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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왕국에 ‘레지스탕스’가 있다면, 그 반대에는 ‘크비슬링스’가 있었다.

     크비슬링.

     사람 이름이다.

     왕국과 제국 사이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북부 대공.

     북부가 지금과 같이 생명체가 하나도 살 수 없는 영구동토-‘블리자드 마법’이 깔린 살얼음 지대가 되기 이전, 제국에서 왕국으로 통하는 길을 열어준 희대의 매국노.

     현대로 비유하자면 지브롤터가 협곡의 관문을 열어준 것과 같다.

     엄밀히 따지면 다르고, 영웅으로 등장한 얼음 법사의 블리자드 마법에 의해 3만 대군이 전부 설원에서 얼어붙은 채로 죽어버렸다.

     그렇게 크비슬링은 사람의 이름이지만, 당대에 이르러 하나의 형용사처럼 자리를 잡게 되었다.

     나중에는 지브롤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팔아먹을 매국노’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그런 이름으로 된 조직이 있다?

     반역이다.

     누군가는 그 이름을 듣고 신고하거나 왕가에 충성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에드먼드 듀카스텔 백작과 같이 노스트럼 왕국에 배신당한다거나, 왕국에 커다란 불만을 품게 되어 더 이상 충성을 할 수 없게 된 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바로 이곳, 왕도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있는 어느 한 허름한 술집에 있는 비밀의 방처럼.

     “이곳입니다, 듀카스텔 백작.”

     “여기는….”

     “가볍게 포커를 치고, 와인을 즐기는 곳이죠.”

     아무도 없는 방.

     가운데에 오직 원형 테이블 하나만 놓여있고, 사람 수에 따라 의자를 6개까지 배치할 수 있는 너비.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임의 목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전한 포커 모임이 될 수 있고, 약간의 탈러를 걸고 하는 내기 포커가 될 수 있고, 그도 아니면 포럼도 괜찮죠.”

     “포럼?”

     “노스트럼, 이대로 괜찮은가?”

     “…….”

     그 말을 하며 내가 먼저 의자에 앉자, 듀카스텔 백작은 순순히 내 앞에 마주 앉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진정하시죠.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버지 같은 사람도 있고,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야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속내를 드러내는 자도 있다.

     “듀카스텔 백작님. 저는 백작님을 지지합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기는 하지만.”

     듀카스텔 백작의 경계가 슬쩍 누그러진다.

     내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이유가 일단 누아르 지브롤터를 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

     “무엇보다, 저희 외조부님과 긴밀한 인연이 있지 않으십니까?”

     “음…!”

     듀카스텔 백작이 잠시 창백한 얼굴로 침음성을 흘린다.

     “그대, 지금 무슨…?”

     “아버지와 어머니가 외조부와 연을 끊었다고 해서, 저까지 굳이 연을 끊을 이유는 없죠.”

     “!!”

     “그분과 친하다고 들었습니다. 자크 렘부르 군터 남작과.”

     굳이 에드먼드 듀카스텔을 이 자리까지 초청한 이유가 있다면, 이 남자는 내가 알고 있는 인간 중에서 세인트 지오와 쌍벽을 이루는 막장 쓰레기와 친하다.

     “외조부님과는 의형제와 같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분이 곤경에 처한 걸 보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흥….”

     “제가 교수였다면 어떻게 편을 들어드리고 그랬겠습니다만, 제가 나섰다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났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는 입 꾹 닫고 있다가, 이렇게 나를 부른 것이냐?”

     적당히 올려주자마자 바로 말을 내려놓는다.

     

     ‘하여튼.’

     

     크비슬링스에 들어오기 적합한 인간들이란 하나같이 다들 이 모양이다.

     ‘건방진 쓰레기가.’

     이래서 솔직히 직접 대응하기 싫었지만, 누군가는 쓰레기를 치우려면 직접 손으로 옮겨야 한다.

     “예. 듀카스텔 백작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제안?”

     “여기.”

     나는 탁자 아래에 놓아둔 제국어로 된 계획서를 앞으로 내밀었다.

     “음….”

     노인네가 제국어를 알까?

     알고는 있어도, 최소한 행정체계에서 운영하는 계획서를 읽을 수나 있을까?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국에서는 현재 왕국의 저명한 귀족들을 초대하는 국가 단위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 단위…?”

     “제국 황실에서 직접 운영하고 계획하는 사업으로, 한 마디로 ‘제국문화탐방 및 교류’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 가지 물어보도록 하지.”

     아직 계획서는 펼치지도 않았는데 경계심이 역력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네가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지?”

     “그야, 제가 크비슬링 중 하나니까요?”

     “뭐라?”

     “별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실은 중요하다.

     저 인간이 내 말을 믿으려면 ‘그레이 지브롤터가 왜 제국의 사람과 손을 잡았는가?’라는 의문에 확실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아스타시아를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

     “아스타시아 황손녀와 친해진 덕분에, 그녀를 통해서 제국의 이런저런 재미있는 일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크비슬링.

     매국노 그레이가 나서야, 이런 자를 설득할 수 있다.

     “제국에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더군요. 뭐,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것 좀 챙기기 좋은 것들이 참 많더군요.”

     “그대는….”

     “지브롤터에서 태어났다고 모두가 변경백이 될 수는 없지요. 마침 협곡 또한 열렸으니, 새로운 땅에서 편하게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기도 하고.”

     “……!!”

     나는 가볍게 솜누스 차를 홀짝였다.

     “저는 직접 갈 수 없습니다. 눈치도 있고, 다리도 이 모양이라.”

     “자네, 설마…?”

     “한 번, 제국을 둘러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여행 삼아.”

     “음…!”

     

     듀카스텔 백작이 침음성을 흘리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선택지는 없다.

     노스트럼에 가만히 있자니 사교계에서 온갖 구설에 휘말릴 것이며, 오로솔에 있자니 당장 다음 학기에 수업이 열릴지조차 의문.

     아무리 나이 들고 늙은 꼰대-보수적인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차기 국왕을 상대로 아무런 지지 기반 없이 전면전을 펼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지금 제국으로 간다면….”

     “도망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곧 내용을 보고 부러워하게 될 겁니다.”

     “부럽다?”

     “예. 비용은 일체 지불하지 않고, 약 반년 동안 제국에서 지원하는 비용으로 시찰하시면 되는 거니까요.”

     “뭣…?”

     나이 들수록, 공짜는 못 참는다.

     “그게 정말인가?”

     “예. 제국 문화관광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들었습니다. 국책사업으로서 후보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쉽게도 저는 뭐….”

     “그, 그렇다면….”

     “효도 관광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다녀오시지요? 나중에 제국 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면, 최소한 10억은 들 겁니다.”

     벌떡.

     “10억!”

     “그뿐이겠습니까. 가는 곳마다 자유롭게 움직이실 수 있을 겁니다. 제국에서 ‘가이드’를 붙여줄 거니까요.”

     “가이드?”

     “메이드 비슷한 겁니다. 여행을 가면 그 여행지를 소개해 주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알려주는 이들이죠. 뭐…원하신다면.”

     나는 다시 한번, 품에서 캐롤라인이 든 병을 꺼냈다.

     “이쪽으로도 아마 제법 재미를 볼 수 있지 않으실지.”

     “크, 크흠.”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하지만, 이미 눈동자는 캐롤라인과 계획서를 번갈아 보고 있다.

     “한 번 생각은 해보겠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저도 여기에 추천하는 이름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는 누구를 보내려고 한 건가?”

     “아무도 없다면 제가 가야겠죠. 이런 꼴이지만.”

     “음….”

     

     듀카스텔 백작은 침음성을 흘리다, 계획서와 함께 캐롤라인 병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그대의 마음을 잘 알겠네. 조만간 따로 한 번 더 연락하지.”

     “예. 아. 이거 한잔하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빈 잔에 미리 준비했던 또다른 유리병 안에 든 액체를 각각 부었다.

     “한 학기 동안 바빠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듀카스텔 백작.”

     “그래. 그….”

     듀카스텔 백작은 어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잔을 들었다.

     “혹시 지브롤터 변경백과 만날 일이 있다면, 내가 누아르를 공격하려고 한 게 아니라, 원래 목표였던 제국 유학생의 점수를 깎으려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잘 설명해 주게.”

     “사실대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보다 무서운 사람, 크림슨 지브롤터.

     아무리 협곡에 있다고 하더라도,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분은 아버지께서 오해하지 않도록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짠, 하지.”

     “예.”

     나는 듀카스텔 백작을 향해, 잔을 들었다.

     * * *

     저녁, 제국 유학생 기숙사 4층.

     “가려고 할까요?”

     “갈 겁니다. 안 가면 여기에서 얼굴 들고 못 살거든요.”

     파스타를 돌돌 말아 먹는 아스타시아의 그릇에 잘 구워낸 스테이크 한 점을 올리며, 나는 아스타시아의 빈 유리잔에 음료를 따랐다.

     “다음 왕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러 단독수석을 만들었는데 그걸 당사자에게 면전에서, 그것도 다른 교수들이 보는 앞에서 핀잔을 들었으니.”

     “아, 그게 제일 큰 목적이었어요?”

     나리아에게 잘 보인다.

     누아르를 엿먹인 근본에는 지브롤터나 제국을 향한 불만도 불만이지만, 그쪽이 제일 컸다.

     “다른 교수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며 대충 학점을 파악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누아르에게 A0학점을 주지 않았어요.”

     “누아르를 깎아내려서 나리아를 띄우려고 하다니. 으음….”

     “설마 당사자가 교수회의에 직접 쳐들어와서 뒤집어엎고 갈 줄은 몰랐을 겁니다.”

     어느 한 늙은 귀족의 엉큼한 계획은 17세 왕녀의 당돌한 행동으로 전부 망가지고 말았다.

     “세인트 지오에서 나리아 지오로 갈아타려는 알량한 속셈이죠.”

     그리고 좀 더 근원적으로 들어간다면, 왕이 바뀌어도 듀카스텔 백작으로서 권력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어 하는 권력욕이 근간이 된다.

     “내가 너를 수석으로 만들었다. 아니었으면 공동 수석이었다.”

     “그걸로 유세하기에는 너무 약하지 않아요?”

     “그런 걸로도 유세를 어떻게 해보려고 한 안쓰러운 정치적 움직임인 겁니다. 불쌍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죠.”

     비벼볼 언덕조차 없기에 그런 짓을 저질렀다.

     애초에 그런 알량한 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터.

     “괜찮습니다. 이제 남은 건 황태자가 이 쓰레기를 가지고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그걸로 골머리를 썩이는 일만 남았죠.”

     “으음…. 괜히 그레이가 욕을 먹는 게 아닌가요? 이런 인간을 추천해 줬다고.”

     “제국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인재입니다.”

     노스트럼에서는 권력에 빌붙는 박쥐 같은 인간이지만, 제국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딱 회유하기 좋은 인재다.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 버렸으니 영웅의 재목은 아닐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사병 1천명 정도 되는 백작가 하나를 날로 먹을 좋은 기회 아니겠습니까.”

     “으음….”

     “왜 그러십니까?”

     “아뇨, 그냥. 그런 자들이랑 그레이가 말을 섞는 거, 왠지 생각하기도 싫어서.”

     “제가 하는 게 낫습니다.”

     적어도 이런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내가 하는 쪽이 더 낫다.

     “제국 유학생 중에 한 명이 접근하려고 했다? 남자라면 상종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여학생이 접근했다면…아마도 높은 확률로 육체관계까지 요구했을 겁니다.”

     “윽….”

     아스타시아는 질색하지만, 실제로 그럴 인간이다.

     “크비슬링스에 가입한 자들은 그런 오물입니다. 제국에서는 그 오물을 이용해 왕국을 침략할 방법을 찾을 것이며, 적당한 기회가 있다면….”

     “나리아에게 알려서 숙청한다?”

     “그레이 지브롤터에게서 유출된 게 아닌, 크비슬링스 본인들의 실수를 나리아가 알아차린 거라면 저도 의심받을 이유가 없죠.”

     무능하거나 능력이 부족하지만 매국심은 가진 자들.

     분명 어디에서든 틈이 있을 것이며, 그 틈을 찌를 때조차 나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죽기 전에 마지막 여행 한 번 보내는 거죠.”

     “제국 황실 돈으로?”

     “제 돈으로 보내줄 인간은 아니잖습니까?”

     예쁘게 포장된 쓰레기는 제국 탈러를 마구 먹어치울 것이다.

     제국 전체가 가진 탈러 총량에 비하면 티끌이겠지만, 야금야금 지속적으로 갉아먹는 쥐새끼의 존재는 존재만으로도 사람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법.

     

     “그리고 이 크비슬링스, 매국노들은 자신들이 함정에 빠진 줄도 모릅니다.”

     “함정…?”

     쥐는 역병을 퍼뜨리고 제국이 아닌 우리 집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나는 쓰레기 사이에 독약을 숨겨뒀다.

     “어떤 약은 몸에 좋고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특정 약과 동시에 복용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하죠.”

     나는 품에서 빈 유리병을 꺼낸 다음, 그 옆에 종이봉투 하나를 놓았다.

     “그건…!”

     “아무것도 없는 빈 봉투입니다, 공주님.”

     “…하는 거 아니시죠?”

     “당연히 아니죠. 제가 왜 이걸 합니까. 이쪽이 더 안전하고 효과 좋은데.”

     “그건 알고 있지만….”

     “하여튼. 괜히 이거 두 개 동시에 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나는 비어있는 종이봉투를 든 다음, 비어있는 유리병에 안에 든 무언가를 붓는 시늉을 했다.

     “단기적으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독이 되니까요.”

     “진짜 독이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되었다가는 제국의 그림자에게 들킬 수도 있을 텐데.”

     “들키지 않습니다. 독은 독인데, 엄밀히 따지면 독살은 아니라서.”

     차라리 죽여달라고 할 정도로 아프겠지만.

     “특제 캐롤라인과 제국산 백은을 장기간 동시에 섭취할 경우. 그리고 적절한 차를 이용하여 해독하지 않을 경우.”

     나는 솜누스 차가 든 잔을 들었다.

     

     “체내에 쌓인 ‘은’의 성분은 몸속을 순환하다가, 어느 순간 신체 어느 곳에 쌓여서 배출되려고 모일 겁니다. 그것이 또 어느 순간, 은의 본래 형태인 ‘뼛조각’으로 변환될 가능성도 있고.”

     “뼛조각이, 배출?”

     “절대 하지 마십시오.”

     나는 미래에서 수많은 매국노가 고생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냥, 걸리면 죽을 만큼 아픈 극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이거 두 개를 한 5년 정도 장기간 섭취하게 되는 순간.”

     석(石)은 석이지만, 은(銀)의 성질을 가진.

     “‘요로결은’이라는 게 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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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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