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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 아, 설명으로만 들으니까 모르겠네.

        – 뭔가 쾅 하고 쿵 했다는 건가요?

        – 그거 해주세요 그거!

        – 그거 부탁드려요!

        – 좀 더 자세한 설명! 그거!

       

        “그거?”

       

        시청자들의 요청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들이 말하는 ‘그거’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황금으로 막 만들어서 하는 거요.

       

        “아하. 그거 말이구나.”

       

        한 시청자의 설명에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긴, 이런 역동적인 장면은 내 부족한 말솜씨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겠지.

       

        주르륵!

       

        촤륵!

       

        나의 손짓에 따라 황금이 이리저리 뭉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때의 상황이 카메라 앞에서 작은 모형의 형태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와씨.

        – 끝내준다.

        – 스톱모션 영화를 렉 없이 보는 느낌임.

        – ㅎㄷㄷ

        – 굿!!!

        – ㅋㅋㅋㅋ

       

        “자. 그럼 설명을 계속하마.”

       

        그러니까 그때 이후로…….

       

       

        *            *            *

       

       

        휙휙휙!

       

        수많은 뼈 화살들이 날아온다.

        그리고 그것들을 향해 쥐고 있던 황금을 휘둘렀다.

       

        ‘채찍의 황금술!’

       

        촤아악!

       

        마치 액체처럼 흐느적거리는 액체 황금이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우리에게 날아오는 투사체들을 쳐 냈다.

        덕분에 크쉬타르는 상당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투사체는 신경 쓰지 않고, 우리에게 달려드는 패밀리의 구성원들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캬악!”

       

        휙!

       

        뼈를 갈아서 만든 것 같은 커다란 송곳.

        마치 레이피어와 단창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형태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무기.

        그 무기를 치켜든 채 크쉬타르에게 달려드는 오크.

        하지만 단숨에 휘둘러진 크쉬타르의 석재 몽둥이는 상대의 뼈 무기를 단숨에 박살 내고, 그대로 상대방까지 멀리 날려 버렸다.

       

        “큭?!”

       

        “힘이 굉장하다!”

       

        “쫓아!”

       

        “막아!”

       

        원거리는 내가 막고, 근거리는 크쉬타르가 담당한다.

        단 두 사람을 수십 명의 인원이 막아 내지 못하는 상황!

        결국 약한 이들로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인지, 다른 이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오크가 나타났다.

       

        “크릉! 다 비켜라!”

       

        “두목!”

       

        쿵!

       

        지상에서부터 단숨에 뛰어올라 우리가 건너가려던 건물 옥상에 착지한 거대한 오크.

        얼굴과 몸에 흉터가 가득하고, 가득한 흉터만큼 기이한 문신도 가득한 오크가 소리쳤다.

       

        “이놈들인가?”

       

        “마, 맞습니다!”

       

        두목이라고 불린 오크의 말에, 아래에서 한 오크가 대답했다.

        누군가 했더니, 나를 납치하려고 했었던 세 오크 중 하나였다.

       

        “큭!”

       

        상대방을 확인한 크쉬타르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상대방의 얼굴이 아닌, 상대방의 몸에 그려진 문신을 보고 있었다.

        ……저 문신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가?

       

        “호오?”

       

        두목이라고 불린 오크 역시 크쉬타르의 문신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얼굴이 되었다.

       

        “추방자라니? 이거, 형제였나?”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얼굴을 찌푸리는 크쉬타르.

        아무래도 저들의 몸에 그려진 문신은, 추방자라는 일종의 표식처럼 보였다.

       

        “왜 그러나? 너와 나는 이 이마에 새겨진 추방의 낙인을 가진 형제지 않나?”

       

        빠득!

       

        크쉬타르가 이를 갈았다.

        ……몸의 문신이 아니라, 이마에 새겨진 저 검은 문신이 추방자라는 표식이었나?

       

        “두, 두목!”

       

        “물러서라! 너희들은 상대할 수 없는 놈들이다!”

       

        두목의 명령에 뒤로 물러서는 오크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선 우리의 앞에서, 두목이 양팔을 펼치며 말했다.

       

        “그럼 형제. 이렇게 만난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죽어 줘야겠어.”

       

        “웃기는 소리.”

       

        우우웅!

       

        그 순간 크쉬타르와 두목의 몸에 그려진 문신이 빛나기 시작했다.

        크쉬타르는 붉은색 문신과 마찬가지인 붉은색으로, 상대 두목은 노란색의 빛으로.

        동시에 그들의 신체 능력이 한층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몸에 마나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 일종의 마법진인가?’

       

        물론 이곳은 차원이 다르기에 법칙에도 다소의 차이점이 존재하고, 제대로 된 마법 학문이 발전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조악한 수준의 주술 정도는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들의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정도는 가능한 모양이다.

       

        “흐읍!”

       

        울룩불룩!

       

        두목의 몸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그의 근육이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것은 근육질의 거인.

       

        ‘호오. 단순히 신체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닌, 일종의 이능도 부여하는가?’

       

        다만 없는 이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잠재되어 있던 이능을 개화하는 종류로 보였다.

        그렇다면 저 특수한 문신을 다른 오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되었다.

        아마 특수한 체질…… 이를테면 ‘잠재 이능을 가진 이들’만 저 문신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치이이익!!

       

        그런 내 생각이 맞았는지 크쉬타르 역시 몸에서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의 녹색 피부는 붉게 변했고, 그의 몸에서는 계속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하하하! 싸워 보자고 형제!”

       

        부우우웅!

       

        두목의 거대한 주먹이 휘둘러진다.

        그와 동시에 크쉬타르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다.

       

        파바밧!

       

        ‘크쉬타르의 이능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인가?’

       

        다른 이들은 보지 못했겠으나, 나의 눈에는 소리에 근접한 속도로 움직이는 크쉬타르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그 어마어마한 속도를 활용해 달려든 크쉬타르의 몽둥이가 두목의 머리를 가격했다.

       

        콰아아앙!!

       

        “크악?!”

       

        빠른 속도는, 그만큼 강한 힘으로 치환되는 법이다.

        비록 두목에 비하면 작은 크기지만, 그것은 총알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총알처럼 빠르게 휘둘러진 크쉬타르의 몽둥이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였다.

        어디간한 바위는 간단하게 박살 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크으! 제법이군!”

       

        “쳇!”

       

        하지만 두목은 저 일격을 머리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뜬히 일어났다.

        아무래도 근육과 체격을 성장시키는 것만이 아닌, 전반적인 육체 능력을 상승시키는 종류의 이능으로 보였다.

       

        ‘한쪽으로 특화된 것은 아니지만, 범용성은 뛰어나 보이는군.’

       

        근력, 체력, 내구력 등의 전반적인 능력이 상승한 것으로 보였다.

        반면에 크쉬타르의 능력은 속도에 치중되어 있으나, 그 반동으로 그 능력을 오래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헉! 헉! 헉!”

       

        지금도 아주 잠깐 능력을 사용했을 뿐인데, 크쉬타르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으니까.

        아마 빠른 속도에 의해 발생하는 반동을 크쉬타르의 육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겠지.

        소리에 근접한 속도로 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로 보였다.

        소리의 속도를 초월하게 되면, 반드시 소닉붐이 발생할 것이고, 그의 육체로는 소닉붐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크쉬타르.”

       

        “뭐냐?!”

       

        쾅쾅!

       

        두목의 거대한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며 기회를 보고 있는 크쉬타르를 향해, 나는 질문했다.

       

        “도와줄까?”

       

        “신경 쓰지 마라!”

       

        “음.”

       

        신경 쓰지 말라고 했으니, 정말로 위험할 때를 제외하고는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는 오크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나 정리해야겠군.’

       

        “흐흐흐……. 가만히 있어라.”

       

        “조그마한 놈! 꼼짝 마라!”

       

        “…….”

       

        이들은 내 손에 들려 있는 황금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내 손에서 액체처럼 출렁거리는 황금을 반대쪽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쭉 늘이자, 황금이 그대로 변형하며 기다란 장대의 형태로 변했다.

       

        “어디 보자. 이것의 이름은…… ‘망치의 황금술’이라고 할까?”

       

        “헛?!”

       

        “공격해라!”

       

        “으랴아아아!!”

       

        오크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마 사방에서 숫자로 압박한다면 나를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흡!”

       

        부우웅!

       

        그렇기에 그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나에게 그런 가벼운 방법이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투쾅!

       

        “켁?!”

       

        한 바퀴 빙 회전한 나를 따라, 황금의 망치가 회전하며 나에게 다가오던 가장 앞선 이들을 전부 날려 버렸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돈 후엔, 망치 형태였던 황금이 다시 변형하기 시작한다.

       

        “창의 황금술.”

       

        창의 형태가 된 황금을 찔렀다.

        그러자, 제 2열에서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오크가 기겁하며 뒤로 넘어진다.

        하지만 그 틈에 내 뒤에서 다가오던 또 다른 오크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잡았다!”

       

        “그럴 리가.”

       

        출렁!

       

        창의 형태를 하던 황금이 출렁거리더니, 그대로 내 뒤에서 다가오던 오크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그 오크의 몸을 단단히 포박하는 포승줄의 형태가 된다.

       

        “포박의 황금술…… 이라고 해야겠군.”

       

        “읍읍읍!!”

       

        쿠당탕!

       

        포박당한 채 바닥에 쓰러진 오크를 한쪽 발로 밟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더 이상 나에게 다가오려는 오크들은 없었다.

        그래도 눈치는 빠른 아이들이로다.

       

        “크아악!”

       

        “후욱! 후욱!”

       

        “호오.”

       

        때마침 크쉬타르쪽도 끝난 모양이다.

        상황은 보다시피 크쉬타르의 승리.

        크쉬타르의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있었지만, 명백히 승리한 쪽은 그였다.

       

        “두목!”

       

        “제기랄!”

       

        “덮쳐!”

       

        그 순간 주변에서 눈치를 보던 오크들이 우리에게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쉬타르는 두목과 싸우느라 잔뜩 지친 상태.

        명백한 위기 상황이었기에, 나는 그 즉시 오크를 포박하고 있던 황금을 회수해 휘둘렀다.

       

        촤악!

       

        “크악!”

       

        “끅!”

       

        채찍의 황금술로 달려들던 오크들을 물리친 후 크쉬타르에게 다가갔다.

       

        “괜찮느냐?”

       

        “아. 그래. 후우~!”

       

        땀을 뻘뻘 흘리던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우리는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이렇게 되었단다.”

       

        – 캬!

        – 재미있었다!

        – 이것이 바로 시청각 자료?!

        – 캬~! 실시간 영화 촬영 보는 줄?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나는 모형을 회수하며 채팅창을 관찰했다.

        다행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 내용도 마음에 들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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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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