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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때까지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5단계를 거친다고 하던가.

        

       교양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왜 이리 선명하게 기억나는지. 별포크는 울적한 손짓으로 아이스크림을 뒤적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넓게 보면 죽음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그러나 피할 수는 없는 고통을 마주했을 때면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고 했던 것 같은데.

        

       방송에서 쫓겨난 상황에도 대입할 수 있으려나.

        

       《그래서……이런 느낌이에요. 사진으로 보여드려야 하나. 음……아, 이거 괜찮네. 어떤가요?》

        

       [와]

       [존예]

       [캬]

       [헉 이거 공개해도 돼요???]

       [유출금지!!!]

       [와 이걸 보여주네]

       [헉;;]

        

       “아, 뭔데에!!”

        

       설마 자신이 뽑히지 않았을리가 없다고, 분명 다시 뽑을 거라고 현실을 부정하던 단계는 진작에 지나갔다.

        

       로얄석에서 방송을 즐기며 그녀를 비웃는 시청자들을 보며 씩씩거리던 시간도 금방 흘러갔다.

        

       이어서 어떻게든 저 견고한 벽을 뚫고 돌입해보고자 이예나에게 직접 톡을 보내고 (읽지 않았다), 게시판에서 자리를 구매하려 하였으나- 당연하게도, 실패로 돌아갔고.

        

       그리하여, 부정-분노-협상을 빠르게 끝마친 별포크는, 우울의 단계에 깊게 빠져있었다.

        

       “뭐냐고오……나도 보여달라고…….”

        

       나중에 따로 연락하면, 얘기해주려나-라고 생각해보면, 답은 뻔했다. 분명 무슨 이야기를 했고, 무슨 사진을 보여줬는지 알려주겠지. 뭐 그런 걸 물어보냐는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하지만-

        

       ‘다르다고오…….’

        

       이미 모든 게 끝난 후에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별포크는 문득, 큰이모의 부탁으로 호프집에서 주방보조로 짧게 일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한국이 무려 월드컵 8강에 진출해서,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는 하소연에 찾아간 자리.

        

       열기가 넘치고, 사람들의 응원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슴 뛰는 분위기였으나, 당연하게도 그녀가 직접 경기를 볼 수는 없었다.

        

       그녀의 자리는 텔레비전이 없는 주방이었으니.

        

       별포크는 그날 뼈저리게 느꼈다. 세상에는,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시간의 흐름을 공유해야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바쁘게 설거지를 하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얼싸안고 열광하는 모습만 보다가- 나중에, ‘아, 그거? 그 때 골이 들어갔어. 기가 막힌 패스였지.’라는 설명을 듣는다고 하여 감동이 올 리가 없었으니.

        

       ‘전화를 걸어서……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응. 참자. 참아야지.’

        

       《그러면, 이제 마지막 고민이네요. 좋은 답변을 해주시는 분을 최후의 1인으로 선정할 거예요. 아. 아무래도 프라이빗한 고민이라……방송에 안 나오게 해야 하니, 답변은 나오나 개인 메시지로 주세요. 다들 친추 되셨으니까.》

        

       “아, 왜 답변까지 비공갠데! 아주 그냥 정보 보호는 국정원이야!”

        

       기껏 ‘수용’으로 넘어가려던 별포크가 다시 ‘분노’ 단계로 회귀해버리는 사이. 이예나의 디스코스 방송 채팅창에서는 만족감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넵!^^7]

       [친구창에 아따먹 없는 사람 없제?]

       [??? 아따먹 시청자면 다 친추 돼있죠 무슨 말임;;]

       [갓따먹님 정말 착하시네요……시청자 전원을 친추해주시고……]

       [전원(5명)]

       [캬 이게 하꼬방의 맛이구나]

        

       울타리 밖에서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

       『🔥🔥🔥🔥🔥🔥🔥🔥🔥🔥🔥』

       『나』

       『🔥🔥🔥🔥🔥🔥🔥🔥🔥🔥🔥』

       『나』

       『🔥🔥🔥🔥🔥🔥🔥🔥🔥🔥🔥』

       『락』

       『미친새끼들이 원래 보지도않았으면서 존나나대네 나는처음부터봤는데 홍보까지했는데 도네이션도했는데 구독도했는데 하꼬일때부터봤는데 나는특별한데 이새끼들은 볼거없어서보는거면서』

       『친추는 선 넘었다 알아서 삭제해라 씨1발』

       『저 개새끼들 만날때마다 트롤함』

       『아 진짜 아』

        

       ‘그냥……5명 다 강퇴하고……새로 시작하자……’

       『그냥 5명 다 강퇴하고 새로 시작하자고』

        

       울타리 밖에서 오들오들 떨던 별포크 역시, 그 물결에 동참하고 있었지만.

        

       * * * *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여러가지 의미로.

        

       생각보다 진지한 도적 유저의 비율이 높아서 조금 놀라기도 했고.

        

       도적 유저가 늘어난 걸까. 아니면, 소수의 도적 유저들이 모두 이 방송에 모여든 걸까.

        

       어쩐지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 랭크 게임을 돌렸다가 도적을 만나는 일이 부쩍 늘어나기는 했지만……늘어난 저격의 수를 생각하면, 의미부여를 하기엔 힘들었으니.

        

       아무튼.

        

       슬슬, 마무리해볼까.

        

       마지막 고민에 대한 조언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을 준 사람을 고르고…….

        

       “네. 그러면……마지막 1인을 선정할 시간이네요. 내앞에서도끼들지마쇼님, 축하드립니다. 살아남으셨어요.”

        

       나머지 4명을 강퇴하고 나니, 채팅창이 한층 조용해졌다. 남은 사람……마쇼, 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저 사람이 나름 기쁨을 표시하며 이런저런 채팅을 치고 있기는 한데.

        

       혼자서 메울 수 있는 양이야 한계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슬슬, 전환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마이크 있으신가요.”

        

       [네네!]

       [있어요]

        

       “음……그러면, 둘이 잠깐 얘기나 할까요. 무료 도네이션 기회라고 생각하시고.”

        

       딱히 미리 준비한 상품은 아니었다. 애초에 최후의 1인을 남길 생각도 아니었고.

       

       하지만 그래도 기왕 마지막까지 남았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좀 허탈하지 않나.

        

       엔딩엔 엔딩다운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문득 아크의 방송에서 처음 인터뷰 비슷한 무언가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무료 도네이션은 못 참잖아.

        

       분명 마쇼씨도 기뻐할 거야.

        

       “아. 그런데…….”

        

       트위트 시청자수를 보니, 아직도 13,000여명.

        

       그다지 현실감이 없었던 당시의 나와 달리, 마쇼씨는 이 사람들 앞에서 대화를 하는 것도 힘들 거고……괜히 목소리가 노출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채팅창이 좀…….

        

       과하네.

        

       불멍이 취향이라지만, 그것도 모닥불을 보며 하는 거지. 산불을 보며 불멍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채팅창 분위기가 안 본 사이에 좀 험악해졌네요. 음……다들, 심호흡을 해볼까요. 평화로운 들판에서 뛰노는 양과 말, 그리고 그들을 어루만지듯 부드러운 바람을 떠올려 보세요.”

        

       『어루만져?』

       『들숨에 씨, 날숨에 팔을 외쳐보세요』

       『나 뿔이 부러질 것 같아』

       『🔥🔥🔥🔥🔥🔥🔥🔥🔥🔥🔥』

       『길가다 나 마주치지 마쇼』

       『🔥🔥🔥🔥🔥🔥🔥🔥🔥🔥🔥』

       『평화로운 들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씨1발』

       『반드시 죽인다』

       『후 하 후 하 씨 팔 씨 팔 씨 팔』

       『아이디만 봐도 씹찐따 냄새 풀풀 나는데 제발 새로 뽑자』

        

       이런 분위기라면, 일반인이고 뭐고 신나게 욕설을 퍼붓겠지.

        

       그리고 아무리 나를 알지도 못하는 채 대충 던지는 말이라고 해도, 불특정 다수한테 집중포화를 당하는 건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틀어주면 좀 나아질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경험상 그리 잘 먹히진 않았던 것 같긴 한데.

        

       혹독한 검증절차를 거친……아, 중간 즈음에 들어왔던가. 아무튼, 소중한 인재다.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미리 해야겠지. 유비무환이라고 하잖아.

        

       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분위기에서 마쇼씨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역시…….

        

       “마쇼님 목소리는 방송에는 안 나가게 할 거예요. 이건 싫으셔도 강행할 거여서……네.”

        

       아예 욕을 할 거리를 없애버리는 거 아닐까.

        

       목소리가 들리면, 목소리부터 말투 하나하나 물고 늘어질 테니까.

        

       그냥, 송출을 안 하면 만사가 해결된다. 욕을 해도 나한테 하겠지.

        

       “아. 혹시 그래도 대화 자체가 부담스러우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다른 상품으로 대체를……음, 고민해 볼 테니까. 상품……이라고 할 만한 걸 드릴 게 없기는 한데. 요즘은 현금이 최고의 선물이라는데, 현금을 드릴까요. 원하신다면 편하게-”

        

       [아뇨아뇨안요]

       [너무 좋아요]

       [현금 말고]

       [그 무료 도네]

        

       ……다행이네.

        

       그럼, 시작해볼까.

        

       아.

        

       그래도, 너무 소외되는 건 조금.

        

       안 그래도 내내 구별지었는데.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는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 * * *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네, 안녕하세요.》

        

       《방금 뭘……?》

        

       《아. 시청자 분들은 마쇼님 말은 못 들으셔서 헷갈리실 테니까요. 말씀하시면 제가 대신 말해서 전달드리려고요. 부담갖지 마시고, 도네이션 TTS라고 생각해주세요.》

        

       《아, 어, 저 그렇게 말 안 해요.》

        

       《……죄송해요. 제가 TTS 경력이 짧아서……이건 STS라고 해야하려나. 아무튼, 노력할게요.》

        

       《저 그냥 나갈게요……아니, 아니. 제가 노력할게요. 이제부터는 잘 하면 되니까. 조금 더 연기에 힘을 줘볼까요. 믿어주세요.》

        

       《……마쇼님?》

        

       방송에서는, 약간씩 톤을 바꾸는 이예나의 목소리만 계속하여 흘러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현재 정규 연재 시간은 1시입니다. 5분 지각이네요. 이번에는 정말 시간 내에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공지를 올리지 않았는데…오판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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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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