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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보데노프 실라.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 ‘암살계’ 최상위권.

       무려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인물이다.

         

       대단한 실력을 갖춘 그녀는, 여기저기 보이는 동기생의 선망 어린 시선에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으음.’

         

       이것 참…

         

       사실, 보데노프 실라는, 1학년으로 있을법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는 제대로 활동하는 어엿한 현역 헌터였다.

         

       그것도 그냥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길드>의 B급 승격 시험을 통과하고, 다수의 던전을 공략했으며, 무려 4대 클랜에 입단한 나름대로 베테랑이었다.

       

       <굽이치는 뱀>이라는 별호.

         

       채찍이라는 변칙적인 무기를 이용하는 유능한 <서브 딜러>.

         

       그것이 <용검미르> 소속, B급 헌터, 보데노프 실라의 정체였다.

         

       ‘…일단은 말이지.’

         

       뭐, 진짜 신분은 따로 있지만, 넘어가도록 하였다.

         

       ‘하아~’

         

       실라로서는 유치원 꼬꼬마들이 노는 곳에 들어와 ‘나 잘났지?’ 하고 자랑하는 그런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여러모로 양심에 찔렸다.

         

       이는, 유세하가 어째서 이 정도 되는 실력자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이어졌다.

         

       실라 본인이 이름이 퍼지지 않도록 조심히 행동하였으니까.

         

       그럼, 대체 왜 <생도>의 신분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하였는가.

         

       이유는 바로 유능한 인재를 <스카웃> 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우리 팥빙수 마법사님을 노렸는데 말이지.’

         

       실라가 처음으로 주목한 이는 <설빙> 문보라였다.

         

       맛있어 보이는 별호를 가진 그녀는, 실라가 보기에도 우수한 헌터였다.

         

       덤으로 <염룡> 아가씨랑도 아는 사이인 것 같으니 끌어들이기 더 쉬울 거라 판단하였다.

         

       하지만, 입학시험이 끝난 이후 입수한 정보로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순위의 변동.

         

       <설빙>보다도 더욱 화젯거리가 된 남자.

         

       ‘유세하.’

         

       실라는 그에 대한 구미가 당겼다.

         

       조바심 내지 말고 같은 수업을 들으며 기회를 엿보았다.

         

       그렇게 지금 대련 신청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지금 펼치는 대련은, 실라에게는 일종의 테스트이기도 하였다.

         

       솔직히 궁금했거든.

         

       ‘대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길래…’

         

       주나용 아가씨랑 자신이 모시는 상관이자 리더.

         

       마지막으로 ‘그분’까지 신경을 쓰는 걸까 하고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각이었다.

       그래봤자라고 여겼다.

         

       ‘제아무리 대단해봤자…’

         

       제대로 된 <클랜> 활동도 해본 적 없는 애송이 아닌가.

         

       듣기로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S급 괴수 토벌에 참전한 경험도 없다고 들었다.

         

       남자라는 성별은 뭐 둘째치더라도, 경험에 의한 벽은 넘을 수 없을 거라고 여겼다.

         

       허나, 실라는 인정하였다.

       제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말이다.

         

       실라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 무슨…”

         

       자신이 다루는 채찍술은 단순한 무기술이 아니었다.

         

       [굽이치는 뱀의 자락]이라는 무려 영웅(Hero) 등급 스킬이다.

         

       여기에 다양한 이능을 부여하여, 한없이 까다로운 영역을 펼치는 것.

         

       그것이 보데노프 실라가 가지는 무서움이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변칙적인 채찍술에 맥을 못 쓰던 유세하였다.

         

       분명 자신이 유리하였다.

         

       비록 예상외의 속도, 방어 능력을 보유하여 결정타를 넣을 수는 없었지만, 시시각각 유리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변해갔다.

         

       어느 순간부터 채찍질이 통하지 않았다.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방패를 들어 대항하며, 자잘한 공격은 대수롭지 않게 피하였다.

         

       ‘……!?’

         

       그러다가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바로 유세하가 그냥 눈을 감아버린 거다.

         

       ‘……’

         

       약이 오른 보데노프 실라는, 회심의 일격을 펼쳤다.

       그러나 유세하는 그것조차 간파하고 회피하였다.

         

       실라는 본의 아니게 떨려오는 제자신을 인지하였다.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살라의 눈에 확연하게 보였다.

       유세하 그는…

       단순히 적응하는 걸 넘어…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저 짧은 일순간마다 그의 천재성이 빛을 낸다.

         

       짧은 탄식과 허망함.

         

       실라의 입에 절로 쓴 미소가 지어진다.

         

       ‘과연 이게 바로 천재라는 건가?’

         

       타고난 자질과 오성의 다름.

         

       실라가 그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건, 유세하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더욱 강력한 염화 때문이었다.

         

       필시 보유하고 있던 [화염 능력]이 더욱 강해져 새로운 파생 스킬을 얻게 된 것일 터.

         

       그 짧은 사이에, 스킬을 획득한 모습에 절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게.’

         

       지금으로 이어진다.

         

       *

         

       “커억!”

         

       보데노프 실라의 명치에 정확하게 꽂히는 방패.

         

       살인 전차같이 거리를 좁힌 유세하의 일격은, 실라의 전신을 마비시키기에는 충분하였다.

         

       실라는 유세하가 추가로 연계한 능력이 뭔지 바로 알아보았다.

         

       영웅(Hero) 등급 [차지 크러쉬].

         

       보유한 <괴수>는 좀 있지만, <헌터>는 가진 이가 적은 1티어급 스킬이었다.

         

       적중한 대상에게 막강한 물리 피해와 최대 5초 동안의 기절을 부여하는 좋은 능력이었다.

         

       털썩-!

       

       보데노프 실라는 바닥에 대짜로 뻗었다.

       눈을 감으며 작게 한숨을 쉰다.

         

       ‘…하아 부끄럽네.’

         

       현역 <헌터>나 되는 사람이 1학년에게 이리 처참하게 패배하다니…

         

       봐준 거라고 자위하기에는 나름대로 진심이었기에 어디 가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이건 그냥…

         

       ‘유세하…’

         

       지금 눈앞의 이 남자가 괴물같이 강해서 벌어진 결과였다.

         

       “…저기 괜찮아?”

       

       유세하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다가왔다.

         

       천천히 손을 내민다.

         

       무르다고 해야 할까…

         

       아직 승패가 완전히 결정 난 것도 아닌데 이리 무방비하게 손을 내밀다니…

         

       ‘아니지.’

         

       실라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의 몸에 감도는 마력을 보면, 혹시 모를 기습까지 대비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실라는 인정하였다.

       완벽한 더할 나위 없는…

         

       “응 내가 졌어.”

         

       자신의 패배였다.

         

         

       *

         

         

       나의 손을 붙잡는 실라.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역시, <용검미르>의 높으신 분들이 주목할 만하네.”

       “…응?”

         

       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용검미르>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깨를 으쓱인 실라가 말을 이어간다.

         

       자신은 사실 <용검미르> 소속의 B급 헌터라고.

         

       “오…”

        “그리고 유세하 너는, <용검미르>에서 주목받는 인물이기도 해.”

       “…응? 왜?”

         

       나의 반문에 실라는, 듣기만 해도 절로 불쾌할 그 여자의 이름을 언급하였다.

         

       “노경완 길드장.”

       “…아, 그…경질되었다는…?”

       “맞아, 수옥빈 길드장에 의해 다시는 재기 불가능하게 된 높으신 분이지.”

         

       나로서는 별로 떠오르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다.

         

       주나용, 수옥빈 눈나의 도움 덕에 힘 안 들이고 쓰러트렸지만…

         

       동시에 나에게는 권력과 영향력 부족이라는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심어주었던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때부터 우리 <용검미르>는 널 주목했거든.”

         

       “…응?”

         

       실라는 설명하였다.

         

       분명 나이기 때문에, 수옥빈 길드장이 도운 거라고.

         

       이것만 봐도 나를 스카웃 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말이다.

         

       “분명 너에게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성이 있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높은데…”

         

       방금 대련으로 내가 가진 무력도 범상치 않다는 걸 보여주었다고 한다.

         

       내가 대충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실라는 풋 하고 웃었다.

         

       가슴안에 손을 집어넣더니 무슨 4차원 주머니처럼 명함을 하나 꺼냈다.

         

       “…대체 왜 거기서 그걸 뽑는데…”

         

       “남성들은 이러면 다들 좋아하거든. 그래서 연습했어. 우리 세하씨도 좋아하려나?”

         

       “……”

         

       실라는 부끄러워하는 나를 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그대로 명함을 건네준다.

         

       “이거 받아.”

         

       그녀가 건네준 명함은 <용검미르>라는 이름과 그 밑에 <역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 저기 <역린>이라는 곳은 뭐야?”

       “오잉? 못 들어봤어? 이렇게 보여도 강력한 파벌인데.”

       “…파벌?”

         

       실라가 말하길, <용검미르> 내부에도 다양한 팀과 세력이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역린>이란다.

       듣기로 실적 1, 2위를 다투는 우수한 곳이라고.

         

       “나 또한 <역린> 소속이야.”

       “오…”

       “아무튼, 명함을 건네준 건 당장은 별 뜻은 없어. 그냥 받아만 둬. 명함에 수상한 짓도 안 했으니 안심하고.”

         

       마지막으로 관심 있으면 연락해.

         

       “너라면 우리 리더가 좋아할 거야.”

       “어 저기…”

       “응?’

       “그 리더라는 사람은 누구야?”

         

       나는 찰나, 과거 주나용이 말한 ‘팀장 언니’라는 사람을 생각하였다.

         

       분명 똑 단발을 한, 꽤 냉철해 보이는 인물이었던 걸로 기억했다.

         

       혹시나 그 사람인가? 싶었지만.

         

       빙그레 미소 지은 실라의 입에서 나온 사람은 전혀 다른 이름이었다.

         

       “주유리.”

       “…주유리?”

       “응,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용검미르>에서 가장 높은 야망을 품은 사람이야.

         

       동시에…

         

       “…참으로 어리석고, 불쌍한 사람이기도 해.”

       “…응?”

         

         

       * * *

         

         

       보데노프 실라는,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멍하니 서 있던 나는 벽면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음…’

         

       생각보다 대련이 너무 빨리 끝나서 시간이 좀 남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때마침 전희주랑 좋은 승부를 펼치고 승리한 므냥이가 눈에 띄었다.

         

       “므아아, 많이 배웠어!”

       “으헤~나야말로~작고 귀여운데 대단하네~”

       “므아아 너도!”

         

       안 그래도 귀여운 두 사람인데.

       서로서로 머리를 쓸어주는 귀여운 상황이 연출된다.

         

       마음 같아서는 둘 다 품에 안고 부비부비하고 싶지만, 그래서는 전희주 특유의 멘트, ‘으헤~사형이라고?’에 당하고 말 테니 참기로 하였다.

         

       뒤이어 나는 ‘므아아~’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므냥이에게 접근하였다.

         

       “므냥아.”

       “므아? 세하야? 벌써, 대련 끝난 거야?”

       “응. 어쩌다 보니…그래서 말인데.”

       “므아?”

       “우리 예전처럼 한번 싸워볼래?”

       “예전…?”

       

       므냥이는 나의 제안에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눈치를 챘는지, 므아? 하고 말을 이었다.

         

       “설마…체술?”

       “응, 정확하게는 관절기 위주로. 덤으로 스킬 사용이나 장비는 사용하지 않고. 어때?”

       “므아아! 좋아!”

         

       *

         

       잠시 뒤, 대련장으로 올라온 우리들은 무기는 물론, 입고 있던 보호복도 벗어 구석에 내버려 두었다.

         

       서로 착 달라붙는 레깅스 훈련복만 입은 채 대치하였다.

         

       ‘좋아.’

         

       아주 좋았다.

         

       육체와 육체의 대화를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었다.

         

       “므아아! 안 봐줄 거야!”

       “내가 할 소리야!”

         

       귀엽게 소리친 므냥이가 제법 그럴듯한 자세를 취한다.

         

       여기에 부쩍 올라간 능력치와 본능적으로 마력을 이용한 육체 강화까지.

         

       예전, 집 뒷마당에서 쉽게 제압했던 그때처럼은 되지 않을 걸 직감했다.

         

       ‘…옛날 생각나네.’

         

       *

         

       때는 내가 이곳에 빙의되기 전의 이야기.

         

       전쟁터에서 태어나, 길바닥에 떨어진 걸 뭐든 주워 먹고 살았던 시절.

         

       나한테 시비 거는 놈들을 전부 죽이고 다녔던 때였다.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나 패배하였다.

         

       두들겨 맞은 다음 강제로 끌려가 체술을 배웠다.

         

       ―아들아. 내가 이제부터 가르칠 것은 체술이라 불리는 기술이다. 그중에서도 상대를 제압하는 유법을 중점으로 알려줄 거다.

       ―…그냥 무기 쓰는 게 더 쉽게 죽이는데 굳이 그걸 배워야 해요?

         

       반문에 아버지는 물론 형들까지, ‘하아…이 싸패 새끼를 어떡하지?’ 하듯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버지는 묘하게 안쓰러운 것을 보듯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가능한 상대를 죽이지 말라.

         

       죽이는 게 많을수록, 반복될수록…

       너의 가슴에는 살(殺)이 무엇보다 깊게 새겨질 거다.

         

       ―그것은 곧 돌아올 수 없는 마성을 불러일으킬 거고…

         

       최종적으로 너 안에 있는 괴물에게 집어삼켜지고 말 거다.

         

       ―육신을 단련해라. 정신은 연마해라.

         

       그 어떤 일에도 놈에게 지지 않는 너 자신이 되어라.

         

       *

         

       ‘……’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처음부터 아셨던 걸 거다.

         

       내가 가진 ‘살의’의 진정한 의미를 말이다.

         

       그러니 그런 말씀을 하셨던 거겠지.

         

       ‘어쩌면…’

         

       유언으로 검을 배우지 말라고 말한 것도…

       내가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본성에 집어삼켜질 걸 우려하셔서 말한 게 아닐지 싶었다.

         

       “므아아!”

         

       순간, 들려오는 힘찬 목소리에 나는 상념을 끊으며 집중하였다.

         

       므냥이의 엉덩이에 달린 2개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붕붕 회전하였다.

         

       양손과 발에 주홍빛이 마력이 감돌기 시작했다.

         

       틀림없는 <스킬>의 발현이었다.

         

       “므하악!! 간다 세하야! 안 봐줄 거야!”

       “얼마든지 오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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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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