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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쏟아진 산성비가 넘치며 발생한 홍수가 갑작스레 덮쳤다.

   대응할 틈도 없이 불어난 홍수가 한순간에 모든 걸 휩쓸었다.

     

   그리고 모두를 지키기 위해 마법사인 무즈캉이 자신의 마법을 불살라 호수 속에서 막아 내었다.

   그 대가로 무즈캉은 기력이 다해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모든 것을 쏟아낸 대가였다.

   그의 얼굴에 후회는 없었다.

     

   후회는 남은 이들의 몫이었다.

     

   「이 바보가, 머저리가…….」

     

   특히, 루즈랑이 굉장히 힘들어했다.

     

   「……시체는 가져갈 수 없다.」

     

   무즈캉은 죽기 직전 아공간에서 내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놓고 갔다.

   이제 짐을 챙겨줄 마법사는 없었다.

     

   각자의 몫의 짐을 지고 나아가야 한다.

   하물며 마법의 보호조차 더 이상 누릴 수 없었다.

     

   「내가, 내가 챙겨갈게.」

   「아니, 됐어.」

     

   눈물을 쏟아낸 루즈랑은 에벨아스크가 시체로서 챙겨가겠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가슴이 네 힘도 무한한 게 아니잖아. 이거면 된 거야.」

     

   루즈랑은 자신의 배를 감쌌다.

   그 모습을 보고, 에벨아스크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산성비 속.

   후회 없는 얼굴인 무즈캉은 그렇게 소실 되어 사라져갔다.

     

   세 사람의 여정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뒤에 두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두 번째 희생자는 루즈랑이었다.

   외팔이 검사로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지만, 외팔이였다는 것이 그녀에게 끝을 고했다.

     

   몰려온 괴물들이 쏟아낸 독액을 빈 팔 부분에 맞으며 심장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루즈랑, 안 돼요! 안돼!」

     

   에벨아스크가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살리고자 챙겨온 약품을 다 부었지만.

   그녀의 생명은 빠른 속도로 꺼져 갔다.

     

   「아하하, 무즈캉 그녀, 석이 이어준 것도 하나 못 지, 켰네.」

     

   피를 울컥 토해낸 루즈랑이 무척이나 아쉬운 얼굴과 함께 서서히 눈을 감았다.

     

   「하다못해 혼자면 괜찮았을, 텐데.」

     

   자신의 배를 감싸고, 짙디짙은 미안함을 느낀 채 루즈랑은 그렇게 끝을 맞이했다.

   당연하지만 그녀의 시체 또한 챙겨 갈 수는 없었다.

     

   에벨아스크의 마나도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지.」

     

   철사자와 에벨아스크는 결국 둘만 남은 채 여정을 계속했다.

   둘 사이에 이야기는 자꾸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철사자는 천천히 딸의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계속했다.

   에벨아스크는 그 이야기를 잠자코 듣는 것 말고는 더 이상 입술을 열 수 없었다.

     

   그러던 날.

   여느 때처럼 사전에 시체로 확인했던 에벨아스크의 발아래가 무너졌다.

     

   운 나쁘게도 지면 아래쪽에 지하 산성수가 들이차며 아래를 순식간에 녹여 버렸고, 그 탓에 위에 지반도 덩달아 무너진 것이었다.

     

   아, 나는 이렇게 죽는구나.

   에벨아스크가 멀어지는 하늘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미는 다시 보고 싶었는데.

   이미 오래전에 마음이 꺾이고, 육체가 지쳐버린 그녀는 그런 아쉬움을 품은 채 눈을 감았을 때였다.

     

   순식간에 산성 호수에 빠지게 될 위기에 처한 순간.

   그녀를 붙잡은 건 철사자였다.

     

   곧이어 그녀의 몸이 부웅하니 떠올랐다.

     

   순식간에 위로 올려진 에벨아스크가 눈을 커다랗게 떴을 때.

   그녀는 어느샌가 지상을 나뒹굴고 있었다.

     

   한참을 나뒹군 그녀가 콜록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텅 빈 지상만이 그곳에 있었다.

     

   「……철사자 씨?」

     

   에벨아스크가 그를 불렀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에벨아스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동시에 그녀가 급히 자신이 떨어졌던 장소로 가자, 보이는 건 세차게 흘러가는 산성 지하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그 순간.

   철사자가 몸을 던져 에벨아스크를 잡아 던지곤 자신은 그대로 산성 호수에 빠져 버린 것이었다.

     

   「아, 아아.」

     

   자신의 실수 탓에 벌어진 상황에 그녀는 깊디깊게 절망했다.

   자기 딸을 구하기 위해 지상까지 나온 그였다.

     

   그런데 딸을 우선시하지는 못할망정 자신을 우선시했단 말인가.

     

   에벨아스크도 알았다.

   은연중에 철사자가 자신을 무심코 딸과 같이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기 딸과 또래인 그녀였으니 종종 그런 행동이 튀어나오고 만 것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던 철사자의 눈에는 늘 애절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철사자는 그녀를 구하는 것을 선택하고 만 것이다.

     

   에벨아스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성비에 노출되어 녹아든 피부와 다리를 이끌고, 그녀는 다시금 나아가기 시작했다.

     

   철사자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가 목표로 했던 것을 이뤄내야만 했다.

     

   그의 단 하나뿐인 목표.

   딸을 살리는 것.

     

   그리고 베나포치의 목표.

   도시를 구원하는 것.

     

   희망이라는 이름에 맞게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힘들었다.

   멸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상은 자꾸만 에벨아스크의 발목을 묶었고, 그녀의 몸은 가면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어 갔다.

     

   「쿨럭, 커흑.」

     

   그리고 몸은 결국 한계점에 도달했다.

   죽음이 코앞까지 왔다.

     

   하지만 그녀는 죽을 수 없었다.

   모두가 희생하며 자신을 여기까지 보냈으니까.

     

   그러니 그녀는 스스로 시체가 되기로 했다.

     

   「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심장을 적출해낸 그녀가 네크로맨서 마법을 걸었다.

   그 결과 그녀는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었다.

     

   피가 뚝뚝 흐르는 심장을 쥐고, 그녀는 생기가 없어진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음에서 멀어진 몸은 이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다.

     

   「곧, 곧이야.」

     

   신호는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그리고.

   그리고 그 끝에.

     

   드디어 그녀의 여정이 끝마쳤다.

     

   투둑-

     

   그녀가 모래 사이에 빠져 있던 마법 신호기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곳에 산성비는 분명 멎어 있었다.

   예전 조사단이 목숨을 걸고 알아낸 장소답게 확실히 산성비는 없었다.

     

   그러나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정말 단지, 산성비만 없을 뿐.

     

   산성비가 없이 내리쬐는 태양이 모든 것을 녹여 지웠기 때문이었다.

     

   에벨아스크는 첫날에 보았던 태양을 보며 따스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오존층은 물론 대기 자체가 파괴되어 일직선으로 내리쬐는 태양 앞에 인간은 살 수 없었다.

     

   조사단은 먹구름 없이 텅 빈 하늘을 보고, 지상이 회복되었다고 여겼지만.

   그 실상은 이러했던 것이었다.

     

   1차 조사단의 시체는 없었다.

   식량이 전부 없어지고, 산성비의 폭풍과 마력 장으로 돌아갈 길조차 없어진 그들이었다.

   그러니 그들은 이 태양 아래에서 결국 녹아 전부 모래가 되었다.

     

   그저 그들의 남은 의지를 담은 구조 요청 마법 신호기에 남은 마나가 아슬하게 보호 마법을 유지 중일 뿐이었다.

     

   「너무, 하잖아.」

     

   에벨아스크가 갈라진 목소리로 참던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네 명과 함께 목숨을 걸고 그토록 나아와 도달한 곳이었다.

     

   누군가는 딸을.

   누군가는 친구를.

   누군가는 희망이 되고자.

   누군가는 낙원을 찾고자.

     

   여기까지 나아왔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거라니.

   에벨아스크는 견딜 수 없는 지독한 감정에 빠졌다.

     

   자신들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쏴아아아아아-

   쿠궁!

     

   그리고 그녀에게 종말을 고하듯 되돌아가야 할 길에 산성비 폭풍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본 그녀는 해탈한 듯 웃었다.

     

   그러고는 낙원이라 믿었던 태양 아래를 멍하니 걷기 시작했다.

   그저 이곳에 한 줌의 낙원이 있기를 바란 채.

     

   멸망 속에서 그녀는 정처 없이 걸었다.

     

   모든 마나를 보호에만 쏟은 채 남은 자투리 마나 없이 모든 것을 사용했을 때쯤.

   그녀는 결국 쓰러졌다.

     

   내리쬐는 태양이 그녀의 몸을 녹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항할 힘조차 그녀에게는 이제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차라리 진작 이렇게 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동료들을 다시 보자며.

   친구인 아이미를 다시 보자며.

     

   그녀가 마지막 눈을 감았을 때였다.

     

   그녀가 누운 모래가 대뜸 푸욱 하니 꺼졌다.

     

   그리고 꺼진 모래 속으로 그녀의 힘 없는 몸이 빨려 들어갔을 때.

   그녀가 다시금 눈을 떴다.

     

   차가운 물이 머리에 닿았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보인 것은 호수와 숲속이었다.

     

   책에서만 보았던 그 광경을 멍하니 본 그 순간.

   그녀는 낙원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모두!」

     

   에벨아스크가 급히 몸을 들었을 때였다.

   그러나 그곳은 똑같은 숲이 있었다.

     

   그녀가 멍하니 걸음을 옮겼다.

     

   없다.

   방금까지 강렬히 내리쬐던 태양도 산성비도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자기 동료들도 세계도 이제는 없었다.

     

   낙원을 찾아내었음에도 그녀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그 현실이 다시금 고개를 들이민 순간 그녀는 지독한 고독의 냉기가 스며듦을 느꼈다.

     

   차갑다.

   너무 차가워서 몸 안이 썩어 버릴 만큼 차갑다.

     

   세상에 혼자만 버려졌다는 기분이 순식간에 그녀를 갉아 먹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아니야! 내가, 내가 있으니까! 난 네크로맨서니까!」

     

   그리고 곧 스스로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네크로맨서.

   시체를 다루는 이다.

     

   네크로맨서의 궁극의 도달점은 시체조차 되살려 살아 있는 이와 구분을 못 하게 하는 경지다.

   거기에 도달한다면 낙원에서 다시금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다.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낙원에서 말이다.

     

   정작 되살릴 수 있는 한 줌의 시체조차 없는 이 현실을 부정해버린 그녀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에벨아스크 베나포치.

   세계 유일의 네크로맨서는 그렇게 세계 침식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세계 침식자는 지금 눈앞에 한 소년을 마주 보고 있었다.

     

   “에벨아스크 베나포치.”

     

   그 소년은 푸른색의 눈동자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현실을 부정만 하며 살 거냐.”

     

   크라슈의 발언은 에벨아스크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파르르 떨렸다.

     

   안다.

   그녀도 오래도록 현실만 부정하며 살아왔다는 걸.

     

   그러니 그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 그녀는 더더욱 혼자 방에 틀어박혔었다.

     

   “뭘 안다고, 뭘 아는데.”

     

   에벨아스크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그토록 힘들었던 여정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다시금 그 여정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때만큼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때도 없었으니까.

     

   이곳에서 자신은 침식자다.

   이방인일 뿐이다.

     

   “알아.”

     

   크라슈는 헛웃음을 흘린 채 에벨아스크를 바라보았다.

     

   그야, 징글맞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감옥에 혼자 갇힌 그녀는 과거 이야기를 매일 같이 늘어놓았으니까.

     

   그때 당시에는 에벨아스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던 크라슈였지만.

   그 또한 이제는 안다.

     

   알던 녀석들의 죽음에도 악착같이 버티고, 또 버텼음에도.

   결국에는 멸망을 막지 못한 그 날.

     

   크라슈는 참혹할 정도로 깊게 절망했으니까.

     

   모두의 희망을 짊어진 대가는 사람의 어깨를 어김없이 짓눌렀다.

     

   “나도 나랑 지냈던 녀석들은 이제 이 세계에 없어.”

     

   분명 같은 사람일지라도 크라슈의 기억 속 이들은 이제 존재치 않는다.

   그들은 멸망해버린 그 세계 속에서 더 이상 돌아올 수 없으니까.

     

   에벨아스크가 자기 동료들을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하듯.

   크라슈 또한 그때의 동료들을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

     

   남은 건 오직 기억뿐.

     

   “그래도 살아간다. 그 녀석들이 나를 살리고, 여기까지 이어줬으니까.”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크라슈는 전심전력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만이 그 녀석들에게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냐. 목표에 매달려 놓지 못한 채로 지금까지 살아왔잖냐.”

     

   크라슈가 한 걸음 떼었다.

   그러자 에벨아스크의 몸이 흠칫 떨렸다.

     

   “무섭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는 게.”

     

   고독이란 지독하다.

   자신이 알던 세계를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고독은 이뤄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니 에벨아스크는 현실을 부정한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세계에서 자신은 영원히 혼자일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니 숨은 거잖냐. 또다시 이 세계에 무언가를 남긴다 한들 또 전부 잃어버릴까 봐.”

     

   에벨아스크의 눈이 흔들렸다.

     

   하늘에서는 조금씩 눈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눈 사이로 크라슈의 눈동자는 푸르게 빛났다.

     

   내리는 눈 속에서 에벨아스크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에벨아스크.”

     

   어느새 눈물을 가득 채운 채 한마디도 못 하는 에벨아스크를 향해 크라슈는 말했다.

     

   “그때처럼 거래 하나 하자.”

     

   에벨아스크의 그때와 크라슈의 처음은 분명 다를 것이다.

     

   「크라슈, 한 가지만 거래하자.」

     

   그녀는 흑마녀의 죽음 이후 감옥 속에서 크라슈에게 그리 부탁했다.

     

   「에파니아 황궁이 숨겨온 비밀을 하나 알려 줄게.」

     

   모든 걸 내려놓은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철장에 그렇게 머리를 기대었다.

     

   「아서가 지닌 내 심장을 부서줘.」

     

   그때 크라슈는 분명 그녀에게 죽음을 거래 받았다.

     

   “나는 크림슨가든의 불사를 이어받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거래를 입밖에 내뱉고 있었다.

     

   에벨아스크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에벨아스크는 크림슨가든과는 다른 의미로 불사다.

     

   하지만 그녀는 원한다면 심장을 부숴 죽을 수도 있었다.

   단지, 자신을 살려준 옛 동료들을 위해 죽지 않고자 노력할 뿐.

     

   그녀는 반푼이 불사였다.

     

   하지만 크림슨가든은 다르다.

   그녀는 진정한 의미에서 불사였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이어받게 될 크라슈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바스러져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 세계를 살아갈 거다.”

     

   지금까지 그녀의 곁에 있던 모든 이가 바스러져 사라졌었다.

   그녀의 동료도 친구도 세계도 어느 것 하나 남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그 고독이 무서워 현실에서 도피하듯 부활에 매달렸다.

     

   지금도 그녀는 두렵다.

   자신의 곁에 있는 이가 떠나는 그 모습과 찾아올 고독이 너무나 두렵다.

     

   그런 그녀의 고독 속.

   어느새 발을 들인 소년에 의해 새까맣던 고독이 덧칠해져 갔다.

     

   크라슈의 손이 에벨아스크의 머리를 감쌌다.

     

   멸화침식을 사용한 덕에 손에 깃든 온기가 그대로 머리를 타고, 그녀에게 스며들어 왔다.

   

   

   

   

     

   에벨아스크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투성이인 그녀의 눈에 비춘 소년은 천진난만하게 웃음 지었다.

     

   “외로우면 그냥 내 옆에 붙어 있어라. 아주 그냥 지긋지긋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에벨아스크의 떨리는 눈에서 볼을 타고 주르륵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에벨아스크가 그동안 겪어온 고독을 이어받겠다.

     

   저주라면 뭐든 훔치는 거야말로 자신의 특기였으니까.

     

   “그러니 나 좀 도와.”

     

   크라슈가 산 저편을 가리켰다.

     

   “이번 세계는 한 번 같이 구해보는 것도 괜찮잖냐.”

     

   소복이 쌓여 내리는 설산 위.

     

   멸망해 버린 세계를 겪고, 모든 것을 잃었던 두 사람.

     

   그 두 사람이 현재의 세계에서 마주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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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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