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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백우진은 당황했다.

         

       대체 그녀가 무얼 잘못했단 말인가.

         

       ‘잘못한 건 내 쪽인데…?’

         

       그녀의 마음도 알아주지 못하고 마음 졸이게 만든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녀가 시무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실은…, 지난 며칠간 백 공자가 절 안 좋아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뭐…?”

         

       백우진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갔다.

         

       그녀가 실망하고 있을 거란 생각은 했다.

         

       그 소심한 성격으로 어렵게 건넨 제안을 자신이 매몰차게 거절했으니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런데 설마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표현이 부족했나?’

         

       요 며칠 수련에 집중한다고 그녀에게 신경 쓰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까지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껴안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진한 입맞춤도 몇 번인가 했을 텐데.

         

       “그냥…, 저 혼자 불안했어요….”

         

       그녀의 이야기가 구슬픈 노랫가락처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양보만 했던 삶,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한 나날들, 이곳에 오기까지.

         

       ‘그래서였구나.’

         

       백우진은 비로소 그녀가 왜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지 이해했다.

         

       ‘불안했던 거지.’

         

       감히 추측건대, 그녀는 누군가에게 이토록 사랑이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처음일 것이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에 관심을 쏟고, 흥미를 가졌던 적은 있을 테지만, 그녀가 기울인 관심만큼 돌려받은 적은 없었으리라.

         

       처음 있는 일이기에,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행운이었기에, 도리어 그녀는 의심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 착각은 아닐까.

         

       어쩌면 그가 자신을 놀리기 위해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그랬지.’

         

       어릴 적부터 보육원에서 자란 그에게 관심을 쏟아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성인이 되어 몇 푼 안 되는 지원금을 받고 사회에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한 안식처인 골방에 누워 소설을 읽다가 홧김에 5,700자의 욕설을 보냈을 때.

         

       작가인지, 신인지 모를 쪼잔한 놈에게 내쫓기듯 도착한 이세계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었다.

         

       ‘꿈만 같았지, 그땐.’

         

       자신이 용사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자신을 바라보던 이들의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선망, 동경, 기대, 희망.

         

       온갖 희망어린 감정이 넘실거리는 수백, 수천 쌍의 눈동자.

         

       그 위에 더없이 많은 희생과 고난이 덧씌워질 것임을 몰랐던 그때는 그저 꿈만 같았다.

         

       심지어 밤이 찾아오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질까 두려워서.

         

       ‘그녀에게 사랑한단 말을 들었을 때도….’

         

       자신과 함께 일행의 전위를 책임졌던 강직한 기사에게서 여인의 모습을 보았을 때도.

         

       백우진은 그녀를 의심했다.

         

       복에 겨운 사랑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보았던, 사랑도 받아본 놈이 잘한다는 말이 그때처럼 와닿을 때가 없었다.

         

       ‘나랑 똑같구나, 너는.’

         

       애처로운 눈빛이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지금까지 그녀의 마음을 붙잡은 건 사천당가로 향할 때 내지르듯 건넨 고백이었을 것이다.

         

       허나 시간이 흐를수록, 당선영과 자신이 보다 깊은 관계가 될수록 힘을 잃어간 거겠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단언컨대, 그녀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치열하다.

         

       다만 그녀들의 성격이 다르고, 행동거지가 다르듯, 사랑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화끈하고 저돌적인 당선영과는 보다 농밀했고, 수줍고 부끄럼 많은 제갈연지와는 풋풋했다.

         

       그저 그랬을 뿐인데.

         

       ‘그게 아니었던 거지.’

         

       자신은 그것이 옳다고 여겼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여인의 입장에서는 어떨는지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그것이 백우진의 가장 큰 잘못이었다.

         

       ‘아….’

         

       두 사람 모두에게 약간의 우위도 가릴 수 없을 만큼 똑같이 사랑해주겠다 말했건만.

         

       벌써부터 자신은 두 사람 사이에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한없이 밑바닥으로 기어들어 가던 백우진의 정신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조금 전에 백 공자가 진 오라버니한테 형님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랬지.”

       “그때 느꼈어요. 아…, 백 공자는 날 이미 아내로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에요.”

         

       그때를 떠올리며 짓는 그녀의 미소는 한 줌의 부정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맑고 깨끗했다.

         

       “그거면 됐어요. 백 공자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저는….”

         

       그녀의 말이 끝맺기도 전에 백우진이 꼼지락거리고 있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이토록 사랑받는 게 처음이기에,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고작 제 오라비에게 형님이라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며칠간 시름했던 기억을 모두 날려 보내고 환하게 웃을 정도로, 그녀의 만족은 너무나도 얕다.

         

       그럼 조금만 잘해줘도 행복해하지 않겠느냐며 누군가 말할지도 모르나, 백우진은 아니다.

         

       “그걸로 만족해선 안 되지.”

       “배, 백 공자아.”

         

       자신을 평생 사랑하겠다 말한 여인이 고작 그 정도 행복에 만족하는 건 두고 볼 수 없다.

         

       그녀가 행복에 겨워 죽을 것만 같은 순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어, 보다 높은 곳으로 올려보낼 것이다.

         

       웬만한 사랑에는 절대 만족할 수 없게끔.

         

       “제갈 소저.”

         

       한동안 품에 끌어안고 있던 그녀를 떼어놓았다.

         

       “네, 네….”

         

       그의 품에서 더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던 그녀가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입가에 띤 옅은 미소와 촉촉하게 젖은 두 눈이 온 정신을 헤집는 것만 같은 기분.

         

       제갈연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사흘 뒤에 외출할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외, 외출이요…?”

       “응.”

       “알겠어요. 그럼 조원들한테 전파를….”

       “아니.”

         

       조원들 말고.

         

       “나가는 사람은 제갈 소저랑 나, 둘 뿐이야.”

       “네헷…?”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단숨에 깨달았다.

         

       때가 도래하고야 만 것이다.

         

       마음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의 여인이라는 증거를 남길 수 있는 때가.

         

       ‘사흘, 사흘이면….’

         

       고작 사흘만 흘려보내면 당선영이 빌려주었던 서책에 그려져 있는 것들을 써먹을 수 있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고작이라고 생각했던 사흘이 갑자기 길게 느껴졌다.

         

       그런 애틋한 시선이 백우진에게 닿았다.

         

       “어, 음….”

         

       그녀의 눈빛이 그리 말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이 뜨거운 몸을 식혀줄 무언가를 자신에게 달라고 말이다.

         

       백우진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갔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에 닿기 직전, 앞선 무언가가 그의 입술을 뒤덮었다.

         

       캬앙! 캬컁!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화가 나있는 듯한 아기 백호의 앞발이었다.

         

       녀석의 앞발에 묻어 있던 먼지 일부가 그의 입속으로 침투했다.

         

       “에퉤퉤!”

         

       크르릉…, 캬릉!

         

       네 발로 선 채로 엉덩이를 바짝 들어 올리며 울부짖는 아기 백호.

         

       자신을 잊지 말라고 존재감을 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 백호….”

         

       제갈연지가 그런 백호를 품에 안았다.

         

       “혼날래…?”

         

       입맞춤을 방해받은 그녀의 서릿발 같은 음성에도, 아기 백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캬아앙!

         

       “아앗…! 미, 미안해…!”

         

       녀석의 울음 한 번에 금세 쪼그라드는 제갈연지.

         

       쓴웃음을 지으며 이를 지켜보고 있던 백우진은 문득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우리 아직까지 백호 이름을 안 지어줬네….”

       “어…?”

         

       백호의 날카로운 시선이 양쪽을 오간다.

         

       그걸 이제야 알았냐며 타박하는 것만 같다.

         

       제갈연지의 품에 안겨 있는 백호가 제 몸을 두르고 있는 그녀의 팔 위에 앞발을 턱하니 올려둔다.

         

       마치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거만하게 팔을 내려놓는 듯한 느낌.

         

       캬릉

         

       어서 자기 이름이나 맛깔나게 지어보란다.

         

       “허허.”

         

       저게 호랑이야, 고양이야.

         

       고양이가 제 주인 알기를 집사쯤으로 여긴다던데.

         

       ‘하긴, 호랑이도 고양잇과였던가.’

         

       이제부터 호랑이가 아니라 고양이쯤으로 여기고 키워야겠다.

         

       “어디보자, 무슨 이름이 좋으려나….”

         

       일단 성은 백씨로 고정이다.

         

       자신의 여동생 또는 딸이니, 백씨를 따르는 건 당연했다.

         

       “백순이?”

         

       캬아악!

         

       “어우.”

         

       제갈연지가 꽉 끌어안지 않았다면 얼굴에 얇은 실선이 그어질 뻔했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데….”

         

       이름 짓는 게 무척 서툰 백우진이 한참을 헤매고 있을 때, 제갈연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랑(阿娘)…, 어때요?”

       “아랑?”

         

       캬앙! 캬앙!

         

       백호의 입꼬리가 위로 끝없이 찢어진다.

         

       그 이름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제 앞발로 그녀의 팔을 두드려대기까지 했다.

         

       “마음에 드나 본데?”

       “그, 그러게요.”

         

       제 앞발을 북채처럼 휘두르며 박자를 타는 아기 백호.

         

       “그럼 이제부터 네 이름은 아랑이다.”

         

       백아랑.

         

       마침내 정해진 녀석의 이름이었다.

         

       캬앙!

         

       제 이름을 불린 게 그리도 기뻤는지, 제갈연지의 품에서 벗어나 연무장을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녀석.

         

       그러다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걸 보고 있자니 마치 놀이터에서 뛰놀던 딸이 엄마,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만 같다.

         

       제 옆에 서서 똑같이 손을 흔드는 그녀를 향해 운을 뗐다.

         

       “우리 좀 부부 같을지도.”

         

       크흠흠!

         

       새빨갛게 붉어진 두 볼을 감싸며, 그녀는 제 몸을 배배 꼬았다.

         

       “모, 몰라요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기 백호, 백아랑.

    사실 얘가 조금 훗날의 걱정거리기도 합니다.

    원래는 남들 다 있는 고양이 나만 없어, 식으로 넣은 작고 소듕한 동물이었는데

    어떤 독자분께서 둔갑술을 거론하는 바람에 살짝 마음이 동하는 바람에..

    여러분들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다양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글이란 게 뭐랄까,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죽을 때까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P.s 뒷부분이 잘려서 복사가 됐었네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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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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