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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수아에게 들은 이야기는 놀라웠다.

        

       계속해서 그렇게 배척받는 것이 무서워서, 수아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쪽을 택했다.

        

       계속 말을 걸고, 눈에 들려고 노력하고, 친해지고 싶다는 모습을 보이고.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동시에 자기 강점을 최대한 살린다.

        

       그렇게 몇 번이고 부딪힌 결과, 수아는 교내에서 인기 많은 아이가 될 수 있었다. 대부분 반에 친구 하나 정도는 있고, 한 학년 올라가더라도 혼자 시작해야 한다는 걱정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 그날 나한테 말을 걸었던 이유는 뭐야?”

        

       그 모든 것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자신을 배척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그 사람들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일단 부딪혀 친해지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 노력은 결코 짧지도, 쉽지도 않았겠지.

        

       내가 잠깐 날뛰다가 포기했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어.”

        

       수아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었다. 그 모습이 어째서인지 처연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니?”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

        

       수아는 잠시 아무 말 없던 수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가 고립되어있었을 때, 나는 친구들 사이에 있었는걸.”

        

       “…….”

        

       “나도 알고 있었어. 네가 다른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있다는 거. 따돌림당하고 있는 것도. 그야, 나는 그 중심에 있던 사람이니까.”

        

       수아가 그 상황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방조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계속 말을 이어 나가는 수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야. 그냥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말을 걸면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아무 말도 걸지 않았어. 너랑 가까워지면 다른 사람들과 멀어질까 봐, 내가 만들어둔 관계가 전부 깨질까 봐.”

        

       합리적인 추정이었다.

        

       어머님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헛소문이었다고 해도, 실제로 수아가 나에게 말을 걸고 친하게 지내자 주변 사람들과 급격하게 멀어졌으니까.

        

       “그래서, 죄책감이라도 들었던 거야?”

        

       내가 물어보자, 수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면 용서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수아는 그렇게 말해놓고, 한참을 말이 없었다.

        

       내가 끈질기게 기다리자, 수아는 겨우 입을 열어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너를 동경하고 있었던 것 같아.”

        

       “동경?”

        

       오늘 수아에게 들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동경? 동경이라니? 나의 상황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걸까?

        

       하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내 주변 상황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수준까지는 갔었다. 어차피 말을 걸어도 대답조차 돌아오지 않으니, 이쪽에서도 말끔하게 무시해버리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건 일종의 불문율이 되어서, 내 주변에 앉은 아이들과 나 사이에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났다.

        

       그 아이들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실, 싫어한다. 내 상황을 그렇게 만든 것은 그 아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과거의 나에게 있어 언제나 제일 중요한 것은 어머님과의 관계였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던 것도 어머님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죽기로 결심했던 것도 내가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증인이었던 어머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런 나를 보고, 수아는 동경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 감정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나는 조금 궁금했다.

        

       내가 되물은 것이 화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수아는 바로 조금 전에 가졌던 침묵보다 조금 더 긴 침묵 후에, 천천히 말을 내놓았다.

        

       “그런 괴롭힘을 받고도, 언제나 당당했으니까.”

        

       당당한 게 아니라 관심이 없었던 거지만.

        

       “그리고, 그날도, 나의 말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수아와 사진을 찍었다.

        

       그래, 평소의 나였으면, 그때의 나였으면.

        

       죽음을 선택하지 않거나, 죽는 것에 실패한 나였으면.

        

       아마 그렇게는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나에게 이수아라는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던 것처럼.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었지.”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

        

       수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한테 고통받아도,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내고 있는 줄 알았어.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했던 나랑은 다르게.”

        

       틀렸다.

        

       견뎌낸 적 없다. 무시하려고 노력했을 뿐이지.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견뎌내지도 못했고. 죽었으니까.

        

       ……아니.

        

       그것조차 실패했지. 누군가에 의해서.

        

       지금은 고마워하고 있다.

        

       “……미안.”

        

       “…….”

        

       저 사과가, 내가 받기에 정당한 사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던, 양혜인의 사과처럼. 사실 나를 대하던 태도를 생각하면, 양혜인과 똑같은 수준으로 사과를 받아주는 쪽이 좋겠지.

        

       상대방이 사과한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나름의 복수였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그러기가 싫었다.

        

       아니, 사과받아주고 싶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받아주기 싫었다.

        

       ……그렇다고 수아가 증오스러워서 그렇다는 기분은 아니었고.

        

       그냥, 수아가 그렇게 잘못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들어서,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나도 알고 있다. 이게 편파 판정이라는 걸.

        

       양혜인도 나름대로 나를 도와주려고 했고, 사과도 먼저 했다. 사과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나름대로 느껴졌고.

        

       그런데, 이상하게 수아와 양혜인을 같은 곳에 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

        

       이건 어째서일까.

        

       “……잠깐만.”

        

       수아는 어느새, 자세를 고쳐 앉으려고 하고 있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무릎이라도 꿇으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왠지 싫었다.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으음.”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모르겠다.

        

       어쩌면, 그 사람의 영향일지도 모르지.

        

       나는 수아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서는, 눈 부신 빛이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늘이만큼 밝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인생을 바꾸어 줄 사람 중 하나.

        

       ……그리고 이건 아마도, 그 사람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 판단을 믿을 뿐이다.

        

       “사과는 나중에.”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용서하겠다고 하고 넘어갈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그 사람의 판단이었으니까.

        

       “……응.”

        

       수아는 나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한밤중에 남의 집을 돌아다니는 것이 해도 되는 일일까?

        

       ……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한밤중에 슬며시 눈을 뜬 것은, 그저 목이 말라서였다.

        

       보통은 메이드를 부르면 되었지만, 여기서 일하시는 분은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였다. 내가 살던 곳에서도 나이 많은 사용인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와 일면식도 없던 사람’과 ‘나의 인생을 망친 사람들’을 비교하자면 그 격차가 너무 크지 않을까?

        

       무엇보다 내 사용인도 아니고, 수아의 부모님께서 고용한 사람이니까.

        

       그렇기에, 나는 말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내 오른쪽 팔에 수아가 꼭 붙어있는 것을 알았다.

        

       수아의 따뜻한 몸이 팔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그리 덥지 않은 밤이었는데도 팔이 땀으로 축축했다.

        

       “…….”

        

       하긴, 이것도 매일 겪는 일이다.

        

       나는 천천히, 최대한 수아를 깨우지 않도록 팔을 빼냈다.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별로 상관하진 않았다. 내일 졸리면 학교에서 좀 자면 그만이지.

        

       ……그리고, 머릿속으로 세워보고 있는 계획 중에서는 아예 학교조차 가지 않는 방법도 있었으니까.

        

       물론 그건 너무 극단적인 일이다. 적어도 내가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그 사람은 반대할만한 일이기도 했고.

        

       “아.”

        

       맞다.

        

       요즘 어떻게 살고 있냐고 물어서, 요즘 있었던 일에 관해서 이야기해주던 참이었는데.

        

       꿈이지만, 꿈이 아닌 그 순간을 떠올린다.

        

       매일 밤, 나를 방 안에서 기다려주는 그 사람.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나는 그 사람 덕분에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을 뜨면, 다시 그 사람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차라리, 마음을 조금은 열어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평소에 하는 추한 생각들을 그 사람이 보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두려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렇게 착한 사람이다. 나의 어두침침한 욕망을 보고 나에게 질려버리면 어쩌지? 언제나 그렇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자던 침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이 침대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어둠 속을 더듬어 천천히 걸어 거실 쪽으로 나갔다.

        

       다행히 달이 밝아서 아무도 없는 거실이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부엌으로 걸어가다가—

        

       그곳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멈칫했다.

        

       부엌에 불이 켜진 것은 아니었다.

        

       아마, 냉장고 문이 열려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일 거다.

        

       “…….”

        

       이대로 갔다가 저기 있을 사람과 마주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내가 그렇게 고민하던 사이에,

        

       “……수아냐?”

        

       그런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아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그 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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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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