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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털썩-

       한여름이 소파에 드러누웠다.

       오르내리는 가슴을 통해 그녀가 숨을 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 저기요···?”

       

       분명 주먹은 닿지 않았을 텐데 대체 왜?

       다급히 소파에서 내려와 한여름의 상태를 살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가 없다.

       함부로 몸을 만질 순 없었기에, 손가락으로 그녀의 팔뚝만 톡톡 두드렸다.

       

       “괜찮으세요···?”

       

       “으··· 으으···!”

       

       “어디, 안 좋아요?”

       

       “으···! 진짜 못 참겠다!”

       

       한여름이 느닷없이 손을 뻗어왔다.

       수인족의 반사신경으로 피할 수 있었으나, 굳이 피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내게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짧은 부유감 후에 몸이 당겨진다.

       한여름이 소중한 인형을 다루듯 내 몸을 꼭 끌어안았다.

       

       “······!”

       

       품에 얼굴이 파묻혀 보진 못했지만, 다른 감각을 이용해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발을 동동 굴리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다는 것을.

       사람이 기쁠 때만 나오는 동작이었다.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지.

       대화를 하고 싶었으나, 한여름의 품에 입이 막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일단 빠져나오는 게 최우선이겠지.

       톡톡-

       공격적이지 않게 한여름의 뺨을 몇 번 두드려 주었다.

       

       “아, 미안. 언니가 숨 막히게 했어?”

       

       “아뇨. 숨 안 막혔어요.”

       

       “다행이네.”

       

       한여름이 부드럽게 등을 토닥여 주었다.

       꼭 안은 몸을 놓아주진 않았다.

       

       포옹이 부끄러웠으나 솔직히 싫지는 않았다.

       긴 시간 홀로 지내왔기에, 사람의 정이 고팠던 걸지도 몰랐다.

       

       정에 대한 면역력만큼은 갓난 아이보다도 낮을 테지.

       상냥하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꼬리가 흔들릴 정도였으니까.

       정이 고팠던 내가 감히 포옹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쑥스럽지만, 정을 주고받는 행위가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으니까.

       포옹이 과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냥 행복을 만끽하기로 했다.

       

       “언니가 갑자기 확 낚아채서 놀랐어?”

       

       “아뇨, 그냥 어색해서 그랬어요.”

       

       “아··· 어색했구나?”

       

       “네. 전 원래 누가 몸에 손대는 거 안 좋아했거든요.”

       

       움찔-

       등을 토닥이던 한여름의 손이 멀리 떨어졌다.

       실컷 손을 댄 상황에서 싫어한다 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였다.

       

       “미안, 언니는 겨울이가 너무 좋아서 그만,  많이 싫었어?”

       

       “아뇨, 싫지 않았어요. 괴롭히려는 게 아니니까요.”

       

       “아···”

       

       한여름의 내 몸을 꼭 안아주었다.

       싫지 않다고 해서 그런지 포옹이 더욱 과격해지고 있었다.

       

       숨막힌다.

       괜히 싫지 않다고 했나.

       벗어나고 싶은데, 꼬리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음···’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발버둥쳐봤자 힘만 빠질 뿐이니까.

       따로 궁금한 거나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 근데 질문이 있는데요.”

       

       “응. 뭔데?”

       

       “갑자기 왜 쓰러진 거예요?”

       

       “아, 그거?”

       

       헤헤.

       한여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입 바로 앞에 내 귀가 위치해 있는지라, 입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비밀이야.”

       

       “엥?”

       

       말할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굳이 더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설이와 뛰놀던 아이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온 것이 그때였다.

       

       “아! 반칙! 레비나스 없을 때 안아주기 했다! 레비나스도 안아주기 하고 싶은데!”

       

       레비나스가 우리 옆에서 발을 동동 굴리더니, 내 등위에 폴짝 뛰어올랐다.

       눈치를 보던 새벽이가 그 위에 또 엎드렸다.

       

       “으, 으엑···”

       

       한명은 괜찮은데 두 명은 조금 무겁다.

       인간 샌드위치가 된 기분이었다.

       

       한여름은 괜찮은 건가?

       그녀의 안색을 살피는데, 딱히 힘들어하진 않고 있었다.

       

       이거 나만 힘든 거구나.

       이런 상황인데도 레비나스의 몸에 눌린 꼬리는 흔들리기 위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무, 무거···”

       

       “자, 잠깐만 얘들아, 겨울이 눌린다···!”

       

       한여름이 허둥대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이 다칠까 봐 함부로 일어나진 못했다.

       

       “먕?”

       

       아이들을 쫓아 거실로 달려온 설이가 우리를 올려다 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새벽이 등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으엑···”

       

       몇백그램 되지 않는 설이가 올라가니 더 무겁다.

       마나를 이용해 아이들을 치워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설이가 아이들의 옷을 물어 당기기 시작했다.

       

       “먕! 먕!”

       

       내려와라.

       설이가 그리 외치고 있었다.

       설이의 위협 아닌 위협에 새벽이와 레비나스가 위에서 내려왔다.

       설이는 천재 고양이가 분명했다.

       

       “미안, 이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어.”

       

       항상 무표정을 유지하는 새벽이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새벽이가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굳이 화를 내지는 않았다.

       

       “괜찮아. 원래는 안 힘든데, 지금 많이 피곤해서 그래.”

       

       “그래?”

       

       “응. 지쳐서 더 무겁게 느껴졌나 봐. 이만 자야겠다.”

       

       하암.

       하품을 내뱉자, 우물쭈물하던 레비나스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도 조금 죄의식을 느끼는듯싶었다.

       

       “왕아, 같이 치카치카 하냐···?”

       

       “응. 같이 하자.”

       

       “헉! 레비나스가 치약 짜주겠다!”

       

       레비나스가 욕실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오늘은 이만 씻고 자야 할 것 같았다.

       

       

       **

       

       샤워를 마친 겨울이 비틀거리며 욕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겨울의 눈이 반 이상 감겨있다.

       많이 졸린 지 계속해서 고개를 꾸벅거리기도 했다.

       

       ‘오늘 힘들었나 보네.’

       

       혹여 걷다가 넘어지진 않을까.

       한여름이 집중해서 겨울만 바라보았다.

       수인족 특유의 신체능력 덕분인지, 넘어지지는 않았다.

       

       저 상태면 나도 넘어졌을 텐데, 겨울이는 어떻게 중심을 잡는 거지?

       수인족의 경이로운 신체능력에 감탄하고 있으니, 겨울이 비틀거리며 한여름을 향해 다가왔다.

       

       “겨울아, 방은 저쪽이야.”

       

       손끝으로 겨울의 방을 가리켰으나, 이미 반 정도는 자고 있는 겨울이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한여름을 향해 다가올 뿐이었다.

       

       “아이고.”

       

       그 겨울이가 방도 제대로 못 찾다니.

       잠기운에 정신이 없나 보구나.

       

       안아서 데려다 줘야겠다.

       한여름이 결정을 내린 순간이었다.

       

       털썩-

       비틀거리며 다가온 겨울이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곧장 한여름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눕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어···?”

       

       아이라면 누구나 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겨울이 하는 건 또 달랐다.

       

       겨울이 방 침대를 마다하고 자신의 품에서 잠들었다.

       편안함을 느껴서? 아니면 안전함을 느껴서?

       이유는 모르겠으나, 신뢰감의 표출임은 분명했다.

       

       쿵쿵-

       한여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잠든 겨울을 깨우지 않기 위해 들썩이려는 몸을 어떻게든 참았다.

       

       졸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을 믿고 맡길만한 사람을 찾아 움직인 건가?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다 있담?

       

       한여름이 잠든 겨울의 뺨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갸르릉, 겨울이 행복한 소리를 냈다.

       

       “헤헤···”

       

       자면서도 쓰다듬어지는 게 좋은지, 꼬리를 살랑거린다.

       사람의 손길을 이리도 좋아하는 아이가, 누가 만지는 게 싫다 말하다니.

       이유를 알고 있는 한여름은 한스러울 뿐이었다.

       

       겨울이에게 다가오는 손길은 대부분이 폭력이었고, 비난의 손가락질이었으니까.

       손가락질 일부에는 자신의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겨울은 모두를 용서해주었다.

       행복해 지고 나서가 아닌, 지옥 같은 삶을 살면서도 용서를 해 준 것이었다.

       

       정말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아이였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는 행복하기만 하자.’

       

       소리없이 눈웃음을 지은 한여름이 시계를 살폈다.

       

       아직 오후 열 시.

       아이는 잘 시간이지만, 어른은 한창인 시간이었다.

       두 시간 정도는 훈련을 해도 되겠지.

       

       겨울이의 세계를 위해 마나 없이 싸우는 훈련을 하자.

       한여름은 그리 마음먹었으나, 쉬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허벅지를 눕고 자는 겨울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탓이었다.

       

       “으음···”

       

       십분만 더 있다가 가야겠다.

       이십 분만 더 있다가 가야겠다.

       그렇게 한여름은 하루를 꼬박 새고 말았다.

       

       

       **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나 거실로 나갔다.

       가장 처음 마주한 이는 피로에 찌든듯한 한여름이었다.

       

       “저, 저기···”

       

       “으, 으응···?”

       

       “괜찮으세요···?”

       

       “응··· 언니는 이래 보여도 엄청 행복한 상태야··· 모든 번뇌를 지워낸···”

       

       저게 대체 무슨 소리지?

       뺨을 긁적이며 한여름의 옆에 앉았다.

       

       “잠 안 잤어요?”

       

       “응··· 밤을 꼬박 샜지 뭐야···”

       

       “어··· 들어가서 주무시는 게 어때요? 오늘 쉬는 날 아니에요?”

       

       “그, 그래야겠다···”

       

       한여름이 터덜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안마 의자에 앉은 소피아가 후후 웃음을 내보였다.

       

       “욕망에 충실한 아이로구나.”

       

       “욕망이요?”

       

       “그래, 다만 긍정적인 욕망이다. 저러니 강해질 수 있던 거겠지.”

       

       “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꼬리가 물음표를 만들어 냈다.

       

       “소피아,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요.”

       

       “중요한 일이 있어 일찍 일어났단다.”

       

       “중요한 일이요?”

       

       “그래, 방송사에서 뭘 찍으러 온다더구나. 준비를 돕기 위해 일찍 일어났단다.”

       

       “와···”

       

       방송사라니.

       여명 길드가 대단하긴 하구나.

       괜스레 창문을 통해 길드 밖을 내다보았다.

       

       “어찌, 같이 구경이라도 하겠더냐?”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상관없다. 겨울이 네가 방해꾼은 아니니까.”

       

       소피아가 저리 말해준다면야 뭐.

       나로서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아요.”

       

       오늘은 이 세계의 방송을 구경해 보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먼데용의 이모티콘 바이럴… 이었으려나요…?!
    겨울이 펀치…!

    ㅎㅎ그나저나 겨울이가 최근 많이 행복해 진 거 같네요…!
    흠… 흐음…! 그렇군요…!

    ───
    딩딩딩님 38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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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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