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4

       

       

       

       

       

       우리는 곧바로 정보 길드로 갔다. 

       

       “레온 님…! 오셨습니까! 어서 들어와 앉으십시오. 스티브! 딸기 케이크 사 온 거 있나?”

       “이럴 줄 알고 세 개 사왔죠. 하하하!”

       

       …스티브 씨, 지난번 이후로 굉장히 철두철미하시네.

       

       나는 스티브 씨가 자신 있게 딸기 케이크를 가져오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매번 스티브 씨한테 죄송하네요. 이걸로 스티브 씨 몫이라도 따로 사 드세요.”

       

       돈을 받아 든 스티브는 액수를 확인해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이게 다 뭣이랍니까? 이 돈이면 케이크 오십 개는 살 수 있는 돈인데요!”

       “부족하신가요?”

       “부, 부족하다뇨! 차고 넘쳐서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요!”

       

       스티브는 지금까지 본 표정 중 가장 기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전 케이크 사러…!”

       

       스티브는 혹시라도 내가 변심할세라 꾸벅 인사를 하고 총알같이 길드장실을 빠져나갔다. 

       

       “딸기 케이크! 헤헤, 마시써.”

       

       아르는 그새 이미 앉아서 딸기 케이크를 꺼내 먹고 있었다. 

       

       한 사람 앞에 커다란 케이크가 하나씩 놓여 있었기에, 아르는 아예 케이크를 자르지도 않은 채 포크로 먹을 만큼씩 푹푹 퍼서 먹었다. 

       

       “천천히 먹어, 아르야.”

       “우음!”

       

       나는 급히 딸기 케이크를 먹다가 목이 조금 막혀 보이는 아르에게 옆에 놓인 커피를 따라 주었다. 

       

       꿀꺽꿀꺽.

       

       “후아! 케이크랑 커피 체고야, 히히.”

       

       아르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예쁘기도 하지.’

       

       드래곤 모드도 귀엽고, 딸내미 모드도 귀엽고 예쁘고.

       

       아주 혼자 다 한다니까, 우리 아르는.

       

       나는 흐뭇한 얼굴로 아르를 바라보다가, 앞에 앉은 길드 마스터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마스터님, 어떻습니까. 저희가 일단 지난번에 보여 드렸던 지도에 나와 있는 헤카르테교 산하 세력들은 다 소탕을 했거든요. 혹시 잔당은 발견됐나요?”

       

       그 말에 마스터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놀랍게도 헤카르테교와 관련이 요만큼이라도 있는 조직은 전부 다 소탕되었더군요. 저희도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너무 일을 잘 처리해 주셔서 저희가 오히려 할 일이 없었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지부 쪽도 설마 다 쓸어 버리고 오신 겁니까?”

       “네. 이드밀라 님 덕분에 신속하게 다 쓸어 버릴 수 있었죠.”

       

       나는 그간 이드밀라와 함께 헤카르테교 세력을 소탕한 일, 그리고 지부를 전부 다 박살낸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헤카르테가 불완전한 상태로 부활까지 하는 바람에 위험할 뻔했죠.”

       “부, 부활 말씀입니까? 부활한 마왕과 싸우셨다고요?”

       

       마스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왕의 부활이란 단어를 입에 담는 나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아니, 그러면…. 잠깐만요. 그럼 이드밀라 님은….”

       

       마스터는 그제서야 이드밀라가 이 자리에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드밀라 님은.”

       

       그 말에 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실비아도 숙연한 표정을 지었고, 케이크를 맛있게 먹던 아르는 심지어 이드밀라라는 이름에 포크를 놓고 눈물까지 글썽이기 시작했다. 

       

       “히잉….”

       

       나와 실비아의 표정, 그리고 아르의 반응을 본 마스터가 숨을 헉 하고 들이마셨다. 

       

       “서, 설마….”

       

       못 물어볼 걸 물어봤나 싶어 마스터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자러 가셨어요, 다시.”

       “네…?”

       “헤카르테와의 전투에서 힘을 너무 많이 쓰셔서, 레어에서 다시 주무시면서 힘을 회복하고 계세요.”

       “아…!”

       

       내 대답을 들은 마스터의 표정이 조금은 안심한 듯 풀어졌다. 

       

       “다행입니다…. 아니, 물론 힘을 많이 쓰셔서 회복하셔야 하는 건 좋은 일은 아니긴 하지만….”

       “괜찮아요. 어쨌든 마왕은 다시 봉인했고, 이드밀라 님의 말에 따르면 헤카르테가 다시 이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려면 적어도 만 년은 있어야 할 테니까요.”

       “만 년…!”

       

       확실히 그 정도면 길드 마스터는커녕 마스터의 27대 손자까지 내려가도 아주 한참 남은 기간이다. 

       

       “다만, 문제는 마왕이 헤카르테 하나가 아니라는 거죠. 아직 어디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마왕들이 다수 있고, 당장 대륙 동부에 있는 하무트교만 하더라도 마왕의 산하 세력이니까요.”

       “그렇긴 하지요. 말이 나온 김에 지난번 의뢰하셨던 대륙 동부 상황에 대해서 좀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마스터는 커다란 지도를 가지고 오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레키온이라는 용사가 현재 토벌한 곳은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까지입니다. 꽤나 유능한 정보원이 있는지, 가는 곳마다 뭐 하나는 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정확성이 높아요.”

       “그렇군요.”

       

       그 정보원의 정체는 황실 정보부 소속 암살자인 알렉스겠지. 

       

       하지만 알렉스의 존재를 여기서 아는 척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스터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건 비공개 정보입니다만, 최근에 토벌한 작은 지부에서 레키온이 하무트교와 ‘악마’ 사이의 관계를 입증할 만한 꽤나 강력한 증거를 황실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오호. 벌써요?”

       

       증거는 중요하다. 

       지금 레키온이 데보라나 자신의 뜻을 따르는 몇몇 기사와 함께 소규모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건 아직 하무트교가 마왕의 부하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니까.

       

       “예. 아마 정식으로 황실 측에서 관계성을 인정하게 되면, 레키온에게 황실 직속 기사단 일부 병력을 지원 받을 명분이 생길 겁니다.”

       

       황실 직속 기사단은 확실히 꽤나 강력한 지원군이다.

       지금처럼 자잘한 지부가 아닌, 대형 지부를 토벌하러 갈 때에는 든든한 전력이 되어 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야.’

       

       물론 지원을 받아서 그대로 하무트교 지부들을 싹쓸이하고 와아! 하무트교 다 무찔렀다! 하고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이미 헤카르테교 지부를 전부 소탕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그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레키온이 황실 지원까지 받기 시작하면 하무트교 쪽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헤카르테처럼 하무트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라도 부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였다. 

       

       ‘헤카르테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떠올려 본다면…. 아직 레키온은 스토리 진행 상 하무트를 단신으로 이길 수 없어.’

       

       그간 하무트교를 무찌르며 신성력 스탯이 좀 생기긴 했겠지만, 그걸론 아직 무리가 있다. 

       

       ‘그렇게 강한 이드밀라 님도, 물론 백 퍼센트 전력이 아니시긴 했지만 고전하셨으니까.’

       

       레키온의 성장 속도는 아르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대륙을 통틀어도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죽어 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륙 동부로 어서 가서 레키온을 만나야겠어.’

       

       가서 레키온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친분을 쌓은 다음 슬쩍슬쩍 마왕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고 레벨업을 돕는 거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혹시 모를 드래곤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살살 제거해 줘야지.’

       

       옆에서 ‘있잖아, 옛날에 드래곤이 마왕이랑 싸워서 대륙을 지켰대.’ 같은 얘기를 하다 보면 아르가 드래곤인 걸 들켰을 때도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건 가스라이팅을 해서라도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야.’

       

       이드밀라가 대륙 남부를 초토화시키는 건 막아냈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원작에서 레키온이 드래곤을 썰고 다녔던 무시무시한 기억이 있었다. 

       

       ‘우리 아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스라이팅이 뭐야. 최면 마법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해내야지.’

       

       아니, 최면 마법도 약하다. 레키온이 만약 우리 아르를 해칠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용사고 뭐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내가 먼저 레키온을 없애 버릴 것이다. 

       

       그 뒤의 일은 그 뒤에 생각하면 그만이다.

       

       “저, 레온 님? 괜찮으십니까? 표정이 좀 무서운데….”

       “아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얼른 표정을 풀었다.

       

       ‘후우, 후우. 진정하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너무 심각하게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터.

       

       나는 이외에 마스터에게 동부의 최신 소식 몇 개를 더 듣고, 감사 인사를 한 뒤 길드를 나왔다. 

       

       “바로 떠나시는 겁니까?”

       “내일 아침에 떠나려고요. 그간 고생하셨어요. 정보 고마웠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저희가 감사하지요. 몸 조심하시고, 나중에 다시 언제든 들러 주십시오!”

       

       마스터는 직접 문앞까지 나와서 우릴 배웅해 주었다. 

       

       “안녕히 계세여!”

       

       아르는 마스터에게 꾸벅 인사했다. 

       

       “아유, 우리 아르. 예의도 바르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누가 키웠는지 참 애가 가정 교육도 잘 받았단 말이야.

       

       “헤헤, 아르 인사 잘해써?”

       “응. 너무 보기 좋네.”

       “히히히.”

       

       아르는 내가 내민 손에 자신의 볼을 챱, 하고 가져다 댔다.

        

       “그럼 점심 먹으러 가 볼까?”

       

       점심을 맛있게 먹으려고 일부러 나와 실비아는 케이크를 하나만 까서 조금씩 나눠 먹고, 나머지는 아르의 아공간에 보관하기로 했다.

       

       나중에 아르가 출출하다고 하면 같이 나눠 먹을 예정이었다. 

       

       ‘이제 여기 케이크는 다시 먹기 힘들 테니.’

       

       내 말에 아르는 신이 난 듯 볼을 떼고 내 손을 잡았다.

       

       “우응! 밥 머그러 가쟈, 아빠!”

       “아르는 케이크 많이 먹었는데 바로 먹을 수 있겠어?”

       “당근이지! 아르는 밥 머글 배랑 간식 배랑은 따로 이써!”

       

       ***

       

       어두운 골목길.

       

       하무트교 산하 세력이 자리잡고 있는 길목을, 레키온과 데보라는 거침 없이 헤쳐 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세력의 절반 정도는 레키온과 데보라의 손에 죽은 뒤.

       

       이제 안쪽의 놈들을 정리하고 지부에 대한 정보, 가능하다면 악마에 대한 단서를 얻으러 갈 차례였다.

       

       “…생각보다 조용한데.”

       “그러게. 어디 숨어 있나?”

       

       레키온이 주변의 기척을 감지하려고 감각을 확장하려는 순간.

       

       “냐옹.”

       

       어디선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사람의 기척이 사르륵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냐!”

       

       레키온이 땅을 박차고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렸다. 

       

       “젠장할!”

       

       위치가 발각된 암살자가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망할 X냥이 새끼 때문에!”

       

       화가 난 암살자는 즉시 옆에 있던 고양이를 발로 힘껏 걷어찼다. 

       

       “끼잉…!”

       

       고양이는 날아가 벽에 부딪혔고, 피를 토하며 바닥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레키온의 눈이 부릅떠졌다. 

       

       “네놈이….”

       

       화아아아악!

       

       레키온의 전신에서 지금껏 골목길에서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황금색 오러가 선명하게 뿜어져 나왔다. 

       

       “미, 미친!”

       

       용사의 황금색 오러에 관한 소문은 그도 익히 들어 이미 알고 있었다. 

       

       촤악.

       

       그는 전신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른 채 무너져 죽었다. 

       

       그의 죽음을 확인하자마자 레키온은 즉시 오러를 거두고 쓰러진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고양이의 입에 한 모금 정도를 떨어뜨렸다. 

       

       데보라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야, 야! 레키온, 이 미친놈아! 고양이한테 엘릭서를 쓰는 놈이 세상에 어디 있어!”

       

       레키온이 고양이의 입에 떨어뜨린 건, 신체의 어떤 손상도 복구해 준다는 최상급 포션 ‘엘릭서’였다.

       

       “돈 주고도 못 사는 그걸….”

       

       하지만 레키온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고양이가 정신을 차리길 기다렸다. 

       

       “냐앙…?”

       “일어났니?”

       

       고양이는 언제 걷어차였냐는 듯 멀쩡해진 자신의 몸을 보고 놀란 듯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리고 레키온이 자신을 고쳐 줬다는 걸 안 듯, 레키온의 손을 핥았다. 

       

       “그래, 그래. 괜찮은가 보구나. 다행이야.”

       “냐앙.”

       “아휴, 귀여워.”

       

       레키온은 자신에게 뺨을 부비는 고양이를 보며 헤벌쭉 미소를 지었다. 

       

       “자, 어서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렴.”

       “냐아앙.”

       

       고양이는 가는 길에도 몇 번이나 레키온을 돌아보았다.

       

       고양이가 사라지자, 데보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여간. 저 귀여운 거 집착병은 언제 낫나 몰라. 저러다 귀여운 악마 나오면 어떻게 할지 정말 궁금하다. 궁금해.”

       

       하지만 레키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귀여운 것 중에 나쁜 건 없다고.”

       “…말을 말자.”

       

       데보라와 레키온은 골목길 깊숙한 곳을 향해 다시 달려 나갔다.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