 내리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어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

       

       “갑자기 왜 그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어떤 말은 화를 불러일으키는 법이었다. 청휘는 입을 다물고 묵묵히 천근추를 배웠다. 

       

       “흡!”

       

       하늘이 자신을 누르는 것 같은 느낌.

       

       내공을 이용하여 추진력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폭쇄결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천근추는 지속적으로 완만하게 힘을 발생시키는 쪽이었다.

       

       고장난 마력 기관으로는 섬세한 컨트롤이 어려웠던 터라, 십근추가 되었다가 백근추가 되었다가 하는 등, 가해지는 힘이 오락가락하긴 했지만.

       

       천근추를 사용하니, 확실히 잠수 속도가 유의미하게 빨라졌다.

       

       산소에 여유를 두고 호수 밑바닥에 도착할 수 있었고, 청휘는 수중 동굴로 헤엄쳐 들어갔다. 구불구불한 길을 쭉 지나자, 연결된 지하 공동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후으으읍, 후우⋯⋯.”

       

       숨을 들이켜보니 호흡에 문제는 없었다. 산소가 통하는 곳이었다.

       

       깜깜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청휘는 미리 챙겨 온 발광 스크롤을 찢었다. 물이 먹어 눅눅했지만 스크롤은 제대로 작동했다.

       

       파아아앗-!

       

       빛의 구체가 둥실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청휘는, 자기 몸집만 한 커다란 눈꺼풀을 보았다.

       

       공동을 가득 메운, 비늘 달린 거대한 몸뚱이도.

       

       “⋯⋯⋯⋯!!”

       

       청휘는 다급하게 빛의 구체를 휘저어 흩어버리려고 했으나, 마력을 물질화시키는 능력도 없는 그가 마법을 타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숨도 못 쉬고 굳었다.

       

       그렇게 영원 같은 10초가 흐르고, 여전히 닫혀있는 커다란 이무기의 눈꺼풀을 확인하고 난 뒤. 청휘는 소리 없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빛 한 점 안 드는 지하에서 오래도록 생활한 탓인가, 잠든 눈꺼풀 위로 이 정도의 광량을 쏘아 보냈음에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이무기는 빛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 퇴화한 듯싶었다. 

       

       죽은 건 아닐까 확인해 보았으나, 커다란 콧구멍에서 제대로 들숨과 날숨이 느껴졌다. 잠들어있을 뿐, 분명히 살아 있는 존재다.

       

       그리고⋯⋯.

       

       청휘는 푸르른 빛을 흘리는 작은 꽃을 보았다.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마력량. 틀림없는 영약이었다.

       

       청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조용히 수중 통로로 돌아갔다. 영약의 존재를 확인했으니, 이제 저 이무기를 어떻게 할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었다.

       

       ===============================================================

       

       “⋯⋯그래서 한다는 말이, 이무기를 잡는 법을 탐구해야 하니까, 저보고 도룡뇽 흉내를 내며 공격해 보라고요? 네발로 기면서?”

       

       “여기 꼬리도 있소.”

       

       “미쳤어요?”

       

       이무기 토벌전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이게⋯⋯ 되게 오래간만에 뵙는 것 같애요. 분명 이틀 쉬었는데⋯⋯. 한 일주일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요상하네요.
    간만입니다 마이 프렌즈. 주말은 잘 보내셨죠? 아픈 데는 없으시구요? 평소보다 1.3배정도 반갑고 그러네요. 우리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갑시다.

    그럼 이제 또, 내일 뵙겠습니다. 아듀!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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