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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아르테. 오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네? 그렇지만···.”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져 왔다.

       

       나를 보고 싶어서 매일같이 마중하러 와 주는 건 고맙다. 고마운데···.

       

       

       “그, 슬슬 배도 불러오니까. 응? 위험할 수도 있잖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항상 지켜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안녕.”

       

       

       무심한 듯 나를 바라보는 라이라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르테의 논리에 밀려버린다.

       

       어떻게든 해야만 해.

       

       

       “그, 그렇지만···라이라는 이미 죽은 사람 취급이잖아? 아카데미까지 왔다가 들킨다면···.”

       

       “그건 걱정하지 마. 모자도 썼고, 능력이 강해진 이후부터 인상이 조금 바뀌었으니까. 아무도 못 알아봐.”

       

       “···.”

       

       

       알고 있다.

       

       벌써 아르테가 꾸준히 하교 시간에 나를 찾아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갔으니까.

       

       알아볼 사람이 있었으면 진작 알아봤겠지.

       

       웨어 울프의 유전자 때문인가? 아니면 약간 날카로워진 인상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녀가 죽었다고 다들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카데미의 정문에서,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지.

       

       

       “다른 녀석들이 호위에는 별로 적합하지 않아서 나는 농땡이 피우니까 좋고. 민폐 같은 것도 아니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그래···.”

       

       

       ···큰일 났다.

       

       더 할만한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아르테가 오지 말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지?

       

       오늘만큼은 꼭 제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자, 아닌 척 나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쟤야?”

       

       “와, 진짜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임신했구나···.”

       

       “진짜 못됐다···. 저 나이에 얼마나 힘들까···.”

       

       

       크윽···.

       

       또 시작인가.

       

       아르테가 와주는 건 고마운 일이었지만, 학생들이 아르테를 바라보며 보여주는 안쓰러운 듯한 표정과 나를 사고 친 놈으로 바라보는 표정이···참···.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자아냈다.

       

       

       “···제가 오는 게 싫은가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당연히 아르테가 내 반응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그녀는 나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있었으니까.

       

       아르테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 또한 더욱 격렬해졌다.

       

       당연히 안 좋은 쪽으로.

       

       

       “무, 물론 괜찮지. 하하···.”

       

       

       결국 나는 오늘도 아르테의 방문을 막지 못했다.

       

       ···젠장. 오늘도 놀림당하겠군.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오, 아르테. 안녕. 오늘도 네 남편 데리러 온 거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 다더니.

       

       가끔은 내 직감이 원망스러워졌다.

       

       이럴 때는 조금 틀려도 괜찮은 거 아닌가?

       

       

       “아직 남편은 아니야···.”

       

       “우리 유시우는 혼자 집에 가는 것도 무서워서 임신한 여자친구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고 말이지, 응?”

       

       “···.”

       

       

       틈만 나면 놀려대는 아멜리아에게 화가 났지만,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반발하는 순간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고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는 딱히 반응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아멜리아의 성격상, 금방 지루해할 게 뻔했으니까.

       

       

       “에이, 재미없게.”

       

       

       그럼 그렇지.

       

       금방 흥미가 식었는지, 나를 놀리던 걸 멈춘 아멜리아는 곧이어 아르테의 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되게 신기하네. 사람 배가 이렇게 커지는구나.”

       

       “그 말, 벌써 몇 번째 말하는 건지는 알고 있지?”

       

       “그럼 뭐 어떡하라고. 볼 때마다 신기한데. 너는 안 신기해? 저기에 네 딸이 들어있다고.”

       

       “···신기하긴 해.”

       

       

       음, 뭐.

       

       아멜리아의 말이 맞긴 하지.

       

       저 배 안에 나와 아르테의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기 그지없었으니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를 가지게 된다는 생각 자체를 한 적이 없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보고 또 봐도 신기하다는 말도 이해는 간다.

       

       

       “맨날 그 이야기. 질리지도 않나요?”

       

       “그야 안 질리지. 맨날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나 참. 정말 아이가 태어날 때는 무슨 생각을 할지.”

       

       

       ···아이, 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이.

       

       내가 아르테와 가정을 꾸리게 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쓸데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슬슬 돌아가는 게 어때요?”

       

       “···그럴까.”

       

       “네에. 방해받지 않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야죠?”

       

       

       배시시 웃으며 손을 건네는 아르테의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둘만의 시간이라.

       

       생각해보면, 앞으로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렵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앞으로 아이가 태어난다면 나와 아르테 사이에는 항상 그 아이가 끼어있을 테니까.

       

       아르테가 최근 홀로 있을 때 심심함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런 따분함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몇 개월 뒤면 아르테와 나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테니까.

       

       겪어보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상당히 고생스러운 이야기라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둘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오랜만이겠지.

       

       

       “···안 잡으시나요? 읍···!”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충동적으로 아르테의 입술을 훔쳤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잔뜩 당황하고 있는 아르테의 손을 잡으며, 나는 밝게 웃었다.

       

       

       “좋아, 아르테. 둘만의 시간을 즐기자고.”

       

       “···정말, 밖에서 이렇게 대놓고 키스하면 어떡해요? 부끄러운데.”

       

       “하하, 미안.”

       

       

       그러고 보니 주변에 다른 학생들이 있었구나.

       

       아르테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주변에서 무슨 반응을 보일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잔뜩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나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던 녀석들에게 한 방 먹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자, 그럼 가 볼까.”

       

       

       기분이 좋아져서일까.

       

       밖에서는 잘 하지 않던 애정 행위를 좀 해보기로 했다.

       

       아르테의 팔과 내 팔을 감아, 누가 봐도 연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끔 팔짱을 꼈다.

       

       

       “무슨 일이에요?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던걸.”

       

       “그냥. 오늘따라 그러고 싶어서.”

       

       “···헤헤, 잘 모르겠지만 기분 좋네요.”

       

       

       주위를 둘러보자, 몇몇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아마 연애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부럽다는 듯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그게 맞겠지.

       

       딱히 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꾸 수군거려서 귀찮기는 했으니까.

       

       

       “그럼 갈까, 아르테.”

       

       “네, 좋아요.”

       

       

       마지막으로 나를 놀리던 아멜리아를 향해 씩 웃어주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등 뒤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발 그런 건 너희 집에서 하면 안 될까···.”

       

       “그러게. 보스랑 시우는 부끄러움도 모르나?”

       

       

       푸하하.

       

       그러게 누가 그렇게 놀리래?

       

       매일같이 놀려대던 벌이다.

       

       달게 받아라.

       

       

       

       ***

       

       

       

       “···음, 좋아. 괜찮네.”

       

       

       집에 돌아가기 전에 장을 보았던 재료들을 넣은 음식의 간을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맛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르테가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거실에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요리 정도는 제가 할 수 있는데요···.”

       

       “어허.”

       

       “시우도 아카데미 다녀와서 힘들 텐데···.”

       

       “쓰읍.”

       

       “···.”

       

       

       아르테의 불만을 강제로 억눌렀다.

       

       나는 임신한 상태의 아르테에게 요리를 시키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내가 요리를 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르테보다야 물론 실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취했던 경험 덕분에 남들에게 대접할 수 있을 정도의 요리 실력은 있었다.

       

       

       “이래서는, 항상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그건 아닌데.”

       

       

       아르테가 자꾸만 무언가를 하려는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내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는 거겠지.

       

       아르테가 내게 그런 감정을 느낄 필요 따위는 전혀 없었다.

       

       

       “매일같이 네가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너는 모르는구나.”

       

       

       시우는 자신이 아르테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테는 달랐다. 시우가 아르테를 도와주었기 때문일까?

       

       은근히 자신이 시우를 위해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고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가만히 놔두고 있었는데.

       

       그걸로 아르테가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게 무슨···.”

       

       “아르테. 나는 너를 사랑해서, 너를 걱정해서 도와주는 거야. 그런 감정을 느낄 필요는 없어.”

       

       “하,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완고하네.

       

       아르테는 가끔 보면 이런 면이 있단 말이지.

       

       

       “그리고, 네가 나에게 줄 커다란 선물도 예정되어 있으니까.”

       

       “···커다란 선물?”

       

       

       내가 그런 걸 준비했던가?

       

       라는 표정으로 의문스럽게 여기는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설마 정말 모르고 있을 줄이야.

       

       나는 아르테의 배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둘 사이의 아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을 예정이잖아.”

       

       “···.”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네. ···어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르테가 만드는 음식보다는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감동에 젖은 듯 나를 바라보던 아르테가 피식 웃었다.

       

       

       “아하하, 그게 뭐예요. 마지막 것만 없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런가? 미안.”

       

       “···정말 맛있어요. 고마워요.”

       

       

       아르테의 진심이 담긴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웃자, 아르테도 내 웃음에 마주 바라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랑스러운 애인과의 한때가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상물은 쓰기 참 힘드네요

    뭔가…상상이 잘 안가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

    큰 결심을 했어요

    다음 화는 어린이는 못봐요

    보태배 싫어하는 사람은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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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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