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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155 – 주간히든이벤트>

     

    면회주간.

    보호자들의 강의 및 생활 참관이 진행된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일주일 중 하루이틀을 보내자마자 모두 떠났다.

    밖의 일정이 많아서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는 차라리 자의로 떠나기라도 했지, 대부분은 더 남고 싶어도 면회티켓이 없어서 떠나는 경우였다.

     

    “우호호! 사랑스러운 티토소가야, 파파는 이틀차에도 살아남았단다!”

    “…파파, 제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면 안 돼요? 저 너무 부끄러워요…”

    “불가능! 우리 티토소가가 친구 열 명이랑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을 거란다!”

    “여, 열명이나요?!”

    “왜 그러니? 집에 보내는 편지에는 조명대 덕분에 인싸가 되었다고 언니 고마워, 의심해서 미안해라고 적지 않았니?”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

     

    티토소가는 울상을 지었다.

    조명대에서 빛만 나와도 신기하다고 웃고 떠들며 즐기던 아이들은 어느덧 경쟁자가 되었다.

    학점이 부족하면 포인트로 때워야 한다.

    한 끼 식사가 5포인트인 마당에 감히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거금이 든다.

     

    “이런 와중에 친구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냐고요… 게다가 저도 싫은 애들 엄청 많은걸요.”

    “그럼 파파가 화해시켜줄까?”

    “아 진짜! 하지마요 쫌. 쪽팔리다니깐요!”

    “파파가 쪽팔려…? 티, 티토소가아… 벌써 그럴 나이가 된 거야…?”

    “아, 아니이… 파파가 자꾸 쪽팔리는 소리를 하니까 그런 거잖아요오…”

     

    숨 막히는 부성애에 시달리는 티토소가를 보다 못해 쪼르르 달려가 티토소가의 손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저 티토소가 친구인데 잠깐 티토소가 좀 빌려갈게요!”

    “오오, 티토소가에게 친구가!”

     

    감격에 벅찬 티토소가 파파의 외침을 뒤로하고 열심히 달려 파파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티토소가가 숨을 헐떡이며 발을 멈췄다.

     

    “그만… 그만! 헥, 헤엑… 너무 빠르잖아. 오크노디의 속도, 내 느린 발로는 못 따라간다구…”

    “앗, 미안. 곤란해보여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만!”

    “다음 강의도 있으면서 이렇게 시간을 길게 써도 괜찮은 거야?”

    “응? 괜찮아. 그거 안 들어도 되는걸.”

    “뭐어어?! 강의를 안 들으면 어떡해!”

    “교수님이 진도 다 뺀 학생은 다음 강의시간은 안 와도 된다고 했는걸.”

     

    정말이다.

    위어드 교수님의 3교시 강의시간.

    이브닝슈터 교수님의 4교시 강의시간.

    둘 다 교수님들이 먼저 말했다.

    충분히 실력 있는 학생들을 커리큘럼이라는 명목 하에 시간낭비를 시키는 것은 교수로서 할 짓이 못 되고, 뒤처지는 다른 학생만 초조하게 할 뿐이라고.

    아예 오면 감점을 먹인다고 강경하게 선까지 그어버리셨지.

     

    “덕분에 저녁까지는 쭉 시간이 비어!”

    “저녁이라면 역시 그거지…?”

    “응. 사다코 교수님의 5교시.”

    “차라리 잘됐네. 같은 강의 들을 때까지 줄곧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티토소가의 파파는 꽤 오래 머무르시네? 면회티켓이 많으셔?”

    “모르겠어. 우리 집, 몇 년 전부터는 그렇게 잘 사는 편도 아니었는데… 나 때문에 파파가 무리하는 건 아닌지 괜히 걱정도 되고 그래.”

    “차라리 면회티켓을 다른 귀족들한테 팔라고 하는 건 어때?”

    “이미 어젯밤에 말씀드렸지. 근데 그런 걱정은 말고 빨리 친구나 잔뜩 보여달래. 친구 열 명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안 돌아가신다는 거 있지?”

     

    티토소가의 푸념에 찡 하는 두통과 함께 이벤트 창이 떠올랐다.

     

    <티토소가 파파의 소원>

    티토소가의 파파는 딸의 아카데미 생활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이가 무사히 친구를 만들 수 있을지, 아카데미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서 본가로 돌아갈 생각도 안하는 팔불출 파파!

    덕분에 수치 아닌 수치를 당하는 친구 티토소가를 위해서라도 티토소가의 파파에게 티토소가의 친구 열 명을 소개시켜주는 건 어떨까요?

    *현재까지 보여준 친구 수 – 1명 / 10명

     

    친구만들기.

    확실히 아싸에게는 쉽지 않은 퀘스트다.

    고인물인 나도 친구가 몇 명인지 떠올려보면 그리 많다고 자부하기 힘들었다.

    지젤과 이사벨, 손오천은 친구가 아닌 동료.

    헤스티아와 지고쿠, 롯토는 조별과제 조원.

    돌핀팬츠 언니들은 친구가 아니라 언니다.

    빅스톤 선배나 암흑사교회 선배, 과제를 도와줬던 페이퍼콤파니 선배도 그냥 선배일 뿐.

    기껏해야 친구라고는 티토소가와 즈앙, 도로시, 모브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어떡하지? 나도 친구는 세 명밖에 없는데.”

    “거짓말! 오크노디는 친구 엄청 많잖아!”

    “아닌데? 나도 친구는 티토소가랑 즈앙이랑 도로시, 모브 넷밖에 없어!”

    “엣, 정말…?”

    “응. 정말루!”

     

    괜히 손가락을 비비 꼬며 부끄러워하던 티토소가가 이내 수줍게 웃었다.

     

    “고마워. 오크노디,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친구와의 우애를 소중히 다졌습니다.]

    [착한아이 경험치+1]

     

    티토소가가 정말 깊이 감동했나보다.

    으음, 조금 양심이 찔린다.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이기는 한데.

    실은 마냥 순수한 목적만 있는 건 아니거든.

    면회주간에는 실은 히든이벤트가 있다.

     

    60%로 면회를 못하는 보호자.

    30%로 면회를 하는 보호자.

    9.9%로 하루를 더 체류하는 보호자.

    …그리고 0.1%로 그 이상을 체류하는 보호자.

     

    티토소가 파파는 귀가에 ‘조건’을 단 시점에서 0.1%의 예외 케이스임을 본인 입으로 드러냈다.

    히든이벤트의 발동대상임을 반쯤 확신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5교시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시간이 되자 나머지 절반의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

     

    “어둠의 길을 걷는 너희들이라면 알려줘도 괜찮겠지… 1학년에게는 비밀이니까 나한테 들었다고 말하고 다니지는 마.”

    “어, 어둠의 길이라니… 저희 야간행동 배우려고 강의 듣고 있는 거 맞죠?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수상한 지식을 배우고 있는 거 아니죠?!”

     

    사다코 교수는 재잘재잘 떠드는 티토소가의 양 볼을 손가락 두 개로 콕 눌러 떠들지 못하게 제압하고는 히든이벤트 발동트리거를 개방했다.

     

    “어제 학부모들이 아카데미에 방문하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량의 음에너지가 퍼졌어.”

    “그런데요?”

    “대량이기는 한데, 좀 많은 대량이야.”

     

    즈앙이 호기심을 보였다.

     

    “얼마나 많은 대량인데요?”

    “죽은 자가 산 자들의 사이에 섞여서 함께 거닐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대량.”

     

    즈앙의 얼굴에 떠올랐던 호기심이 조각상으로 석화당하는 것처럼 쩌적 굳었다.

     

    “조심하는 게 좋아. 상당히 강력한 유령들이 탄생했을 테니까… 유령과 말을 섞은 사람은 유령의 한을 해소하지 못하면 엄청난 보복을 겪게 되겠지…”

    “그, 그거… 교수님이 퇴치해주시면 안 돼요?”

    “내가 왜?”

     

    사다코 교수는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칼 아래로 눈을 번뜩였다.

     

    “음에너지가 많으면 흑마법사와 사령술사는 행복해. 자원과 재료가 넘쳐나니까. 무덤을 도굴하거나 생명을 죽이지 않고도 일을 쉽게 저지를 수도 있지…”

     

    어쩐지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눈이 평소보다 생기가 느껴지는 건강한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티토소가와 즈앙은 마냥 유령이 무서울 뿐이었지만 나는 그 유령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유령성불 히든이벤트>

    주간이벤트 보호자 참관에는 함정이 숨어있었다.

    평범한 학부모들 사이에 섞인 유령학부모.

    자녀들을 향한 걱정이 형상화된 이 무시무시한 부모들을 ‘퇴치’해야 한다!

    막대한 음에너지에 이끌려 탄생한 이 유령학부모들은 힘으로 제압하려 하면 1학년 따위는 단숨에 아작 날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폭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법!

    유령학부모의 ‘소원’을 이루어주면 그들은 스스로 ‘성불’하여 아카데미를 떠날 것이다.

    퇴치와 성불.

    원하는 방식을 따라 유령학부모 소동을 해결하라!

     

    유령학부모.

    실제로 존재하는 학부모가 아닌 아카데미에 보낸 자식들이 걱정되어 구천을 떠도는 학부모들의 잔념이 뭉쳐 탄생한 군집유령체.

    특정학생의 학부모를 표방하는 이 거짓된 부모를 어떻게든 처리하는 것이 5주차의 진짜 이벤트다.

     

    그리고 티토소가의 파파가 이 유령학부모다.

    운이 좋았네!

    덕분에 굉장히 일찍 발견했다.

    조건도 까다로우면서도 쉬운 편이다.

    친구 열 명.

    앞으로 아홉 명만 더 보여주면 되잖아?

     

    “아카데미에 큰일이 났네. 티토소가네 파파도 걱정하시겠다.”

    “그러게… 걱정되니까 한 달쯤 더 머무르겠다고 하면 어쩌지?”

    “그냥 있으면 되지 않아?”

    “면회티켓은 엄청 비싸다고 들었는걸. 자녀면회 때문에 집안이 파산하면 웃음도 안 나와. 파파는 내 일만 되면 이성을 잃어서 정말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유령학부모들도 참 영리했다.

    애초부터 이용해먹기 좋은 소재인 티토소가의 파파를 모방하니, 티토소가도 아주 깜빡 속았다.

    가짜 학부모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도 이상함은 알 수 있다.

    권력자나 대단한 부자가 아닌 이상에야 면회티켓을 지닌 부모는 찾기 힘든데, 아무것도 아닌 티토소가의 파파가 면회티켓을 잔뜩 지니고 있는 것은 모순.

    정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다른 친구는 누구 있어?”

    “으음. 으으음…”

    “티토소가?”

    “조용히 해봐! 지금 생각하고 있잖아.”

     

    그렇게 생각이 길어지는 시점에서 친구라고 부르기 힘든 사람이 나올 것 같은데.

     

    “두, 두 명…”

    “우와. 둘이나?”

    “즈앙이랑… 아카디아 공녀님…?”

     

    뒤로 가니 영 자신이 없게 들린다.

     

    “내가 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티토소가의 친구를 구하고 있어!”

    “오, 오크노디이… 그걸 말해버리면 어떡해애애…”

    “왜? 즈앙도 친구는 우리밖에 없어!”

     

    귀갓길을 같이 가다가 영문도 모르고 너 친구 적잖아 소리를 들은 즈앙의 손등에 혈관이 돋았다.

     

    “…오크노디. 술래잡기놀이, 해볼래?”

    “갑자기?”

    “내가 암기를 던지는 술래. 오크노디가 안 맞으면 안 잡힌 거야.”

    “좋아!”

    “그거 술래잡기 맞아?! 잡히면 죽을 거 같은데?!”

     

    [즈앙과 함께 즐거운 귀갓길을 만끽했습니다.]

    [달리기 경험치+3]

    [숨기 경험치+3]

    [반사신경 경험치+1]

     

    귀갓길은 제법 즐거웠다.

     

     

    * *

     

     

    “아카디아 언니! 티토소가네 파파가 걱정이 많아서 그런데 안심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어요?”

     

    다음날, 플라톤 교수의 상급반 강의시간.

    얼굴을 마주하는 김에 아카디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아카디아가 왈칵 눈물을 흘렸다.

     

    “어쩜 이리 불쌍한…! 자기도 교우관계가 원만치 않으면서 같은 외톨이 친구를 신경 써주는 마음씨가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을 참을 수 없어요!”

    “가끔 하는 생각이지만 아카디아는 눈물이 너무 헤픈 것 같아요.”

     

    변방그룹 최강인싸 아카디아의 인맥을 빌린다는 치트키를 썼으니 이번 히든이벤트는 사실상 날먹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티토소가 파파는 유령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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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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