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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루인은 한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라고 했냐.”

         

         

       뒷짐을 지고 자신을 바라보는 건방진 후배의 모습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루인은 속이 뜨끈하게 달궈지고 있었다.

         

         

       -참 비교된다. 그쵸?

         

         

       감히 리카르도와 자신을 비교하는 후배의 말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재능의 근간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그 녀석보다 부족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인격적인 면도.

       자상한 면도.

       리카르도 보자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루인은 이를 깨물고 건방진 후배의 답에 반문을 뱉어냈다.

         

         

       “비교할 걸 비교해. 기분 더럽게.”

       

       

       한나는 루인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루인의 얼굴을 보더니, 푸흡 웃음을 터뜨리는 한나의 모습에 루인은 주먹을 쥐었다.

         

         

       “푸하하! 아하하학…! 하아… 선배, 진짜 말 재밌게 하네요. 만담꾼 해도 되겠어요. 비교할 걸 비교하라니. 웃겨서 죽는 줄 알았잖아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루인의 표정은 키가 한 뼘 정도 작은 한나에게 너무나도 잘 보였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고.

       당장에라도 튀어 오를 것 같은 화를 삭이며 입술을 깨물고 있는 선배의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오는 한나였다.

       

       

       한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안 그래요?”

       “…”

       “저는 너무 웃긴데.”

       “닥쳐라.”

       “어머 후배한테 닥치라고 하시는 거예요? 무서워라…”

       

       

       한나는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린 손바닥 뒤에서는 피어오르는 비웃음.

         

         

       루인 또한 한나의 손바닥 뒤에 피어오르는 비웃음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뿌득 이를 갈며 한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나는 살기 어린 루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한번 해보시려고요?”

       

       

       짧고 굵은 말 한마디와 함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연한 갈색빛의 오러에 루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았다.

         

       

       “봐요. 아무것도 못 하면서.”

       

       

       한나는 복도를 가로막은 루인을 향해 똑바로 말했다.

       

       

       “비켜요. 방해되니까요.”

       

       

       ‘툭.’하고 어깨를 치고 가는 한나의 걸음에 루인은 복도에 기대어 쓰러지듯 앉았다.

       

       

       마른 손길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는 루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가만히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

       

       

       오늘도 평화로운 아가씨의 저택.

       

       

       “히히히! 물어와!”

       

         

       -고오오옴!

       

         

       “이이익! 나를 물지 말고 저 공을 물어오라고!”

       

         

       -곰?

       

       

       덩치가 살벌하게 커진 곰탕이와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가씨는 공 대신 자신의 머리를 삼키려는 곰탕이에게 역정을 내며 인생을 즐기고 계셨다.

       

       

       “으이이익! 리카르도 나 먹힌다!”

         

         

       -고오오옴!

         

         

       “흐엣…! 침 바르지 말라고!”

         

         

       자연의 순리를 몸소 경험하는 아가씨의 친환경적인 모습에 웃음이 지어지는 나였다.

         

         

       곰탕이가 온 덕분에 자유시간이 많아진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아가씨의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이 성공한 사람의 삶인가.

         

         

       “다음에 시내에 나갈 때 곰탕이 장난감이나 사 와야겠네.”

       

       

       이빨 자국이 살벌하게 난 고무공은 더 이상 장난감의 역할을 끝낸 지 오래였으니까.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고무공을 보는 나는 미소를 지으며 탁자에 올려둔 차를 홀짝거렸다.

       

       

       몸 안으로 퍼지는 따뜻한 찻잎 향을 음미하며 나는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고 말했다.

       

         

       “한스도 옆에 앉죠. 혼자서 심심하지 않습니까?”

       

       

       투명화를 들킨 한스는 놀랐는지, 어깨를 움찔거리며 손에 쥐었던 펜을 놓고 나를 바라봤다.

       

       

       “제 투명화 마법이 그렇게 형편없습니까?”

       

       

       들킬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스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투명화 마법이라.

       

       

       숙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마법이긴 했지만 한스의 마법은 어설프지 않았다.

       

       

       단지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예민하고 티르빙의 효과 덕분에 감지를 잘하는 것뿐. 한스가 구사하는 투명화 마법은 오히려 수준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잘하면 대주교도 속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스의 의문에 답했다.

       

       

       “아닙니다. 제가 이상한 거죠.”

       “그렇다고 하기에는…”

       “네?”

       “아닙니다.”

       

       

       한스는 아가씨를 힐끗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잡념을 떨쳐냈다.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우연이겠지.’라고 말했다.

         

         

       ‘끼익’ 의자에 앉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한스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뭐 하고 있었나요?”

       “아, 필요한 물품들을 적고 있었습니다.”

       “네? 제가 따로 별채를 마련해드리지 않았습니까? 산속이긴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건 다 있을 텐데.”

         

         

       나무에서 내려와 옆자리에 앉은 한스는 수첩을 숨김없이 내밀었다.

         

         

       “제가 쓸 게 아니라…”

       

         

       나는 미소를 지으며 한스가 건넨 수첩을 느긋하게 읽어냈다.

       

       

       [심부름 목록]

       1. 초콜릿.

       2. 세제.

       3. 청소용 솔.

       4. 3층 복도에 나간 등 갈아 끼우기.

       4. 강아지 장난감.

       

       

       자신이 쓸 물건이 아니라, 저택에 필요한 물건들을 노트에 빼곡하게 적은 한스의 수첩.

         

         

       저택에 사람이 없을 때, 여러모로 조사한 한스의 수첩은 관리사로 착각될 만큼의 정보가 가득하게 담겨있었다.

       

       

       저택에 어떤 불이 나갔고 뭐가 필요한지, 심지어 흘러가는 말로 중얼거렸던 혼잣말을 수첩에 적어놓고서 사 오려는 한스의 계획적인 아부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런 건 왜 적으셨습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까 좀이 쑤셔서.”

       “이런 일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 일인데 제가 해야 하는 거니까요.”

       “아닙니다. 정 불편하시다면 그만두겠지만 저도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만…”

       

       

       잘못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이는 한스의 숙연한 모습에 나는 손을 저으며 한스를 진정시켰다.

       

       

       “아닙니다. 해주면 저야 훨씬 편하긴 하지만, 그게 저도 미안해서…”

       

       

       도움이 됐다는 말에 방긋 미소를 짓는 한스는 수첩을 품에 넣고 ‘그러면 계속하겠습니다.’라며 사회 초년생 같은 말을 뱉었다.

       

       

       뭔가, 월급을 안 주는 악덕 고용주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은데.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한스의 모습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생산적인 이야기에 대한 주제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아…”

       

       

       한스는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최악입니다.”

       “네?”

       “아카데미의 민심도 그렇고 학생회의 신뢰도 바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요?”

       

       

       나는 한스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나 했었다.

       

       

       저택은 내가 지키고 있으니까, 잠시 자리를 비워서 아카데미의 동향을 파악해달라고.

       

       

       루인의 몰락으로 인해 스토리에 관심을 둬야할 지금, 눈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한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되어 있던 ‘오크 토벌’ 과제도 그럼 생략된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최근 하멜에서 오크의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났으니까, 실습하고 겸사겸사 토벌도 해야 했기에 경비를 올리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음…”

       

       

       스토리에 큰 변화는 없네.

       

       

       루인의 부재로 인해 스토리에 데미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걱정할 건 없는 것 같았다. 시간이 더 지나 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커다란 사건도 없고 루인이 메인으로 움직이는 이벤트도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루인의 빈자리는 한스로 채울 예정이고.

         

       

       나는 한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고했다는 말을 뱉어냈다.

       

       

       한참 동안 보고를 하던 한스는 아카데미의 경비에 대한 말을 뱉었다.

       

       

       “그리고 이번 과제에 관련하여 학생회에서 나왔던 안건이 하나 있습니다.”

       “안건이요…?”

       “네.”

       

       

       상당히 능력 있는 심부름꾼을 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뱉었다.

       

       

       한스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샤르티아 황녀가 의견을 하나 냈었는데….”

       “냈었는데?”

       “그게.”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을 조심스럽게 여는 한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히스타니아 말릭을 인솔자로 추진할 건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네?”

       “저도 듣고 의아했었는데, 한나하고 샤르티아 황녀가 의견을 내세운 일이라서 말이죠.”

       “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한스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시다시피 지금 아카데미의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으니까 말이죠. 믿을 만한 실력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근데, 그게 왜 말릭입니까? 안 그래도 바쁜 사람인데.”

       “아무래도 히스타니아 말릭이 사건을 담당했던 기사기도 했고 히스타니아 가문의 사람이라 믿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저라는 사례도 있으니까요.”

       “아… 그건 맞죠.”

         

         

       한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뭐 이건 나중에 생각하면 될 일이라 지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말릭이라면 나쁘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까, 인솔자로 부족함이 없기도 했었고.

       

       

       그맇게 찻잔을 비워갈 때쯤.

       

       

       한스는 내 눈치를 보더니, 품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구술 하나를 들었다.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처리가 곤란하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한스.

       

       

       “이건… 어떻게 할까요?”

       

         

       루인에게 강탈한 마법을 내게 내미는 한스의 손길은 조직의 충신처럼 스스럼없었다.

       

       

       “이것도 빨리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루인에게 돌려줄지 아니면 내가 흡수할지 결정하자는 한스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보류라는 답을 내놓았다.

       

       

       “아직까지 더 내버려 두죠.”

       “네?”

       

       

       한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답했다.

       

       

       “루인이 저처럼 흑마법을 배우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할 것 같습니까?”

       “솔직히… 그렇습니다.”

       “흐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아카데미에서 쭈그러져 있을 녹조 대가리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고생하라고 내버려 둬보죠.”

         

         

       “그놈이 흑마법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딱히 문제 될 것도 없고요.”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한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분야에서 한스는 전문가에 속했으니까. 내가 가진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

         

         

       “흑마법 전문가가 볼 때, 루인이 가진 재능은요?”

       “…”

       “봐요.”

         

         

       자는 미소를 지으며 나른한 하품을 뱉었다.

         

         

       “설령 흑화한다고 하더라도 한스가 막아주면 되죠.”

       “…악마십니까?”

       “음. 저는 악당이랍니다.”

         

         

       나는 한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재미없을 것 같습니까?”

       “…”

         

         

       한스는 미소를 숨기지 않고 답했다.

         

         

       “아니요.”

         

         

       *

         

         

       그리고 나는…

         

         

       “오랜만이에요. 집사님!”

         

         

       말릭 대신 이곳에 팔려왔다.

         

         

       ‘x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멘트는…!
    컨디션 이슈로 다음회차에 몰아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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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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