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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세계수 안쪽의 백색의 탑.

    승천의 기둥은 세계수가 승천에 도달한 현재는 더 올라갈 길이 끊어져, 등반에 성공한 존재의 격을 드높이는 시련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여전히 가장 신비로운 건축물 중에 하나이다.

     

    세계수의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고대 신화시대의 흔적.

     

    지금은 ‘지혜의 탑’이라고 불리우는 베리튼의 마탑이 되었다.

     

    그리고 지혜의 탑 13층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실험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13층, 무한의 경계.

     

    본래라면 거의 무한한 넓이의 빠져나갈 수 없는 미궁이 존재해야 할 층이었지만, 지금은 미궁의 시련이 사라져, 단지 다른 층보다 조금 더 공간이 유동적인, 특수한 지역이 되었다.

     

    그 덕분에 공간을 왜곡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들보다 적은 마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이 필요하지만 탑 외부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을 하기에는 제격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온 몸에 천을 두른 수십의 마법사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마법진을 점검하고 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의 책임자에게 모여들며 각자 점검한 부분을 보고하기 시작한다.

     

    “A부터 Z구역, 현재 작성된 모든 마법진에 이상은 없습니다.”

     

    “마력 배치도 완벽히 끝냈습니다.”

     

    “주변에 영향을 줄 만한 인과를 가진 모든 물건도 제거를 완료했습니다. 언제든 시작해도 좋습니다.”

     

    “공간도 매우 안정적입니다. 이대로라면 마법의 결과엔 영향을 주지 않을 거에요.”

     

    모두의 보고를 받은 책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쓸어내렸다.

    그렇다면 드디어 그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문제의 답을 낼 시간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탑의 시스템을 가동하겠다.”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일제히 끄덕이며 마법진의 영향으로부터 자리를 피하자, 탑의 시스템을 이용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번쩍.

     

    검은 빛이 마법진 전제를 감싼다.

    시련으로 묶여 있던 미궁이, 한 순간에 터져나오며 공간을 잡아먹은 것이다.

     

    이미 헤일라 공간마법식으로 해석된 현상이긴 하지만, 그 광경은 언제 보아도 정말 대단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탑의 ‘시스템’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공간압축은 세계수의 마력을 붓더라도 불가능할 테니까.

     

    “실험을 시작하겠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완벽히 조정된 정이십면체 주사위를 꺼냈다.

    각 면이 나올 확률이 거의 동일하게 제작된 최고급품.

     

    이것이 이 실험의 최종적인 결과지가 될 것이다.

     

     

    ‘샤에흐, 그의 이론이 정말 증명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마법진에 들어간 마력은 거의 일반적인 세계수의 한달 치 생산량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또한 그 실험을 주관하는 수백의 정상급 마법사들은 평범한 마탑에서는 도저히 동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마력과 인력.

     

    그렇기에 이 실험은 클래스 마법의 발생지이며, 동시에 세계수가 마탑의 역할까지 겸하는 베리튼에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마법진의 효과를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드디어 준비가 끝났다.

     

    “정말 길었군…….”

     

    그는 검은 빛의 광구에 조심스럽게 정이십면체 주사위를 집어넣었다.

     

    인과율을 지워버리는 미궁, 과거 수많은 영웅들을 좌절시켰던 시련의 파편이 검은색으로 압축되어있는 공간에 말이다.

     

    “결과를 보여다오.”

     

    파앗-!

     

    폭발하듯 치솟아오른 주사위.

    모든 마법사들의 숨이 잠깐 멎는다.

     

    툭, 데구르르…….

     

    정이십면체 주사위가 마치 팽이처럼 회전하며 당장 눈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모두가 긴장한 나머지 침을 삼키는 것조차 잊은 순간, 영겁처럼 느껴지던 주사위가 마침내 회전력을 잃고 답을 드러낸다.

     

    바닥에 떨어진 주사위의 눈금은, 1이었다.

    성공인가? 아니, 속단하기엔 이르다.

    그저 우연일 가능성도 있으니.

     

    다시한번 주사위를 굴린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같다.

    1.

    1, 1, 1, 1, 1, ….

    뒤어어 몇십 번을 굴려도, 주사위의 눈금은 1 만을 가르킬 뿐이었다.

     

    주사위의 눈금이 1을 나타내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법사들의 표정은 환희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성공이야? 성공한거야?”

    “드디어 기적이 증명되었다고!”

    “말도 안돼, 이런 것이 마법으로 가능하게 될 줄이야…….”

     

    남자는 마법사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조용히 주사위를 집어든다.

     

    주사위의 겉면에는 육안으로도 자세히 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실금이, 샤에흐의 기적식의 형태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제 이것은 단순한 주사위가 아닌, 20분의 1 확률을 인과를 무시한 채 100%에 가깝도록 고정시키는 아티팩트.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사기도박 주사위가 되었군 그래.”

     

    ——-

     

    “도둑잡기?”

     

    “응!”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아, 역시 모르는구나! 좋아, 설명해 줄게!”

     

    도둑잡기, 트럼프카드로 행하는, 52장의 카드에, 1장의 조커를 집어넣어서 하는 일종의 짝 맞추기 게임이다.

    플레이 방법은 꽤 간단한데, 여러명의 플레이어들은 각각 그들의 수만큼 카드를 나누어받고 짝이 되는 카드를 모두 내려놓게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같은 숫자, 같은 색의 카드는 서로 짝이야. 만약 손에 짝이 되는 카드를 받게 되면, 그 카드를 가운데에 내려놓으면 돼.

     

    게임이 시작되면, 일단 순서를 정할거야! 첫판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거기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한 사람씩 서로의 패에서 카드를 한 장씩 받는 거지!”

     

    “음, 그렇군. 알겠다. 그런 식으로 패에 모든 카드의 짝을 맞추어나가는 게임이라는 말이로구나.”

     

    루크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메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지? 마지막까지 손에 카드를 쥐고 있는 사람이 지는 거고, 가장 먼저 손에서 카드를 모두 내려놓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그래, 알겠다.”

     

    규칙은 복잡할 것이 없었다.

    아이들이 즐기기에도 어렵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게임.

    단순한 짝 맞추기라면, 실력보다는 운과 재치에 좌우되는 게임이니 간단히 즐기기에도 제격이고.

     

    “자, 그럼 섞는다~.”

     

    카드를 가져온 아이는 그 조그만 손으로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손이 작아 카드를 쥐기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경험이 부족한 것인지 그 폼이 상당히 엉성해보인다.

    카드가 제대로 섞이기나 하는지, 오늘 안에 다 섞이긴 할지. 무엇보다, 아이가 상당히 곤욕스러워하는 표정이라서 루크가 나섰다.

     

    “카드를 섞는 것이 많이 힘든 모양이로구나. 이리 주거라, 내가 섞어줄 테니.”

     

    “카드 잘 섞어?”

    “그렇다마다.”

     

    “으음……. 알겠어! 자!”

     

    그렇게 여자아이가 건네주는 카드뭉치를 받자마자 루크는 일단 카드의 재질을 확인했다.

    두께와 크기, 강도와 탄성력.

    카드가 손상되지 않을 수준의 힘을 파악한 다음에는 신속한 손동작으로 카드를 섞어내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잘 섞네.”

    “별거 아니란다.”

     

    사실 카드의 기원은 루크의 시대에서도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겨우 꼬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깊다.

    신화시대 두번째 용의 시대로 올라가야 할 정도이니까.

    그렇기에 루크도 카드를 다루어 본 경험쯤이야 있었다.

     

    그러니 카드를 섞는 것 정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게다가, 과거의 어떤 마법사들은 카드를 마도구로 만들어서 마법의 계산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다만.

     

    루크가 딱히 카드를 다루는 마법을 쓰지 않았기에 카드를 섞는 방식에 정통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곧바로 원하는 카드를 단번에 뽑아내는 ‘아르카나’학파의 그것과 비교해서는 부끄러운 실력일 수밖에.

     

    그러나 그 정도의 실력으로도 이미 아이들의 눈에는 충분한 현란함이었다.

     

    연신 감탄을 내뱉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앞에 가지런히 놓여진 카드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박수를 쳐댔다.

     

    “진짜 대단해!”

    “우리 아빠보다 잘 섞는 것 같아!”

    “신기하다, 다음에도 섞어주면 안돼?”

    “한번 더 섞어줘!”

    “되게 멋있다, 어디서 배운거야?”

     

    아이들이 일제히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모습은 참으로 귀여운 모습이기는 했지만, 거리가 과하게 가까이 달라붙는 느낌이 되자 살짝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과거라면 아이들이 이토록 달라붙어 오는 것을 그저 귀여운 재롱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좋은 냄새가 나네, 무슨 샴푸 써?”

    “카드 왜 이렇게 잘 섞어? 루크는 나보다 손도 작은데!”

    “머리카락 되게 부드럽다!”

     

    아니,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무리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라고 해도 자신이 과거의 늙은이의 모습이었다면 볼을 꼬집는다거나, 머리카락을 만져진다거나, 손을 주물거린다거나, 얼굴을 코앞에 들이대는 일은 하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하하……. 알겠다. 알겠으니, 일단 게임이나 먼저 하자꾸나.”

     

    ———

     

    “……흠.”

     

    루크는 손에 쥔 두 장의 카드를 보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곁에 떠다니며 카드를 확인한 파이가 감탄스럽게 말했다.

     

    -또 짝이네!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의 카드를 모두에게 보이도록 뒤집어든다.

     

    스페이드 에이스와 클로버 에이스.

    그야말로 명백한 승리다.

     

    “이거 이번에도, 한번에 끝나버렸구나…….”

     

    “정말! 또야? 어떻게 그래? 루크, 진짜로 우리랑 하기 싫어서 뭔가 속임수를 쓰고 있는 거 아냐?”

     

    루크는 곧바로 손사래를 치며 메리의 추측을 부정했다.

     

    “내 심장에 맹세코, 그건 절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누가 아이들과 카드로 노는데 속임수까지 쓰면서 이기고자 한다는 말인가?

    만약 그런 어른이 있다면, 그건 정말 철이 없는 어른이겠지.

     

    그렇기에 정말 이상한 일이다.

    벌써 10번째, 루크는 자신의 두번째 차례가 오기 전에 무조건 손패를 털고 일어난다.

    단 한번도 그 결과는 변하지 않고 있다.

     

    자신은 카드에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는데도.

    심지어는 너무 루크만 이기는 것을 의심한 다른 아이가 오랫동안 카드를 섞었음에도 그렇다.

     

    섞이는 중에 아예 카드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 뒤에 카드를 받는 순서를 바꾸어보아도, 서로의 패에서 카드를 뽑는 순서를 바꿔보아도 여전히 결과는 같다.

     

    “재미 없어!”

     

    그야 그렇겠지.

    승자가 패자에게 벌칙을 정해주는 규칙인데, 패자는 몰라도 승자가 바뀌질 않는다.

    게다가 루크는 딱히 아이들에게 벌칙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승자의 권리를 고작 힘이 거의 실리지 않은 딱밤 정도로 끝내버리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날이 아닌 모양이로구나. 카드게임은 다음에 하도록 하자꾸나. 나는 방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루크는 복도에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오늘은 운이 좋군.”

     

    작위적일 정도로…….

     

    ‘혹시, 무슨 마법적인 작용이 있던 건가?’

     

    허나 마력시에 걸리는 부분은 없다.

    그리고 만약 마법이었다면 자신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 무엇도 아니라면, 정말로 단순히 우연이라는 것인가?

     

    ‘이 일은 후에 실험을 해 봐야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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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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