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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으응…….”

        

       소피아 비앙키는 몇 초 정도 고민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가 들킨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모양이네요.”

        

       그 말이 사실이긴 했지만, 아마 저 말은 자기는 절대로 들킬 리가 없다는 자신감에서 하는 말이리라.

        

       나는 굳이 그 말에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괜히 말을 끊어봐야 시간만 낭비하게 될 테니까.

        

       “그렇다면 굳이 숨길 필요 없이, 필요한 정보만 교환하도록 해요, 우리.”

        

       말을 이어 나가는 소피아 비앙키를 보면서 나는 조금은 놀랐다. 아니지,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뭔가 물어볼 때마다 고압적인 태도로 대답하지 않고, 자기가 할 말만 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왔던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것도 다 자기 실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에 취할 수 있었던 태도다.

        

       내가 한 번 대결에서 이겼으니 내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봐야 의미도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네, 저는 황녀님께서 추측하신 대로 법국의 사람입니다.”

        

       ‘실비아 님’이라는 호칭도 ‘황녀님’으로 바뀌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황녀님에 대한 정보를 캐오라는 법국의 명령 때문이었고요.”

        

       “제 정보라 함은?”

        

       “전장의 상황조차 혼자만의 힘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는 그 능력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는 거겠죠. 사실 저도 자세한 것은 몰라요. 추기경들은 명령을 내리면서도 자세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니까요.”

        

       “정체를 들키고 구류되었을 때를 대비한 겁니까?”

        

       “예, 뭐…….”

        

       나의 질문에 소피아 비앙키는 한순간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정체를 들키고 구류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엘리자의 일도 있으니까요.”

        

       베라티의 세례명을 말하는 것을 보면, 베라티가 제국에 잡힌 이후로 법국의 경계가 심해진 모양이다. 원작에서도 언급 정도는 되는 이야기였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소피아 비앙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머지는 황녀님보다는 황제 폐하와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는 정보뿐이라서요. 기본적으로 제가 맡은 임무는 황녀님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는 거예요. 나머지는 더 알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 거죠.”

        

       소피아 비앙키의 태도가 완전히 그대로인 것은 아니었다. 남들 앞에서 보이던 태도에 비하면 조금 더 가벼워졌다고 해야 하나. 특히 몸짓이 그랬다.

        

       “굳이 저를 감시하는 이유가 뭡니까? 황녀나 황자는 저 한 명뿐만이 아닐 텐데요.”

        

       “황녀님 혼자만 특이한 점이 많기 때문이죠.”

        

       내 질문에 소피아 비앙키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보통 총이라는 건 검술을 다룰 재능이 없는 이들이 최대한 빠르게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서 잡게 되는 거니까요. 확실하게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총구 돌아오는 것을 보고 총의 궤적 자체에 아예 들어가지 않을 수 있으니까…… 게다가, 총이라는 건 재능을 갈고닦는다는 기분도 별로 들지 않고요. 아, 황녀님을 비하하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마지막에 황급하게 그런 말을 덧붙인 소피아는 얼른 뒷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황녀님의 그 기록을 보고 생각이 바뀌는 거죠. 모든 병력이 황녀님처럼 될 수는 없지만, 반대로 황녀님 실력의 1할이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 병력이 양성된다면…… 그렇잖아요. 아무리 강한 병사라도 한 번에 두 전장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으니까요. 한 전장을 막아낼 수 있어도 다른 곳을 다 패배해버리면 전쟁은 지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제국에 실력 좋은 검사가 하나도 없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저를 포섭하려고 했다는 말씀입니까?”

        

       “포섭이라기보다는, 황녀님의 그 움직임을 어떻게든 배워오라는 말을 들었죠.”

        

       소피아 비앙키는 어딘가 김빠지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줄여 말하자면…… 아직 교본화 되지도 않은 내 전투법을 베껴오라고 명령받았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자 뭔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내 전투법은 기본적으로 내 수박 겉핥기식 밀덕 지식에 내 실전 경험을 최대한 녹인 거니까.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짧은 시간 만에 전투법이 완성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남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전투를 겪었다. 실제로 총이나 파편에 맞은 적도 많았고.

        

       나름대로 진짜 생존을 위해 싸웠으니, 이 전투법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허.

        

       생각도 하지 못한 답변이라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었기에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해봤으니까.

        

       “뭐, 그리고…….”

        

       소피아 비앙키는 어깨를 한 번 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실력주의자인 현 황제 폐하를 생각해보면, 잘하면 차기 황제로 황녀님께서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비슷한 나이의 친구를 미리 심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거기까지는 저도 알지 못하겠지만요.”

        

       아, 그렇구나.

        

       베라티는 아직도 제국에 구금되어있었다. 심지어 지금은 혼수상태라서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아무리 마법이라도 장거리 통신 같은 것은 불가능했고, 아직 무선 통신장비라는 게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세계관이기도 했다.

        

       원작 개발진들이 뭐라고 했더라.

        

       원래대로라면 게임 시작 시점에서 막 라디오 기술이 도입되어야 했지만, 전기를 이용한 기술 자체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기에 전파를 이용하는 라디오 기술도 아직 발전하지 못했다. 전투기는 있지만 라디오 통신이 아니라 부사수의 수기나 내장된 마력석의 빛으로 서로 의사를 표현할 정도였으니.

        

       베라티가 얻은 정보는 법국에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새로운 인물을 조금 더 안전한 방식으로 투입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

        

       기분이 조금 이상하네.

        

       “그러니까, 황녀님, 저희 친구 하지 않으실래요? 필요하다면 법국과 거래를 할 수도 있잖아요? 사실 우리가 병사를 그렇게 키워도 제국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도 없고.”

        

       나는 그렇게 나를 조금 구슬려보려는 소피아 비앙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 황궁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그렇죠?”

        

       내 말에 소피아 비앙키의 눈이 조금 커졌다.

        

       “루카스가 쳐들어왔던 사건입니다. 기사와 병사들이 꽤 많이 죽고 다쳤습니다.”

        

       “어…….”

        

       “루카스는 법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제리코의 검을 들고 있었습니다. 아마 법국에서 어떤 일을 저질렀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어떻습니까? 법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나의 질문에 소피아 비앙키는 입을 헤 벌리고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 갑자기 그런 고급 정보를 주시면 저도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

        

       내가 말없이 소피아 비앙키를 노려보자, 소피아는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을 했다.

        

       “법국의 수뇌부는 철저하게 비밀스러운 집단이에요. 명령을 받는 이가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정보를 주지 않아요. 저도 법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은 들었지만, 그 이상은 몰라요. 침투했던 게 황자라는 사실도 방금 들어서 알았고요.”

        

       허.

        

       “저는 법국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 신분을 만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루테티아에 살았어요. 실력에는 자신 있고, 법국에서도 저를 신뢰하기는 하지만…… 여기 들어올 때 필요한 지식 외에는, 받은 적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나는 소피아 비앙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 시선이 똑바로 가서 닿자 불편한 듯 몸을 꼼지락거렸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똑바로 봐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던 것과 분위기가 완전히 반대가 되어버렸다.

        

       소피아 비앙키가 나에게서 진실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글쎄. 원작에서도 자기 실력을 믿고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보이긴 했지만, 한 번 진 다음에는 진짜로 깜짝 놀라서 말을 잊었을 정도로 자기감정을 숨기는 재능은 없던 캐릭터였다.

        

       나름대로 태도를 숨기고 있다가 조금 전에 대화하면서 본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사실 조금 마음을 놓은 듯 행동한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고.

        

       그래, 아무리 그런 캐릭터라고 해봐야 이제 열다섯이었다. 본편으로 2편 시점인 내년에도 고작 열여섯이고.

        

       아직 자아가 비대하고, 자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나이.

        

       어쩌면 본편에서의 그 자신만만하던 태도는 자기 실력을 확실하게 확인해서 생겼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현타가 왔다.

        

       굴러온 돌이니 뭐니 해도 결국에는 그냥 이제 막 전학 온 어린애나 다름없잖아. 심지어 임무를 내린 법국에서도 그걸 알고 있는 모양이고.

        

       나만 너무 진지했던 건가?

        

       혼자 괜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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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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